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하루하루가 모여 하나의 작품이 돼요

by My Money Story

시작은 맨땅에 헤딩이었어요 

안녕하세요.  작가 ‘데피온’입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로맨스판타지 <이번 생은 후회하지 않겠습니다>를 연재했고, 지금은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8살,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에요. 

사실 웹 소설을 취미로 엄청 오래 봤었는데. 제가 쓰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못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아,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작정 웹소설 플랫폼에 무료연재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정보도 없는 상태로 맨땅에 헤딩을 한거죠. 

제가 연재하던 플랫폼에는 ‘투데이 베스트’ 섹션이 있는데요. 거기는 출판사 관계자분들도 많이 눈여겨 보거든요. 원래 투데이 베스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공식이라고 해야 될까요? 콘텐츠 업로드하는 주기도 일정해야 하고, 그런 요건들이 있는데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아, 1편 올리고. 한 2주 있다가 2편 올리고. 또 몇 주 있다가 갑자기 쉬기도 하고 하면서 마음대로 글을 썼던거죠. 

연재를 8개월 동안을 했는데, 어느 날 메일함을 열어 보니까 계약 제안 메일이 와있더라고요. 저는 항상 무료로 연재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메일을 받고 나니까 카카오 페이지에 제 작품이 걸리는 걸 보고 싶더라고요. 계약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안이 벙벙하고 현실감이 하나도 없었죠. 

어떡하지? 어떡하지? 혼자 한참을 얼어 있다가 부모님한테 제가 몰래 그 웹소설을 썼었는데 출판사에서 계약 제안이 왔다. 해도 되냐, 물어보고 허락을 맡았어요. 처음엔 부모님이 엄청 놀라셨어요. 제가 웹소설을 쓰는 줄도 몰랐으니까요. “너, 네가 뭘 했다고?” 이런 반응이셨어요(웃음). ‘습작처럼 웹소설을 써서 플랫폼에 올리고 있었는데 유료 연재 제안이 왔다’는 상황을 듣곤 뭐든 경험해보는 건 좋은 거라며 흔쾌히 계약을 허락해주셔서 저도 놀랐었어요. 

‘도장 함부로 찍지 말라’는 말을 실감했어요

처음 계약했을 때는 계약서를 혼자 10번 이상 읽고, 아버지와도 두세 번 더 살폈어요. 검토할 때는 웹소설 관련 커뮤니티에 선배 작가들이 올려준 ‘계약 시 주의할 점’을 참고하기도 했고요. 

차기작을 계약하면서는 미성년자라는 걸 사전에 말하지 않아서 계약 직전에 불발된 경험이 있었어요. 그 회사에 ‘미성년자와는 계약 불가’라는 정책이 있었던 거예요. 듣기로는 아직 어린 학생의 경우 매주 한 편 분량을 마감하는 꾸준함, 댓글의 냉혹함 등을 견디지 못하고 연재 약속을 어기는 경우가 발생한 적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아닌데 싶어 억울하기도 했지만 같은 미성년자로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계약을 하고 작품 론칭까지 1년 반에서 2년 정도가 걸렸어요. 장르나 플랫폼마다 다 다른 편인데, 카카오페이지 로맨스 판타지를 준비했던 저 같은 경우는 최소 90편 이상으로 완결할 원고의 시놉시스와 초반 10화 분량을 먼저 썼고, 출판사 담당자님과 함께 수정을 거쳤어요. 그후 플랫폼에 심사를 넣고 심사 통과하면 론칭일 잡고, 프로모션 심사도 넣고, 표지 제안서도 쓰고.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어요. (웃음) 론칭하고는 익익월(1화 오픈하고 2달 뒤)에 첫 연재료가 들어왔어요.

돈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정산내역을 메일로 받는데요. ‘내 글로 이 돈을 벌었다고?’ 싶어서 얼떨떨하고 기뻤어요. 무명 작가의 데뷔작이니 큰 금액은 아니었고, 2년이나 걸렸는데 적은 거 아니냐는 말도 들었지만… 한 편에 독자가 쓰는 돈이 100원이라면 그중 몇십 원이 나에게 오는 거고, 그 몇십 원이 쌓여 이 금액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전혀 적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첫 정산받은 돈으로는 아이패드를 샀어요. 부모님이 많이 보태주시긴 했지만요. 또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도 쏘고요. 

작업실을 하나 갖고 싶어요 

연재를 시작하면 대부분 처음으로 받는 정산금이 가장 많고, 그 뒤로 수익은 뚝뚝뚝 떨어져요. 매월 정산이 들어오니까 용돈 받는 일은 많이 줄었고, 친구들과 먹고 싶은 거 사먹을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친구들 평균 용돈보다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어요. 

버는 돈은 직접 관리하는데요. 돈 관리를 잘하거나 저축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예요. 좋아하는 책도 사고, 텀블벅 펀딩도 참여하면서 쓰고 싶은 곳에 쓰고 있어요. 웹소설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하면 사서 보는 편이고요.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사는 경우도 있고요. 웹소설 단행본이 텀블벅 펀딩 통해서 많이 나오거든요. 책 사는 데 제 돈을 거의 다 쓰지 않나 싶어요. 

지금 쓰는 손목보호대, 키보드, 마우스도 전부 정산받은 돈으로 샀거든요. 그런데 키보드를 지금 쓰는 거보다 더 비싼 리얼포스 키보드로 바꾸고 싶어요. ‘장인은 장비 탓을 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장인은 장비가 좋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장인이라는 꿈에 한발자국 다가가고 싶은 장인 견습생의 바람이라고나 할까요?

아직은 꿈과 같은 이야기지만 지금 떠오르는 경제적 목표는 작업실을 차리는 거예요.  집이나 카페 같은 다른 공간에서도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작업을 할 수 있긴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는 개인의 공간을 가지고 싶거든요. 웹소설작가라는 프리랜서 직업 특성상 출퇴근이 없어서 생활패턴이 일정하기 쉽지 않기에 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아직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괜찮지만, 성인이 되고 전업 웹소설작가가 된다면 자주 최고의 장점이자 최고의 단점으로 꼽는 출근도 없지만 퇴근도 없다는 선배 작가님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지 않을까…싶어서,  작업실을 차리고 반강제 작업실 출근을 하다 보면 조금이나마 건강한 루틴도 생기고 작업의 효율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러려면 열심히 일해서 더 좋은 작품으로 많이 찾아와야겠지만요. 

돈은 ‘심적 여유’ 인 것 같아요. 아직은 어린 미성년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물질적인 것들에 대해서 크게 욕심이 없기도 하고 ‘고등학생 웹소설작가’로 삶에 있어서 많은 분들의 응원과 부모님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언제까지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 있을 수만은 없는 거니까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에 매진할 수 있을 거고, 그렇게 되면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은 하루하루가 모여 하나의 작품이 돼요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아보니까 작업시간은 똑같더라도 결과물은 천차만별이에요. 4~5시간 정도 작업한다고 하면, 2시간만에 5,000자를 넘게 쓸 때도 있고, 1,000자를 겨우 채우는 날도 있고요. 웹소설은 한 편에 5,000자~5,500자 정도 분량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3일에 한 편은 무조건 쓰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업 작가의 경우, 하루에 1편은 무조건 쓸 수 있어야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작은 하루하루가 쌓여서 하나의 작품이 되는거라 꾸준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유명한 작품들을 보면서 ‘아, 내 작품은 너무 구리지 않나?’, ‘나는 이렇게 밖에 못쓰는데 계속 쓰는게 맞나?’ 이런 생각을 저도 지망생 시절에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이런 생각들을 이겨내야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고, 그렇게 작가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 쓰는 시간은 ‘포기’가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하거든요. 현재 차기작 초반 원고를 쓰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제가 쓰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어요. 

요즘 많이 신설되는 웹소설 학과 진학을 고민 중이이에요.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서 더 멋있는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거든요, 웹소설 학과에 진학하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꾸준히 웹소설작가 데피온으로 작품활동을 이어가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것 이외에도 재밌는 것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별로 없지만 업계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면서 훗날 웹소설과 관련된 행사들이 많이 생긴다면 여러 작가님들, 독자님들, 업계 종사자분들과 함께 웹소설을 더 다양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보고 참여하고 싶어요. 

지금 열리고 있는 지스타나 서울팝콘 같은 다른 콘텐츠 페어들처럼 커다란 행사에서 웹소설 단행본 전시 카페, 싸인회,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최애 소재 이상형 월드컵(로판 남주인공은 흑발이 좋다. 아니다, 금발이 최고다. 혹은 회귀보단 환생이다, 아니다, 빙의가 제일 재밌다. 같은 소재 토론 등.) 상상만 해도 설레는 재밌고 멋진 일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당당히 그곳 한자리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멋진 웹소설작가가 되는 것이 지금의 제 꿈이랍니다.

Interview 주소은 송수아 Edit 이지영 Photo 김태성 김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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