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전략

무한한 사업 전략의 세계로 건너가는 법

by 토스

혁신은 언제나 어렵지만 성장을 멈출 순 없어요. 성장해야 도전할 수 있고, 그 끝에는 혁신이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에요. 혼자 성장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죠. 내가 알고 배운 것을 동료들과 나누기 위한 세션이 토스에서 자주 열리는 이유입니다.

미래의 토스팀원을 위해, 꼭 그렇지 않더라도 ‘유난한 도전’의 길에 같이 서 있는 동료들을 위해 토스팀에서 진행된 세션을 정리해서 공개해요. 토스팀원들이 반드시 챙겨보는 인기 세션들만 모았어요. 여러 직군, 직무의 기본기뿐만 아니라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첫번째는 토스 비즈니스 세션이에요. 토스의 사업 개발은 Business Development Manager(이하 BDM)가 맡고 있는데요. 일반 회사의 직군으로 보면 영업(세일즈)부터 사업 리서치, 전략을 모두 담당하는 역할이라고 이해하면 쉬워요. 사업을 발굴하고, 그 과정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사를 찾고, 토스와 파트너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비즈니스 결정을 내리는 모든 과정에는 BDM이 있죠.

이들이 더 성장하기 위한 ‘토스 비즈니스 프레임워크(Framework)’ 세션이 진행됐어요. 토스의 초기 사업을 이끌어 온 리더 이승건 님이 일타강사로 나섰고요. 승건님의 목소리로 직강의 생생함을 전달할게요.

BDM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업 전략 공식 1

안녕하세요, 이승건입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제가 어떻게 사업을 떠올려왔는지에 대한 비기(祕器)를 전수해보려고 해요. 그전에 사업을 할 때 항상 집중해서 보는 것들, 그렇기 때문에 BDM이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공식을 알려드릴게요.

먼저, 퀴즈를 하나 내볼까요? 온 국민이 쓰는 세계의 금융 서비스를 다 뒤져서 조사를 해봤더니 인간이 하는 가장 빈번한 3개의 행위가 금융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송금과 결제, (자산, 신용 등 금융에 대한) 조회입니다. 전 국민이 살면서 무조건 하고, 한 달에 3번 이상할 정도로 빈도가 높은 것들이죠. 이 행위를 점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빈도 높은 행동을 점유하면 빈도가 낮아도 수익이 될 수 있는 다른 서비스로 연결이 될 수 있죠.

대표적인 것이 대출인데요. 현재 한 사람의 대출 주기는 24~36개월 정도로 길어요. 한 사람이 대출을 받으면 그 다음 대출이 발생할 때까지 2~3년이 걸린다는 얘기에요. 그렇다면 대출 중개 비즈니스만으로 서비스를 키울 수 있을까요? 한계가 분명히 있겠죠. 그런데 사용자들이 송금, 결제, 조회를 하면서 서비스와 심리적 관계를 형성해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어요. 대출이 필요한 순간에 본인이 사용해왔던 바로 그 서비스를 사용할 거예요.

그래서 우리의 모든 비즈니스는 이 공식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공식이죠.

위의 4개 중 하나만 높이면 돼요. 그러면 나머지 다른 3개는 안 높여도 됩니다. 내가 하는 사업이 이중 어떤 것에 기여하는지를 봐야 해요.

예를 들어 토스의 공공알림 서비스는 MAU를 높일 수 있지만 수익을 내는 서비스로의 전환율은 낮아요. 공공알림은 백신 알림이나 교통과태료 납부 알림 등 여러 행정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인데요. 워낙 많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정보이기 때문에 알림을 받고 서비스에 들어오는 사람 수는 많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여기에서 대출이나 카드 개설 등으로 이어지기에는 맥락이 부족하죠.

반대로 자연스러운 맥락을 잘 찾아내면 서비스 전환율을 높일 수 있어요. 송금 서비스를 써 본 사람이 대출로 이어지는 비율은 초기에 1%가 되지 않았지만 같은 사람이 신용조회 서비스를 사용한 뒤에는 전환율이 12%로 10배 이상 올라갔던 사례가 있어요. 신용점수 등을 조회한 뒤 ‘그럼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얼마나 되지?’라는 맥락을 잘 찾아낸 결과였죠.

이렇게 MAU를 높이는 아이템, 전환율을 높이는 아이템들을 찾아본 뒤 우선순위를 비교해보면 돼요. 어떤 것이 가장 최선일지를 고민해보는 거죠.

BDM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업 전략 공식 2

두번째 퀴즈를 내볼게요. 사용자들이 토스를 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족할 만한 가격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좋은 UI와 UX로 사용성을 높이면 되겠죠. 그렇다면 파트너사들이 토스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사칙연산이 들어가는 공식은 아니지만, 파트너를 설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요인이죠. 파트너사가 이 중에서 어떤 것에 매력을 느낄지를 고민해야 해요 이 중 하나라도 만족한다면 파트너사는 바로 여러분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BDM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업 전략 공식 3

LTV가 무엇인지 아는 분이 있나요? 맞아요. 바로 Lifetime Value, 고객 생애 가치입니다. 서비스에 들어온 한 명의 고객이 특정 기간동안 발생시킨 매출액을 말해요. 그럼 LTV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한 명의 고객을 데리고 왔을 때 회사가 벌게 되는 돈의 총량을 구하는 공식이에요. 고객이 미래에 같은 서비스를 계속 쓰고 있을지를 가늠하기에 5년은 너무 먼 시간이기 때문에 보통 3년으로 보고 계산을 해요. 3년도 길게 보는 것이긴 하지만요.

이 공식이 중요한 이유는 한 명의 고객을 획득하기까지 필요한 비용(=CAC)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LTV보다 더 많은 돈을 써서 한 명의 고객을 데려오는 상황이 와선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LTV가 3만 원인데 한 명의 고객을 데려오기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1만 원을 썼다면 아주 성과가 좋은 회사겠죠? 일종의 기계 장치로 이야기하자면 1만 원을 넣으면 3만 원이 ‘툭’ 나오는 자판기를 만든 거예요. 1조 원을 넣으면 3조 원이 나오는 셈이죠. 그런데 LTV가 3만 원인 서비스가 고객 한 명을 얻기 위해서는 4만 원을 써야 한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투자자들은 늘 이것을 보고 투자를 결정합니다. “LTV가 CAC의 몇 배냐”를 물어보죠. 위에서 예로 들었던 회사라면 3만 원을 1만 원으로 나눈 값, 즉 3배가 되겠죠. 아주 훌륭한 인터넷 기업이 보통 ‘3배’ 정도 합니다.

자신이 담당하는 서비스의 LTV가 얼마인지 알고, 판단해야 해요. 내가 데리고 오는 고객의 평균 LTV가 5,000원이라면 인당 광고비는 3분의 1인 1,700원 이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야 하죠. 그 이상이라면 돈 낭비가 될 테니까요. 광고의 합리성을 계산할 줄 알게 되는 거예요.

BDM의 생각법 1. 문제의 근원을 끝까지 파보세요

BDM은 2가지 종류로 나뉜다고 봐요. 현재 존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세일즈해야 더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잘 아는 BDM이 있을 거고요. 그것을 뛰어넘어 ‘내가 어떤 사업을 열겠다’고 스스로 시작점이 되는 BDM이 있겠죠. 후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근원적인 문제를 발견할 줄 아는 것(first principle thinking) 입니다.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 CEO를 예로 들어볼까요. 머스크 CEO가 처음 전기자동차를 만들려고 했을 때 벽에 부딪혔어요. 전기배터리가 너무 비싸 이 가격으로는 도저히 자동차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가 달랐던 것은 ‘왜 비싸지?’라는 의문을 갖고 한 번 더 파보기로 했다는 거예요.

유통 구조의 끝까지 내려갔을 때 발견한 것이 뭘까요? 전기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니켈과 리튬이 실제 유통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거였어요. 채굴하는 곳에서는 싸게 팔지만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부풀었던 거죠. 머스크 CEO는 니켈, 리튬을 채굴하는 곳과 직접 계약을 합니다. 그렇게 전기배터리 가격을 낮춰 전기자동차를 만들게 되죠.

사업 개발 관점에서 다시 이야기해볼게요. “지금 왜 이런거지?”라는 문제의식을 가졌다면 거기에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손해를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해요.

BDM의 생각법 2. 규제는 문제 해결이 본질이에요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어요. 규제를 혁파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업을 하다 보면 정부나 법에 막힐 때가 많을 거예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일이라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이때 서비스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규제를 바꾸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윈윈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 규제 문제 해결이 본질이죠. 당국이 규제를 하는 이유는 몇십 년간 이어온 과거의 이유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것을 이해하고, 애초의 취지가 문제되지 않게 하면서, 새로운 혁신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게 필요해요. 

먼저 간편송금을 예로 들어볼까요? 단순히 제가 “간편송금을 하고 싶어!”라고 우긴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허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었고*, 사용자들은 당연히 ‘간편송금’이란 것을 알지 못하던 때였어요.

*금융당국은 당시 인·허가 하거나 명시한 규칙대로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고, 토스의 간편송금 서비스는 국내 금융 관련법 어디에도 근거 규정이 없었어요. 이후 금융법률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간편송금 서비스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요.

당시에 저는 가장 많은 시간을 은행 영업과 금융당국을 설득하는 일에 썼습니다. 우선 해외 핀테크 트렌드를 열심히 언론사에 알렸고요. 언론 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왜 우리나라만 핀테크 도입이 어려운 거지?”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그게 시작점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마침 중국인들이 한국 쇼핑몰에서 ‘천송이 코트’를 결제하는 것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이슈가 되기도 했고, 이런 흐름들을 통해 당국의 문을 계속 두드렸어요.

토스의 대출 비교 서비스도 기존의 규제(일사전속주의*)를 없앤 것이 아니에요. 늘 투명하게 모두가 조회할 수 있는 ‘온라인’ 비교에 한정해서만 예외가 생긴 건데요. 규제가 만들어진 취지는 지키면서 새로운 혁신이 시작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셈이죠. 만약 온라인 대출 비교 서비스를 하기 위해 이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면 절대 해결되지 않았을 거예요.

*일사전속주의는 중개업체가 하나 이상의 금융기관 상품을 다루지 말라고 제한한 거예요. 하나의 중개업체가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상품을 취급할 경우,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것이 아닌 중개업체가 가져갈 수수료가 많은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BDM의 생각법 3. 선을 넘어 무한한 상상을 펼쳐보세요

그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간편송금’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을까요? 간단해요. 미국의 간편송금 앱인 벤모(Venmo)와 핀테크 서비스인 스퀘어캐시(현재 서비스명은 캐시앱)를 벤치마크했어요.

사업을 시작할 때 혼자 다 하지 않아도 돼요. 3가지 접근 방법이 있는데 첫번째는 벤치마크입니다. 국내와 국외 사례를 리서치해보세요. 해외에서 유사한 기업들이 어떻게 영업하고 있는지를 알아야해요. 과거에 제가 시장조사를 했을 때 스퀘어캐시에서 간편하게 송금이 되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도 이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토스 간편송금 아이디어의 시작이었어요.

그리고 선을 넘으세요. Think big! 저는 스퀘어캐시와 벤모에 직접 가봤어요. 2017년에는 중국의 모든 핀테크 기업 50개도 만나고 왔죠. 사업 기회는 보통 시장 조사를 통해 찾을 수 있어요.

내부 유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토스의 만보기가 바로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인데요. 현재 만보기는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작년 기준으로 4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쓰고 있을 정도로 토스 대표 서비스 중 한 개죠.

처음에 토스 마케팅팀이 SNS를 통해 여러가지 테스트를 하다보니 ‘만보기’에 반응하는 유저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게됐어요. CAC가 아주 낮았죠. 마케팅팀은 “반응이 이렇게 좋은데 토스 앱에 넣어보면 안 되나요?”라고 제안을 했고, 저는 ‘금융 서비스에서 왜 만보기를 해야하지?’ 라는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해 계속 머뭇거리고 있었어요. 그때 사용자의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주는 미국의 1위 만보기 앱 ‘스웻코인(Sweatcoin)’ 사례를 보게됐죠. 만보기가 충분히 금융의 맥락에 들어올 수 있는 사례였던 거예요. 만보기 사용자들은 내가 걸은 만큼 돈을 받게 되고, 그 돈을 출금 하는 과정에서 계좌를 등록을 하고 송금 서비스까지 이용하게 되는 흐름이죠.

그리고 여러분들이 늘 만나는 파트너사를 통해 찾아낼 수도 있죠. 파트너사가 바꾸고 싶어하는 것들 혹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듣고 데이터를 모으다보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낼 수도 있죠.

자, 이런 방법들을 통해 “이런 게 되면 좋겠다”라는 가슴 설레는 꿈을 마음껏 꿔보는 거예요. 그런 다음에 ‘이것을 어떻게 달성시키지?’를 고민하는 거죠. 참 쉽죠? 저는 항상 사업을 이렇게 시작해왔습니다. 이제 다음은 여러분의 차례예요. BDM 이력을 가진 수많은 CEO들이 탄생하기를 바랍니다.


Edit 이지현 Graphic 이은호

– 해당 콘텐츠는 2023.2.22.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의견 남기기
토스 에디터 이미지
토스

토스, 새로운 차원의 금융

필진 글 더보기

추천 콘텐츠

지금 인기있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