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위한 ‘청소년 온라인 도박’ 징후 가이드
ㆍby 송수아
“우리 아이는 도박 같은 건 안 해요”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부모님은 일부 아이들의 일탈일 뿐, 우리 아이는 그럴 리 없다는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하지만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생각이 때로는 부모의 눈을 가리기도 합니다. 평범한 우리 아이는 도박을 하지 않는다는 착각은, 오히려 자녀의 도박 징후를 찾아내게 어렵게 만듭니다.
온라인 불법 도박을 경험하는 청소년의 수는 매해 늘고 있습니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도박 혐의로 형사입건된 14세 이상, 19세 미만 소년범은 1년 전보다 2.3배 늘었습니다. 입건된 청소년들의 평균 연령은 2019년 17.3세에서 2023년 16.1세로 5년간 꾸준히 낮아졌습니다.
2023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6개월간 진행된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도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1,035명(전체 인원의 35.4%)이나 검거되었습니다. 연령대별로 구분해 보면 고등학생이 798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이 228명, 초등학생이 2명(최저 연령 9세)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숫자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청소년이 온라인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도박으로 인한 2차 범죄(사기, 절도, 폭력 등)가 발생한 뒤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 사실, 미리 알 수는 없을까요?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청소년의 학교생활에서 조기에 도박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징후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징후들을 잘 숙지하고 있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청소년이 온라인 도박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란 무척 어렵고 까다로운 일일 겁니다. 토스팀은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청소년이 온라인 도박을 시작한 뒤 중독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줄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위 인스타그램 계정(http://instagram.com/ddo0_08)의 주인공 박도영 군(2008년생, 고1)은 토스팀이 만든 가상의 인물로, 온라인 불법 도박의 피해자입니다. 총 37일간 업로드된 게시물 곳곳에서는 청소년 박도영 군의 온라인 도박 징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 및 상황은 토스의 청소년 온라인 도박 근절 캠페인을 위해 연출되었습니다.
징후 1: 도박 관련된 용어나 은어를 사용한다
장소는 학교. 도영의 친구가 자고 있는 도영에게 다가와 “홀? 짝? 하나만 골라 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도영은 잠결에 짝을 고르는데요. 학창 시절에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 장면은 도영이 처음으로 온라인 도박을 접하는 순간입니다.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 결과 청소년들은 ‘친구⋅지인을 통해서(67.6%)’ 도박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왜 주변 사람들을 도박에 끌어들이는 걸까요? 친구를 초대하면 꽁머니(도박에 사용할 수 있는 공짜 머니)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박에 심하게 중독되거나 빚을 많이 진 경우, 신규 회원을 데려오면 입금한 돈의 일부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총책'으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징후 2: 집단으로 모여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온라인 도박을 시작한 도영은 친구들과 함께 풋살장, PC방, 편의점, 노래방 등에서 도박을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친구들끼리 도박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이처럼 청소년들은 온라인 도박을 모여서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마치 게임을 하듯이 말이죠.
대부분의 청소년은 온라인 도박을 ‘미니 게임’의 형태로 처음 접합니다. 위에서 언급된 홀짝, 사다리 게임, 달팽이 게임 등 미니 게임처럼 구성된 도박은 휴대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고 결과도 수십초 안에 나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게임을 하는 것인지, 도박을 하는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징후 3: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이나 선물을 자주 사 준다
도영이의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면, 주변 사람에게 고가의 선물을 자주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PC방에서 음식을 사는 것은 기본이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친구들에게 30만 원어치 음식을 한번에 사거나, 여자 친구와의 100일을 기념하여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많게는 몇백만 원에 달하는 선물을 하기도 하는데요. 특별한 수입이 없는데 씀씀이가 커지는 모습 또한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 징후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징후 4: 아르바이트를 꼭 해야 한다며 집착한다
도박을 시작하기 전, 도영이는 부모님이 주는 용돈이 부족하지 않은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박을 시작하게 된 후, 점점 잃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자료 분석 및 사례 조사 결과 도박을 시작한 학생들은 잃은 돈을 메꾸기 위해, 또는 도박을 통한 일확천금의 순간을 다시 한번 노리기 위해 이전에 필요하지 않았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로 번 돈 역시 도박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잃었던 돈을 다시 따기 위해(소위 ‘복구친다’라고도 합니다) 중고 거래 사기, 금전 갈취 등의 폭력, 절도 등의 2차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징후 5: 평소보다 중고 거래 횟수가 증가한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 중 다수가 중고 거래를 통해 도박에서 잃은 돈을 만회하거나, 도박에 필요한 판돈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부 청소년의 경우,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중고 거래 사기를 감행하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이처럼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 문제는 2차 범죄로 이어진 후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필요한 건 주변인의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심입니다. 도박은 단기간에 끊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단단히 마음먹었다 할지라도, 언제든지 도박의 유혹에 빠질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자녀나 주변 청소년의 도박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해치워야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경제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자녀 및 주변인의 도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헬프라인 ‘1336’으로 전화를 걸어주세요. 지역센터 및 민간상담기관과 연계해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도박을 중단한 뒤 변화된 행동과 사고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치유재활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