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익은 딱 치킨 값이었지만, 이제 용돈은 따로 안 받아요. 

by My Money Story

제페토 드라마에 출연했다가 제작자가 되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제페토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이호입니다. 열일곱 살이고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제페토 캐릭터로 드라마를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고 있어요. 지금까지 총 10개의 드라마를 만들었고, 누적 조회 수는 300만 회정도 됩니다. ‘이호’라는 이름은 특별한 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제 본명 초성을 따라 이호라고 짓게 됐어요. 

처음에는 제페토를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 재미로 했었는데요. 중학교 1학년 때 제페토에서 메시지를 하나 받았어요. 제 캐릭터를 제페토 드라마에 섭외하고 싶다는 요청이었어요. 역할은 일진 남자주인공이었어요(웃음). 아마 제 캐릭터가 트렌디 하고 어딘가 반항적인 모습이 있어서 섭외를 한 것 같더라고요. 

저는 원래 스토리를 만드는 일을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땐 직접 만화를 그려서 친구들한테 보여주기도 했고요. 그때 반응도 엄청 좋았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제페토 드라마를 알게 된 이후에는 제페토 드라마에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제가 만드는 제페토 드라마 장르는 주로 로맨스예요. 일상생활에서 설레는 포인트를 발견하면 메모장에 적어두고, 참고하면서 작품을 만들어요. 남녀공학 중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 커플 보고 소재를 많이 찾았어요. 지금은 여고라서 그런 게 없어졌지만요. 평소에 웹툰 애니메이션 많이 보면서, 설레는 포인트를 찾아요. 

이호의 제페토 드라마 <학생회장을 좋아해버렸다> 영상: 유튜브 채널 ‘이호’

시청자가 드라마에 과몰입 해주면 행복해요. 

보통 드라마 1편 만드는데 5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아요. 평일에는 학교랑 학원을 가서 작업할 시간이 많이 없어요. 작업은 주말에 다 몰아서 하는 편이에요. 주말에는 크리에이터 활동에 시간을 거의 다 쓰긴 하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힘들진 않아요. 

먼저 대략적인 스토리와 대본을 만들고 출연자를 섭외해요. 제페토의 다양한 유저들의 캐릭터를 드라마에 출연시킨다고 생각하면 돼요. 출연자는 공개 모집하기도 하고, 제페토 메시지를 통해 섭외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런 캐릭터를 찾습니다’라고 유튜브에 공지하면 구독자분들이나 관심 있는 분들이 출연 신청을 해주세요. 신청이 많이 들어올 때는 지원자가 600명까지도 돼요. 배우 캐스팅에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캐릭터 설정에 맞는 스타일이나 비주얼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섭외가 끝나면 제페토에 있는 ‘포토부스’라는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해요. 포토부스에서 뒷 배경이나, 포즈, 표정 등을 바꿀 수 있거든요. 포토부스 들어가기 전에 어떤 옷을 입어달라고 출연자에게 스타일링 가이드를 드리고요. 드라마 1편 당 보통 2시간 정도 촬영해요. 캐릭터의 표정이나 포즈를 하나하나 다 잡아야 하다 보니 촬영에 긴 시간이 걸립니다. 

지금은 하나의 계정으로 캐릭터를 여러 개 만들 수 있지만, 예전에는 여러 캐릭터를 만들려면 계정도 여러 개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배우를 섭외하는 편이 더 쉬웠어요. 이제는 하나의 계정으로 많은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지만, 구독자분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여전히 배우를 직접 섭외해서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어요. 

배우분들께 출연료는 따로 지급하진 않지만, 옷이나 소품 등을 선물로 드려요. 드라마에 출연하는 캐릭터를 꾸밀 때 주로 크리에이터 아이템샵을 이용하거든요. 크리에이터 아이텝샵은 제페토에서 사용하는 화폐인 ‘젬’으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캐릭터 컨셉에 맞게 꾸미기 위한 비용이 들어가요.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 비용 같은 거예요.

그렇게 캐릭터 촬영이 끝나면, 촬영본을 2~3분 분량으로 이어 붙이고, 대사를 자막으로 올려요. 이렇게 만든 제페토 드라마는 제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어요. 저의 작업물을 보고 시청자, 구독자분들이 과몰입해 주시면 행복해요. 스토리에 몰입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해주시고 비주얼적으로 신경 쓴 캐릭터의 외관을 칭찬할 때도 행복하죠. 그렇게 댓글들이 달리면 저도 하트 날려드리고, 답변도 해드리고. 그렇게 힘을 얻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용돈은 안 받아도 돼요. 

처음에는 딱히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중학교 1학년이었으니까, 좋아서 시작했었죠. 유튜브 구독자 1000명을 찍었을 때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구글 애드센스를 등록했어요. 처음 수익이 났을 땐 2019년쯤이었어요. 첫 수익은 딱 치킨 시켜 먹을 정도였어요. 정말로 첫 수익으로 가족들과 치킨을 시켜 먹었고요. 부모님도 제 첫 수익을 함께 축하해 주셨어요. 

요즘은 수입이 정기적으로 들어와요.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예요. 대신 관리는 부모님이 해주고 계세요. 제페토 크리에이터 활동으로 생기는 수익을 위한 제 명의의 통장이 따로 있어요. 그중에 일정 금액을 용돈으로 사용해요.

컴퓨터나, 태블릿같이 큰 장비를 구매할 때는 부모님께 따로 말씀드려서 돈을 받아요. 제가 돈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주말에도 거의 집에 있는 집순이라 용돈도 크게 필요 없어요. 

부모님께 돈을 받아서 쓸 때와, 제가 직접 벌어서 쓸 때 기분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얼마 전에 컴퓨터를 제 돈으로 샀는데요. 동생이나 오빠가 컴퓨터 쓰고 있으면 ‘나와라~’ 할 수 있어요. 제가 유튜브 라이브도 조금씩 하고 있는데, 마이크나 오디오 인터페이스, 카메라 같은 장비도 제 돈으로 구매를 했거든요. 제가 번 돈으로 소비를 하다 보니 더 꼼꼼하게 찾아보게 돼요.

돈은 ‘없으면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금씩 커가면서 돈의 중요성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부모님 도움 없이 독립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도움을 조금 드리면서도, 제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크리에이터로서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예요. 

올해 초부터 제페토 캐릭터에 입히는 패션 디자인을 시작했는데요. 제페토 내에 있는 상점에서 제가 디자인한 옷들을 판매하는 구조예요. 제페토 패션 디자이너로서 활동은 렌지드(LENGED)라는 회사에 소속되어 하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샌드박스네트워크 같은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회사인데요. 렌지드에는 제페토 패션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터들만 소속이 되어있어요. 회사에 저 같은 미성년자 크리에이터 분들도 계시고요. 워낙 유명한 분들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라서, 연락받았을 때 기분이 엄청 좋았죠.

회사에 소속되면서 어려울 때 도움받는 점들이 많아요. 혼자 제페토 패션 디자인을 할 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회사에 소속되면서부터 회사 분들이 피드백도 주시고,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개인 톡으로 상담도 해주셔서 크리에이터로서 많이 배워가고 있어요.

저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제가 선택했으니,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제 목표예요. 단기적으로는 제가 만든 3D 옷을 제페토 드라마 캐릭터들이 입었을 때 ‘이 옷 어디서 사?’ 이런 이야기가 나오도록 좋은 옷들을 많이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그리고 앞으로 유튜브, 트위치 같은 방송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며 많은 분들과 만나고 싶어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수입이 일정치 않아서 불안하긴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만족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Interview・Edit 이지영 Graphic 김예샘 Video 김태성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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