각 잡고 게임해야겠다 싶어서 고1때 자퇴했죠

by My Money Story

Editor’s Note

My Money Story는 사람들의 일과 삶, 그 사이에 담긴 돈 이야기를 풉니다. 격월마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와 관련된 돈 이야기를 들려드리는데요. 이번 주제는 ‘챌린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스스로 사회적,경제적 성공의 기준을 만들며 걸어온 3명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각 잡고 게임해야겠다 싶어서 고1때 자퇴했죠

안녕하세요. ‘뱅’ 이란 이름으로 활동한 프로게이머 배준식입니다. 2012년, 고등학교 1학년 때 프로게이머로 커리어를 시작했고요, 2022년 1월에 은퇴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부터 게임하는 걸 좋아했어요. 수준급은 아니어도 여러 종류의 게임을 즐겨 했어요. 당시에 ‘게임톡’이라는 서비스가 있었거든요. 지금으로 치면 디스코드 같은 거였어요. 마이크 연결해서 친구들과 대화하며 게임을 했었거든요. 학교, 학원 끝나면 줄곧 게임을 했는데 친구들 중에 제가 게임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 공부도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장래희망이 프로게이머는 아니었어요. 제 장래희망은 꽤 구체적이었는데요. 원래는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는 게 목표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군인이 되게 멋있었거든요. 제가 강원도 홍천이 고향인데 지역에 군인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때 육사에 견학 가보고 꼭 저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만약 육사에 못 가면 사학과를 가서 박물관에서 일하는 게 다음 목표였어요.

프로게이머

예상치 못하게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는 사실 간단한데요. 고1 되던 해 2월에 롤(리그 오브 레전드)을 시작했어요. 근데 게임을 너무 좋아하고 즐기다 보니까 랭킹이 높아져서 프로게이머 입단 제의를 받게 된거죠. 고1 7월에 입단제의 받고, 7-8월 활동을 한 달 정도 해보니까 마냥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각 잡고 해야겠다 싶어서 고1 때 자퇴를 했습니다.

당시에 롤이라는 게임이 엄청 유명하지는 않았어요. 지금처럼 국민게임 느낌은 아니었고요. 그러다 보니까 아주 가깝지 않은 친구들은 ‘프로게이머 하면 망해, 나중에 후회한다, 서울 가지 마라’ 이런 이야기를 했었죠. 그런 반응들에 살짝 충격을 받긴 했었어요. 근데 크게 개의치 않았었죠. 그냥 게임을 너무 좋아했었고, 좋게 말하면 겁이 없어서 쉽게 도전을 했던 거죠. 불확실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적었던 것 같아요. 학교 가는 것보다 게임하는 게 더 즐거웠으니까, 그렇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월급이 50만 원이었어요

강원도 홍천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부모님이 데려다 주셨거든요. 처음에는 코치님 집으로 갔어요. 신림 쪽에 있던 가정집이었는데요. 그곳에서 잠시 지내다가 연습실로 옮길 계획이었어요. 부모님이 코치님한테 저를 잘 부탁한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우시던 게 기억나요. 그날 비도 왔거든요. ‘얘를 어떻게 서울에 혼자 두고 가지?’ 이런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마냥 해맑았어요. ‘와, 서울이다, 너무 좋다’ (웃음) 그렇게 서울에서 생활을 시작했죠.

게임을 시작했을 때는 부담이 없었어요. 평일에도 형들이랑 게임하고, 쉬는 날에도 형들이랑 연습하는 게임 말고 다른 게임 하고요. 그런 것들이 너무 재밌고 행복했어요. 오히려 프로게이머로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면서부터 조금씩 힘든 부분들이 생겼죠.

처음에는 월급이 50만 원~100만 원 정도였어요. 사실 그 당시 업계 분위기가 선수들한테 숙식 제공하고,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도 그 때 한달 평균 5만 원~10만 원 정도 썼거든요. 왜냐면 야식도 다 시켜주고, 사실 밖에 나갈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프로게이머들은 늦게 생활하니까 새벽 3~4시 이때 배고플 때 있거든요. 가끔 편의점 가서 삼각김밥 먹고, 주말에 가끔 영화 보고 싶을 때 하루 쯤 나가서 영화 보고요.

그때는 무급으로 일하는 팀도 되게 많았어요. 저도 1년 정도는 무급으로 일했어요. 열악했죠. 요즘은 최저연봉제도가 있어서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해요. 프로게이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팬층도 두터워지면서 선수들을 위하는 사람이 많아졌죠. 그래서 팀이나 기업에서도 선수들을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이전과 비교했을 때는 좋아졌지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2년 정도 했는데요. 우리나라는 선수가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부분들이 더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1등이 아니면 실패하는 느낌이었어요

2015년부터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아빠의 연봉을 조금 넘기 시작했죠. 1억 원 좀 안되게 받았던 것 같아요.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하고 나서부터는 은연중에 알고 있었어요. ‘아, 이제 돈 걱정은 없겠구나.’ 그러니까, 안정적인 마음도 있었는데 사실 부담감도 엄청 많았던 것 같아요. 내가 받는 만큼의 가치를 보여줘야 하니까요.

제가 속해있던 팀은 이기는 게 너무 당연한 팀이었어요. 실제로 잘하기도 했지만, 인기도 많고 부담도 큰 자리였죠. 1등이 아니면 실패하는 느낌이었거든요. 물론 팀 내부적으로도 우승이 절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는 있었어요. 어쩌다 질 수도 있고요. 근데 많은 기대와 관심에 보답하기 위한 부담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우승에 대한 압박이었죠.

하루에 14~16시간씩 연습했었어요. 일주일에 하루 쉬기도 힘들다 보니 재충전의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게임 안 할 때도 걸어가면서 게임 생각하고, 자기 전에도 게임 생각하고, 게임하는 꿈도 많이 꿨어요. 저는 게임에는 정답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해서, 실수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열과 성을 다해 우승했는데 1주일도 안 돼서 바로 또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버거웠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서 일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다르다보니, 스스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도 시간이 좀 걸렸죠.

이런 상황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끈끈했던 팀원들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그렇게 못 느꼈었는데 지나고 보니 팀원들, 감독, 코치, 사무국까지 서로 잘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으로 팀을 위해서 같이 일했던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한 건 지금 생각해도 잘 한 선택이었어요. 제가 너무 좋아했던 일이었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이런 생각도 하는데요.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그 일정과 그 부담을 또 겪을 자신이 없어요. 당시에 정말 최선을 다했고 내가 한 만큼, 노력에 대한 결과와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을 찾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하지만 도전해 보는 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2021년, 26살에 은퇴했어요. 병역의 의무도 있고,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해서 은퇴를 결정하게 됐어요. 은퇴도 크게 고민은 안 했어요. 사람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 프로게이머는 3~4년 정도 활동하거든요. 저는 프로게이머로 10년을 활동했으니 짧은 기간은 아니었죠. 이 직업에 대해, e-스포츠 세계에 대해 워낙 잘 알고 탐구가 다 되어있다 보니 은퇴에 대한 미련은 없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후회 없이 했으니 아름다운 마무리 같아요. 사실 되게 통쾌했어요.

앞으로는 제가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쏟았던 열정을 다시 재현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저는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너무 좋아하는 게 게임이었고, 하다 보니 결과도 좋았고요. 즐겁게 열정을 쏟을 수 있었어요. 좋아하면서 잘하는 일을 찾는 게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도전해 보는 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게임만큼 좋아하는 걸 찾기 위해 저는 지금 열심히 쉬고 있는 거고요. 만약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 재능 있는 일을 찾았다면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보내주기는 했지만, 앞으로 도전할 수 있는 많은 날들이 있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Interview 정우진 이지영 Edit 이지영 Video 정우진 Photo 김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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