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 전 시작, 아이의 경제생활 체크리스트
ㆍby 박현아
부모가 먼저 시작하는 아이의 경제생활
✅ 자녀 명의 자유입출금 통장 개설: 경제생활의 시작!
‘내 이름으로 된 통장 갖기’는 제2의 출생 신고 같다. “경제생활을 시작함!” 하고 도장을 쾅 찍는 것처럼. 실제로 아이들은 그렇게 느끼는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계좌가 생기면 매우 뿌듯해한다. 저금통에 있던 현금이 통장에 숫자로 찍히는 것도, 그 숫자가 점점 커지는 것도, 통장에 이름을 붙여 원하는 물건을 사거나 가고 싶은 장소에 가기 위해 조금씩 돈을 모으는 것도 모두 즐거운 금융 경험이다. 만 14세 미만일 때는 보호자(법정대리인)가 지점에 직접 방문해야 통장 개설이 가능하다. 단, 방문 전 20영업일 이내에 다른 금융기관에서 계좌를 개설한 내역이 없어야 한다. 3개월 이내에 발급받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가려지지 않은 가족관계증명서, 아이의 기본증명서(상세), 자녀 명의 도장, 보호자 신분증을 챙기자. 보통 30~50만 원 사이로 설정되는 일일 인출, 이체 한도를 메모해두면 나중에 편하다.
✅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납입 횟수와 가입 기간이 중요
주택청약종합저축, 일명 청약저축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주택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상품이다. 보통 일반 적금은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하면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되지만, 청약통장은 약정된 이자를 일할 계산해 적용하기 때문에 자유 적금으로 활용하기도 좋다. 해지시 불이익은 없으나, 부분 인출은 불가하므로 강제 저축용으로 활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미성년자는 청약가점제 계산 시 1회 납부 인정금액(최대 10만 원)이 많은 순으로 24회차까지만 납입 횟수가 인정된다. 그래서 만 17세가 되는 달에 청약저축에 가입하고 월 10만 원씩 납입하는 경우가 많다. 가입 기간 15년 이상이 17점 만점이므로 최대한 일찍 만들고 최저 입금액(2만 원)을 넣으며 유지하기도 한다. 앞으로 임대주택이 더 많아진다고 하니 잊지 말고 가입해두자.
✅ 어린이보험 가입: 저렴한 방법은?
대부분 자녀가 태어난 시점에는 어린이보험이 가입되어 있다. 출산 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대비해 태아 특약이 포함된 어린이보험에 가입해두기 때문이다. 만기를 30세로 할지, 100세로 할지 많이 고민하는데, 우리 집은 30세 만기로 설정했다. 만기가 된 시점에는 성인이 됐을 아이가 필요한 보험에 직접 가입하고 납부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100세 만기보다 매월 납입할 보험료가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보험료를 낮추는 데는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없는 무해지환급형 상품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어린이보험은 만 30세까지 신규 가입도 가능한데, 보통 성인용 보험보다 월 보험료가 저렴한 편이라서 조금 늦은 중고등학교 때 가입하기도 한다.
어린이보험을 가입할 예정이거나 유지하고 있다면 3대 질환과 관련된 주요 보장이 충분한지 체크하자. 그리고 성장기 자녀에게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건 사고를 대비할 수 있는 일상생활배상책임 담보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요즘은 스쿨존 교통사고, 학교 폭력, 심리 치료 보장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으니 타 상품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 주식 투자 시작: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을 바라보며
투자 시장은 특히 더 어려운 요즘이지만, 아이를 위한 여유 자금은 공부 겸 투자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주식을 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워렌 버핏의 말처럼 길게 보고 투자하는 일은 어려운 일인데, 아이의 여유 자금은 성인이 될 때까지 건드리지 않을 확률이 높아서 장기 투자가 용이하기도 하다.
미성년자의 증권거래 계좌 개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하지만 초등학생 대상으로 경제수업을 할 때 물으면 자신의 주식 관련 계좌를 알고 있는 친구는 드물다. 부모가 만들고 아이와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소액이라도 주식 거래만큼 실질적인 경제 공부 기회가 또 없으니 증권계좌를 만든 이유, 앞으로 어떤 투자를 해볼 건지 함께 이야기해보자. 아이 명의의 주식 계좌 유무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투자해보는 경험이다.
“드디어 주식 계좌가 생겼네? 축하해!” “와, 그럼 나도 엄마아빠처럼 주식 살 수 있는 거예요?” “물론이지. 어떤 회사 주식을 사고 싶어?” “저는 T사 주식 사고 싶어요. 책에서 봤는데 아이언맨 실제 모델이 그 회사 대표래요. 아이언맨처럼 멋진 일을 해낼 것 같아요.” “10년 뒤에도 T사가 좋은 기업일 것 같아?” “네! 앞으로 사람들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더 많이 탈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 앞으로 T사의 기업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주력 사업이 뭔지, 돈을 잘 벌고 있는지, 경쟁사는 어떤 곳이 있는지 틈틈이 같이 얘기해보자.”
첫째 아이의 주식 거래 계좌를 만들던 날 있었던 대화다. 아이에게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게 어색하겠지만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똑부러진 답이 돌아온다. 한번은 최신형 태블릿피씨를 갖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그 대신 A사의 주식을 사보자고 제안했더니,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될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그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걸 흥미로워했다. 좋아하는 브랜드인가? 내 취미와 관련 있는 회사인가? 어른이 되면 취직하고 싶은가?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가? 닮고 싶은 사람이 CEO로 있는가? 대화를 주고 받다 보면 투자 종목이 정해진다.
미성년자의 증권 계좌 개설은 증권사 혹은 제휴 은행 지점에서 가능하며, 입출금 통장과 마찬가지로 가족관계증명서, 아이의 기본증명서(상세), 자녀 명의 도장, 보호자 신분증이 필요하다. 자녀의 공동인증서를 발급받을 때 사이버주문대리인 등록 신청을 잊지 말자. 그래야 부모님의 공동인증서로 로그인해도 자녀 명의의 주식계좌 확인과 주문이 가능하다. 또한 국내주식 계좌를 개설할 때 해외주식 거래 등록도 함께해두면 나중에라도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주식을 살 수 있다.
✅ 증여세 신고: 비과세 혜택으로 현명한 절세비과세 한도는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므로 시기가 지나기 전에 증여를 신고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부모가 시드 머니를 제공해 아이 명의로 함께 주식 투자를 할 계획이라면 신고가 필수다. 미성년 자녀에게는 10년마다 최대 2000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현금을 증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1살일 때, 2000만 원을 증여했다면, 10년 후 11살에 또다시 2000만 원을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다. 아이가 성인이 된 뒤에는 5,000만 원까지 증여가 가능하다. 태어났을 때부터 꾸준히 증여했다면 성인이 된 시점에 최대 9000만 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셈이다. 만약 미리 신고하지 않고 21살 때 한꺼번에 9000만 원을 증여한다면? 400만 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9000만 원-5000만 원(공제금액)x10%(세율)=400만 원
현금을 증여할 때는 부모가 아이 계좌로 송금할 때 양쪽 계좌에 서로 이름이 기재되도록 한다. 송금 후 이체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송금영수증과 가족관계증명서(3개월 이내 발급)을 준비해 납세지 관할 세무서를 방문해 신고하면 된다. 비과세 한도를 넘더라도 기간 내 신고하면 3%의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세무서가 아니라 홈택스와 손택스에서도 신고가 가능하며, 자녀 명의의 공동인증서로 로그인해야 한다.
아이가 직접 시작하는 경제생활
✅ 시드 머니 모으기: 내 돈을 불리는 즐거움
용돈 지급을 시작하고, 스스로 관리하는 법을 터득하는 중이라면 다양한 보상과 칭찬을 통해 용돈을 불려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생산적인 일을 해내며 자립심도 기르고 땀 흘려 번 돈의 소중함도 깨우치는 시간이다. ‘내 돈을 불린다’는 개념이 잡히면 있는 돈을 다 써버리는 게 아니라 투자하는 습관도 기를 수 있다.
이때 효과적인 첫 번째 방법은 ‘노동의 참맛 깨우치기’로, 분리 수거, 빨래 개기 등 집안일을 하고 추가 용돈 벌기, 안 쓰는 물건 당근 마켓으로 거래해보기, 중고서점에 다 읽은 책 팔아보기 등 스스로 돈을 버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이때 “운동화를 빨아서 3천 원이나 벌었지? 엄마는 그 시간 동안 동생 숙제를 봐줄 수 있었어”처럼 아이의 노력으로 얻은 효과를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가족구성원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집안일, 예를 들어 자신의 이불 개기, 먹은 그릇 치우기 등은 추가 용돈 지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자.
두 번째로 ‘재능으로 돈 벌기’가 있다. 그림을 잘 그리면 굿즈를 제작해서 플리마켓에서 팔아보고, 영어책을 잘 읽으면 동생에게 들려주는 수업을 해보는 등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금전적 가치로 돌아오는 경험을 함께해보자. 또는 여행 가서 아이가 찍은 사진, 직접 악기를 연주한 녹음 파일처럼 아이가 만든 다양한 콘텐츠를 부모가 구입하는 이벤트를 가족끼리 여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다.
✅ 절약 경험: 쓰려던 돈을 줄여보는 일
원래 쓰려고 했던 돈을 절약했을 때 즐거워지는 경험을 해보는 거다. 첫째 아이의 소원은 오랫동안 3D프린터를 사는 것이라서 ‘3D 프린터’라고 써붙인 저금통에 꾸준히 용돈의 일부를 저금했다. 그러다 중고 마켓의 존재를 알게 되고, 새 제품 대신 중고를 사기로 결정한 뒤 키워드 알림을 해두고 기다렸다. 한 달 가까이 앱을 열심히 드나든 결과 마음에 드는 프린터를 ⅓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 통장 쪼개기: 돈에 이름을 붙이는 습관
재테크의 시작은 통장 쪼개기라지만 그조차 쉽지 않은 경험을 어른들도 한다. ‘돈에 이름을 붙여놓는 습관’은 만족을 지연시키며 절제하는 일, 목적을 달성해 쾌감을 느끼는 일 둘 다를 이루게 해준다. 예를 들어 생일이나 명절처럼 아이에게 평소보다 많은 돈이 생겼을 때 ‘나눠서 관리하기’를 제안한다. “일주일에 한 번 받는 용돈은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에 쓰면 돼. 대신 설날 할머니가 주신 10만 원은 소원 저금통에 3만 원, 주식 계좌에 5만 원, 청약 저축에 1만 원, 선물이나 기부를 위한 통장에 1만 원으로 나눠 두면 어떨까?”
물론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 상황에 맞게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며 투자 비율을 조절한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소원 통장에만 돈을 모두 넣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필요한 것과 미래를 대비하는 것의 균형감도 알려주자.
첫째 아이는 사고 싶은 물건이 있거나 가고 싶은 장소가 있을 때 토스의 해냄 저금통(돈을 모으는 목적과 목표 금액을 입력해두면 얼마나 달성했는지 알려주는 기능)을 만들어서 활용한다. 지금은 갤럭시 버즈2, 해리 포터 지팡이 만들기, 친구랑 놀이공원에서 놀 돈, 이렇게 3가지를 달성해가는 중이다. 처음에는 현금을 이용해 눈에 보이는 저금통부터 시작하고, 그 후 체크카드와 금융앱으로 경험을 발전시키기를 권한다.
Edit 주소은 Graphic 조수희, 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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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경제교육 강사 겸 칼럼니스트. 재테크 유튜브 채널 ‘알고tv’를 운영하며, 두 아이와 함께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어린이 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온라인 라이브 키즈 스쿨 ‘꾸그’에서 금융・경제 클래스를 진행한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주식부자 만들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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