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스트리밍 산업 현재 상황
ㆍby 커피팟
최근 스트리밍 산업 내에서는 넷플릭스의 역성장만큼이나 사람들의 주목을 끈 사건이 2가지 있었습니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스트리밍 사업을 철수한 CNN+와 구독자 성장을 이어가면서 넷플릭스를 더 빨리 쫓아갈 기회를 잡은 디즈니+가 주인공인데요.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CNN+
미국 뉴스 채널 CNN이 지난 3월 말, 스트리밍 서비스 CNN+를 공식 론칭했어요. CNN은 세계 최초로 24시간 뉴스를 내보내는 ‘뉴스 전문 채널’을 시작한 방송사인데요. 1990년대 걸프전을 거치면서 영향력 있는 뉴스 매체로 본격 성장했고, 현재 전 세계 212개국, 2억 가구에 뉴스를 내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디지털화와 OTT 서비스의 등장으로 유선 케이블을 끊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야 말았죠.
지난 몇 년간 CNN은 다양한 디지털 사업을 시도해왔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어요. 대표적인 예로 2016년 11월, 유튜브 스타 케이시 네이스탯(Casey Neistat)이 만든 비디오 공유 앱 ‘빔(Beme)’을 인수했는데요. ‘빔 뉴스(Beme News)’를 중심으로 디지털 뉴스를 운영하고,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려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2018년에 서비스를 종료했어요.
또다른 시도로는 ‘그레이트 빅 스토리(Great Big Story)’가 있어요. 당시 떠오르던 뉴미디어인 바이스(Vice), 버즈피드(Buzzfeed) 등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회사로 밀레니얼 세대가 관심 가질 이슈를 숏폼 비디오로 만들어 공개했는데요. 운영되는 동안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만들지 못했고, 결국 재정적인 이유로 2020년 9월 서비스를 종료했죠.
그레이트 빅 스토리의 서비스 종료는 역시나 광고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는 충분한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어요. 광고 비즈니스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던 버즈피드도 최근 매출 전략을 수정하는 것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영상 시장의 흐름이 된 구독제를 도입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한 시도로 CNN+가 기획된 거예요.
사실 전통 미디어 기업이 스트리밍 산업에 뛰어드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에요. 이미 2018년에는 폭스뉴스가 ‘폭스네이션(FOX Nation)’을, 2020년에는 NBC유니버설이 뉴스까지 포함된 ‘피콕(Peacock)’을 출시했죠. 그렇지만 CNN은 CNN+ 론칭 계획을 발표하던 2020년 7월, “시장에 존재하는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를 만들어 보낼 것임을 예고했고요.
대부분의 방송사가 제공하는 뉴스 스트리밍은 기존의 뉴스 채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반해, CNN은 CNN+만을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인 라이브 뉴스와 토크쇼 등을 편성해 차별점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요. 예를 들어 오전 7시에는 유명 앵커인 케이트 볼두언(Kate Bolduan)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파이브 띵스(5 Things)>를 통해 오늘 알아야 하는 핵심뉴스 5개를 선정해서 알려줘요. 방송 뉴스의 규칙처럼 여겨지던 30분 편성 등의 방식이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틀에 맞추어 더 짧고 간결하게 11분 안에 이슈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요.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강화했어요. 인터뷰 클럽(Interview Club)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구독자가 질문을 남기면 구독자들의 추천을 통해 앵커와 전문가, 특별 게스트로부터 직접 답변을 받을 수 있게 한 거예요. 라이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추가 질문이나 리액션을 보내는 등 실시간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고요.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의 흐름과 요즘 코드에 맞는 소통 방식을 차용한 거죠.
그렇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CNN+는 4월 30일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했어요. 이는 큰 기대를 받았다 7개월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퀴비(Quibi)보다 빠른 속도로, 미디어 역사상 가장 크고 비싼 실패로 기록될 예정인데요.
CNN+를 접기로 한 건 최근 합병한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CNN 경영진의 전략이 달랐기 때문이에요. CNN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4년 안에 수익이 날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10년 이내에는 현재 연간 5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회사의 케이블 부문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판단했고요. 구독제를 기반으로 하는 CNN+가 안착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CNN의 수익 모델을 다양화하고 장기적인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죠. 반면, 디스커버리는 뉴스 구독 앱을 만드는 것이 합병 후 전략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3억 달러가 투입되었지만 구독 가입 수가 미미했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고요. 스트리밍 산업
구독자는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더 커진: 디즈니+
그런가 하면 디즈니+는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 3개월(2022년 1~3월)간 790만 명의 신규 구독자를 확보했다고 밝혔어요. 이제 전 세계 디즈니+ 가입자 수는 1억 3770만 명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33% 증가했는데요. 지난 분기에 구독자가 성장한 주요한 이유는 인도에서 가입자가 늘었기 때문이에요. 지난 3월, 인도 프리미어 리그 크리켓 경기가 재개되면서 이를 시청하기 위한 사람들이 중계권을 가진 인도의 디즈니+ 핫스타에 가입한 거죠. 최고 재무 책임자인 크리스틴 맥카시(Christine McCarthy)는 신규 가입자 790만 명 중 절반이 디즈니+ 핫스타로부터 왔다고 밝혔어요.
새로운 콘텐츠도 구독자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인데요. 디즈니는 올해 초, 새로운 마블 시리즈인 <문 나이트>를 공개했어요. 셀럽 방송인 킴 카다시안이 진행하는 리얼리티쇼 <카다시안>도 흥행했고요. 디즈니+에서 공개된 픽사 애니메이션 <터닝 레드(Turning Red)>도 호평을 받았죠. 디즈니의 CEO 밥 차펙(Bob Chapek)은 하반기에 <오비완 케노비>, <블랙 팬서>의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임된 콘텐츠들이 공개될 예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대감을 드러냈어요.
미국에서는 디즈니+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가 올랐는데요. 유료 가입자 1인당 월평균 수익이 6.01달러인데, 지난 분기에는 6.32달러로 집계됐어요. 하지만 영업손실 폭은 커졌는데요. 디즈니+를 비롯해 별도로 운영 중인 훌루(Hulu), ESPN+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포함한 D2C 부문의 매출은 49억 달러(약 6조 3000억 원)로 23%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8억 8700만 달러(약 1조 1400억 원)를 기록했어요.
*참고로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의 총 구독자 수는 디즈니+의 1억 3770만 명과 훌루 4560만 명, ESPN+ 2230만 명을 더해 2억 500만 명이에요. 넷플릭스의 구독자는 2억 2100만 명이고요.
디즈니의 영업 손실이 늘어난 이유는 디즈니+ 및 ESPN+의 손실 증가와 훌루의 영업 이익 감소 때문이에요. 마블 시리즈가 넷플릭스에서 빠지는 등 (아마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다른 OTT 서비스와 맺은 라이센스 계약을 조기 종료하면서 약 10억 달러(약 1조 285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거예요. 러시아에서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발생한 손실도 있었고요. 올해 초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위해 콘텐츠 투자 비용을 크게 늘리겠다고 했는데요. 실제로 올해 디즈니 콘텐츠 예산 320억 달러(약 41조 1200억 원) 중 1/3을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사용하며 지난 분기 지출이 증가하기도 했죠. 스트리밍 시장
디즈니는 (넷플릭스를 잡겠다는 목표로) 현재 전 세계 확장에 힘쓰고 있고, 2024년까지 2억 3000만~2억 6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목표예요. 이를 위해 3분기까지 53개 나라에 디즈니+를 출시하겠다고 했고, 500개 내외의 로컬 콘텐츠 제작을 계획하고 있어요.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40개, 유럽과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150개, 인도에서 100개, 라틴 아메리카에서 200개가 제작될 예정이죠.
하지만 높아진 가입자 획득 비용을 줄여야 하고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인데요. 광고를 포함한 저렴한 요금제도 출시할 것으로 보여요. (광고를 전혀 고려하지 않던 넷플릭스도 현재 저렴한 광고 포함 구독제를 고려하는 중이라고 알려졌죠.) 정확한 가격이나 출시일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2022년 내 미국에서, 2023년에는 모든 국가에서 도입될 예정이에요. 광고 포함 구독제를 도입해 전 세계 가입자를 늘릴 수 있다면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4.35달러인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돼요.*경쟁사인 넷플릭스의 ARPU는 14.91달러인데요. 디즈니+의 ARPU가 낮은 건 디즈니+ 핫스타의 영향도 있어요. 인도의 ARPU는 0.76달러에 불과해요.
일단 디즈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와 계속 추가되는 콘텐츠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보는데요. 선택권이 많아진 데다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사람들이 씀씀이 줄이기에 나선 영향이 스트리밍 시장에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이 다음 분기에도 의미 있는 성장을 이어갈지는 지켜봐야 해요.
Writer 핀핀, 미디어/콘텐츠를 아우르는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이슈를 전해드려요. Edit 송수아 Graphic 박세희
– 이 글은 2022년 4월 12일, 5월 17일에 발행된 커피팟의 뉴스레터에 기반해 2022년 5월 26일(목) 기준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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