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ASH 21 컨퍼런스 비하인드 스토리
대내외 관심과 기대를 모은 SLASH 21, 참석자 분들의 후기를 보니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행사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컨퍼런스에 스피커로 나섰던 이응준, 이재성 그리고 진유림과 컨퍼런스를 마치고 난 소감을 나눠 보았습니다.
Q. 현재 토스팀에는 계열사를 포함해 총 300여 명의 개발자가 있습니다. 이 중 개발자 20여명이 자발적으로 컨퍼런스 스피커로 나섰습니다. 세 분이 컨퍼런스에 참여하신 이유와,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이 궁금합니다.
응준: 저는 개발자 행사를 한다는 공지를 보자마자 스피커로 참여하겠다고 손을 들었어요. 꼭 컨퍼런스에서 나눠보고 싶은 주제가 있었거든요. ‘테스트 커버리지 100%’ 발표는 지난 1년 반 동안 말 그대로 테스트 커버리지 100%를 달성하고 유지하면서 배운 점을 담았어요. 실제로 자신있게 배포할 수 있었고 거침없이 리팩토링도 가능한 자신감의 근원을 나누고 싶었거든요.
유림: 개발자 행사 자체를 좋아하고 제가 공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개발자 행사에서 제 경험을 나누고 함께 잘 해보자는 이타성이 컸던것 같습니다. 발표 주제가 ‘실무에서 바로 쓰는 프론트엔드 클린 코드’ 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일하면서 배운 것을 나누어서 같이 성장하자는 마음이 있었죠.
재성: 제 발표 ‘토스의 서버 인프라 모니터링’을 통해 토스팀이 얼마나 고객 중심으로 기술력을 발전시켜왔는지 전하고 싶었습니다. 토스팀의 기술력이 잘 알려져있지 않은듯 해서요.
Q. 의욕만큼 컨퍼런스 준비가 쉽지 않으셨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또 보람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 같이 나눠주세요. (아래 촬영장 사진에서도 치열함이 느껴지네요)
유림: (컨퍼런스 준비 자체가)팀에서 일하며 익힌 것들을 정리하는 과정이어서 어렵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일하며 익힌 것들을 정리하는 준비과정을 통해 한 번 정리하며 꺾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스스로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은 점도 큰 보람이었습니다.
재성: 저는 꽤 어려웠어요(즉답). 위클리 미팅에서 동료한테 발표하는 것처럼 필터링 없이 말할 수 없으니 내용을 다듬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심지어 개발자 분 중에서 발표 준비로 내일 휴가쓰겠다는 분도 계셨어요.
응준: 저도 진짜 힘들어서 앓아 누웠을 정도에요. 주말마다, 쉬는 시간 날 때마다 머리 싸매고 준비했습니다. 내용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했을 정도에요. 그래도 오래 고민해오던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서 마무리지을 수 있어서 보람있는 작업이었습니다.
Q.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컨퍼런스인만큼 (컨퍼런스 당일에 오픈할) 영상 촬영에서도 많이 긴장하셨을 것 같은데요.
재성: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카메라가 어색했지만 촬영장 분위기에는 금방 익숙해졌는데요, 정해진 대본을 읽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와 달리 스크립트를 읽다가 NG를 내면 그 문단을 처음부터 다시 녹화를 해야하니 현장 스탭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죠. 뒤로 갈수록 같은 내용을 반복하다보니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되었구요.
유림: 사실 영상으로 진행하는 행사 자체는 익숙한 편인데, 그럼에도 이렇게 조명을 세게 받아 본적은 처음이었어요.
응준: 그래도 유림님은 자연스럽게 잘 하시던데요? 저도 녹화 세션이라는 점이 어려웠습니다. 시선처리도 어려웠구요. 나중에 결과물을 보니 제가 하늘을 보고 있더라구요. 또, 녹화할 때에는 자연스럽게 말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한 줄 알았는데요. 막상 녹화 영상을 보니 로보트 같은 모습이더라구요. 너무 굳어있어서 내가 저 정도였나? 했다니까요.
Q. 토스의 첫 개발자 컨퍼런스. 실제로 참여자 분들의 평가가 5점 만점에 4.43점. 추후 컨퍼런스가 열리면 참여하겠다는 응답자가 93%나 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토스 개발자 컨퍼런스는 어떤 점이 가장 특별했을까요?
유림: 모든 준비 과정에서 피드백을 돌린 점이에요. 개발자들이 발표를 준비하다보면 지식의 저주에 빠지기 쉬워요. 자기가 아는 걸 쉽게 풀어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발표가 되지 못하거든요. 토스에서는 테크놀로지 헤드부터 개발자, 비개발자인 분들에게까지 스크립트 피드백을 받으면서 내용이 다듬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응준: 맞아요. 전체적으로 퀄리티를 상향 평준화시키려는 노력이 다방면에서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컨퍼런스의 경우, 발표 자료를 전적으로 발표자에게 맡기고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토스팀에서는 사전 리허설을 하고, 피드백을 받고 브랜드 디자이너가 장표를 수정하는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쳤죠.
재성: 토스 서비스가 급작스럽게 성장하면서 발생한 이슈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기술들도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특히 토스팀에서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기에 짧은 시간 동안 기술적으로도 발전해왔거든요. 그런 점이 발표에 잘 드러났던 것 같아요. 컨퍼런스 구성 측면에서도 참여자를 배려해서 준비한 것 같아요. 보통 컨퍼런스라고 하면 타임테이블이 있고 특정한 시간에 지정된 세션이 열리는데요, 토스는 매일 7시에 그날 세션이 일제히 오픈돼 참가자들은 넷플릭스에서처럼 본인이 듣고 싶은 세션을 찾아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Q. 세 분은 자신의 발표에 10점 만점에 몇 점 정도를 주시고 싶으신가요?
응준: 사실 처음에 준비할 때에는 10점 만점에 100점 짜리 발표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세상이 깜짝 놀라겠지 싶었죠. 실제로 준비하다보니 아 이거 망한거 아닌가 생각이 들다가… 막판에는 가까스로 살려보면서 결국 스스로 7점 정도의 점수를 주고 싶어요.
유림: 처음에는 발표 주제에 큰 자신감이 있었어요(웃음). 그런데 두 달 넘게 준비하다보니 너무 쉬운 걸 발표하나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3점 정도인것 같아요… 돌아보니 제가 발표를 준비하면서 그 과정에서 성장을 했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다음에는 더 깊이있는 주제를 다뤄보고 싶어요.
재성: 저는 녹화보다 즉흥 발표에 더 강점이 있는데 좀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10점 만점에 5점? 정도를 주고 싶네요.
Q. 본인의 발표 이외 인상깊은 발표가 있었을까요?
재성: 저는 조규희님의 ‘SRE 사례소개‘요. 발표내용이 수준이 높은 편이라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발표에 규희님이 토스팀에서 일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그걸 고객 입장에서 불굴의 의지로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흔적이 다 녹아있었어요. 물론 같이 일하는 분이라서 정무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웃음)
응준: 데이터드리븐(Data-driven)한 결정은 토스팀의 큰 장점 중 하나죠. 데이터 플랫폼이 많은 트래픽과 정보를 다루고 있어서 뛰어난 수준인 것 같아요. 사실 발표 자체는 아내의 강력 추천으로 보게 되었지만…유결님의 ‘토스 데이터의 흐름과 활용‘을 보면 토스팀에서의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을 생생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림: 박서진님의 ‘프론트엔드 웹 서비스에서 우아하게 비동기 처리하기‘가 주제에 딥다이브하면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발표였던 것 같습니다.
Q. 컨퍼런스 오픈 이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유림: 개발자가 아닌 친구에게서까지 SLASH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그 친구의 인스타 피드에 저희 컨퍼런스에서 진행한 이름표 인증 게시글이 계속 올라왔던 거죠. 또 어떤 지인은 제 발표를 보고 연휴 동안 코드를 수정했다 하더라구요. 컨퍼런스에 참여한 분들에게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드린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응준: 발표를 한번 하고 나면 온라인에서 반응을 찾아보는 게 무서워서 SNS에 한 동안 들어가지 않아요. 그런데 친구들에게서 잘 봤다는 연락이 왔고 반응들을 알려주기도 했어요. 가장 놀랐던 반응은 장인어른께서 제 발표를 잘 봤다고 얘기해주셨던 거에요.
재성: 저는 슬프게도 내용에 대한 피드백보다는 그 외의 얘기가 많았어요. 예전보다 발표가 자연스러워 졌다, 근데 사투리는 아직 쓰네. 살이 쪘네 이런 얘기들을 해주더라구요. 그래도 오랜만에 연락을 주신 분들도 계셨고, 잘봤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Q. SLASH라는 행사명은 개발시 사용하는 기호 ‘/’와 혁신으로 한 획을 긋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행사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림: 저도 네이밍이 마음에 들었어요. 유니크하고 토스팀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기도 했구요. 그리고 (컨퍼런스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대감을 주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응준: 짧고 간결하고 개발자스러운 네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Q. 행사를 하고 나면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기 마련입니다. 이런 부분은 아쉬웠다 싶은 부분이 있었나요?
유림: 녹화로 발표가 진행되다보니 현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라이브 Q&A 시간이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응준: 그런 측면이 확실히 있죠. 20분의 발표는 너무 짧은 것 같아요. 보통 40분 정도 길이 발표를 많이 하다보니 20분 시간안에 많은 내용을 다루기는 어렵더라구요.
Q. 추후 SLASH 컨퍼런스가 열리면 스피커로 자원하실 예정이신가요?
응준: 보통 의욕에 차서 발표자로 참여했다가 행사가 끝나고 나면 “아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을 가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패턴을 반복하는 거 같아요. 저는 아직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지원하게 될 것만 같네요.
유림: 영상이 남는다고 생각하니 흑역사가 남는거 아닌가 싶지만, 다음에 또 지원하고 싶어요. 더 심도있는 주제로요.
재성: 온라인으로 영상이 남아있으니 계속 보면서 아쉬운 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음에 할 때에는 저런 부분은 신경써야지, 더 잘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큽니다.
Q. 마지막으로 컨퍼런스를 보고 토스팀에 지원을 고민중인 개발자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응준: 기본적으로 개발자 컨퍼런스를 찾아 볼 정도의 분이라면 다양한 기술에 관심이 많고 개발 지식을 쌓아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다양한 기술을 써보고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회사가 어딜까?라고 생각하면 바로 토스라고 생각해요.
재성: 토스에서는 고객을 위한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서비스에 비해서 높은 트래픽도 강점이에요.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도 쓰는 사람이 없거나 제한적이면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어렵죠.
응준: 맞아요. 서비스 규모가 크면서 좋은 기술이 있으면 그걸 십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다른 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는 강점도 있어요. 불필요한 보고나 절차 없이 빠르고 쉽게 협업할 수 있어요.
유림: 지인들에게 종종 하는 말이 있어요. 토스는 ‘개발자라면 한 번쯤 와볼만한 회사’라고요. 기대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배워가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