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밍과 국제전화 요금, 왜 나라마다 다를까요?

by 신혜리

국가별 로밍, 국제전화 가격 차이나는 이유와해외 체류 시 데이터 저렴하게 사용하는 팁

한국인들이 중국으로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휴대폰 해외로밍을 신청해서 사용하면 로밍 요금을 별도로 내야 합니다. 중국인들이 중국에서 쓰던 휴대폰을 한국에 와서 그냥 로밍해서 쓸 때에도 역시 로밍 요금을 내야 하죠.

그런데 ‘한국 → 중국’ 로밍 요금과 ‘중국 → 한국’ 로밍 요금의 차이가 큽니다. 한국 휴대폰을 그대로 중국으로 들고 가서 로밍 신청 후 사용하면 요금이 분당 천 원이 넘는데, 중국 휴대폰을 그대로 한국으로 들고 와서 로밍 신청 후 사용하면 분당 200원이 채 안됩니다.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가 각국으로 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 편하게 쓰라고 망을 열어주는 것일텐데, 왜 실제 요금은 5배 넘게 차이가 날까요? 왜 한국인이 중국에서 휴대폰 쓸 때가 더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걸까요?

해외로밍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부터 해외로밍 및 국제전화 요금이 나라마다 다른 이유, 그리고 해외에서 휴대폰 사용 시 데이터를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팁까지 하나씩 공유 드리겠습니다.

해외로밍,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요?

로밍은 잠시 생활하게 되는 외국의 통신사 망을 잠시 빌려 쓰는 기능인데요. 우리가 해외에서 숙박을 할 경우 그 나라의 호텔 방을 잠깐 빌려 쓰듯 로밍도 같습니다. 눈에 안 보여서 그렇지, 그 나라 통신망을 (호텔 방 빌리듯이) 잠깐 빌려 쓰는 것입니다.

호텔 방이야 우리가 직접 인터넷에서 찾거나 바로 호텔 로비에 가서 빌리면 되지만, 로밍을 위한 통신망은 소비자가 직접 빌릴 수가 없죠. 반드시 중간에 ‘통신사업자’가 다리를 놔줘야 합니다.

즉, S 통신사 가입자가 중국에 가서 휴대폰을 로밍해서 쓰려면 S 통신사가 중국 통신사에게 “이 고객님이 저희 고객인데 중국에서 통신망 좀 쓰신다니까 쓰게 해주세요. 요금은 저희가 따로 정산해 드릴게요.” 이렇게 꼭 말을 해줘야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중국에서 휴대폰을 쓴 대가로 로밍 요금을 S 통신사에 내고요. S 통신사는 소비자에게 지불받은 로밍 요금에서 소개비를 좀 떼고 다시 중국 통신사에게 가져다 줍니다.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준비할 때 전체 여행비를 지불하면 여행사가 마진을 떼고 현지 호텔이나 식당 등에 지불하는 것과 같은 구조죠.

그럼 해외로밍 요금은 왜 차이가 나는 걸까요?

통신사가 중간에서 가져가는 소개비 마진이 다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양국 간에 오가는 관광객 숫자’ 때문입니다.

중국 통신사는 “우리 회사 휴대폰 고객이 1년에 500만 명이나 한국으로 가는데, 로밍 요금 분당 얼마에 해줄 건가요? 싸게 안 해주면 다른 회사 망 빌리려고요. 통신사가 S사만 있는게 아니잖아요? 제시하는 분당 가격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통신사랑 계약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죠.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가는 관광객은 그들이 제시하는 숫자보다 훨씬 적으니까 우리나라 통신사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중국에서 운영되는 통신사가 많다면 다른 통신사랑 논의해 보겠다고 할 수도 있는데, 중국은 통신사가 3개 뿐이니 그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양국으로 오가는 관광객 숫자에 따른 협상력 차이 때문에 해외로밍 요금 또한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국제전화 요금도 같은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고속버스나 비행기는 멀리 가려면 기름값이 거리에 비례해서 드니까 먼 거리를 가면 비싼 요금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국제전화는 내 목소리를 멀리 보낸다고 해서 원가가 더 드는 게 아닙니다. 기존에 깔려 있는 통신선을 이용하는 것일 뿐, 목소리를 더 먼 국가로 보내기 위해 석유나 전기 등의 원료가 더 사용되는 것이 전혀 아니니까요.

항공 요금은 ‘기름값’ 때문에 ‘부산을 가든 뉴욕을 가든 요금은 10만 원만 받자’ 이런 합의가 불가능하지만 국제전화 요금은 일본이든 미국이든 아프리카든 구별 없이 전세계 국가들이 다 합의해서 ‘무조건 1분당 얼마로 통일하자’ 라는 합의가 기술적으로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국제전화 요금이 국가마다 천차만별인 이유는 해외로밍 요금에서 차이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나라와 우리나라 통신사 사이 협상력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나라로 국제전화를 걸려면 중간에 다른 나라에서 깔아놓은 해저 케이블을 빌려 써야 할 수도 있고, 그 나라 통신사에게 “우리나라 고객이 그쪽 나라 아무개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연결 좀 해주세요.” 와 같은 부탁도 해야 하는데요.

상대국이 통신사들이 많아 서로 경쟁이 치열한 선진국이면 여러 통신사들 중 가격을 싸게 해주는 곳을 골라 거래를 할 수 있는데, 만약 40년 전 우리나라처럼 통신사가 딱 하나만 존재하는 나라라면 그 하나뿐인 통신사가 달라는대로 수수료를 어쩔 수 없이 줘야 합니다.

그런 국가들은 보통 국민 소득이 낮기 때문에 그 나라 국민들이 해외로 전화 걸 일은 거의 없겠지만, 해외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일은 있기 때문에 자국 국민들한테 걸려오는 국제전화를 연결해 주고 받는 달러가 통신사 입장에서 꽤 짭잘한 수익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벌게 된 돈으로 시내 전화망도 깔고 각종 시설 투자도 해야 하니 국제전화 요금을 아주 비싸게 받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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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리

경제부, 금융부, 국제부 기자 경험과 캐나다 Scotia Bank 뱅커 경험이 있습니다. 프리랜서 경제 전문 기자로서 국내외 경제 이슈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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