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비율 그래프를 들고 있는 노인

퇴직연금으로 ETF 투자, 8가지 필수상식

by 영주 닐슨

ETF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ETF가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상승해서 2024년 하반기 국내 ETF 시장 규모는 150조 원을 넘어섰다. 소액으로도 다양한 자산과 기초 지수에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해 주식 투자보다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ETF로는 미국, 중국, 일본, 인도는 물론,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등 전 세계 시장에 투자할 수 있으며, 주식뿐 아니라 국채, 회사채 등 다양한 채권, 달러, 엔화 등의 통화, 리츠, 원자재에도 투자할 수 있다. 퇴직연금 계좌인 DC와 IRP에 적립한 금액으로도 거래할 수 있어서 은퇴 자금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투자로도 적합하다. 오늘은 퇴직연금 계좌로 투자할 수 있는 ETF의 종류와 조건에 대해 알아보자.

주식 대신 ETF 투자를 고려하는 이유는?

개별 종목을 직접 고르는 주식 대신 ETF를 선택할 때는 대개 이런 점을 고려한다. 첫째, 한정된 자금으로 다양한 투자 기회를 가질 수 있다. 100만 원으로 테슬라에 투자하고 싶다면 3주를 겨우 살 수 있지만(2024년 9월 기준), S&P500 ETF에 투자하면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을 대표하는 여러 기업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다. 둘째, 저절로 분산 투자를 하게 되어 위험 관리에 유리하다. 셋째, 거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주식을 개별적으로 매수하는 것보다 ETF는 운용 보수가 낮아 효율적이다. 넷째,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매수와 매도가 가능해 시장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다섯째, 투명성이 높은 편이다. ETF는 편입 종목이 공개되어 있어 투자자가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반 펀드보다 ETF가 유리한 점은?

일반적으로 증권사에서 가입하는 펀드로 알고 있는 상품은 ‘뮤추얼펀드'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 채권 등 주제별 여러 자산에 투자하고 수익률에 따라 이익을 얻는다. ETF 또한 Exchange Traded Fund의 약어로, 증권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한 펀드로서 기본적인 속성은 같지만 투자자로서 이용할 때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

ETF는 투자자들이 펀드의 지분(share)을 직접 회사로부터 사고팔 수 없으며, 주식처럼 증권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거래한다. 이에 따라 뮤추얼펀드와 달리, 거래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그날 주식시장이 마감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ETF를 통해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경우, 지수의 가격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다.

또, ETF는 뮤추얼펀드와 비슷한 비용 구조를 가지지만, 운용 방식의 차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비용이 더 저렴한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한국 ETF 시장에서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운용수수료를 낮추는 경쟁을 벌이며 ETF 수수료 인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퇴직연금으로 ETF 투자할 때, 은행보다는 증권사?

만약 퇴직연금 계좌를 은행권에서 만들었다면, 생각보다 투자할 수 있는 ETF 상품의 선택지가 많지 않을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크게 은행, 증권사, 보험사로 나뉘며, 각 사업자마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와 개수가 다르다. 이 중 증권사가 ETF 상품에서는 강점을 보인다. 대표 증권사들의 경우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ETF가 약 700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은행과 보험사도 ETF 상품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는 투자자들이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변화로 볼 수 있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대표 은행들 모두 2024년 4분기까지 퇴직연금으로 투자 가능한 10~30개 정도의 ETF를 추가해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퇴직연금 계좌로 투자할 수 있는 ETF 종류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ETF에는 몇 가지 제한 조건이 있다. 첫째,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에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에는 투자할 수 없지만, 해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는 투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S&P500, 나스닥, CSI 300과 같은 해외 지수를 추종하는 다양한 ETF가 이미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위험성이 높은 ETF에는 투자할 수 없다. ETF에도 다양한 투자 전략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지수의 등락 폭을 2~3배로 증폭시키는 레버리지 ETF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의 변동 폭을 확대해, 일반적인 지수 변화보다 더 큰 수익률 또는 손실을 제공하는 ETF이다. 예를 들어, 레버리지 ETF가 S&P 500 지수를 2배로 추종한다고 가정하면, S&P 500 지수가 1% 오를 때 레버리지 ETF는 2% 오르고, 반대로 1% 하락하면 2% 손실을 입게 된다.

그러나 퇴직연금과 같이 장기 투자가 기본인 계좌에서는 단기 투자에 적합한 고위험성 상품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도 마찬가지다. 또한,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비중이 40%를 초과하는 ETF 역시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KODEX 골드선물, TIGER 원유선물, KOSEF 미국달러선물과 같은 상품명을 가진 금, 원유, 통화 선물 관련 ETF가 이에 해당한다.

위험도에 따라 투자할 수 있는 비중도 제한되어 있다

ETF는 주식, 채권, 원자재, 리츠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그중에서도 국채에 투자하는 ETF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어 퇴직연금 계좌에 들어 있는 적립액에서 100%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반면, 주식이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ETF는 더 높은 위험성을 고려해 투자 비중이 70%로 제한된다. 이는 퇴직연금 계좌 내에서 위험 분산과 자산 보호를 위한 규제이다. 이러한 제한 사항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상품을 선택할 때 확인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어, 투자자들이 어렵지 않게 투자 한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하이일드 채권(High Yield Bond):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의미한다.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해당 채권은 높은 이자율(즉,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여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해당 기업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고위험 고수익의 특성을 지닌다.

ETF로 미국 주식에 투자해서 고수익, 고배당 가능할까?

미국 주식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ETF 시장에서도 반영되어, 미국 주식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그렇다면 ETF를 통해 미국 주식에 투자해 고수익과 고배당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선택하는 ETF에 따라 다르며, ETF도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 주식시장이 상승세일 때는 수익이 커질 가능성이 있지만, 시장이 하락세를 보일 경우 손실을 입을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시장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내 시장에도 이미 미국 나스닥이나 S&P500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다양한 ETF가 상장되어 있다. 아래는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 가능한 미국 주식 관련 ETF 예시다. 나스닥과 S&P500을 추종하는 ETF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퇴직연금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나스닥과 S&P500 관련 ETF 예시

수익률을 살펴보면, 지난 1년 동안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ETF 상품도 많다. 하지만 과거 수익률은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투자 결정 시에는 과거의 성과보다는 현재 시장 상황과 전망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당주 투자를 고려할 때,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의 대표적인 배당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를 떠올린다. 현재 국내 운용사들도 미국 배당주에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ETF를 출시하고 있어, ETF를 통해 충분히 미국 배당주에 투자할 수 있다.

아래는 실제로 미국 배당주에 투자 가능한 ETF 리스트다. 이 목록은 참고용 예시일 뿐이며, 특정 상품을 소개하거나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

퇴직연금을 통해 투자할 수 있는 배당주 관련 ETF 예시

실제 내야 하는 ETF 수수료 확인하는 방법

최근 삼성자산운용이 ETF 운용보수를 국내 최저 수준인 연 0.0099%까지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 운용보수는 투자자가 내야 하는 총수수료와는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서 검색해보면 최저 수수료를 적용했다고 알려진 'KODEX 미국나스닥100TR'의 총비용비율(Total Expense Ratio, TER)은 0.1055%다. 그렇다면 금융투자협회에서 확인한 삼성 KODEX 미국나스닥100 Total Return ETF에서 실제로 투자자가 부담하는 총 비용은 ‘TER(A+B)+판매수수료율(C)+매매·중개수수료율(D)’을 모두 더한 금액이다. 이 경우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총 비용은 투자액의 0.1748%가 된다.

ETF 수수료, 더 꼼꼼하게 따져보기

ETF 수수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총보수로, 이는 운용수수료, 판매수수료, 수탁수수료, 사무관리수수료를 포함한다. 둘째는 기타비용으로, 회계감사비, 지수사용료, 예탁원 결제보수 등 실제로 투자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비용들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매매중개수수료로, 이 역시 투자자들이 쉽게 눈치채기 어려운 비용 중 하나다.

이렇게 세 가지 항목을 모두 합해 총수수료가 산출된다. 다만, 매매중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전자공시에서 간단히 총보수와 기타비용을 합한 총비용비율(TER)만 확인해도 비교적 정확한 수수료를 추정할 수 있다.


Edit 주소은, 김현미(아이랩) Graphic 조수희

✱<노후 준비 액션플랜> 시리즈는 퇴직연금을 통해 투자하는 ETF 상품의 배분율, 수익률, 수수료를 한눈에 보기 쉽도록 전달하는 🔗아이랩 글라이드와 함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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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닐슨

모두가 인생 설계를 통해 안정적인 은퇴를 맞이하도록 투자, 관리, 인출 플랜을 돕는 아이랩을 설립하고 '글라이드(www.glide-path.org)'라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만들었다. 미국에서 인공지능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월가의 JP모건, 시티그룹 등에서 15년 이상 알고리즘 트레이딩 헤드와 헤지펀드 최고투자책임자로 일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글로벌 경영전문대학원의 재무 분야 교수이자, AI MBA 학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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