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시스템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까?

by 김영아

New Banking, New Bank 토스뱅크는 뭐가 그렇게 새롭다는 걸까? 토스뱅크의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 Core Banking Developer가 답하다

금융권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는 은행에서 혁신이 가능할까?은행이 정말 고객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을까?빠르면서 안정적인 시스템을 진짜 구축할 수 있을까?현업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Q1. 토스뱅크가 말하는 고객 중심의 금융 서비스, 새로운 은행이란 무엇인가요? 

세경님 : 8년 동안 수신 상품을 개발해왔던 제가 봐도 금융 상품은 여전히 너무 어렵고 복잡해요.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저 간편하게 돈을 보관하고 불리는 건데, 왜 쓰지도 않을 카드를 만들고 잘 모르는 서비스에 가입하라고 하는 걸까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내린 나름의 결론은 기존의 금융 상품은 고객에게 혜택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덜” 주기 위해 설계되고 개발되었기 때문이라는 거에요. 토스뱅크에서는 내가 진짜 편하게 쓰고, 가족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해요. 

대표적으로 연 2%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입출금 통장, 고객이 원할 때마다 이자를 정산받을 수 있는 지금이자받기 서비스는 고객으로 수신 상품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죠.

동민님 : 저는 예전에도 은행에서 일했었는데요. 토스의 송금 서비스가 완전히 새로웠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원래 은행에서도 제공하던 서비스를 토스가 고객 관점에서 편리하게 바꿔서 제공한 거죠.

지금 토스뱅크가 만드는 새로운 은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있는 여신, 수신, 카드 상품을 고객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것, 고객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더 큰 이익을 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Q2. 개발자로 일하는 방식도 새로운가요?

해찬님 : 저는 직전 직장도 인터넷 전문 은행이었어요. 직무도 지금과 같이 여신 코어뱅킹 개발자였죠. 전통적인 금융권보다 유연하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일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금융권 구조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제 에너지가 중요하지 않은 곳에 너무 많이 소모되고 있다고 느꼈죠.

지금 토스뱅크에서는 더 좋은 금융 상품을 고민하고 개발하는 데 온전히 집중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토스뱅크에는 통장이 하나인데요. 잔액이 플러스일 때는 수신(예금) 상품으로 취급되고, 잔액이 마이너스가 되면 여신(대출) 상품이 되어요. 기존 은행에서는 예금 따로 대출 따로 취급하지만, 토스뱅크에서는 팀 간의 이해관계를 따지기보다 고객에게 좋은 상품인지를 따져요. 그리고 고객에게 더 편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함께 협업하죠. 그래서 토스뱅크 통장을 기획, 개발할 때도 여신 스쿼드와 수신 스쿼드가 이자 계산 로직과 규정을 함께 이야기해서 만들었어요. 

규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다만, 사업을 기획하거나 개발을 진행할 때 “은행은 원래 이래. 은행 시스템은 원래 이렇게 해야 되는 거야.”라는 제약이 전혀 없어요. 토스뱅크가 처음 시도하니 실제 기술을 어떻게 구현할까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과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문제를 정의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데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소현님 : 새로운 은행, 인터넷 전문 은행,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정말 처음부터 모든 것 다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은행은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규제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아니에요. 기존의 은행 시스템을 토스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는 작업을 해요. 출범 전 가장 먼저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불필요한 프로세스는 걷어내는 작업부터 했어요. 대출 상품 운용에 꼭 필요하지 않고, 영향도가 낮은 속성값은 찾아서 제거했죠.

이제, 그 기반 위에서 토스뱅크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여신 코어뱅킹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중저신용자 대출의 경우, 사후 관리가 고객들의 이후 금융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대출 연체를 최소화하고, 연체 이자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한 방법을 찾았죠. 잔액이 1원이라도 부족한 경우 전체 금액이 납부되지 않았던 기존 시스템에서 고객이 대출금을 최대한 상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꾼 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아요. 

동민님 : 대형 은행에서 일하다 보면 업무 분담이 매우 확실하게 정해져 있죠. 그런 환경에서는 A가 담당하는 업무를 B가 하면 월권이고 실례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토스뱅크는 상호 업무 간의 경계가 확실하게 그어져 있지 않아요. 저는 이전 직장에서 여신 업무를 담당했는데, 지금은 주로 카드 업무를 보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솔직히 ‘내가 여기까지 해도 되는 건가?’ 모호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여신 따로, 수신 따로, 카드 따로 개선해서는 고객에게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새로운 은행을 만드는 데 필요한 건 상세 직무의 디테일한 메뉴얼보다 보다 큰 관점에서 고객을 생각하고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 그런 고민은 내려놓고 업무 간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하나의 큰 서비스 메뉴얼을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 그런 고민은 내려놓고 업무 간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하나의 큰 서비스 메뉴얼을 만들고 있어요.

Q3. 은행 업계에서는 계정계와 채널계 간의 데이터 동기화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던데요.

세경님 : 은행 근무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실 텐데요. 은행업의 또 하나의 큰 제약 사항은 계정계(코어뱅킹)*와 채널계*의 업무가 굉장히 유관하지만, 조직 내 역할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속한 팀의 업무 영역이 아니면 서로 맡지 않으려는 일도 많았어요.

  • 계정계(코어뱅킹) :본연의 금융 업무 처리 시스템으로, 고객의 거래 데이터 자체를 처리. 계좌 개설, 폐쇄, 입출금, 이체, 외환 서비스 등 은행의 가장 핵심적인 시스템 
  • 채널계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제휴 업체 정보 연계 등 고객의 다양한 거래 채널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관리. 최근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로 중요도가 급증 

전통적인 은행에서 모든 고객 데이터와 계좌 데이터는 코어뱅킹(계정계)에 집중되어 있어요. 상담 창구, ATM, 모바일 앱 등 모든 채널을 통한 거래(채널계)도 코어뱅킹의 원천 데이터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게 구현되어 있죠. 요즘 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 등으로 거래 채널은 늘어났지만, 실제 데이터는 모두 계정계에 있기 때문에 서비스 속도가 느린 것은 물론 계정계에서 송금 등에 장애가 나면 고객은 앱 로그인을 포함해서 계좌 조회, 거래내역 조회 등 아주 기본적인 서비스까지 사용할 수 없어요.

토스뱅크는 Java 1.8, Oracle 19c, Devon Framework 등 기존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고객에게 빠르고 정확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Kafka Message를 활용해서 채널계-코어뱅킹 간 데이터 동기화 작업을 하며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Kafka를 이용하면 거래가 발생할 때, 코어뱅킹에 기록된 원천 데이터를 채널 서버와 실시간으로 동기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고객은 원할 때 언제든지 채널계 데이터만으로도 빠르고 정확하게 송금 내역이나 계좌 정보를 확인할 수 있죠. 아마 은행권 계신 분들은 “이게 된다고?”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현재로서는 이렇게 아키텍쳐를 구성하고 있는 은행이 없거든요.

Q4. 은행에서 빠른 속도와 안정성, 둘 다 잡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창석님 : 적게는 주 1회, 많아 봐야 일 1회 배포 작업을 하는 일반 금융권과 다르게 토스뱅크는 hot deploy를 이용하여 개발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치고 이관한 즉시 배포가 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요. 채널 서버의 경우 수시로 배포되고, 코어뱅킹의 경우에는 하루 3번의 정기 배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타 금융사 환경 대비 빠른 적용이 가능하죠.

소현님 : 고객에게 더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개발 세부 요건이나 일정은 물론 중요한 의사 결정도 바꾸는 용기가 있는 조직이에요. 때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빠른 배포가 필요한 일도 있는데요. 모든 서비스가 그렇겠지만 특히 은행업은 고객의 돈과 직결되는 업무가 많다보니 작은 실수나 사고도 사업적으로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배포 전에 자동화 테스트는 물론,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소스 코드를 필수로 더블 체크하고, 서버 채널의 경우 배포 서버 간의 점유율(카나리)을 1 ~ 99%까지 조정해서 배포하고 있어요.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확인하고 롤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죠.

창석님 : 그럼에도 100%라는 것은 없기에 간혹 장애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 빠르게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하는 데 회사, 팀, 개인 차원에서 모두가 집중합니다. 문제 해결 후에도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아요. 직속 상급자에게만 보고하고 감추거나 하지 않고 이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원 모두에게 러닝을 공유하는 데 시간을 집중합니다.

Q5. 개발자로서 일하시기에는 힘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소현님 : 일하는 입장에서 번거로운 때가 없다면 거짓말이에요. 그렇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없는 것보단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저한테는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민혜님 : 저도요. 사실 전 직장에서는 배포 전에 수많은 결재 단계가 있었지만, 장애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저 형식적인 절차로 느껴졌어요. 실제로 장애도 정말 자주 발생했고요. 그래서 빠른 배포, 잦은 배포가 기존 금융권 시스템 대비 리스크가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요.

오히려 요청대로 개발만 해서 배포만 진행하던 때보다, 팀 안에서 PO, PD, PM, 개발자 구분 없이 사전에 맥락을 알고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함께 하니 업무 이해가 높아져 장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어요.

창석님 : 업무 속도가 빠른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본인만 위축되지 않는다면 그 어느 곳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한계도 넘어설 수 있는 곳이죠.

사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처음 왔을 때는 ‘내가 도대체 얼마나 빠르게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할까’ 고민하고 좌절했습니다. 자꾸만 뛰어난 옆자리 동료와 나를 비교하면서 작아지고 위축되기도 했고요. 제가 카드 스쿼드의 첫 코어뱅킹 디벨로퍼인데요. 처음에는 PO, PD가 의견을 제시하면 개발자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의사결정을 제가 해야하는 거에요. 와. 진짜. 미치겠더라고요. 발급, 승인, 심사, 정산 등 필요한 모든 업무를 동료들에게 물어가며 공부했어요.

돌아보니 하나의 정책을 기반으로 IT 기술로 구현하는 정말 큰 커리어가 생겼더라고요. 개발 외적으로도 크게 성장할 수 있었고요.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토스뱅크에서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만 해결하면 됩니다. 일 하는 데 필요한 다른 모든 건 다 회사와 동료들이 도와줄 수 있어요. 그리고 쫄지 않고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나만의 속도와 스타일을 조금씩 구축해나가는 건 토스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라도 평생 고민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동민님 : 저도 지원 전에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진짜 내 삶 없이 밤새도록 일만 하는 것 아닌가?’ ‘굉장히 보수적인 기존 은행권 출신인 내가 정반대의 새롭고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까?’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토스뱅크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 업무 속도가 빠르다는 게 일이 너무 많아 쌓이고 치인다기 보다는 낭비 없이 꼭 필요한 일들을 해결해간다는 느낌이었어요. 이전 회사에서는 요건 정하기 위한 회의를 잡는 데에만 한 세월이 걸렸어요. 게다가 IT 부서는 지원 부서 성격이 강해서, 의사 결정에 참여하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기획을 구현하는 기술자 역할에 그치지 않았어요. 토스뱅크에서는 기획자와 개발자가 필요한 내용을 언제든지 즉각적으로 협의해요. 여기저기 연락하고, 기다리고, 찾아갈 필요 없이 서로의 스케줄이 비어있는 시간에 빠르게 회의를 잡고 결정합니다. 해찬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없이 필요한 일을 바로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리고, 아직 고객에게 제공하지 않은 서비스가 더 많아요. 적금, 신용 카드, 부동산 담보 대출 등 기존 은행에 이미 있지만, 고객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궁무진하게 많아요. 와 말하면서도 벌써 신나네요. 이 인터뷰를 읽고 내가 고민해서 만든 서비스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을 때 느껴질 희열을 함께 느끼고 싶은 분들이 함께 하실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토스뱅크가 만드는 새로운 은행 시스템, 이제 시작입니다.

이 아티클은 토스뱅크 여신,수신,카드 Core Banking Developer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되었습니다.

 Interviewee 김동민, 김해찬, 박소현, 신민혜, 장세경, 조창석 Photo 엄선희

김영아 에디터 이미지
김영아

토스뱅크의 콘텐츠 매니저입니다. 금융이 쉬워지면, 우리의 삶도 더 편안해진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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