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10대는 어떻게 돈을 벌까? 

by 사소한 질문들

야무지게 ‘내돈내산’의 삶을 사는 10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본인의 재능을 살려 수입을 다변화하고 극대화하는 노력을 머니 러시(Money Rush)라고 부른다고 해요. 머니 러시는 올해 10대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N잡러, 파이프라인’과 같은 부가적인 수입에 대한 관심은 세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8월 12일, 국제 청소년의 날을 맞아 각기 다른 능력으로 주체적인 금융생활을 하고 있는 10대 세 명 만났습니다. 

이호(17) / 제페토 크리에이터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캐릭터를 활용해 ‘제페토 드라마’를 만듭니다. 주중에는 고등학생으로, 주말에는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 지금까지 만든 드라마 시리즈만 10개 이상, 이호의 제페토 드라마 누적 조회 수는 300만 회를 훌쩍 넘어요. 

율(18) / 유튜브 크리에이터 “공부가하기쉬러요” 를 외치는 구독자 3.5만의 공부 유튜버. 문제집 1권 일주일 만에 끝내기, 여름방학 갓생 브이로그, 1시간 30분 스터디윗미 등 고등학생의 일상을 영상 콘텐츠로 담아냅니다. 

옷들(18) / 1인 쇼핑몰 사장 1인 문구 쇼핑몰을 운영합니다. 옷들은 학교 대신 사업을 택했습니다. 고등학교 자퇴 후, 쇼핑몰 운영에 전념하고 있다고 해요. 주문 건수에 따라 울고 웃는 날들을 보내며 노동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나의 재능으로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10대   

제페토 크리에이터, 유튜브 크리에이터, 쇼핑몰 운영까지. 세 분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이호(제페토 크리에이터): 처음에는 제페토를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 재미로 했었는데요. 중학교 1학년 때 제페토에서 메시지를 하나 받았어요. 제 캐릭터를 제페토 드라마에 섭외하고 싶다는 요청이었어요. 역할은 일진 남자주인공이었어요(웃음). 아마 제 캐릭터가 트렌디 하고 어딘가 반항적인 모습이 있어서 섭외를 한 것 같더라고요. 저는 원래 스토리를 만드는 일을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땐 직접 만화를 그려서 친구들한테 보여주기도 했고요. 그때 반응도 엄청 좋았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제페토 드라마를 알게 된 이후에는 제페토 드라마에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율(유튜브 크리에이터):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공부에 집중이 너무 안되는 거예요. 계속 휴대폰만 만지게 되고요. 그래서 영어 과외 선생님한테 고민 상담을 했더니 선생님이 ‘휴대폰 때문에 집중을 못 하는 거면 공부하는 모습을 타임랩스로 찍어봐라. 그러면 공부하는 동안 휴대폰을 못 만질 거 아니냐’ 이렇게 말씀을 해주셔서 영상을 찍게 됐는데, 찍고 보니 영상이 좀 재밌는거예요. 시험기간엔 공부 빼고 다 재밌잖아요. 휴대폰으로 간단히 편집을 해서 유튜브에 올렸는데, 한달 뒤에 구독자가 70명 정도 모였더라고요. ‘어? 이거 뭐지? 잘될 징조인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옷들(문구 쇼핑몰 운영): 아빠가 사업을 하셔서 저도 자연스럽게 사업에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아빠가 판매하는 아이템들을 보면서, 나도 아이템을 잘 고르면 빵 터져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문구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개인적으로 스티커나 다이어리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판매 사업이라 초기 자금이 필요했는데요. 제 돈 100만 원, 그리고 아빠가 돈을 빌려주셔서 총 500만 원으로 시작했어요. 

유튜브와 쇼핑몰은 상대적으로 익숙한데, 제페토 드라마는 조금 생소해요. 드라마는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이호: 먼저 대략적인 스토리와 대본을 만들고 출연자를 섭외해요. 제페토의 다양한 유저들의 캐릭터를 드라마에 출연시킨다고 생각하면 돼요. 출연자는 공개 모집하기도 하고, 제페토 메시지를 통해 섭외하기도 합니다. 섭외가 끝나면 제페토에 있는 ‘포토부스’라는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해요. 포토부스에서 뒷 배경이나, 포즈, 표정 등을 바꿀 수 있거든요. 그렇게 캐릭터 촬영이 끝나면, 촬영본을 2~3분 분량으로 이어 붙이고, 대사를 자막으로 올려요. 이렇게 만든 제페토 드라마는 제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어요. 

드라마에 출연하는 캐릭터를 꾸밀 때 주로 크리에이터 아이템샵을 이용해요. 크리에이터 아이텝샵은 제페토에서 사용하는 화폐인 ‘젬’으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캐릭터 컨셉에 맞게 꾸미기 위한 비용이 들어가요.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 비용 같은 거예요. 섭외 비용을 따로 드리지 않고, 제가 구매한 아이템들을 출연료 대신 드리기도 합니다. 

동영상을 만드는 이호 님과 율 님은 개인으로 활동하시다가 최근에 회사와 계약을 맺으셨다고요. 

율: 원래 저는 광고나 협찬을 개인 메일로 받고 있었어요. 혼자 채널을 운영하면서 광고 스케줄 조율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그러다 MCN* 두 군데에서 연락을 주셨고,  제가 겪고 있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둘 다 계약 의향이 있다고 답변들 드렸죠. 지금 계약한 회사가 미팅을 제안 주셔서 만나보니까 유명  크리에이터분들도 계시고 신뢰가 가서 계약하게 됐어요. 

*인터넷 스타들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저작권을 관리해 주고, 광고를 유치하는 일을 하는 기획사 

이호: 저는 올해 초부터 제페토 캐릭터에 입히는 패션 디자인을 시작했는데요. 제페토 내에 있는 상점에서 제가 디자인한 옷들을 판매하는 구조예요. 제페토 패션 디자이너로서 활동은 렌지드(LENGED)라는 회사에 소속되어 하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샌드박스네트워크 같은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회사인데요. 렌지드에는 제페토 패션 디자인 하는 크리에이터들만 소속이 되어있어요. 옷이 판매 되면 회사와 수익을 나눠갖게 돼요. 회사에 저같은 미성년자 크리에이터 분들도 계시고요. 워낙 유명한 분들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라서, 연락 받았을 때 기분이 엄청 좋았죠. 

개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때와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것,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율: 저는 광고 단가의 차이를 크게 체감했어요. 개인으로 활동할 때는 한 영상 당 단가가 5~10만 원 정도였거든요. 회사에 소속된 이후로는 단가가 10배 이상 높아졌어요. 광고료에 대한 회사와의 수익분배는 50:50으로 나눠요. 회사와 수익을 나눈다고 해도 기본 단가 차이가 크다 보니, 제가 받게 되는 금액이 커졌죠. 콘텐츠에 대해 매니저님과 같이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면서 영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생겼고요. 대신 그만큼 중압감도 있는 것 같아요. 개인으로 일할 땐 조금 편한 마음으로, 오늘 편집하기 조금 귀찮으니까 내일 해야지, 했는데 지금은 회사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더 느껴요. 

이호: 저도 회사에 소속되면서 어려울 때 도움받는 점들이 많아요. 혼자 제페토 패션 디자인을 할 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회사에 소속되면서부터 회사 분들이 피드백도 주시고,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개인 톡으로 상담도 해주셔서 크리에이터로서 많이 배워가고 있어요. 

경제활동을 하면서 미성년자라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옷들: 저는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해서 한국에서 판매하는데요. 온라인 송금 한도액이 30만 원이라서 물건을 살 때마다 매번 은행에 가야 해요. ATM도 안되고, 직접 은행 창구에 가서 돈을 보내야 하거든요. 은행 창구를 이용해도 하루 송금 한도가 100만 원이라서 은행을 며칠씩 왔다 갔다 해야 해요. 알아보니까, 미성년자도 거래 금액이 큰 건수가 많으면 송금 한도액을 올려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지금 저의 경우는 해외에서 물건을 사 올 때마다 불편하긴 하죠. 

통신판매업 신고할 때도 힘들었어요. 통신판매업 신고가 되어야 쿠팡, 에이블리 같은 곳에 입점이 가능하거든요. 미성년자가 통신판매업 신고를 할 때엔 법정대리인 동의가 있어야 하고, 온라인으로 신고가 어려워서 부모님이 이곳저곳 함께 다녀주시면서 도움을 주셨어요. 

율: 저는 구글 애드센스 등록할 때 좀 힘들었어요. 유튜브 수익이 달러로 들어오기 때문에 외화 계좌도 필요한데, 미성년자면 법정 대리인의 확인서가 필요한 부분이 많거든요. 성인 유튜버의 경우 법정대리인이 필요 없기 때문에 본인 계좌와 구글 계정을 연동해 더 수월하게 등록할 수 있는데요. 저는 미성년자다 보니 유튜브 채널은 제 구글 계정이랑 연결하고, 수익 관련해서는 어머니 구글 계정으로 연결을 한 뒤에 제 채널과 어머니 구글 계정을 다시 연결해 정산을 받게 되는 구조로 해야 했어요. 

법정대리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모님께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려야 하기도 했겠네요. 가족에게는 언제 처음 알렸고 반응은 어땠어요? 

이호: 처음에는 딱히 비밀이라기보다, 부모님께 말을 안 하고 있었어요. 혼자서 쪼물딱쪼물딱 작업을 했던거죠. 근데 조회 수가 점점 오르면서 혼자 알기 아까워서 가족들에게 말했어요. 동생이랑 오빠는 되게 신기해했고, 부모님도 잘 해보라고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율: 저희 부모님이 공부에 엄청 엄격하시지 않아서, 유튜브 한다고 이야기하니까 ‘그런 것도 하고 있었니, 비밀을 만들어서 서운하다’ 정도로 말씀하셨어요. 콘텐츠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씀드리니까, 벌써 그런 것도 할 줄 아냐고 반겨주셨고요. 재밌었던 게, 저는 동생에게 유튜브 한다고 이야기 한 적도 없었는데 동생이 먼저 알고 있었더라고요. 동생이 엄마한테 채널 보여주면서 언니 같지 않냐고 이야기를 했었대요. 제가 이야기하니까 동생은 ‘봐봐~ 언니 맞잖아’ 이랬고요(웃음). 

선생님 반응도 기억에 남아요.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제가 하는 유튜브 활동들을 되게 좋게 보셨어요. 공부가 다가 아니라고 생각 하시는 분이셨거든요. 친구들한테 제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조금은 부담스럽긴 했는데, ‘그런 거 할 시간에 공부를 더해라’ 이런 말씀을 안하시고, 오히려 제 활동들을 좋게 봐주셔서 되게 감사했죠. 

흔히 10대 청소년 본업이라고 여겨지는 공부와 경제활동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나요? 

이호: 저는 시간을 잘 쓰려고 노력해요. 평일에는 학교랑 학원 때문에 작업할 시간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 드라마 제작, 디자인은 주말에 다 몰아서 하는 편이에요. 주말에는 크리에이터 활동에 시간을 거의 다 쓰긴 하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힘들다는 생각은 크지 않아요. 

옷들: 저는 고2 3월 초에 자퇴를 했어요. 제가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깝더라고요. 돈을 빨리 벌고 싶은 생각도 컸고요. 부모님께 사업 계획을 세워서 말씀드렸는데, 몇 개월 동안은 안된다고 하셨죠. 그러다가 제가 끈질기게 설득을 시켜서 부모님이 결국 허락해 주셨어요. 허락할 때 조건은 ‘엄마 아빠는 신경 안 쓸 테니까 혼자 성공을 하든지, 뭘 하든지 알아서 해라.’ 였는데요. 지금은 사업 경험이 있는 아빠가 많이 도움 주고 계세요(웃음). 

율: 저는 유튜브는 어디까지나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하며 임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튜버를 본업으로 삼는 건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학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 목표는 일단 대학 진학이니까요. 시험 기간에는 업로드하는 영상 개수를 평소보다 줄이거나, 평소에 유튜브 편집은 자투리 시간에 하는 등 최대한 공부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받는 용돈 vs 내가 번 돈  같은 돈, 다른 느낌 

첫 수익, 기억나세요? 

이호: 처음 수익이 났을 때 2019년으로 기억하는데요. 첫 수익은 딱 치킨 시켜 먹을 정도였어요. 그리고 그 돈으로 가족이랑 정말 치킨을 시켜 먹었고요(웃음). 수익 얼마 들어왔다고 부모님한테 이야기 드리니까, 저를 엄청 안아주시면서 함께 좋아해 주셨던 게 기억나요. 

율: 저도 첫 수익은 크지 않았어요. 처음 받았던 구글 수익이 3만 원이었어요. 그때 기분은 ‘와, 내가 돈을 벌었다!’ 이런 것보다는 용돈을 조금 더 받은 정도의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첫 구글 수익 이후에 처음 광고가 들어왔을 때 기분이 묘했죠. 광고비가 7만 원~10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 돈을 벌고 나니 제가 정말 경제활동을 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옷들: 전 문구 사업하고 생긴 첫 수익이 기억나요. 진짜 초반에 다꾸 세트(다이어리 꾸밈 세트) 팔렸을 때. 그전까지는 계속 지인들만 구매를 해주다가 제가 모르는 분이 처음으로 주문을 해주셨던 거였어요. 처음에는 오류뜬건 줄 알고 새로고침 여러번 해보고 했어요.

세 분은 현재 수익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옷들: 수익은 모두 제 사업자 통장으로 들어오고요. 부모님께 용돈을 따로 받지 않아서 돈 관리도 직접 해요. 저는 중학교 다닐 때도 용돈을 스스로 벌었어요. 피규어에 직접 도색을 해서 판매했었어요. 피규어 하나당 2~30만 원 정도 했거든요. 1~2달에 하나만 팔아도 용돈이 충분히 됐었죠. 스스로 용돈 정도는 벌 수 있었으니까, 제가 부모님께 용돈을 달라고 이야기도 안 했었어요. 

이호: 저도 요즘은 수입이 정기적으로 들어오고요.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예요. 대신 관리는 부모님이 해주고 계세요. 제페토 크리에이터 활동으로 생기는 수익을 위한 제 명의의 통장이 따로 있어요. 그중에 일정 금액을 용돈으로 사용하고요. 

컴퓨터나, 태블릿같이 큰 장비를 구매할 때는 부모님께 따로 말씀드려서 돈을 받아요. 제가 돈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라서 용돈도 크게 필요 없어요. 시험 끝나면 친구들이랑 마라탕 먹는 것, 이사 오기 전 살았던 부산 가서 친구들 만나고 올 때도 5만 원이면 충분해요. 부모님이 외박을 절대 허락 안 해주시거든요(웃음). 

율: 저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고 있어요. 매월 1일에 10만 원, 15일에 10만 원 총 20만 원 씩 받고 있고요. 부모님이 아직 미성년자이니 경제활동이 있어도 용돈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셔서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매월 14일마다 정산이 들어와요. 정산 받으면 10~15%는 비상금으로 빼두고요, 나머지는 적금으로 넣고 있어요. 10~15% 비상금으로 빼둔 돈을 쓰는 게 문제지만요. 용돈으로 주로 생활하고, 부족할 때 비상금을 사용해요. 부모님은 제가 버는 돈은 터치하지 않으세요. 하지만 큰 소비를 할 때는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는 편이고요. 외화로 들어오던 구글 애드센스 수익을 4년 동안 뒀다가 최근에 환전해서 모인 돈이 800만 원 정도 되거든요. 이걸로 주식을 해보려고 계획중이고 배당주 쪽으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려서부터 경제적 수익 활동이나 돈에 대한  관심이 많았을 것 같아요.  

율: 어려서부터 돈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 초등학교 때 쓰던 usb를 발견했는데요. 열어보니까 무슨 사업 계획서 같은 게 있더라고요. 4학년 때 썼던 건데, 메모장을 만들어서 판매하겠다는 사업계획서였어요. 실제로 친구들한테 500원에 팔았더라고요. 저는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사고 싶은 건 다 사야 하는 성격이라 어렸을 때부터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제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선 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옷들:  저는 사실 문구 쇼핑몰 전에 옷 쇼핑몰도 했었어요. 근데 망했어요! 제가 딱히 패션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닌데, 생활 필수재니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죠. 동대문에서 사입해서 에이블리에서 판매했었어요. 처음에는 색깔별로 한 장씩 샘플을 사서 들여오고, 상품 컷 촬영해서 올리고, 주문 관리 하고. 옷 사업은 작년 12월 말에 시작해서, 올해 3월까지 어떻게든 해보다가 지금은 손을 놓은 상태예요. 

17살 학생이 옷을 떼러 동대문에 갔었다고요? 

옷들: 차를 몰고 갈 수 없으니까, 혼자 갈 때는 막차 타고 갔다가 첫차 타고요. 근데 보통 아빠가 많이 데리러 와주셨어요. 동대문 처음 갔을 때는 기가 죽었었는데, 사장님들이 정말 평범한 고객처럼 대해주셨어요. 워낙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다 보니까 버겁긴 했지만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겨울에 추울까 봐 무장을 하고 갔는데, 동대문 쇼핑몰 안에는 너무 더워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요. 

주변 또래 친구들은 돈 버는 것에 관심이 많나요? 

율: 대체적으로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제 주변의 친구들은 대학가는 것이 최고 관심사이긴 하지만, 플러스 알파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웹 소설을 쓰는 친구도 있고, 디자인을 해서 파는 친구도 있고요. 물론 용돈이 부족해서 경제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기보다, 관심 있는 분야의 무언가를 하면서 돈까지 버니까 좋다.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쓸 때와 스스로 돈을 벌어서 쓸 때, 기분이 많이 다르죠? 

율: 너무 다르죠. 예를 들어 부모님이 주는 돈은 집안의 돈은 그대론데 내가 쓰냐, 부모님이 쓰냐의 차이인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돈을 벌어서 쓰는 건 집안의 돈에 플러스가 되는 거니까요. 쓸 때도 더 아껴쓰게 되고 요. 제가 엄마 카드로 택시를 많이 타고 다녔는데, 어머니가 이제 제 돈으로 타고 다니라고 하셨거든요. 그 이후로는 택시 잘 안 타게 돼요.  

이호: 생색낼 수 있는 것도 다른 점 같아요(웃음). 저는 얼마 전에 컴퓨터를 제 돈으로 샀는데요. 동생이나 오빠가 컴퓨터 쓰고 있으면 ‘나와라~’ 할 수 있어요. 제가 유튜브 라이브도 조금씩 하고 있는데, 마이크나 오디오 인터페이스, 카메라 같은 장비도 제 돈으로 구매를 했거든요. 제가 번 돈으로 소비를 하다 보니 더 꼼꼼하게 찾아보게 돼요. 

세 분의 경제적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호: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부모님 도움 없이 독립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도움을 조금 드리면서도, 제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옷들: 아빠와 같이 세운 목표는 월 매출 1억이에요. 제가 존경하는 사업가 중, twotrack투트랙 이라는 분이 있는데요. 투트랙님 채널 보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요. 돈을 벌어서 가장 하고 싶은 건 집 사는 거요. 저는 자퇴를 했고,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죠. 

율: 단기적인 목표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3천만 원 모으기예요. 평소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나, 길이 구체적으로 보여야 실행을 할 수 있어서 계획도 촘촘히 세워두는 편이에요. 3천만 원은 제 기준에 많은 돈의 액수로 정한 거고요. 장기적으로 ‘얼마를 벌고 싶다’ 이런 목표는 없어요. 많이 벌수록 좋으니까요. 상한선을 두고 싶지는 않고 원하는 것을 가격 보지 않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벌고 싶어요. 

여유롭고, 행복하기 위해서  

구독자, 시청자, 손님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나 반응이 있나요? 

옷들: 제가 홍보채널로 틱톡과 유튜브도 활용하거든요. 두 채널을 통해서 상품 소개나, 상품을 포장하고 배송하는 과정들을 공유하는데요. 응원하는 댓글도 너무 감사하고 제품에 대한 칭찬도 힘이 되고요. 그런 반응들을 볼 때마다, 이전에 사업을 망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노동의 기쁨을 더 느끼는 것 같아요. 제품을 들여오고, 상품을 분류하고, 판매하고, 포장하고, 배송하고 이 모든 과정이 고되지만 희열을 느껴요. 

이호: 저는 시청자, 구독자 분들이 과몰입해 주시면 행복해요. 스토리에 몰입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해주시고 비주얼적으로 신경 쓴 캐릭터의 외관을 칭찬할 때도 행복하죠. 그렇게 댓글들이 달리면 저도 하트 날려드리고, 답변도 해드리고. 그렇게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율: 저는 제 또래분들이 달아주는 댓글도 좋은데,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달아주는 댓글도 너무 좋더라고요. 10살 정도 많은 고시생분이 제 영상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수험생활을 길지 않게 마치고 면접만 남았다고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기분이 묘한 거예요. 저는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잖아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해 본 분이 본인의 목표 달성에 제가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반대로 고민이나 힘든 지점도 있을 것 같아요. 

옷들: 제 또랜데 사업하는 친구들은 잘 될 때,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힘들긴 해요. 공부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과감히 자퇴를 결정했고, 사업은 제게 먹고사는 문제가 된 거잖아요. 제 밥줄이 걸려있다고 생각하니까 모든 과정이 고충이죠. 사업이 잘 안되면 일을 괜히 크게 벌려놓고 아무것도 해결 못해서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반대로 장사가 잘 되면, 언제까지 유지가 될지 모르니 불안하고요. 

율: 유튜브 영상 속의 이상적인 내 모습과, 현실의 괴리가 생기면서 힘들었을 때가 있었어요. 유튜브를 통해서 본 10분 정도의 단편적인 제 모습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매일 열심히 사는 사람인데, 저도 평범한 고등학생인데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만 살겠어요. 영상의 제 모습과 현실의 제 모습 간의 간격이 너무 큰 것 같아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식은, 유튜브 영상 속의 이상적인 제 모습을 진짜 제 모습으로 만들자는 거였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려고 해요.

불안하거나,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옷들: 그럴 땐 사주 타로를 봐요! 2022년도 신년 운세도 봤는데, 사업운 관련해서 ‘절대 사업 시작하면 안 된다’라고 나왔었어요. 그때 이미 자퇴했을 때라 ‘어, 큰일났다’ 싶었죠(웃음). 친구랑 같이 재미로 보는 거죠 뭐. 

율: 다 그만두고 싶고, 계속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놀고 싶은 날도 있잖아요. 그럴 땐 일부러 시간을 버려요. 누워서 하염없이 핸드폰 하다 보면 ‘아, 이러면 안 되지’ 싶어서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돼요. 그래도 마음이 안 잡히면 인생 로드맵을 작성해요. 나이에 따라 제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쓰다 보면, 이걸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면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세 분의 인생의 목표가 궁금해요. 

이호: 저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제가 선택했으니,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제 목표예요. 단기적으로는 제가 만든 3D 옷을 제페토 드라마 캐릭터들이 입었을 때 ‘이 옷 어디서 사?’ 이런 이야기가 나오도록 좋은 옷들을 많이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그리고 앞으로 유튜브, 트위치 같은 방송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며 많은 분들과 만나고 싶어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수입이 일정치 않아서 불안하긴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만족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옷들: 저는 지금 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 때문인지, 인생의 목표도 사업 쪽으로 생각하게 되네요. 열심히 사업을 키워서 막 지하철 전광판이나 TV 광고에 제 브랜드 제품이 홍보되는 게 목표예요. 

율: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으로서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목표고요. 제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러면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길 테니까요. 돈을 쫓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저는 쌍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돈을 쫓아야,  돈도 나를 쫓는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세 분에게 돈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호:  없으면 힘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씩 커가면서 돈의 중요성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옷들: 돈은 여유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돈이 많으면 무언가에 쫓길 일도 없고, 돈에 막혀서 못하는 것도 없겠죠? 여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고 싶은 걸 할 때 돈을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벌고 싶어요. 

율: ‘행복을 위한 수단’ 같아요.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겠지만 저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야 하고, 갖고 싶은 것은 다 가져야 직성이 풀려서 김율로서 행복하려면 돈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서 제가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나 제 능력이 없어서 못하면 괜찮지만 돈이 없어서 못한다면 마음이 힘들 것 같아요. 나중에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을지는 모르기 때문에,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Interview・Edit 이지영 Graphic 조수희 Photo 김예샘

– 해당 콘텐츠는 2022. 8. 12.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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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질문들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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