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면 은퇴 계획이 달라질까?

by 사소한 질문들

“안 하면 호구인 노후 대비 방법.”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B커뮤니티에서 시작되어 여러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졌던 게시물 제목입니다. 글의 골자는 ‘공적 연금, 사적 연금, IRP 등에 소득 공제 받을 수 있는 최대치를 넣어서 노후 생활비를 만들자’는 거였는데요, 뜨거운 호응만큼 댓글에 자주 달린 말은 “이것만 하면 되나요”와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실천 못해요”였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결혼할 때, 부모가 될 때처럼 삶의 단계가 달라질 때마다 돈 관리에 대한 다짐을 하지만, 막상 전체 자산을 파악하고 소비・분배・투자 계획을 세우거나 나아가 은퇴 계획을 세우는 일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요즘은 은퇴하려면 30억 원 있어야 한다던데 언제 모으지? 파이어족은 안 되겠지?’ 생각하다가 어느새 하루하루 살기 바빠서 잊은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거예요. 

카카오에서 UX디자이너로 일하는 김성미, 한스타일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이상형은 5년 전 결혼한 직후 은퇴 계획을 세우고 지금까지 착착 실행하고 있어요. 1년 전에는 사랑스러운 아기가 태어났지만 목표로 한 은퇴 시점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수익률은 초과 달성 중입니다. 처음 목표를 세울 때 고려한 것들, 부모가 되었어도 계획이 틀어지지 않은 방법, 노후 생활비를 예측하고 자산을 배분한 노하우 등에 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돈 공부할 계기는 돈을 들여서라도 마련하기

비장한 파이어족까지는 아니더라도, 굉장히 확실한 은퇴 시기를 정해두셨죠. 돈 관리에 원래부터 철저한 편이었나요? 

성미: 예전과 지금이 정말 달라서 아마 남편이 들으면 놀랄 텐데요, 옷 사는 걸 좋아해서 직구도 많이 하고 택을 안 뗀 옷도 쌓여 있고 그랬어요. 몰테일(배송 대행 서비스) 등급이 되게 높았답니다? (상형: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그러다 결혼하기 3년 전쯤 독립하고 작은 오피스텔에 살기 시작하면서 심플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공간도 좁아지고, 오피스텔 관리비도 너무 비싸고, 독립하느라 부모님께 빌린 돈도 갚아야 했고요. 돈을 이렇게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그때부터 서서히 들었어요. 짐부터 줄여나갔고 그게 저에게는 시작이었죠. 지금은 감가되는 건 다 아깝고 사려다가도 되팔 때 가치가 어떨까를 다시 고려해요. 테슬라 주식 사는 건 즐겁고요, 작년에 생일선물도 남편에게 디즈니 주식으로 받았어요. 

상형: 저도 지금은 ‘돈이 되는 소비’가 제일 좋기는 한데요, 아내는 소비를 진짜 안 해요. 

안 한다는 게 어떤 수준인가요? 민망하지만 제가 상상이 안 돼서…

성미: 옷도 샀던 거 계속 입고, 가끔, 1년에 한 번 정도 사요. 

상형: 유일하게 희열을 느끼는 소비는 여행인데, 코로나 때문에 차단되어 있었죠. 

성미: 여행비는 매년 8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 통장을 분리해서 따로 모아놓고 있었어요. 이제 다시 풀리는 분위기지만 아이가 어려서 그 돈만큼 필요한 장거리 여행은 당분간 못 갈 테니 그 절반 정도 예산으로 가까운 곳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또 하나 아끼지 않는 건 경제 도서 사보는 일이에요. 요즘 읽는 책은 ⟪이웃집 백만장자, 변하지 않는 부의 법칙⟫인데,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부자의 마인드를 알려주고, 절약을 통한 행복의 삶의 가치를 알려줘서 좋았어요.

그런데 아기가 태어나면 그때가 소비의 끝판왕인 시기이지 않나요.

상형: 아직은 어려서 사교육 같은 걸 받는 것도 아니니까 시작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대비는 하고 있죠. 예를 들어 요즘 부모들이 가장 열심히 챙기는 증여도 그 일환이에요. 면세 범위인 1살부터 10살까지 2천만 원, 11살부터 20살까지 2천만 원, 21살부터는 10년마다 5천만 원을 고려해서 증여세 신고하고 장기 투자를 해둘 계획이고요, 이를 학비 등으로 쓰게 할 예정입니다. 

돈 관리는 누가 주로 하나요? 결혼할 때 처음부터 재무 목표 같은 걸 세웠는지도 궁금해요. 

상형: 결혼 전에 주변에서 경제권 절대 넘기지 말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내심 내가 번 돈은 내가 관리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죠. 그런데 기록하는 거 좋아하고 계획도 잘 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내가 하는 것보다 훨씬 낫겠구나 싶어서 관리를 맡기기로 했어요. 

성미: 저는 처음부터 제가 하려고 했어요.(웃음) 

상형: 사실 예전에는 별 계획이 없었어요. 막연히 집 사야겠다는 생각 정도? 그러다 결혼하고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하게 됐고, 특히 둘이 같이 은퇴 관련 다큐멘터리(KBS스페셜 ⟨노후 파산, 당신의 노후는?⟩, 2016)를 보고 우리도 준비를 많이 해야 되겠다 싶었어요. 그때부터 장기 계획을 세우게 된 거예요.

성미: 그리고 30만 원 주고 자산관리사 만나서 상담받으면서 서로의 내역을 싹 공개했죠. 

와, 돈 합칠 때 자산관리사한테 설계받는 게 흔한 일인가요? 효과가 있던가요? 

성미: 제가 잘 몰랐으니까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는 무료인 곳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상담을 해주다가 결국은 부부 월수입을 모두 자신이 연결해주는 상품에 넣으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 아니구나 싶어 잽싸게 인사하고 나왔고, 다음은 회사 사람한테 추천받은 업체에 갔어요. 미리 알아보니까 재무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한테 컨설팅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이 정도면 믿을 수 있겠다 싶어서 30만 원쯤 내고 유료 상담을 받았죠. 그때 저희 둘의 현황을 엑셀로 정리를 해갔어요. 소비는 얼마나 하고, 수입은 얼마인지, 그래서 얼마를 모으고 있었는지 같은 걸요. 

상형: 이 정도 수입과 지출이면 우리가 몇 년 뒤에 집을 살 수 있을지 같은 걸 설계해 달라는 거였죠. 당시에는 30만 원이 아까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성미: 가지고 있는 돈 세 배씩 불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결국은 현실적으로 어떤 마일스톤을 잡으면 될지 감을 잡는 계기가 됐어요. 저희는 솔직히 부모님한테 받은 재산도 없고, 둘이 버는 걸로는 한없이 부족할 거라고만 생각했거든요. 상담에서 “앞으로 매년 최소 얼마를 벌 거니까 언제쯤 은퇴를 하실 수 있을 거 같고, 그때 얼마 모은 자산을 어떻게 쓰시면 되겠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저희는 ‘은퇴 계획을 세울 때는 주거 비용을 얼마나 모으고, 국민연금, 개인연금 등 활용해서 노후 생활비 마련하면 되는 거구나’ 깨닫고 오히려 자신감을 가지게 됐고, 더 공부하면서 디테일하게 계획을 세워볼 수 있었어요. 그 분이 아이 갖는 경우에는 요즘 8억 원 이야기도 나오지만 3억 원 더 드는 것이 당시 평균이라고 얘기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게 결혼 후 어느 시점이었나요. 

상형: 완전 초반이었어요. 

계획을 세워본 이후 가장 가까운 목표는 내 집 마련이었을까요?

성미: 그랬는데 저희가 결혼한 게 5년 전이에요. 그 즈음부터 집값이 엄청 빠르게 오르더라고요. 특히 제가 대출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었어서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쳤죠. 저희가 혼인 신고를 안 했기 때문에 편법도 있었는데 안 했고, 우리는 왜 이렇게 돈이 없나 원망도 하고 그랬네요. 

상형: 열심히 벌고 투자하면서, 우리가 살고 싶은 지역의 2022년 집값 기준으로 40% 대출 포함해 매매 가능한 돈이 모이는 시점을 다음 타이밍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혼인 신고 안 한 건 혹시 경제적으로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었나요. 

성미: 장단점이 있어서 선택의 문제일 텐데요, 저는 무주택을 유지하느라고 안 하고 있어요. 

아이 태어났을 때 지원금 등등은 괜찮나요?

성미: 네,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잘 나와요.

시장에 파란 비가 내려도 춥고 외롭지 않을 방법을 찾아서

은퇴하고 싶은 시기를 먼저 정하고 계획을 세운 건가요, 아니면 노후 대비 계획을 세우고 나니까 은퇴 시기가 정해진 건가요. 

성미: 후자인데요, 스프레드시트에 자산 흐름과 계획을 기록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매년 소비를 제외한 소득을 모아서 투자하는 원금을 늘리잖아요. ISA*와 IRP*도 저희가 ETF*로 운용하고 있고, 남편은 회사에서 들어가는 퇴직연금도 DC형*으로 운용하고 있어요. 저는 이걸 꽤 오래전부터 했고 결혼하자마자 남편에게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었어요. 주식, ETF 포함해서 연 7% 수익 내는 것이 목표이고요, 그렇게 원금을 목표치까지 모으면 연금소득, 배당금 등으로 살 수 있는 시기가 계산되더라고요. 계산대로면 2035년부터는 돈을 더 모으지 않아도 원금을 건드리지 않고 원금에서 나오는 자산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은퇴는 55세’라는 계획이 나온 거예요. 요즘 많이 언급되는 30대, 40대 파이어족까지는 아니지만 저희가 40대니까 머나먼 훗날은 아니에요.

원금은 건드리지 않는 상태에 추가 소득만으로 노후 생활비 충당이라니, 너무 아름다운 계획이에요. 구체적인 방법을 더 들려주세요. 

상형: 은퇴하고 나서 지금과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려면 갑자기 생활비를 줄일 수는 없죠. 현 소비 수준에서 여유 있게 월 지출을 잡고, 기대 수명인 100세까지를 잡으면 전체 필요한 금액이 나와요. 그것을 연 소득과 투자금, 목표 수익률 등 고려해서 계산하면 몇 년 뒤에 은퇴해도 되는지도 따져볼 수 있어요.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여러 가지 조기은퇴 계산기도 해보면 참고가 돼요. 한 예로 퀀트 투자해서 파이어족이 된 걸로 유명한 강환국 씨가 만든 낙원 계산기가 있어요. 이 분이 “연 지출액의 25배를 모으면 은퇴해도 된다”는 말도 했는데, 유튜브 채널을 종종 보면 도움이 돼요. 

성미: 대신 그 25배 이야기는 직간접 투자를 필수로 한다는 전제하에 적용돼요. 저희는 보수적으로 베타 투자를 하고 있어서 연 목표 수익률이 7%이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분산 투자를 철저히 해요. 더 자세히 설명하면 주식, 장기 채권, 단기 채권, 금, 원자재 등에 골고루 배분하는데, 주식, 채권, 금에 75%를 투자하고 나머지 25%는 상황에 따라 변경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리밸런싱하면서 전체 자산이 폭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수익을 달성하죠.

상형: 레이 달리오의 올 웨더 포트폴리오 방식을 적용한 것이기도 해요. 요즘 올 웨더 방식 적용한 국내 투자 서비스들도 있더라고요. 

성미: 현금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 금이 있고,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이 오르는 식으로 낙폭을 최대한 줄여주는 방법이에요. 저는 심리적으로 안전을 느끼는 게 중요하거든요. 주식 100%로 하면 은퇴 시기를 확 당길 수도 있겠지만 요동치는 그래프를 제가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상형: 20년 이상 투자를 할 거니까 안전 지향으로 베타 투자를 하는 게 맞겠죠. 저 같은 경우는 일부 금액은 공격적으로 하는 부분도 있어요. 살다 보면 의외의 여유 자금이 생기곤 하잖아요. 그런 돈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한꺼번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알파 투자도 병행하는 거예요. 

공격적 투자가 투자금에서 얼마쯤 차지할까요?

상형: 총 자산에서 주식에 직접 투자는 18%, 현금과 예금이 35%, 나머지는 자산 배분에 들어가 있어요.

생각보다 많은데요? 

성미: 한동안 장이 좋았을 때 많이 맡겼어요 제가. 이제 한도 초과라서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처음에 저만 투자를 열심히 하다 보니까 남편은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아서 일정 금액을 주고 관심 있는 곳에 투자해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더라고요. 공부한 것 바탕으로 수익 내는 거 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더 주게 됐었죠. 

공격적 투자하는 내용도 공유가 되어 있나요. 

상형: 네, 제가 정기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다고 공유하고 있어요. 솔직히 요즘에는 장이 너무 안 좋아서 잘 안 보여주긴 하는데…(눈치)

성미: 종목별 비율은 계속 조정하지만 어차피 장기적으로 보면 저도 어떤 종목들에 들어갔는지 다 알거든요. 건강한 기업들이기 때문에 지금 마이너스 나도 된다고 생각해요. 

두 분은 지금까지 근로소득으로만 계속 돈을 벌어오셨죠. 

상형: 그렇죠. 둘 다 근로소득 위주고, 지금은 투자로 자산소득도 조금씩 늘려가는 중이에요. 이렇게 열심히 한 지는 3년밖에 안 되었고요.  

직장인들 사이에 n잡이 유행하면서 n개의 소득 파이프라인 만드는 게 화두였잖아요. 그런 쪽으로도 계획 있으신가요.

상형: 아내는 본업 집중형이고, 저는 창업이나 n잡에 관한 고민과 관심이 많은 편이었어요. 제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러다 얼마 전 이직하고 나서는, 파이프라인 4개에서 20리터씩 나오면 총 80리터잖아요. 그것보다 가장 잘 하는 본업에 집중해서, 하나의 파이프라인에서 100리터가 나오게 만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성미: 투자를 하니까 배당금이 나오고, 그 배당금은 다시 재투자하고 있어요. 금액이 커질수록 배당금도 매년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충분히 생활비로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저희가 자고 있을 때 애플이 돈을 벌어주는 거죠? 그것도 저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책과 유튜브로 공부하고 투자 실패담도 적어보고 하는 거죠. 

투자 실패를 기록하세요? 

성미: 네, 제가 실수를 많이 하기 때문에 회고를 해봐요. 나중에 은퇴하면 투자 정보 공유하는 블로그를 해볼까 싶을 정도로 정리하는 걸 좋아하고요. 즐겨보는 블로그 중에 미국에서 직장인이었다가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캐나다에 가서 사는 사람이 있어요. 부아c라는 블로거인데 그 분이 되게 부유하게 사는 건 아니지만 가족들과 오붓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도 은퇴를 한다면 제가 아는 정보를 나누는 일도 하고 싶어요. 처음에 가진 것도 없고 너무 막막했기 때문에, 저희처럼 천천히 모아도 할 수 있다는 걸 알리면 좋을 거 같아요. 

돈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요.

성미: 많이는 못 해요. 출근할 때 30분은 유튜브 보는데 그것도 시간이 아까워서 1.5배로 듣고요, 하루 30분 정도는 투자 블로그 읽는 시간 갖고, 주말에는 책 조금씩 읽어요. 저만의 투자 원칙을 생각하게 해준 건 보통 책이었고요.

상형: 투자 공부를 되게 많이 해야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세운 사람은 그 원칙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자신한테 정보를 업데이트해 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는 분이 큰 금액을 테슬라에 투자했어요. 그래서 제가 밤마다 테슬라 주식이 왔다 갔다 하면 잠이 오냐, 걱정되지 않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밤에 테슬라 관련 정보만 한번 훑어보고 잔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하는 가치 판단이나 원칙을 지탱해줄 수 있는 정보만 얻으면 시간을 그렇게 많이 쓸 필요는 거죠. 저희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시스템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7% 정도 수익이 날 수 있는 상품을 고를 정도의 정보만 있으면 돼요. 

이제는 세상 돌아가는 정보 습득 단계인 거네요. 

상형: 기본 용어나 개념, 상품 종류 같은 것은 2~3년 전에 공부를 많이 했으니까, 이제는 글로벌 뉴스나 마켓 돌아가는 거 보면서 시대적인 흐름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 캐치하는 게 중요해요.

 

아이가 태어나며 많은 게 변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것들 

은퇴 목표를 세운 뒤에 아이가 생겼죠, 그럼 계획이 좀 달라졌나요? 

상형: 계획의 내용은 조금 달라졌는데 은퇴 예상 시기는 달라지지 않았어요. 처음 계획을 세울 때부터 우리가 집을 산다면? 아이가 생긴다면? 얼마나 더 모아야 하는지 시나리오를 여러 개 만들었었거든요. 플랜A로 가다가 아이가 생겼으니까 플랜B로 가기로 한 거죠. 

플랜A와 플랜B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성미: 플랜A와 기본적으로 같고, 아이 양육비나 교육비로 예상되는 금액이 한 달에 얼마씩 더 들 거니까 그 용도로 얼마를 더 모아야 하는지 항목이 추가된 거예요. 저희에겐 아직 노동을 통한 고정적 수익이 더 중요해서, 현실적으로 아이 양육비를 마련하는 방법은 내 노동력의 가치를 높여 연봉을 더 받는 것과 부부 둘이 사용했던 이전 소비를 줄이는 법밖에 없죠.  아직 생활비는 전혀 차이가 없어요. 제가 이렇게 줄일 수 있을 줄 몰랐지만 소비가 줄어들기도 했고, 매월 양육 지원금 20만 원이 나오다 보니까 오히려 5~10만 원 정도가 남아요. (상형: 그럼 나를 줘…) 출산비도 생각보다 많이 드는데요, 출산비 목적으로 통장을 마련해놨던 걸로 부담스럽지 않게 충당했어요. 그리고 저는 우리 아이에게 뭐든지 최고로 해줘야 한다는 주의는 아니에요. 아기 침대나 옷도 지인들에게 많이 나눔 받거나 중고로 마련했고, 장난감도 1만 원 내고 빌리는 프로그램으로 빌려 쓰고 있어요. 아이가 아직 공부를 잘할지 어떨지도 모르잖아요? 설령 그렇다 해도 어마어마한 교육비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가 노후 대비를 잘해서 아이한테 손 벌리지 말자는 생각이 더 크죠. 

상형: 스스로 책 읽는 것, 인생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게 하는 것을 더 신경 쓰고 싶어요. 

성미: 그리고 제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봉이 엄청 오르거나 투자가 너무 잘 되면 다를 수도 있지만 저희가 무리하는 수준까지 아이한테 쓰는 건 저희한테도 아이한테도 안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55세 은퇴가 60세로 밀리지 않았군요. 

상형: 맞아요. 학비처럼 아이가 자라면서 필요한 큰 돈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미리 증여 후 투자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고, 또 저희가 플랜을 완전 빡빡하게 짜지는 않거든요. 대체로 쓸 돈 쓰고도 여유 자금이 남게 하니까 압박을 느끼지 않아요. 

성미: 통장을 쪼개서 목적에 따라 준비해두곤 해요. 예를 들어 출산 관련 필요한 용품을 산다면 출산비 통장에 있는 만큼으로 비용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잡아요. 이건 좀 좋은 걸 사야 한다면 새 걸로 사고, 나머지는 중고를 이용하는 식으로 계획한 비용 안에서 썼기 때문에 계획이 달라지지 않은 거죠.  

‘이 시점까지 이 정도 돈 만들어야지’ 했던 계획이 마이너스가 된 적은 없나요.

성미: 네, 목표를 그렇게 달성하기 어렵게 세우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대로면 내년까지 모으기로 했던 돈이 올해 다 모일 거 같아요. 

그렇게 초과 달성이 되면 은퇴 시기를 당길 예정인가요? 

성미: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야죠. 

아이가 태어나면 학군이라는 옵션이 생기면서 부부의 부동산 계획이 달라지기도 하죠. 

성미: 교육열 뜨겁고 경쟁 치열한 동네는 저희와 안 맞아요. 주변에서 강남으로 유학가다시피 떠나는 경우도 많이 보는데, 일단은 우리가 함께 사는 데 좋은 환경이 가장 우선순위예요.  

상형: 저희의 은퇴 계획과도 다 연관이 되는데요, 앞으로 단지 공부나 성적이 중요한 세상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창의성이나 살아가는 스킬을 길러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강남 학군 가서 고생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될 거 같아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걸 길러줄 건데, 그게 공부라고 생각하진 않는 거군요. 멋있네요.성미 님은 한 회사를 오래 다녔지만 상형 님은 짧은 기간 안에 몇 번 이직을 하셨죠. 아이가 태어나고 또 옮길 때 고민됐던 부분이 있나요. 

상형: 아내가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까 저는 그럼 포텐셜이 있는 회사를 가보자는 전략을 짰어요. 원래는 같은 회사를 다녔었기 때문에 아, 부부가 한 회사를 다니면 안 되겠다, 하락세도 같이 타는구나 하면서 직장도 분산 투자처럼 영역을 다르게 택했어요.

계획을 착착 달성해 나가는 비결이 있나요. 

성미: “부자처럼 보이려고 하지 말고, 부자처럼 생각하라”는 말을 가끔 되새겨요. 돈을 공부하면서 소비 습관이 추후 노후 대비에 엄청난 파장이 있다는 것을 많이 깨달았거든요. 남들에게 보이려고 소비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우리 가족, 아이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주체적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이전에는 그저 부자들을 부정하는 쪽이었다면 이제는 그들의 강점에서 나오는 방법을 실행하면서,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적절한 소비를 통해서 우리만의 행복을 찾겠다는 생각이에요.솔직히 가끔은 너무 불안하죠. 집도 없고, 우리가 이렇게 하는 방법이 맞을까 회의가 밀려 오고요. 그런데 저희가 세운 계획의 단계마다 달성되는 숫자를 볼 때 마인드 컨트롤이 돼요. 한 달에 한 번은 리밸런싱을 하거든요. 그때 정리해보면 뭘 어떻게 잘하고 있는지가 눈에 보여요. 그러면 아, 우리 몇 년 뒤에는 이렇게 될 거고, 계획에 맞춰 성취하고 있구나 느끼는 덕분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Interview・Edit 주소은 Graphic 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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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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