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는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까?

by My Money Story

루트임팩트는 비영리조직이에요. 비영리조직에서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사회적 가치가 내 일의 중심이길 바랐고, 가치를 좇는 게 일할 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비영리조직을 선택하게 됐어요. 저는 전공이 청소년 쪽이었거든요. 청소년들이 유년 시기에 다양한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게 불평등하다고 느꼈고, 청소년들에게 가정환경과 상관없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해서 청소년 교육 관련 비영리 조직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비영리 조직 한두 곳을 거치면서, 청소년 관련 외에도 다양한 사회 문제들과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조직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어쩌면 이때부터 '조직'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와중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조직이 비영리 섹터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영리와 비영리의 구분 없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들을 지원하는 회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회사가 지금 제가 있는 루트임팩트예요.

저희는 루트임팩트를 중간지원조직이라고 표현하는데요. 비영리 섹터를 떠나지 않으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헤이그라운드는 경제적 흐름도 있는 곳이고요. 그래서 여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헤이그라운드 팀장으로 팀 전체의 방향성과 전략뿐만 아니라 헤이그라운드 내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성장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만들려는 시도는 많지만, 활성화되기 어려운 게 커뮤니티인 것 같아요. 헤이그라운드는 어떻게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있나요?

저희는 이 공간에서 멤버들이 소속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소속감을 느끼려면 많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작은 조직들이 연결됐을 때 더 시너지가 날 것이라 믿어요. 하지만 연결이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개인이 나서서 "나 이런 일 하는데 혹시 관심 있나요?"라고 다른 회사의 문을 두드리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릴 수 있는 장치들을 많이 만들려고 해요. 저희는 '판을 깐다'라고 표현하는데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멤버*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판을 다양하게 깔고 있죠. *헤이그라운드는 입주사 및 입주 인원을 멤버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번씩 '헤그 타운'이라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는데요. 누군가 피드백을 보내주시면 티타임을 신청해 얘기를 많이 들어요. 판을 깔았을 때 약간의 반응을 보여주시면, 그다음부터는 저희가 좀 더 많이 다가가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렇게 멤버분들에게 받은 의견을 바탕으로 모임을 열기도 해요. 헤이그라운드의 장점은 가치를 좇아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잖아요. 그걸 이용해 '작은 기업의 디자이너를 위한 밋업' 같은 모임을 열어 연결될 기회를 만드는 거예요.

1층에 있는 팝업 공간도 모두에게 열려 있기 때문에 본인의 회사를 알리는 장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팝업을 열면 멤버분들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그 회사에 대해 알고, 캠페인에 참여하시곤 하죠. 올여름에는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해 있는 세 회사가 함께 행사를 열었는데요. 저희의 오래된 멤버이자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큐레이션 하는 '모레상점'이 올해도 환경의 날을 맞이해 플리마켓을 여신다길래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진 회사 '댄스위드비'와 '다시 입다 연구소'를 소개해 드렸어요. 하나의 행사를 같이 연 것을 넘어서 서로의 고객이 연결되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비즈니스적 확장이 일어난 게 좋은 포인트였다고 생각해요.

모레x다시x댄비 현장 사진 ©헤이그라운드 제공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나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헤이그라운드의 입주 프로세스에는 다른 공유 오피스와는 다른 특별한 절차가 있는데요. 먼저 입주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조직이 입주 신청서를 제출하면, 어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를 살펴봐요. 신청서에 적어주신 사회 문제에 공감이 되고, 그분들이 하려는 비즈니스가 임팩트가 있다고 여겨질 때 인터뷰 제안을 드리죠. 인터뷰에서는 실제로 대표님과 만나 창업의 동기나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고요.

이러한 절차는 각자 집중하는 문제는 다르지만, 비즈니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결국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조직을 헤이그라운드라는 커뮤니티에 모시기 위함이기도 해요. 좋은 커뮤니티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헤이그라운드의 가장 큰 특별함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헤이그라운드는 좋은 조직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커뮤니티를 누리실 수 있도록 멤버십 비용에 임팩트 할인을 적용하여 지원해 드리고 있어요.

이렇게 특별하고도 조금은 번거로울 수 있는 절차가 있음에도 입주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시는 회사들을 보면 헤이그라운드가 그동안 만들어 온 커뮤니티가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저희의 진정성을 알아봐 주신 것이니까요.

커뮤니티가 비즈니스 모델이 된 거네요.

그렇죠. 루트임팩트는 헤이그라운드라는 비즈니스를 처음 생각할 때부터 '함께 모여 일하고 성장하는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의도했었으니까요. *루트임팩트는 다양한 사회⋅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체인지메이커라고 부른다.

'사회혁신가/기업가들이 함께 모이면 더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라는 가설을 가지고 시작했던 헤이그라운드는, 2017년 성수 시작점을 오픈하면서부터 현재까지 커뮤니티가 성수동 전역으로 확산되어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 하고 있어요.

이전에는 '체인지메이커들이 모인 오피스'라고 하면 생소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에 사무공간을 지원해 주는 곳(정부, 민간 등)들도 정말 많아지기도 했고요. 체인지메이커들이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토대가 다양해짐을 느낄 때 비즈니스 모델이 이미 되었다고 느껴요.

헤이그라운드는 앞으로도 멤버들을 '커뮤니티'라는 방식으로 돕고 싶어요. 헤이그라운드의 멤버들이 각자의 일을 통해 임팩트를 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이것이 헤이그라운드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헤이그라운드만의 특별한 커뮤니티를 더욱 의식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 공간을 운영하는 데도 일반적인 시장 경제 논리보다 멤버들과 헤이그라운드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근거해 결정되는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저희는 벌목해서 만든 A4 용지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사소해 보여도 A4 용짓값이 2~3배가 되는 거라 비용적 부담이 되는 일이긴 하거든요. 그래도 헤이그라운드라는 정체성이 담긴 가치를 공간에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멤버십 요금 정책 중에 '임팩트 할인'이 있는 이유도 헤이그라운드가 체인지메이커를 지지하는 가치에 따른 것이기도 하고요.

헤이그라운드가 돈을 벌 방법을 고민한다면 아마도 이유는 딱 하나일 거예요. 더 많고 다양한 임팩트 조직을 더 좋은 방법으로 돕기 위해서요. 더 많은 조직들에게 안정적이고 쾌적한 양질의 업무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 비싸더라도 환경을 고려한 A4용지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자동문과 점자 사이니지를 설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고민들 말이에요.

헤이그라운드를 거쳐 가거나 지금 계신 멤버분들이 항상 "헤이그라운드는 좀 특별하다, 뭔가 다르다"라는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요. 이러한 진정성이 결국 저희의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2022 루트임팩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 헤이그라운드 2개 지점에 입주한 회사는 114개, 근무자수는 1,200명이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남 좋은 일 하면 돈 못 번다"라는 명제를 깨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영리 섹터에 일하는 사람으로서, 이 명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도 이 얘기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커리어 초반에는 더 많이 들었고… 심지어 사적인 자리에서 처음 본 사람에게 들어본 적도 있어요. 다행히 최근에는 누구나 내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는 시대가 오면서 반응이 조금씩 변하고는 있다고 생각해요. 헤이그라운드에도 남 좋은 일 하면서 잘 나가는 회사들도 많아졌고요.

그래도 여전히 이 섹터를 잘 모르는 분과 대화하다 보면 종종 듣는 말이에요. 그럴 때 저는 오히려 "우리는 누구나 남에게 좋기 위한 일을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영리든 비영리든, 내가 개발자든 디자이너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이익과 효용을 주는 거니까요.

맞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사회적 가치와 사업적 성공을 같이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제가 창업을 해본 경험은 없어서 조심스럽기도 한데요. 입주 인터뷰를 하다 보면 다양한 규모와 단계의 회사를 만나게 돼요. 30~40인 규모 정도 회사가 되면 전략이나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방향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더 자주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서비스를 잘 운영할 팀을 만들어 두었으니 그다음 10년, 20년을 내다보는 것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초기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 중에 해결하려는 문제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사업의 기본적인 부분들을 간과하시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좋은 일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존경스럽고 칭찬받아야 마땅한 일이긴 하지만, 임팩트로 연결되려면 지속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앞단에서 사업의 성공 요소와 같은 비즈니스적 고민도 같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헤이그라운드가 정의하는 '체인지메이커'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조언을 하나 부탁드려요.

매일매일 체인지메이커라는 이야기를 하고 살면서도 "나는 체인지메이커인가?"라고 생각했을 때 그 단어에서 오는 부담감이 있어요. 헤이그라운드에 대단한 분들이 많다 보니까, 난 저만큼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죠. 아마 많은 분들도 '난 체인지메이커가 아니야'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런데 창업의 길을 선택하건, 선택하지 않았건 모두가 체인지메이커가 될 수 있어요. 일상에서 나의 신념을 가지고 사는 게 이 사회에 주는 임팩트가 강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자부심을 가지고 '나는 체인지메이커가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팀장님은 스스로 어떤 체인지메이커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조력자 타입*의 체인지메이커라고 생각해요. 헤이그라운드가 임팩트를 추구하는 조직들이 모인 커뮤니티이고, 저는 그 커뮤니티의 힘을 믿기에 헤이그라운드팀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직접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일을 하는 다양한 체인지메이커들을 돕는일에 보람을 느껴요. *루트임팩트에서는 체인지메이커의 타입을 주도자, 조력자, 지지자 크게 3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일에서 하는 활동과는 별개로 개인 후원을 몇 곳에 하고 있기도 해요. 어쩌면 후원도 조력자 타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베이비 박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사단법인 비투비'라는 비영리조직이 있어요. 지금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기 상황의 부모가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집중하고 계시고요. 비투비 대표님이 오늘 아침에 대중 모금을 본격적으로 해보겠다면서 진정성이 담긴 뉴스레터를 보내셨더라고요. 이런 계획과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만큼의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메일을 보고 바로 후원했어요. 제가 이 가치에 공감을 안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비투비도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해 있는 멤버인데, 그 회사가 하는 일이 어떤 임팩트를 내왔는지 직접 봐왔고, 앞으로도 볼 거니까 안 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저의 가계 상황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Edit 송수아 Photo 이홍유진 조수희

My Money Story - 사회를 위해 돈 버는 사람들 시리즈는 '헤이그라운드'와 함께 만듭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이 입주하는 커뮤니티 오피스로, 세상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개인과 회사가 함께 모여 시너지를 내고 성장하는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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