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경제 교육, 이럴 땐 어떻게 할까요? 10문 10답
ㆍby 박현아
아이 용돈 사용법에 대한 질문 5가지
Q. 아이 용돈은 현금과 충전식 카드 중 어떻게 주는 것이 좋은가요? 체크카드는 언제부터 쓰게 하는 게 좋은지도 궁금합니다.
처음 용돈을 받는다면, 현금으로 받는 것이 좋아요. 지갑을 들고 다니며 내 손으로 물건값을 지불해 보는 게 큰 경험이거든요. 경제개념 습득에 도움이 되죠. 동전을 주고받으며 수 개념을 익힐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쓰고 남은 돈을 그때그때 확인하기 쉽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용돈 1,500원 중에서 1,000원을 딱지 사는 데 썼으니까 이제 500원이 남았네. 이걸로는 사탕 밖에 사 먹을 수 없겠네’처럼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잔액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지출 계획을 스스로 해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1~2학년 때부터 현금을 가지고 다니면서 스스로 용돈을 관리해 본 친구라면, 5~6학년 때 충전식 현금카드를 써보는 경험을 해도 좋아요.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어요. 부모가 대신 현금을 충전해 주거나, 부모의 신용카드를 쓰지 않도록 해요. 현금으로 받은 용돈을 아이 스스로 충전하고, 잔액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현금 대신 사용하는 '카드'는 휴대하기 쉽고 사용도 간편하지만 그만큼 현금보다 지출관리가 어렵고, 잃어버렸을 때의 부담감도 커요. 장단점이 확실하죠.
체크카드 사용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라면 초기에 카드 사용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해 주는 것이 좋아요. 체크카드 사용 방법부터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했는지 점검하는 것까지 알려줘야 해요.
참고로 제 아들의 경우, 5학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해서 교통카드 겸용 체크카드를 만들어 주고, 계좌로 용돈을 송금해줬는데요. 현금을 사용할 때보다 쉽게 소비하는 것 같다고 해서 요즘은 다시 현금을 쓰고 있어요.
Q. 용돈을 준 뒤 저축하라고 말하면 “물가가 오르는데 저축을 어떻게 하느냐”고 되레 큰소리를 칩니다. 물가가 올랐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용돈을 올려달라고 해요.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똑똑한 자녀를 두셨군요. 학교 앞 물가가 장바구니 물가보다 ‘덜’ 올랐을 텐데 말이죠.(웃음)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가가 오를 때마다 용돈을 인상해 줄 수는 없다고 말해주세요. 물가가 오른 만큼 집안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는 말도 함께요. 가스비와 전기료를 비롯해 보험료, 관리비 등 일상적인 생활 유지를 위해 꽤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이도 알 필요가 있어요.
단, ‘지금 받는 용돈이 혹시 많이 부족하니?’라고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세요. 물가는 핑계일 수도 있으니까요. 용돈을 주로 어디에 더 쓰고 싶은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서로 의논해보세요. 필요에 따라 ‘용돈 계약서’를 작성할 수도 있어요. 용돈 계약서 예시를 들어볼까요?
‘2023년 12월까지는 한 달 용돈 또는 2주일(혹은 1주일) 용돈으로 2만 원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명절, 어린이날, 생일 등 받는 특별 용돈의 몇 %는 저축 또는 투자를 하겠습니다.’
이처럼 용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Q. 받은 용돈은 무조건 다 써버립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지갑에 있는 돈은 다 써야 마음이 편하다’면서 과자를 사주기도 해요. 용돈을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할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용돈을 받기 시작하면 한꺼번에 다 쓰고 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그럴 땐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방법 알려주는 것이 중요해요. 구체적인 4가지 팁을 알려드릴게요.
1️⃣ 가격 비교해보기 :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은 천차만별이에요. 다이어리를 살 때, 문구점에서 사는 것보다 인터넷에서 사는 것이 더욱 저렴하다는 것, 휴지 같은 생활용품은 낱개보다는 묶음으로 살 때 더 저렴하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같은 물건이라도 비교를 통해 더욱 싼 값에 살 수 있죠. 인터넷에서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아이들에게 가격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2️⃣ 한도 정하기 : 아이들은 보통 절제력이 약해 충동 소비를 하기 쉬워요. 예를 들어 인형 뽑기가 취미인 아이는 자신이 모은 용돈 2만 원 중 1만5000원을 인형 뽑기를 하는데 써버릴 수도 있어요. 이때, 취미를 위해 쓰는 비용의 한도를 정해주세요. 인형 뽑기에 용돈을 다 써버리지 않도록 한 달에 한 번, 5,000원까지 한도를 정하는 것이죠. 친구에게 간식을 사주는 것도 마찬가지로 한도를 정해두는 것이 좋아요. 이 한도를 아이가 어겼을 때, 추가 용돈을 절대로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보이지 않는 한도를 의식하며 소비할 때 자연스레 절제력도 기를 수 있으니까요.
3️⃣ 기회비용 개념 알려주기 : 돈이 한정되어 있을 때,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죠.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해요. 문구점에서 무얼 살지 고민하는 아이에게 질문해 보세요 “가장 사고 싶은 물건 세 가지가 뭐야? 슬라임, 포켓몬 카드, 스티커, 이 모든 걸 사려면 7,500원이 필요해. 하지만 네가 쓸 수 있는 용돈은 지금 5,000원밖에 없어. 네가 슬라임을 선택하면, 포켓몬 카드과 스티커는 못 사는 거야. 그걸 기회비용이라고 해.” 아이에게 더 마음에 드는 것은 혹시 없는지, 진정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시간을 들여 돈을 모으거나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세요.
4️⃣ 물건의 단점 살펴보기 : 아이가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긴다면, 그 물건을 샀을 때의 단점에 대해서 아이와 충분히 대화해보세요. 갖고 싶은 물건의 디자인이 별로라든지, 내구성이 좋지 않다든지 등의 단점을 찾다 보면 더 비싼 것, 더 좋은 것을 찾게 되죠. 그러다 보면 예산을 초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해요.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살 확률이 줄고,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시간을 벌 수도 있어요.
Q.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에게 충동 소비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충동’은 ‘갑자기’에요. 갑자기 사고 싶은 게 충동 소비에요. 친구가 사서, 뭔지 궁금해서, 멋있게 보여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이라 착각해 계획에 없던 소비를 하는 거죠. 이렇게 충동 소비를 하면 진짜 원하는 걸 살 수 없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는 후회하지 않으려고, 자신의 소비를 합리화하는 잘못된 소비 습관으로 굳혀지는 걸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니 무언가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시간을 두고 고민하고, 가격과 성능, 품질을 비교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게 좋다고 알려주세요.
Q. 중학생이 된 뒤 친구랑 놀 때마다 돈을 더 달라고 합니다. 안 주자니 교우관계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돼서 주는 편인데 이대로 괜찮을까요?
아마 놀 때마다 돈이 무조건 필요한 건 아닐 거예요. 친구들을 만나면 주로 어디에 돈을 쓰고 어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지 물어보세요. 사춘기에 접어든 친구들일 경우는 이렇게 묻는 것도 간섭이라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친구와 놀 약속도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고, ‘한도’를 정해주는 것이 좋아요. ‘월 1~2회 한 번에 얼마까지만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 추가 용돈을 줄게. 하지만 나머지 필요한 돈은 네 용돈으로 해결하렴.’ 이런 식으로요. 또한 ‘우정’이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일방적으로 용돈을 쓰게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는지 살피는 일도 중요합니다.
아이의 돈 개념에 대한 질문 5가지
Q. 우리 집 재정 상태를 어느 정도까지 알려야 할까요? ‘돈이 없다’고 습관처럼 이야기하니 자녀가 뭔가를 필요해서 물건을 살 때마다 겁을 내는 것 같아요.
아이가 ‘우리 집은 몇 평이야? 아빠, 엄마 연봉은 얼마야? 그럼 부자야 아니야?’ 등의 질문을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 대답하는 것이 좋아요. 이때 ‘부자’ 또는 ‘가난하다’란 표현보다 ‘여유가 있는 편이다’ 또는 조금 ‘부족해서 이러한 노력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돌려 말하는 것이 좋아요.
자녀가 어릴수록 ‘돈’에 대한 개념을 만들어 나가는 시기이므로, 현재 가계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다른 집 경제 규모에 관심을 가지거나 비교하는 건 의미 없는 일임을, 무엇보다 열심히 일궈낸 자신의 자산을 감사히 여기고, 풍요롭게 살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주는 것이 좋아요.
Q.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에서 경제교육을 받으면서 ‘돈이 돈을 번다’는 것을 들었는지 돈이 제일 좋다고 말합니다. 이번에 중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요. 새 학기 들어서 자기소개서에 건물주가 꿈이라고 적는 것을 보고 씁쓸했습니다. 행복은 자산 규모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잘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요즘 돈 많은 백수가 꿈이라는 10대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저 또한 그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씁쓸하더군요. 몇조 원의 자산가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어요. 급기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실제 사례도 있었고요.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이 진짜 행복이라고 알려주세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그리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유지되고 있는 거라고. 모든 사람이 건물주가 되려고만 하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사람마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성공과 행복의 기준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얘기해 주세요.
Q.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자랑한 주변 친구가 있었나 봐요. 막연하게 관심을 보이는 중학교 3학년 아이에게 무엇부터 가르쳐 줘야 할지 궁금합니다. 직접 주식 투자를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지도 고민됩니다. 직접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면 어떤 방법으로 알려주는 것이 좋을까요?
중학교 3학년 정도면 부모와 함께 투자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아요.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과정에서 돈의 흐름, 투자 원리를 알아갈 수 있고요. 단, 수익에 몰두하는 투자가 되지 않도록 부모님이 방향을 잘 잡아줘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OOO 주식이 오를 것 같아서 샀어”라는 일방적인 통보보다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관심사를 알아보고 투자할 회사를 고르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일까?
- 지금 내가 혹은 우리 가족이 자주 사용하고 좋아하는 브랜드일까? (식품, 전자, 의류, 문화, 컨텐츠, 게임 등)
- 나의 관심사, 취미와 잘 맞는 회사일까? (애완동물, 자전거, 자동차, 로봇, 여행 등)
- 지구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회사일까?
- 그 회사의 CEO가 내가 닮고 싶은 롤모델 중 한 명이 될 수 있을까?
- 미래산업을 주도할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일까?
등의 질문을 해보세요. 수익 창출 활동을 넘어, 아이가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하고 그 꿈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에서 ‘투자’라는 흥미로운 방법을 활용하는 거죠. 좋아하는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의미는 단순히 소비자에서 주주가 되었다는 것만은 아닐 거예요. 단순한 흥미에서 나아가 아이 스스로 좋아하는 산업의 수익구조, 경쟁 시장을 알아갈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방향을 잡아주세요.
Q. 아이의 용돈 중 일부를 청약통장에 넣도록 하고 있어요. 미래를 위한 저축이라고 교육하고 있는데 원할 때 출금할 수 없는 돈이라는 것을 알아서인지 싫어하는 눈치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여자아이인데요.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막연한 ‘미래’이기 때문에 아이가 저축을 꺼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스스로 자금을 모으는 경험을 해보게 하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포토 카드를 사고 싶어 한다면, 그 비용을 계획을 세워 스스로 모아보게 하는 거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현재의 불편을 어느 정도 감내하면 결국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성취에 대한 ‘뿌듯함’을 경험하게 해주세요. 보다 구체적이고 가까운 미래를 위한 저축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Q. 중학교 3학년인 아이인데 수공예 제품을 만들어서 돈을 벌고 싶다고 합니다. 직접 돈을 벌어보는 경험은 좋겠다 싶으면서도 학업에 방해될까 걱정이 돼요.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네요. 저는 부럽기만 한데 부모님께서는 걱정이 되는군요. 청소년기 시절 스스로 무언가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해본 아이는 아주 드물 거예요. 이후 입시나 취업 준비를 할 때 자소서에 적을 만한 귀한 몇 줄이 되기도 할 거고요.
일단 아이의 재능을 인정해 주세요. 아이가 제품을 만들고 부모님이 홍보와 판매를 전담하는 식의 분업을 통해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으로 시작해보세요. 아이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이 ‘가족 기업’의 씨앗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Edit 이지현 Graphic 조수희
– 해당 콘텐츠는 2023. 03. 20.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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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경제교육 강사 겸 칼럼니스트. 재테크 유튜브 채널 ‘알고tv’를 운영하며, 두 아이와 함께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어린이 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온라인 라이브 키즈 스쿨 ‘꾸그’에서 금융・경제 클래스를 진행한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주식부자 만들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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