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다가 서른 둘에 바게트를 만났습니다
ㆍby My Money Story
직장 생활을 하다가 서른 둘에 바게트를 만났습니다
김종우: 안녕하세요. 바게트 K 대표 김종우입니다. 아내와 함께 역삼동에서 바게트 전문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성이 김 씨라서 바게트에 K를 붙여 상호를 짓게 되었습니다.
이윤정: 안녕하세요. 바게트 K 사장 이윤정입니다. 직원 트레이닝부터 제품과 관련된 일은 남편이 맡고 있고요. 저는 홍보와 브랜딩, 직원 채용, 세무 등 가게 운영 측면의 일을 맡고 있습니다.
종우: 직장 생활을 하다가 서른둘에 제빵을 시작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것도 좋았지만 평생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무엇이든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워볼 생각으로 미국의 CIA, 프랑스의 르꼬르동블루와 같은 요리 학교를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파리에 여행을 갔다가 바게트를 먹게 됐는데, 제가 알던 맛이 아니었어요. 짠 것도 아니고, 매운 것도 아니고, 밍밍한데 쫄깃하고 바삭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달라져요. 근데 무서운 거는 다음날 그 밍밍한 맛이 또 생각나는 거예요. 저는 원래 빵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도요.
요리를 배울 계획이었지만 사실 어떤 종류의 요리를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이 잘 안 들었어요. 그런데 빵은 딱 ‘바게트’에 꽂힌 거죠. 그때 아내와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요. 저는 미국에서, 아내는 한국에서 롱디를 하다가 한국에 들어와 결혼 후 함께 미국으로 갔습니다. 뉴욕에 있는 요리학교 ICE에서 공부를 마치고 미국에 진출해 있는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 ‘에릭 케제르’에서 5년간 일을 했습니다.
윤정: 미국이 왜 기회의 땅이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물론 쉽지 않지만 외국인에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조금씩은 열어줘요. 미국은 요리학교를 나오면 일정 기간 일을 할 수 있게끔 M비자를 내주거든요. 프랑스에서도 일을 하고 싶어서 도전했었는데 어렵더라고요. 언어 문제도 있고, 비자 문제도 있고요.
종우: 프랑스의 경우에는 외국인으로서 취직이 쉽지 않았어요. 고급인력이 워낙 많다 보니,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쓰려 해요. 미국에 비해 파리는 취업의 문을 여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뉴욕으로 돌아와서 프랑스 베이커리 ‘에릭 케제르’에 취업한 것도 하나의 전략이었죠. 스태프들이 모두 프랑스 사람이었고, 에릭 케제르는 세계에 곳곳에 지점을 갖고 있거든요. 5년간 근무하다 보니 총괄 셰프와도 신뢰가 쌓여서 넌지시 이야기를 했죠. ‘싱가포르나 파리 지점으로 가고싶다.’
윤정: 그때 남편은 에릭 케제르에서 수셰프 타이틀을 달고, 연봉도 협상할 수 있게 되고, 영주권 신청까지 고려하며 일을 할 때였어요.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할 수 있던 때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제 동생도 외국에 있어서 혼자 한국에 계신 아버지가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남편한테 말했죠. ‘나 한국으로 돌아가야겠어’. 외국에서 10년 넘도록 고생하다가 이제 막 빛을 발하는 시기였는데, 함께 한국으로 들어오기로 결정해 준 남편한테 아직도 고마워요.
종우: 사실 제빵을 시작할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긴 했었어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가게를 열 생각으로 미국에서부터 사전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부담이 많았는데요. 저랑 아내는 겁이 없어서 ‘일단 해보자’ 이런 스타일이에요. 자신 있어! 이거 한국에서 먹힐 것 같다, 라는 생각이었어요.
윤정: 그때가 2015년이었는데요. 당시에 한국에 바게트 집이 많이 없었어요. 바게트 또는 바게트 샌드위치 집이 서울에 1개 경기도에 1개 정도였거든요. 바게트는 희소성도 있고, 중독성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배고프면 밥 생각이 나는 것처럼 식사빵으로 바게트를 먹기 시작하면 끊을 수가 없는 거예요. 한국에서 식빵을 밀어내기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종우: 일단 제가 바게트를 너무 좋아했고 또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기도 했고요.
윤정: 그런데 너무 쉽게 봤던 거죠 저희가(웃음).
제품을 팔 생각을 해야 하는데 편하게 일할 생각을 한 게 실수였어요
윤정: 결혼할 때 시부모님이 해주신 조그만 집이 있었어요. 그 집을 팔아서 전세로 가고, 분당 백현동에 가게를 열었어요. 백현동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초기 비용이 부족하기도 했고 부모님들이 분당에 사셨거든요. 아이를 부모님께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제품을 팔 생각을 해야 하는데, 편하게 일할 생각을 우선적으로 한 게 실수였어요.
종우: 백현동이 분당에서도 교통이 안 좋은 지역이에요. 손님도 와야 하고, 무엇보다 일을 할 직원을 구해야 하는데 교통편이 그렇게 불편한지 몰랐거든요. 평수가 좁아지고 인테리어가 미흡하더라도, 유동인구와 접근성을 반드시 생각하셔야 합니다.
윤정: 지하철, 버스 다 접근성이 안 좋으니까 직원이 안 구해지더라고요. 둘 다 가게에 매여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그래서 처음 2년 동안은 너무 힘들었어요. 2년 동안은 있는 돈 없는 돈 정말 다 까먹은거죠. 지금 생각하면 웃음밖에 안나와요.
종우: 그때는 또 ‘모든 걸 직접 손으로 해야 좋다’ 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쇼핑백 하나하나에 직접 도장으로 로고를 찍었어요. 도장을 잘못 찍으면 BAGUETTE K 에서 B랑 K만 찍히는거예요. 아, 정말 옛날 생각나네요(웃음).
윤정: 루꼴라 구하기도 하늘에 별 따기였거든요. 가게 옥상에서 개미와 전쟁하면서 루꼴라 키워서 메뉴 도 만들어보고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또 어려움을 겪었던 건 홍보였어요. 초반에 홍보 수단으로 맘카페를 활용했는데요. 맘카페는 유행에 민감해요. ‘와~ 빵집 새로 오픈했대’ 댓글이 막 달리긴 하는데 단골 형성이 잘 안됐어요. 위치 특성상 직장인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곳도 아니었고요. 홍보하러 서울이나 외곽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도 나가고 그랬어요. 퀵 불러서 빵을 잔뜩 싣고요.
종우: 모아둔 돈을 소진하기 전에 장사가 잘 되면 너무 좋죠. 그런데 마음처럼 안되잖아요. 저희도 그걸 경험했고요. 그럴 때는 두 가지가 필요해요. 사장님의 건강과 체력관리. 예를 들어, 사장님이 기술이 부족한 경우에는 기술자를 써야 하는데 큰 비용이 들어가겠죠. 기술자 고용이든 매출 부족이든, 금전적인 세이브를 위해서는 직원 대신 내가 직접 일을 하게 되잖아요. 일단 체력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장사라는 건 단시간에 해결되는 게 아니라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싸움이더라고요. 설령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체력이 되어야, 사업을 운영하면서 어디에서 비용을 아낄지 전략을 짤 수 있어요. 금전적인 부분은 건강과 체력만으로도 어느 정도 방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정: 창업을 쉽게 생각하면 안 돼요. 비즈니스는 또 다른 자식을 낳는 거예요. 자식을 어느 정도 키우는데 10년이 걸리 듯이, 사장님 타이틀을 다는 순간 무게가 생깁니다. 남 밑에서 일하기 싫어서 가게를 연다? 그냥 쉽게 프랜차이즈 하나 하면 되지. 이런 마인드로 창업하면 수렁으로 빠지는 거예요. 제품에 대한 확실한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해요. 충분한 고민과 준비 없이 창업을 한다면 모아둔 자금을 정말 금방 잃을 수 있어요. 저희도 2년간 정말 어려웠는데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제품에 자신 있었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빵을 먹을 수 있나요?
종우: 저는 재료에 대한 솔직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초반에 바게트 K 오픈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건, 외국에서 썼던 재료가 한국에 없는 거예요. 지금은 수입되는 프랑스 밀가루 종류가 다양해졌지만 그때는 한국에 들어오는 프랑스 밀가루 브랜드가 2~3개 밖에 없었어요. 오픈하기 전부터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밀가루로 테스트를 했지만 생각하는 퀄리티와 맛이 안 나오더라고요. 가게 오픈 날짜는 다가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식자재 업체와 미팅을 해서 제가 찾는 밀가루를 구해달라고 했어요. 한 회사가 그 밀가루를 독점하고 있어서 재료를 공수할 수 있었죠. 단가도 맞춰야 하니까 한 번에 받는 수량을 늘렸습니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씩 대금을 지급한다고 하면, 석 달 치를 한 번에 주문해버리는 식이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게끔 레시피를 변경하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외국은 빵이 조금 짜요.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안 맞을 수 있을 것 같아 염도를 낮췄죠. 또 외국에서는 바게트 겉을 짙은 갈색으로 색을 내요. 그런데 우리나라 손님들은 빵이 탔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바게트를 두 가지로 만들자. 양 끝이 뾰족한 몽쥐 바게트는 정통으로 가고, 길이가 조금 더 길고 직선 모양인 말제르브 바게트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라이트 하게 굽자. 이렇게 종류를 나누어서 바게트를 만드니까, 외국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몽쥐 바게트를 더 많이 찾으시고요. 바게트 끝부분을 까맣게 더 구워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세요.
윤정: 제품이 탄탄하니까 언젠가는 잘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손님 한두 분이 ‘굳이 외국에 안 나가도 이런 빵을 먹을 수 있네?’ 하시면서 정자동, 판교에 소문을 내주시기 시작한 거예요. 입소문이 나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퍼지면서 ‘생활의 달인’ 촬영 제의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저희 집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TV가 없거든요. 그래서 그 프로그램을 잘 몰랐어요. ‘저희가 달인은 아닌데요..?’ 처음에는 촬영을 고사했는데 결국에는 출연을 하게 됐죠.
종우: 집에 TV가 없으니까 본방송도 못 봤어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로 푹 잤죠. 다음날 새벽 3시 반에 믹싱을 돌리는데 가게 밖에 손님이 기다리고 계신 거예요. 어제 방송을 보고 제주도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올라오셨대요. 방송 나간 이후로 손님이 엄청 몰렸죠. 장비를 꽉꽉 채워서 빵을 구워도 한계가 있잖아요. 백현동에 있을 때는 하루에 만들 수 있는 양이 400인분이었어요. 근데 전화가 계속 빗발 치는거예요. 정말 난감했어요. 번호표 뽑는 기계를 빌리기도 하고, 손님과 소통을 해야 하니까 카카오 채널도 만들었는데 새벽 1시~2시까지 계속 문의가 들어오고요.
윤정: 손님과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어려워지니까, 일정한 날에 예약을 받는 예약제를 시행했어요. 그런데 예약마저 밀리고 밀려서 한 달을 기다려야 빵을 드릴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만큼 컴플레인도 늘었죠. ‘무슨 빵 먹는데 한 달이나 기다려야 하냐’ 온라인에 이런 댓글이 달리면 저희 가게를 옹호는 댓글도 달리면서 손님들 사이에서 싸움이 나는 거예요. 그걸 보는 자체가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 예약제를 없앴죠.
“바게트 K? 거기 맛집이지” 10년 후에도 이 말을 똑같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윤정: 2017년 11월 분당 백현동에서 역삼동으로 가게를 이전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교통편이 불편해서 손님도 직원도 찾아 오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거든요. 아주 먼 지역에서 찾아오셨는데, 빵이 다 나가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손님에게도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그래서 가게를 이전할 때 많은 분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접근성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그 외로는 예산과 유동인구도 생각했어요. 백현동은 베드타운이고 타 지역 사람들의 유입이 쉽지 않았거든요. 정말 마음먹고 놀러 오는 사람만 올 수 있는 곳이었죠. 지금 역삼동은 테헤란로를 끼고 안쪽에 있긴 하지만 주변 아파트에 사는 주민도 많고, 점심에는 직장인이 많아요.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성당에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사람들이 오가는 흐름이 좋은 위치에요.
종우: 우리는 빵이 주식이 아니다 보니 단골을 형성하려면 손님이 오기 쉬운 위치에 있어야 해요. 밥집은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죠. 하지만 빵이라는 종목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접근성이 좋은 빵집을 자주 찾게 되면서 그 집 빵이 입에 맞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가게 접근성이 나쁘면 한번에 빵을 많이 사가시는 손님이 많아요. 그런데 빵은 대량으로 사서 먹으면 맛이 떨어집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매일 아침마다 바게트를 먹을 만큼만 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주방 공간의 크기도 중요했어요. 프랑스빵은 기초 장비의 부피가 크고 꽤 많습니다. 재료도 중요하지만 장비가 받쳐줘야 기술자들이 좋은 빵의 맛을 구현해 낼 수 있죠. 가마솥이 좋아야 밥이 맛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주방 공간이 넉넉한 곳을 골랐고요. 백현동에 있을 때는 하루 바게트 400인분이 최대치였어요, 지금은 장비가 두 배로 늘어서 800인분을 만들어냅니다. 메뉴도 다양해졌고요. 유입인구와 생산량이 늘었으니 당연히 매출 차이도 나고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요즘은 주말에 아이들이 아빠를 데리고 저희 가게를 찾더라고요. 10살쯤 되는 정말 어린 친구들이 부모님을 데리고 와서 치아바타, 크로아상 같이 부드러운 빵들을 사요.
윤정: 저희는 몇 년이 지나도 고객들의 마음이 지금 같았으면 좋겠어요. “바게트 K? 거기 맛집이지” 10년 후에도 이 말을 똑같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방송 타고 맛이 변했네, 이전하고 달라졌어, 이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근데 방송 나가고 문 닫는 집이 될 수는 없잖아요. 포기하지 않고 초심 잃지 않고 꾸준히 제품을 탄탄하게 하는 것 밖에 답이 없어요. 제가 저희 비즈니스의 80%는 남편의 몫이라고 늘 이야기하는 것도 그 이유에요. 제품을 책임지고 있으니까요.
종우: 바게트 K를 처음 오픈했을 때랑 지금이랑 쓰는 재료가 달라요. 밀가루 브랜드를 2번 업그레이드했는데요. 지금은 아르티장이 쓰는 유기농에 가까운 밀가루를 써요. 물론 손님들은 어떤 브랜드의 밀가루를 쓰는지는 모를 수 있어도 달라진 맛을 알죠.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루에 30번 정도 빵을 굽습니다. 6시, 6시 반, 7시, 7시 반, 점심시간… 저희 주방 오븐은 항상 켜져 있어요. 그래서 전기세가 많이 나옵니다(웃음). 제품 퀄리티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그런 시간이 신뢰로 이어져서 단골손님을 만드는 거죠.
돈을 버는 것과 브랜드를 키우는 건 다른 일 같아요
윤정: 요즘은 인스타그램으로 홍보를 많이 하잖아요. 저희도 DM을 오픈했더니 문의가 엄청 오는 거예요. 손님들이 질문을 하시기도 하고, 동종업계 분들도 연락을 주시고, 영업 문자도 오고요. 쏟아지는 DM을 읽고 답할 시간이 없어서 지금은 DM을 닫아뒀어요. 젊은 고객층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고, 인스타그램 홍보를 열심히 하면 핫플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저희는 브랜드를 유행시키고 싶지 않거든요. 유행이라는 건 반짝하고 사라지는 거잖아요. 물론 그렇게 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겠지만 저희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길게 가고 싶어요.
종우: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음식점에 갔는데 맛이 좋을 때, 기분 좋잖아요. ‘누구 소개로 왔어요’ 이렇게 찾아오시는 손님이 되게 많아요. 저희는 여전히 입소문이 바게트 K에 가장 잘 맞는 홍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편이 되어주는 손님들이 많을수록 롱런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어요.
윤정: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희가 가지고 있던 집을 팔지 않고, 건물을 올렸으면 값이 많이 올랐을 거라고요. 집을 팔지 않았다면 또 다른 부의 축적이 있었겠지만 지금의 바게트 K는 없는 거죠. 다 쥐고 있으면서 모든 걸 가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저희에게도 백화점 입점 제안, 프랜차이즈화 같은 유혹이 있었죠. 그런데 유통을 거치는 순간 빵의 컨디션을 보장할 수가 없는 거예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혹시 금수저이신가요?’라는 질문이 돌아와요. 저희는 둘 다 금수저는 아니고요(웃음). 겉으로는 강남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대표와 사장으로 보이지만 사실 물 아래서 열심히 다리를 구르고 있는 백조 같은 거예요. 죽기 전에 내 브랜드 하나쯤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힘들지만 이렇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사업을 하는 동안에는 문제가 계속 생깁니다. 코로나라는 위기가 오고, 인력난이 오고, 원자잿 값은 계속 오르고. 이런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 체력과 시간을 아껴 쓰면서 모든 것을 감안하고 가는 겁니다.
종우: 코로나에 계속 오르는 물가에 사업하시는 모든 분들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어떻게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요. 원자잿값 오르는 건 자영업자들이 컨트롤할 수 없잖아요. 1년에 한번 오르던 가격이 분기별로 2번씩 오르더라고요. 그렇다고 제품 가격을 매번 올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도 빵을 납품해요. 청담, 한남동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님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퀄리티 좋은 빵을 찾고 있었던 거예요. 레스토랑에서는 항상 빵이 필요하니까요. 저희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정수입을 만든 거죠. 저희의 제품 퀄리티를 지키면서 시야를 넓게 가지고 확장성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윤정: 힘든 와중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을 만드는 것도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바게트 K는 매년 11월 1일, 특정 바게트를 1100원에 파는 바게트데이 이벤트를 해요. 생활의 달인 방송 나가고 얼마 안 돼서 열었던 이벤트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요. 제가 외국에서 임신했을 때 귤이 너무 먹고 싶은데 파는 곳이 없는 거예요. 정말 그때는 머릿속에 귤 생각밖에 없어요. 귤 못 먹으면 죽을 것 같고 모든 생각이 비관적으로 흘러요(웃음). 혹시 임신하신 분들 중에, 방송을 보고 바게트를 먹고 싶은 분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그때는 출산 앞두신 분들에 한해서 바게트 예약을 받았었어요. 몇 해가 지나서 아기를 데리고 오셔서 ‘얘가 그때 뱃속에서 바게트 먹은 애예요~’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해주시거든요. 사업을 준비하시는 분, 하고 계신 분들께 하나의 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고통스러울수록 즐겨라.
종우: 사람들이 워낙 바쁘다 보니까 아침식사를 즐기면서 하기 힘들잖아요. 과연 빵이 아침식사가 될까? 이런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데 오랜 시간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까 식사빵의 소비가 늘고, 손님들이 가게를 찾는 시간도 더 빨라지고요.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생각하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들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바게트 K 가 오래도록, 꾸준히 그런 변화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Interview・Edit 이지영 Photo 김예샘 김예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