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키우는데 한 달에 얼마나 들까? 

by 사소한 질문들

진주강씨 26대손 강백호의 취미는 가족들 물건 훔쳐 간식과 바꿔먹기. 특기는 아무 데나 눕기. 강백호의 동생 강호랑의 취미는 형한테 장난 걸기. 특기는 아무 데서나 자기. 약 80만 명의 팔로워를 둔 웰시코기 ‘백호’ 와 고양이 ‘호랑이’의 이야기입니다. 

백호와 호랑이의 보호자 강승연은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이웃집의 백호’ 계정을 운영하며 반려동물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백호와 호랑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보호자의 깊은 애정과 부단한 노력이 느껴집니다. 강승연을 만나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묻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를 애정하는 일은 나의 시간을 나누는 것이고, 경제적 소비도 따르게 되니까요. 백호와 함께한 지 7년, 호랑이와는 3년. 보호자 강승연과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랜선 이모 삼촌들과 항상 적극적으로 소통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다양한 질문들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요. 백호, 호랑이를 키우는데 얼마가 드는지, 구체적인 금액을 묻는 질문도 많이 받으세요?

개인적인 질문은 인스타그램 dm으로 받고 있는데요. 반려동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을 묻는 질문이 제일 많아요.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비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제게 문의를 많이 주시는 것 같아요. 저는 아주 과감하고 투명하게 말씀드리고 있습니다(웃음). 

보통 미디어에서는 월평균 반려동물 양육비가 10만 원 정도라고 이야기하잖아요. 현실적으로는 그것보다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최소한의 소비만 하면서 살 수도 없고요. 요즘은 반려동물 제품 종류나 가격도 다양하잖아요. 병원비는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 의식주를 제외한 기타 비용을 묻는 질문이 오면 저는 있는 그대로 대답해드려요. 

비용을 솔직하게 공개하기 힘들지 않나요?  

제 씀씀이나 소비패턴을 타인에게 공개한다는 게 쉽지는 않죠. 그래도 제가 솔직하게 답변드리는 이유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각오’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최소한의 양육 비용, 혹은 최대한의 양육 비용을 알아야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더 신중해지잖아요. 제 답변을 듣고 ‘그 정도 비용이라면 입양을 포기해야겠어요’라며 생각을 바꾸는 분도 계시고요. ‘반려동물에게 그렇게까지 써야 하나요’ 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고요. 반응이 되게 다양해요. 

백호와 호랑이를 키우는데 한 달에 어느 정도가 드나요? 

한 달에 평균적으로 60만 원, 많으면 80만 원 정도예요. 식비에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데요. 식비만 한달에 40~50만원 정도 듭니다. 백호가 생식을 해서 식비가 많이 들어요. 생식 식재료가 사료보다 2배 이상 비싸거든요. 호랑이도 생식을 시도해봤는데, 잘 안먹더라고요. 워낙 입이 짧기도 해서 호랑이 입맛에 맞는 사료와 간식을 먹이고 있어요. 그 외에는 장난감, 옷 등의 용품 구입과 2달에 한 번씩 영양제를 꾸준히 구입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다른 보호자들에 비해 많이 쓰는 편이에요. 거의 최대 비용, 혹은 그보다 조금 많이 쓰는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생식을 시작한 이유는요? 

먹는 것 싫어하는 강아지는 없겠지만, 백호는 먹는걸 정말 정말 좋아하거든요. 사료는 급여량 자체가 적다 보니까 백호가 아무리 꼭꼭 씹어먹어도 식사가 순식간에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배고파하더라고요. 양껏 먹을 수 있으면서도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 다양한 식감이나 맛을 느낄 수 있도록요. 요즘 백호 주식은 오리고기입니다(웃음).  

많은 보호자들이 걱정하는 게 동물병원 진료비잖아요. 병원비는 어느 정도 소비하고 계세요? 

백호는 2-3달에 한 번씩 간단한 피검사를 하는데요. 피검사는 보통 5만 원이에요. 만약, 검사를 더 꼼꼼히 해야한다 그러면 15만 원 정도 들고요. 생식을 하다보니까, 영양 불균형을 조심해야 하거든요. 피검사를 통해서 부족한 영양소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영양제를 따로 먹여요. 백호가 병원갈 때면 호랑이도 함께 가고요. 호랑이는 생식은 안하지만, 부족한 영양소는 없는지 근육량, 지방량 등도 꼼꼼히 체크하고 있어요. 백호의 경우,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약해서 1년에 한 번씩 정밀검진을 해요. 사람도 1-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 하잖아요. 똑같다고 보면 돼요. 정밀검진은 110만 원 정도 드는데요. 사람보다 두 배 정도 비싸죠. 

지금 백호가 7살이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건강과 관련한 소비도 늘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백호가 어렸을 때는 정밀검진도 훨씬 저렴한 걸로 했었어요. 비용이 반 이상 저렴했죠. 그런데 사람도 나이가 들면 병이 쉽게 오잖아요. 저도 20대 때는 영양제 안 먹고 밤을 3일 새워도 거뜬했는데 30대는 다르더라고요(웃음). 동물도 마찬가지니까, 혹시 모를 예방 차원에서 더 정밀하게 보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보면 병원을 자주 갈수록 소비를 줄일 수 있거든요. 예상하지 못했던 질환이 있으면 빨리 발견할 수 있고, 선천적 질환이 오는 시기도 늦출 수 있고요. 견종별로 취약한 부분이 있잖아요. 웰시코기는 관절이 약한 것처럼요. 병원에 자주 다니면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동물병원비용이 사람에 비해 비싸기도 하고, 반려동물이 병원에 가기 싫어한다는 이유로 자주 방문하는 게 쉽지는 않죠. 그러다가 너무 늦게 병원에 가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어요. 질환을 늦게 발견할수록 완치가 힘들잖아요. 반려동물도 더 고생하고, 비용은 비용대로 더 깨지고… 그래서 저는 2-3달에 한 번씩, 자주 병원에 가는 걸 추천드리고 싶어요. 반려동물 건강도 지키고 내 통장도 지키는 방법이에요. 

고정비용과 병원비 외에도 자잘한 소비도 많죠? 보호자가 되기 전까지는 쉽게 알 수 없는 소비들이 궁금해요. 

‘웰시코기 키울 때 뭐가 제일 힘들어요?’ 라는 질문도 자주 받는데요. 그럴 때마다 저는 쓸데없는 비용이 많이 나간다고 답해드려요. 일단 반려동물은 가구와 벽지를 망가뜨립니다(웃음). 자가가 아닌 이상, 벽지와 장판 을 망가뜨리면 이사갈 때 원상 복구를 해야하니까 그 비용도 생각하셔야 하고요.

털 날림이 심해서 집 청소를 하루에 두 번씩 하는데요. 백호 키우는 7년 동안 청소기를 6번 바꿨어요. 옷도 자주 사게 돼요. 옷에 붙은 털을 매번 테이프로 떼고, 세탁도 자주 하니까 옷감이 정말 금방 상해요. 침구도 반려동물이 없는 집과 비교하면 교체가 빠른 편이고요. 

집 안 환경을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좋게 바꾸기도 해요. 백호가 오기 전에는 거실 한켠이 모두 책꽂이였어요. 백호를 데려오면서 공간을 더 넓게 쓰기 위해 책꽂이를 모두 치웠죠. 웰시코기는 관절이 약하니까 높은 침대 프레임을 없애고 매트리스만 두고 있고요.

양육비가 만만치 않네요. 미래 소비에 대한 준비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승연 씨는 어떻게 대비하고 계신가요? 

적금을 들고 있어요. 통장 2개가 있는데요. 하나는 매달 20만 원 씩 자동이체로 넣고 있고요. 하나는 여유가 될 때마다 넣는 자유적금이에요. 백호랑 호랑이가 너무 귀엽고 예쁜 짓을 많이 하니까, 아이들에게 월급 준다고 생각하고 꼬박꼬박 넣고 있어요. 적금을 드는 이유는 ‘병원비’가 가장 크긴 해요. 백호랑 호랑이가 언제 수술을 하게 돼도 경제적 부담을 덜 느끼기 위해서요.

적금을 들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어느 날 백호 이빨이 깨진 거예요. 충치도 없었고, 딱딱한 음식을 준 적도 없는데  갑자기 이빨이 깨졌어요. 병원에서는 보통 발치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백호가 어리기도 했고, 깨진 이빨이 큰 어금니였어요. 백호는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큰 어금니 발치를 못 하겠더라고요. 결국 550만 원 정도 들여서 이빨 치료를 했죠. 그때 ‘못해도 무조건 500만 원은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금으로 치료비를 지불했을 때 할인이 되기도 하고, 카드 할부 무이자가 안되는 동물병원이 많아요. 또 아무리 카드 할부를 한다고 해도, 큰돈을 소비하고 나면 몇 달간 생활이 달라지게 되잖아요. 그때 경험이후로  적금을 꾸준히 들고 있어요. 예상치 못한 사고는 언제든 생길 수 있잖아요. 

백호와 호랑이를 향한 애정어린 시선만큼, 때때로 따가운 시선도 쏟아집니다. ‘동물에게 큰돈 쓰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상대적 박탈감을 조성한다’는 반응부터 백호와 호랑이를 통해 돈벌이를 한다는 오해도 있죠. 그럴 때마다 강승연은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반려동물을 양육비에 대한 강승연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다른 보호자들에 비해 양육비를 많이 쓰는 편이라고 말씀 주셨는데요. 특별히 더 많은 소비를 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 시츄를 키우다가 떠나보낸 적이 있었어요. 이름이 ‘바다’였는데요. 제가 성인이 되자마자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바다한테 장남감이나 간식을 더 사주고 싶어도 저는 용돈을 받아 쓰는 학생이었으니까 마음만큼 잘해주지 못했죠. 그리고 집을 비우는 시간도 많았어요. 저는 늘 학교에 있었고, 가족들도 모두 직장에 있었고요. 대학생이 돼서 시간 여유도 생기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용돈을 스스로 벌 수 있게 됐는데 바다가 떠나니까 너무 후회되더라고요. 그때 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했을 때, 그리고 내가 후회 없이 애정을 쏟을 수 있을 때 반려동물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다 떠나보내고 백호 만나기까지 7년이 걸렸죠. 바다를 키우면서 들었던 아쉬움 때문에 백호와 호랑이에게는 후회없이 잘 해주려 해요. 

승연 님을 향한 삐딱한 시선들도 있잖아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위화감 조성한다’, ‘짐승한테 쓸 돈 있으면 시집가서 아이를 낳아라’ 이런 말들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면서 기부하고, 행복하게 사는게 제 인생의 모토인 거예요. 제게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을 굳이 이해시키려고 하지는 않아요.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고요. 사람마다 각자의 인생이 있으니까요. 

승연 님의 인생의 모토, 멋지네요. 백호는 2018년 한국관광공사의 공익 모델로 활동하고, 굿즈 판매는 지금도 꾸준히 하고 계시잖아요. 2014년 백호를 입양한 이후로 모든 수익을 기부하고 계시는데 이러한 원칙을 세우신 이유가 궁금해요. 

기부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제 욕심이었어요. IMF 때 저희집이 크게 무너져서 제가 일을 일찍부터 했거든요. 20대 초반에 사회생활 하면서 알게 된 분이 있는데, 어느 날 그분 표정이 너무 좋은 거예요.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하고 물어보니까, 그분이 후원하던 친구가 대학을 갔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행복해하는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 결심했죠. ‘나도 마이너스 생활을 청산하고 0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되면, 반드시 기부하면서 살아야겠다’ 제 개인적인 소망이었어요. 운이 좋게 백호 덕분에 그 소망을 빨리 이룰 수 있었고요.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도 있는데, 그래도 나는 SNS를 헛되게 하지 않았구나 싶죠(웃음). 백호와 호랑이 통해서 들어오는 수익은 지금까지 유기동물 센터, 보호소 등에 기부하고 있어요. 

△ 기부내역을 SNS에 꾸준히 알리고 있는 강승연 님. (자료: 이웃집의 백호 인스타그램)

백호와 호랑이와 함께하면서 현명한 소비를 위한 노하우도 쌓였을 것 같은데요. 

소비의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는 ‘먹는 것과 병원비는 타협하지 말자’ 주의예요. 장난감이나 옷 같은 건 덜 사줄 수 있어요. 미용도 숍에 맡기지 않고 제가 하거든요. 만약, 직장생활이 너무 바빠서 미용을 직접 할 시간이 없다? 그러면 미용은 숍에 맡기는 거죠. 대신 다른 영역에서 소비를 줄이고요. 본인의 생활방식 틀 안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을 정확히 정하고, 우선순위를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정보가 돈이라고 생각해요. 반려동물에 대해서 보호자가 가장 잘 알아야 헛돈을 쓸 일이 줄거든요. 반려동물이 어떤 알러지가 있는지, 취향은 어떤지, 몸에 어떤 곳이 안좋은지. 세세한 부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이런 것들을 잘 알아야 사료나 간식 살 때도 반려동물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살 수 있겠죠. 보호자가 많이 알면 알수록, 반려동물이 더 안전해지고 사고가 날 확률도 줄어듭니다. 

승연 님은 어떤 식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반려동물에 대해서 공부하나요? 

저는 반려동물 관련 해외 포럼이나, 수의사 칼럼을 챙겨보면서 틈틈이 공부하고요. 제품 같은 경우는 광고가 많아서, 성분이랑 리뷰를 꼼꼼히 읽어보는 편이에요. 수입제품은 해외 사이트에 가서 더 많은 리뷰를 읽어보고 신중히 고르고요. 

마지막으로 보호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인 중에 저를 보면서 ‘내가 그동안 반려동물을 잘못 키운 것 같다’며 자책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절대 그럴 필요 없어요. 사람마다 사는 게 다르잖아요. 저는 백호, 호랑이가 제 일상의 전부이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예요. 각자의 생활에 맞게, 각자 형편에 맞게 반려동물을 키워야죠. 저처럼 하네스가 많을 필요도 없어요. 저처럼 생식 안 시켜도 좋은 사료면 충분해요. 캣타워 하나만 있으면 어때요? 꼭 원목일 필요도 없잖아요. 장난감이나 옷 개수가 적으면 어때요. 괜찮아요. 다만 반려동물에게 쏟는 관심의 정도는 제가 기준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강 상태 자주 살펴주고, 좋은 음식 먹이고,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단 30분이라도 산책하며 시간을 함께 보내면 좋겠어요. 가족이잖아요. 보호자가 조금만 노력하면 반려동물을 훨씬 건강하게, 행복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Edit 이지영 Graphic 이은호 Photo 이홍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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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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