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용어는 좀 더 친근할 수 없을까?
ㆍby 사소한 질문들
‘함스타포크Hamsterkauf’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나요? ‘햄스터처럼 사재기한다’는 뜻인데요. 2020년 초, 코로나 19가 막 시작됐을 무렵 사람들이 팬데믹의 공포로 마트에서 생필품과 식량을 사재기했고 마트가 텅텅 빈 모습이 연일 보도되면서 주목받았죠.
이처럼 경제 용어 중에는 동물에 비유해 의미를 표현한 것들이 있는데요. 저널리스트 드루티 샤(Dhruti Sha)와 도미닉 베일리(Dominic Bailey)는 “인간이 글로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이미지를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렇기 때문에 경제 현상을 동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저서 <Bear Markets and Beyond>는 금융권에서 동물을 이용한 표현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동물의 특성이나 습성을 이해하고 있으니, 새로운 경제 용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쩐지 멀어 보이는 금융이 조금 친근해보이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소비 현상과 관련한 경제 용어 중에도 동물을 이용한 표현이 있을까요? 답은 YES! 알아두면 언젠가는 쓸모 있을, 동물과 관련된 경제 용어 4가지를 알려드려요.
백로 효과
특정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상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값이 오르면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해요. 영어로는 ‘snob(잘난 체하는 사람을 비꼬아 이르는 말) effect’라고 하는데요. snob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유행하는 것을 의미하면서도, 남들과는 차별화된 소비를 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뜻하기도 해요.
펭귄 효과
어떤 상품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그 상품을 사면 따라 사게 되는 구매 행태를 뜻해요. 이는 펭귄의 습성에서 유래된 단어인데요. 먹이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천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있을 때, 첫 번째 펭귄(first penguin)이 물속으로 들어가면 나머지 펭귄들도 따라서 같이 들어가는 모습에서 비롯되었어요.
왝 더 독(wag the dog)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The tails wags the dog)는 표현에서 유래된 말이에요. 주식시장에서는 현물시장에서 파생된 선물시장에 의해 현물시장이 좌지우지되는 현상을 뜻하고요. 소비에서는 제품(몸통) 자체보다 덤(꼬리) 때문에 제품을 사는 행동을 의미해요.
animal spirits
한국에서는 ‘야성적 충동’이라고 번역되었는데요. 경제가 인간의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판단에 의해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닌, 심리와 같은 비경제적인 요소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이론이에요.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인간이 정말 합리적이고 오류가 없다면, 대공황이나 경제 위기를 설명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야성적 충동이라는 표현을 썼고요. 이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커로프와 예일대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쉴러가 <야성적 충동: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저서를 내기도 했어요.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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