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지속 가능한 투자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by 사소한 질문들

“선생님, 저 이더리움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응? 가상화폐 말이지?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가상화폐 종류도 많고, 미래에 어떤 게 쓰일지 불확실하니까.”
“수익을 바라고 투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런 건 아니에요. 중앙집권적 금융 시스템이 문제가 많잖아요. 미국 발 금융위기도 이와 관련되어 있는 것 같고요. 저는 금융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투자하는 거예요.”

몇 년 전 한 학생과 나눈 대화다. 투자의 목적이 수익이 아니라는 학생의 대답에, 댕-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제자였다. 그는 투자를 단순히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아닌, 자신의 꿈과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학교에서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금기시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교육 트렌드는 바뀌었다. 최근에는 ‘학급 경제활동’ 붐이 일어 교실이 하나의 국가가 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각자 직업을 갖고, 월급을 받고, 세금을 내고, 부동산 거래도 하고, 무역도 한다. 심지어 이 작은 국가에서는 주식 투자도 이뤄진다. 기업가 학생들이 창업을 하고 회사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면 다른 학생들이 나름의 기준을 갖고 투자를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돈을 벌고, 모으고, 쓰고, 투자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며 배운다.

나는 14년째 중학교에서 경제 공부 동아리인 ‘실험경제반’을 운영하고 있다. 실험경제반은 경제 실험을 통해 경제이론을 체득하고 적용하는 동아리다. 경제이론이 만들어진 상황을 재연하고, 그 안에서 학생들이 직접 경제주체가 되어 활동하며 데이터를 가지고 이론을 찾아가는 식이다. 예를 들면, 내가 한국은행이 되어 통화를 발행하고, 물품꾸러미를 판매한다. 학생들은 물품꾸러미를 경매를 통해 사는데, 통화량이 많아질수록 낙찰가격이 올라간다. 여기서 통화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을 체득하게 되며, 한국은행의 역할도 알게 된다.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거나, 국채를 발행해 보면서 금리 인상 및 국채 발행의 효과도 체험한다.

간혹 경제 이론은 너무 어려우니 생활 속 금융만 다루자는 교육계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어려우니 가르치지 말자가 아니라, 모의실험을 통해 자연스레 체험하고 배울 수 있게 하면 된다. 14년 전, 실험경제반을 시작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경제 이론을 쉽고 재밌게 체득하게 하고 싶었다. 사례로 제시한 통화량과 인플레이션 실험을 하면 기준금리의 기능도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경제 흐름에 관심을 두게 된다.

실험경제반을 운영하며 여러 차례 모의주식투자를 진행해왔다. 모의투자를 통해 수익과 손실을 경험하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분산투자가 위험성을 낮출 수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투자를 통한 소득 중 일부는 세금과 같은 비소비지출로 나가야 한다는 점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학생들은 과정을 경험하며 경제 이론을 흡수한다. 유기적으로 얽혀 작용하는 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을 때, 미디어에 휩쓸리지 않고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투자는 무엇일까. 보통은 ‘개인의 지속 가능한 경제생활이 가능한 투자’를 의미한다. 교육과정에서도 수익성과 안전성을 고려한 투자를 강조하고, 이를 위해 분산투자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생애 주기를 고려해 개인의 지속 가능한 경제생활, 경제적 자유를 위해 어떻게 돈을 모으고 투자할지 수익성과 안전성을 고려해 계획을 짠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금을 계산해 보고 단기와 장기 목표를 세우고 돈을 모으고 불리는 시뮬레이션을 하기도 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은퇴 이후의 소득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개인의 지속가능한 경제생활을 위해 수익성과 안전성을 고려한 재무 설계와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학교에서 자유롭게 돈에 대해 논하고, 배울 수 있게 된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 머리를 댕- 하고 울렸던 제자가 말했던 포인트다. 나와 사회가 함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개인의 지속 가능한 경제생활을 위한 교육은 하고 있지만, 함께 지속 가능한 경제생활을 위한 교육은 부족하다.

수익성과 안전성을 넘어, 자신이 바라는 사회를 위한 투자를 할 수는 없을까? 단지 돈을 불리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가치에 투자하며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투자. 학생들과 함께 이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고, 우리는 사회를 생각하는 작은 실천을 해보기로 했다. 업사이클링* 상품을 만들어 학교 바자회에서 판매하기로 한 것.

*업그레이드(Upgrade) +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 버려진 제품에 가치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

우리의 상품은 헌 피케티셔츠를 리폼해 만든 에코백이었다. 먼저 수요 조사에 들어갔다. 온라인 카페와 학교 게시판을 활용해 수요자인 친구들과 부모님의 선호 디자인을 투표 받고, 또 얼마까지 지불 의향이 있는지 알아봤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생산 비용보다는 높게, 그렇지만 수요자들의 최대 지불 의향 가격보다는 낮게 최종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원리를 알게 됐다. 거기에 홍보는 덤으로.

판매 수익금의 절반은 친환경 기업에 투자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기업의 비전을 살피고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큰 가치를 두고 있는 회사를 투자처로 선정했다.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살펴 투자하니 해당 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게 되었다. 단순히 수익이 얼마 이상 나면 팔아서 차익을 실현한다는 생각을 넘어 진정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와 함께 사회가 건전한 방향으로 성장해가기를 바라게 되었다. 투자를 하고 남은 판매 수익금의 절반은 환경 단체에 기부했다. 우리는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무엇을 생산할지 가격을 얼마로 해야 이익을 낼 수 있을지 고려해서, 생산해서 팔아 돈을 벌고, 투자도 하고 기부도 한 셈이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의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올랐을 때 판다면, 개인에게 경제적 이득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개인들이 이렇게 행동한다면,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해가기 힘들 수 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개인에게 유리한 선택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도 함께 고려하는 마음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은 경제학자가 가져야 할 자질로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마음’을 꼽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경제학자뿐 아니라 지혜롭게 살기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비용과 편익을 냉철하게 분석해 선택하되, 그 선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예요.
경제라는 숲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또 다른 세상이에요. 그렇기에 잠깐의 이기적인 마음이 우리의 터전인 환경을 파괴하듯이 어떤 선택으로 인해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상충되기도 하고, 단기적 관점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요.

– 김나영, ⟪세계시민이 된 실험경제반 아이들⟫, 앵글북스

가상화폐 투자는 실질적인 경제생활에 도움을 주는 게 아니고 단지 투기일 뿐이라고, 튤립 버블*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 천 퍼센트의 수익률을 바라고 너도나도 가상화폐 매매에 열을 올린 사람들의 모습과 한순간에 가치가 사라져 버린 상황. 이는 분명 어리석은 튤립 버블의 모습이기에,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과열투기현상. 튤립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튤립 가격이 1개월 만에 50배나 뛰었지만,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로 튤립 가격은 수천 분의 1수준으로 폭락했다.

제자 말대로 금융 시스템을 건전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투자가 될 수는 없을까? 블록체인이라는 혁신적 기술을 이용해 중앙집권화 된 금융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수익성과 안전성을 넘어 공동의 가치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넘어 모두를 위한 경제적 자유, 지속가능한 경제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Writer 김나영

서울 양정중학교에서 사회과 교사로 재직 중이다. 2009년부터 ‘실험경제반’을 만들어 학생들이 경제 이론을 쉽고 재미있게 체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교육부 등 여러 기관의 경제 금융 교육 자료 개발과 교육 과정 관련 연구에도 함께 하고 있다. 저서로는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세계시민이 된 실험경제반》 아이들이 있다.

Edit 이지영 Graphic 조수희

– 해당 콘텐츠는 2022. 8. 12.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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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중요한 발견은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태어납니다. 작고 익숙해서 지나칠 뻔한, 그러나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를 조명하며 금융과 삶의 접점을 넓혀갑니다. 계절마다 주제를 선정해 금융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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