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소비는 윤리적일 수 있을까?

by 사소한 질문들

반려동물 산업의 과도한 발전과 무분별한 소비

그 역사와 배경은 다르지만, 축산 낙농업과 반려동물 산업은 동물로 인해 수익이 창출되는 산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역사의 시작과 함께 수렵을 통한 육식을 해온 인류는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개량해 가두어 키우면서 도축하고, 젖을 짜 사고팔면서 그것을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동물권의 개념을 벗어나 사회,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봐도 세계적으로 육식 인구가 날로 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더 빨리, 더 많이, 더 싸게 육류를 공급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는 공장식 축산과 과도한 육식을 조장하는 경제 시스템의 소비 구조는 지구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인류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을 비윤리적으로 소비하는 문제 역시 그에 못지않게 심각해지고 있다. 단순히 먹거나 가죽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닌, 보고 즐기거나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등 비실용적인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관련 산업이 등장했고,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 등의 동물을 교배함으로써 종을 개량하고, 자의적인 기준으로 유전적인 특성을 평가해 물건처럼 값을 매기면서 반려동물 산업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키워냈다. 특히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며 매출 규모가 빠르게 커졌고, 소비자가 그 유행을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다각화되었다. 동시에 반려동물 산업의 문제점 역시 그 발전 속도와 함께 심각해지고 있는데, 그 문제들은 축산업에서 보이는 문제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조금 더 미묘하며, 조금 더 논쟁적이다.

축산 낙농업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는 것을 대전제로 존재하는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먹거나 가죽을 이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산업에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민다 해도 애초에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있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동물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동물권을 설득하는 건 어려운 일이며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반면, 반려동물 산업은 동물을 애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산업 자체도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한다는 전제로 존재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조금 더 복잡하고 교묘한 산업의 이면을 살피고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품종 동물 분양업에 대해서는 교배를 위해 존재하는 모견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나 반복적 교배로 인한 유전적 질병 문제 등 비교적 명확하게 동물 착취와 학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부수적인 용품이나 사료 생산, 기타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경우 해당 산업이 동물권에 기여하는지 아닌지의 결론을 단적으로 내리기는 어렵다. 산업의 영향으로 전체 반려동물 개체가 늘어나 결론적으로 유기 동물 증가와 동물 학대에 이르는지를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살펴볼 수는 있겠지만, 결국 소비자가 해당 산업이 동물권 문제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조금 더 면밀하고 세심하게 살핀 후 소비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정말로 이 산업이 동물권을 향상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이들의 이상을 충족하는지, 동물을 사랑한다는 구호 아래 발전하는 산업의 이면에서 고통받는 동물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소비 활동이 동물 학대나 착취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건 아닌지’ 등의 질문을 반복하며 이에 대한 해답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착취와 보호의 경계에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반려동물의 개체 수가 늘어나는 만큼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반려동물이라는 용어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개는 당연히 목줄에 묶어 마당에서 키우던 시대와 비교했을 때 관련 산업이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건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현상이지만, 새롭게 나타난 산업이 모두 동물권을 향상하는데 일조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반려동물 관련 사업과 제품을 소비하는 행위가 동물 학대나 착취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자신이 분양받은 사랑스러운 반려견의 모견이 사실은 평생을 철장에 갇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죽임을 당하거나 비참하게 버려진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혹 안다고 해도 외면하는 소비자들이 아직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품종견의 유전적 특징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동종 교배를 반복한 결과, 유전적인 결함과 특정 질병을 안고 사는 품종 동물들의 문제 역시 많은 사람들과 기업이 외면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의 진입 장벽은 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관련 법령도 엄격하지 않으며 반려동물 판매업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누구라도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가 쉬운 편이다. 이 말은 즉, 동물권 인식이 그렇게 높지 않은 이들이 반려동물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산업 역시 매출이 중요하며 자선 사업과는 구별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살아 있는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더 신중하고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매출 부진 등 다양한 이유로 폐업⋅폐쇄된 반려동물 분양 매장에서 굶어 죽는 동물들과 부적절한 재료와 방법으로 사료나 간식을 제조해 문제를 일으키거나 비인간적인 행위로 동물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렇게 표면에 드러난 문제 외에도 생명을 대할 준비와 자세가 부족한 이들이 반려동물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다양하고 심각하다. 기업이 수익을 추구하는 것만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은 없겠지만, 그것이 한 생명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산업이라면 기업도, 소비자도 자신의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동물을 생각하는 윤리적인 소비의 측면에서 직접적인 소비 행위만큼 주의해서 생각해 봐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동물 콘텐츠의 소비’다. 최근, 다수의 방송사에서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얘기하자는 의도로 영상 콘텐츠를 기획한다. 하지만 이는 자칫하면 기획의도와 무관하게 귀엽고 감성을 자극하는 품종 동물을 전시하고 분양을 조장하는 비윤리적인 동물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순간의 이미지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의해 노출된 품종 동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엔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유기되는 숫자가 늘어나는 고질적인 악순환은 이미 현재 진행 중이다. 분양과 파양을 반복하는 일부 연예인의 왜곡된 애정관을 동물 사랑으로 포장하는 콘텐츠 역시 가볍게 지나칠 수만은 없는 문제다. 공중파 방송, 종편, 케이블 채널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는 영상 콘텐츠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동물을 소재로 하는 모든 영상물이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신중하게 기획되어 왜곡되지 않은 메시지를 온전히 시청자에게 전달하기를 바라는 건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가 뚜렷한 인식과 동물관을 가지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하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비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윤리적인 반려동물 소비

국내에서 반려동물이 한 가족과 평생을 함께 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널 확률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유기를 하지 않더라도 임신이나 이사, 기타 다양한 ‘인간의 사정’에 의해 다른 가정으로 보내지거나(파양) 분실, 절도, 유괴 등의 요인으로 반려동물은 자신의 가족과 강제로 떨어진 채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열 중에 여덟 마리의 반려동물은 이 세상의 전부였던 가족과 헤어져 죽거나 슬픔 속에서 여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와 의도치 않은 사고 등으로 키우던 동물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과연 동물권과 윤리적인 소비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진지하게 자성해 볼 필요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과 소비자는 스스로의 행동에 도덕적, 윤리적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경제 활동이 동물권 인식이 부족하거나 동물권 후퇴를 유발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지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인식 때문에 기업 활동과 소비 행동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져 사업의 확장과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소비를 논하고자 한다면 기업도, 소비자도 이 산업이 살아 있는 생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걸 자각하고 기업의 활동과 소비자의 소비 행위 하나하나가 동물의 복지와 운명에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동안 경제가 인간의 삶을 발전시키며 윤택하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에 대한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지금, 인간이 그렇게 이기적이기만 한 종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그건 선택이 아닌 필연적인 의무이기도 하다. 동물을 이용하는 축산업과 반려동물 산업은 직접적으로 동물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동물만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 자신과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현명하고 윤리적인 소비가 필요하다. 사실 답은 너무나 간단하고 명료하다. 소비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윤리적인 소비이다.


Edit 송수아 Graphic 이은호 김예샘

Writer 김현성 

1997년부터 패션사진가로 활동하던 김현성은 2009년에 동물과 환경을 얘기하는 문화잡지 오보이!를 창간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동물권과 지구의 내일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하며, 맑고 파란 하늘이 당연한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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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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