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경제 신문 읽기 가이드

아이와 함께 경제 신문 읽기 가이드

by 박현아

Step 1. 어린이 경제신문, 첫 만남 준비하기

Q. 아이와 함께 경제신문 읽기, 첫 시작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무엇이든 첫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 입장에서 ‘신문’은 작은 글자가 빼곡히 적혀있는 큰 종이와 다를 게 없잖아요. 아이가 신문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게 먼저예요.

‘신문 읽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라는 느낌이 드는 정도가 좋아요. 신문의 헤드라인만 훑거나, 광고면만 쳐다보고 있어도 일단 칭찬해 주세요. 아이는 신문을 보며 ‘우리가 사는 사회가 생각보다 복잡하게 엉켜있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신문을 바로 구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도서관을 활용하는 것도 좋아요.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의 정기간행물 코너에는 대부분 어린이 잡지와 신문이 있거든요. 도서관에서 어린이 신문을 살펴보며 책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알려주세요.

신문 한 페이지에는 여러 개의 짧은 소식들이 정리돼 있는데, 요즘 세상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모여있다고 하면 꽤 관심을 갖고 보더라고요. 이곳에 적힌 정보나 소식이 시작점이 되어 한 권의 책으로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더해볼 수 있겠고요. “와, 요즘 이런 일이 있었다고?”라거나 “이런 정보들이 있구나”라고 엄마, 아빠가 크게 반응하다 보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겠죠?

어린이 신문에 있는 다른 그림 찾기나 낱말 퀴즈 등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코너도 꼭 챙겨보세요. 퀴즈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백전백승 비법이죠. ‘신문 = 재밌는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Q. 초등학교 6학년 딸은 이미 미디어에 익숙해져서 읽는 것 자체를 귀찮아해요. 어떻게 하면 경제 신문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나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어린이와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 보고에서 진행한 초등학생 설문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뉴스를 이용하는 매체 1위는 TV(72.2%)로 가장 높아요. 유튜브(33.8%), SNS(12.7%), 포털(11.4%), 종이신문(4.7%), 기타(1.6%) 순이죠. ‘접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17.2%로 나왔어요. 신문을 통해서 세상 소식을 접하는 아이들이 드물어요.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 중에는 종이 신문을 챙겨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종이 신문에는 어떤 힘이 있는 걸까? ‘전설적인 투자자’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하루 중 꽤 많은 시간을 신문을 읽는 데에 투자하고 있다고 해. 회사에 투자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읽을 것도 많고, 봐야 할 것도 많은데 가장 먼저 무엇을 봐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가장 먼저 경제 신문부터 읽으라는 대답을 하기도 했지.”

신문이 가진 힘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죠. 동시에 SNS나 유튜브에서 떠도는 콘텐츠를 무조건 믿고,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지 않도록 경계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아직은 어렵겠지만 뉴스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전달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종이 신문을 읽을 시간이 없을 때, 제가 쓰는 방법은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를 틈틈이 틀어놓고 아이와 함께 들어요. 하루 20분이면 그날의 주요 뉴스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유익하더라고요. 라디오에서 자주 보도되는 현상과 용어에 아이가 익숙해질 때, 슬쩍 얘기해 보세요. ‘어, 우리가 라디오에서 들었던 내용이 신문 기사에도 있어.’

Q. 초등학교 4학년 때 경제신문을 읽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요. 지금은 시간이 흘러 중학교 1학년이 됐는데 다시 신문을 함께 읽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혹시 신문을 보는 것이 아이에게 숙제처럼 느껴지지는 않는지 살펴보세요. 엄마나 아빠가 기대하는 모습은 아이가 스스로 신문을 펼쳐 읽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엄마나 아빠가 먼저 신문을 즐겨 읽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저는 식탁이나 소파 위에 늘 종이 신문을 펼쳐두는 편이에요. (사실 읽지 않고 펼쳐두기만 할 때도 있어요.) 아이가 관심을 보일 만한 또는 읽었으면 하는 기사가 있으면, 형광펜으로 크게 표시를 해놓고 무심히 던져 놓습니다. 그러면 아이가 오가며 보고, 슬쩍 앉아서 읽더라고요.

앞서 얘기한 ‘손에 잡히는 경제’를 틀어놓는 것도 방법이 되겠네요. 낯선 용어가 귀에서 먼저 익숙해지면, 눈으로 읽는 게 덜 부담스럽죠. 부모를 모델로 삼아 자기주도학습을 해본 아이가 학업 성적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신문 기사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공유하는 ‘가족 문화’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Q. 엄마 아빠가 보는 ‘어른 신문’을 함께 보면서 경제 공부를 하면 안 되나요?

어른 신문으로도 충분히 경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처음 신문읽기를 시도하는 경우, 아이의 관심사를 반영한 기사 한 꼭지 정도만 함께 읽는 걸 추천해요. 어린이신문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 배달되는 주간지인데요. 어른용 신문은 일간지이기 때문에 하루 이틀 건너뛰면 금세 수북이 쌓이기 마련이에요. 거기에서 아이와 함께 읽을 만한 기사를 골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어린이용 신문과 어른용 신문을 비교하면서 접근해 보는 것도 좋아요. 각각의 신문과 기사에서 다루는 정보의 범위나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게임하듯 비교해 보는 것이죠. 어린이신문 홈페이지들을 미리 살펴보는 것도 추천해요.

Step 2. 경제신문과 친해지기

Q. 어린이 경제신문은 짧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한 부를 다 읽기는 어렵더라고요. 어떤 기사를 골라야 하나요?

요즘 아이들, 정말 바쁘죠. 게다가 진득하게 앉아 신문 한 부를 정독하기란 어른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우선 아이의 흥미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계나 로봇에 관심이 있는 친구는 IT 과학면, 음악이나 공연에 관심 있는 친구는 문화면, 역사를 좋아하는 친구는 경제사가 언급된 지면을 위주로 접근해 보세요.

관심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을 때 신문만 한 자료가 없더라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최신 정보를 알았을 때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신문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요.

또는 부모가 아이에게 추천하는 기사 1개, 아이가 부모에게 추천하는 기사 1개를 서로 골라 읽고 이야기해 보는 방법도 좋아요. 서로에게 추천한 기사를 읽고 나면 자연스레 이야깃거리가 생길 거예요. 기사를 고른 이유, 새롭게 알게 된 내용 등을 이야기하다 보면 가족 간의 대화도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Q. 신문 기사를 함께 읽을 때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까요? 엄마, 아빠가 어떤 질문을 던져야 더 도움이 될지도 궁금해요.

‘이게 무슨 뜻일까? 몰랐지? 그러니까 꼼꼼히 읽어야 해’와 같은 점검하는 말투의 질문은 피해주세요. 아이가 신문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부모와 함께 알아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중요해요.

사실 부모님들도 기사 내용을 100%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죠. 몰랐던 내용일 수도 있고요. 이런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엄마(아빠)도 몰랐는데, 역시 세상은 넓고 배울 건 많아’라는 식의 감탄을 먼저 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가 신문을 읽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기사를 읽고 난 뒤의 느낌을 물어보거나 가장 많이 반복된 단어와 핵심 문장 정도를 질문해 보는 것이 좋아요. 헤드라인을 보면서 의도를 함께 파악해 보는 것도 좋겠죠. ‘왜 이렇게 적었을까? 무얼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우린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등의 질문이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Q. 신문에 나오는 어려운 경제 용어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특히 경제 용어는 한자나 영어가 많아서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인플레이션을 예로 들어 볼까요.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용어죠? 예를 들어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700원으로 올랐다면 돈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요?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사는데 200원을 더 써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돈의 가치가 떨어진 거예요. 아이스크림값 이외에 다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하겠죠? 이처럼 물가가 오르고,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 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해요.

신문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용어 한두 개 정도를 골라 아이와 함께 뜻을 찾아보세요. 부모님이 먼저 찾아서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검색해보고, 함께 이해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더 많아요. 엄마, 아빠도 함께 찾아보면서 아이의 언어로 쉽게 설명하는 연습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한가지 주의할 것이 있어요. 어려운 용어에 매달리다 보면, 기사의 큰 흐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용어를 많이 아는 것보다, 신문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를 해 보는 경험이 더 중요해요. 내가 사는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이유로 세계가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끄집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경제 신문을 읽고 배운 내용을 아이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은 어떤 게 있을까요?

매일 새롭게 벌어지는 세상 속 이야기는 ‘신문’을 통해 접할 수 있어요. 특히 경제 신문에서 늘 다루는 게 있죠. 물가, 환율, 주가, 금리, 금 시세, 유가 등일 텐데요. 굵직한 수치가 움직이면 우리 생활 속에 어떤 것들이 영향을 받는지 이야기 나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요.

  • 물가가 오른다더니 우리 집이 자주 시켜 먹는 OO치킨 가격도 오른다네.
  • 코로나 해제로 해외여행 가는 사람이 늘어났다더니, 항공사 주식이 많이 올랐어.

딱딱하더라도 살아 움직이는 경제 시스템을 반영하고 있는 숫자들은 이런 이야기 속에서 가깝게 느껴질 수 있어요. 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천재지변에 대한 소식도 신문을 통해 접하도록 해보세요. 자연스레 연대 의식을 느끼며, 기부를 실천할 수도 있겠죠. 특히 기후변화 위기가 심각해진 만큼 나라와 기업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해요. 이왕이면 폐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가방이나 신발을 구입하거나,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제품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죠. 미래 사회의 생존과 환경 문제는 뗄 수 없는 관계니까요.

Q. 아이가 관심 있는 스포츠, 게임 위주의 기사만 읽게 되더라고요.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이제는 한 단계 높은 경제 지식을 쌓기를 바라는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관심 분야의 기사를 찾아 읽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라니 칭찬 먼저 하고 싶어요. 스포츠와 게임과 관련된 기술, 산업, 국제 관계로 아이의 관심사를 확장 시켜 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월드컵 때 황희찬 선수가 입은 검은 조끼가 화제가 됐었죠? 사실 그 조끼는 EPTS(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s)라고 해서 위치추적장치(GPS), 회전 운동 센서, 가속도 및 심박 센서가 탑재된 고성능 웨어러블 기기였어요.

선수들의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고도화된 기술도 한 몫을 한다는 거지요. 이런 이야기를 시작으로 유명 축구 선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 위기에 처한 구단 이야기, 기업이 스포츠 산업에 투자하는 이유와 현황 등으로 관심사를 확장시키면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기사의 폭도 훨씬 넓어질 수 있어요.


Edit 이지현 Graphic 조수희

– 해당 콘텐츠는 2023.4.20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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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아

어린이 경제교육 강사 겸 칼럼니스트. 재테크 유튜브 채널 ‘알고tv’를 운영하며, 두 아이와 함께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어린이 경제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온라인 라이브 키즈 스쿨 ‘꾸그’에서 금융・경제 클래스를 진행한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주식부자 만들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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