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주가는 왜 올랐을까

by 김동조

<트레이더의 글로벌 마켓 읽기> – 1편

Editor’s Note

토스피드가 <트레이더의 글로벌 마켓 읽기> 연재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이 시리즈의 저자는 소리 없는 전쟁터와 같은 금융 시장에서 20여 년 동안 트레이더로 일해온 김동조입니다. 그의 글을 통해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다양한 경제 뉴스와 시장 상황이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힌트를 얻기를 바랍니다. 첫 화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호황을 기록한 주식 시장의 이유를 찾아봅니다.

In Brief

  • 2020년은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일시적 하락 후 빠르게 반등했습니다.
  •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급감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주가가 반등하면서 거의 모든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졌고,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렸습니다.
  • 코로나19 시대에도 주가가 오른 것은 중앙은행과 정부의 대응 때문이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입니다. 금리는 향후 미래를 전망하는 데에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2020년은 경기침체의 해였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가 역성장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처음 발생한 나라가 중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역설적이다. 유럽 국가들의 타격이 컸다. 유럽의 2020년 성장률 전망치는 전년대비 -7.4% 정도로 예상된다. -3.5%가량 역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은 물론이고, -5.3% 역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일본보다도 훨씬 낮다. 독일은 -5.6% 정도로 선방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국(-11.3%), 스페인(-11.3%), 이탈리아(-9%), 프랑스(-9.2%)의 상황이 좋지 않다. 방역에 실패하면서 경제가 봉쇄되어 소비의 타격이 컸지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여력이 없었던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주식시장의 상황은 다르다.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의 나스닥은 44% 상승했다. S&P500 지수도 16% 상승했다. 나스닥의 지수 상승률만 보면 2020년은 엄청난 경제 호황을 기록한 해처럼 느껴진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16% 올랐고 상하이 지수도 14% 상승했다. 영국의 FTSE100 지수는 14% 하락했지만 독일의 닥스 지수는 4% 올랐다. 특히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31%, 코스닥 지수는 45%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2020년 한국경제가 전년대비 -1%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선방한 경우에 속하지만 주가 지수는 경제 상황에 비하면 아주 많이 올랐다.

2020년 미국 주가의 저점은 3월 23일이었다. 중국 우한에서 1월 코로나가 창궐하고 전 세계가 코로나19가 전염되기 시작하자 2월 20일 이후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전대미문의 속도로 주가가 폭락했는데 하락폭은 각각 달랐다. 미국은 지수별로, 세계적으로는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었다. 다우 지수의 하락폭이 나스닥보다 훨씬 컸고, 유럽의 하락폭이 미국보다 훨씬 컸다. 상하이 지수는 가장 먼저 하락했지만 그 폭은 글로벌 지수 중 가장 적었다. 나스닥은 전년 종가 대비 25.5%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33.7%, 다우 지수는 34.8%, 독일 닥스의 경우는 36.3%에 달했다.

상하이 지수가 가장 먼저 하락한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덜 하락한 것도 이상하지 않다. 중국 정부가 우한을 봉쇄하고 국경을 통제하면서 코로나19를 관리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상하이 지수는 덜 빠졌지만 덜 오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부양정책을 실시했다가 대부분 거둬들였다. 유럽은 주가 하락 폭이 컸으면서도 적게 반등했다. 유럽 중앙은행(ECB)이 자산 매입을 실시했지만 이미 제로에 가까운 정책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없었다. 재정확대에 부정적인 독일이 태도를 바꿔 적극적인 재정지출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었다. 미국은 달랐다. 재정과 통화정책 모두 공격적이었다. 미국의 주가가 가장 많이 반등했다.

시장이 패닉할 때 세상은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로 갈라지지만 모두 미국을 바라보는 건 마찬가지다. 미국은 세계 GDP의 25%를 차지하고, 세계 시가총액의 55%를 차지하는 나라다. 미국의 정책은 정확히 2008년 금융위기에서 배운 것들을 따랐다. 미국 연준과 정부는 공격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했는데, 통화정책 면에서는 빠른 금리인하와 자산매입이 이루어졌고, 재정정책 면에서는 재정확장이 큰 폭으로 빠르게 이루어졌다. 연준은 두 차례에 나누어 1.5% 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했다. 기업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자산 매입도 시작했다. 미국의 재정확대 규모는 유럽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컸다.

△ 미국 연방기금 목표금리(FDTR, Federal Funds Target Rate) 추이(2005-2020) / 출처: 블룸버그

중앙은행과 정부의 공격적인 통화와 재정정책은, 경제는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도 이 위기가 곧 끝날 것이란 기대감을 준다. 코로나19로 경제가 봉쇄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되돌아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위기 초반에는 코로나19가 경제와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사상 초유의 장기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란 예상부터 ‘코로나19는 생산시설 파괴가 없는 일종의 자연재해와 같은 것이라서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고 믿는 생각까지 다양했다. 2월과 3월에 거쳐 주가가 폭락하고 1분기와 2분기를 지나 경제가 크게 역성장하면서 비관이 팽배했다. 그러나 주가가 드라마틱하게 반등하면서 이제는 낙관이 지배적이다.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대부분이 글로벌 수요 감소와 투자 위축의 타격을 입는 기업인 데 반해, 나스닥의 주요 테크 기업은 오히려 코로나 사태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걸 경험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아마존과 넷플릭스다. 2020년 아마존의 주가는 76%, 넷플릭스의 주가는 67% 올랐다. 아마존은 코로나19로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덕을 크게 봤다. 넷플릭스는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매출은 24%가량 늘었고 EPS는 47%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산업의 명암이 크게 갈렸다. 재택근무가 늘고 경제활동이 줄면서 옷 소비가 급감했다. 식당, 항공, 관광, 호텔 관련 매출은 거의 ‘폭망’ 수준이었다. 대신 배달과 온라인 쇼핑 수요는 크게 늘었다.

2020년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급감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주가가 반등하면서 거의 모든 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높아졌다. 2021년 1월 22일 현재, 기업이익으로 평가한 나스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2배에 달한다. 그리고 애널리스트들은 12개월 후 기업이익으로 평가한 나스닥의 PER를 36배로 예상한다.

PER뿐 아니라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거의 모든 기준으로 보아도 세상의 주식은 비싸졌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2019년의 미국 주가는 버블은 아니었지만 이미 꽤 비싼 상태였다. 10년 넘게 진행된 강세장의 피로감도 누적된 상황이었다. 지금의 지수는 그때보다 더 오르고 매출과 이익은 줄었다. 분명히 훨씬 더 비싸졌는데 이것을 1999년과 비교하여 버블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때와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1999년 ‘닷컴 버블’이 꺼진 뒤에는 경기침체가 예정되어 있었고 지금은 경기반등이 예상된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 북마크

EPS (Earning Per Share)

주당순이익(EPS)은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net income)을 동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수로 나눈 값을 말한다. EPS는 통상 1년 동안 기업이 주식 1주당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므로, 기업의 수익성을 분석하는 중요한 지표이며, 주가수익비율(PER) 계산의 기초가 된다.

PER (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PER)은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그 기업 1주당 수익의 몇 배 수준으로 거래되는지를 나타낸다. 주가가 기업의 실제 가치에 비해 고평가되어 있는지, 저평가되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하는 대표적 지표다.

PBR (Price on Book-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자산(BPS, Book-value Per Share)으로 나눈 값이다. PER가 기업의 수익성 측면에서 주가를 판단하는 지표라면, PBR는 기업의 재무구조 측면에서 주가를 판단하는 지표이다.

1999년과 다른 상황이지만 주의할 점은 있다. 비싸진 주식의 가치가 몇 개의 회사에 집중되었다. 지수로 보면 나스닥이고, 나스닥에서도 빅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5개 기업이 집중적으로 비싸졌다. 미국 S&P 500 지수는 2020년 18% 올랐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주가는 56% 늘어났다. 이들 5개 기업을 제외하면 S&P 500 495개 기업의 주가는 2020년 11% 밖에 오르지 않았다.

△ 미국의 5대 테크 기업의 주가는 2020년에만 56%가 올랐다. / 출처: 골드만삭스

다섯 개 기업은 2020년 코로나 위기에도 매출과 이익이 오히려 늘어났지만 주가는 그것보다 훨씬 크게 올랐다. 대조적인 것이 아마존과 애플이다. 아마존의 2020년 매출은 35%가량 늘었고 EPS는 51%가량 늘었으며 주가는 76% 올랐다. 애플의 매출은 8%, EPS는 9.6%가량 늘었을 뿐인데 주가는 82%나 올랐다. 나스닥은 아마존의 눈으로 보면 버블이 아니지만, 애플의 눈으로 보면 버블이다. 만약 예상처럼 기업 이익이 늘어나지 않으면 주가는 하락하거나 고평가된 상태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백신 보급으로 집단 면역이 완성되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경제는 급반등하고 기업 매출과 이익이 급등할 것이란 기대가 지금의 강세장을 설명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침체하고 기업 매출과 이익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를 잠재운 것은 중앙은행과 정부의 공격적 대응이었다. 대개의 경기침체는 투자의 경기순환적 부진이 원인이다. 그에 비해 이번 경기침체는 경제가 봉쇄되고 소비가 급감하면서 생기는 유형의 경기침체이고, 이런 유형의 경기침체는 중앙은행과 정부가 잘 대응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렸다.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33.7%까지 오른 후 지금은 12.9%다. 유럽의 저축률도 15%가 넘는다. 저축의 일부는 주식시장에 유입되었지만 대부분은 소비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억눌린 소비가 분출될 것이다. 그런 소비를 기대해 기업들도 투자를 늘리면 경제는 빠르게 회복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코로나19 시대에도 주가가 오른 것은 기대 때문이고 그런 기대를 만든 것이 중앙은행과 정부의 대응이다. 그 대응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금리다. 20년 전 7%에 달했던 미국의 10년 국채 금리는 이제 1% 정도다. 저금리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만드는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격을 상승시킨다. 현재 자산이 많은 기업을 가치주, 미래에 현금흐름이 많을 것 같은 기업을 성장주라고 하는데, 금리가 하락해온 지난 15년은 성장주가 가치주를 압도하는 시대였고 이번 코로나19 사이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금리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 가치를 폭등시키고 현금흐름의 부담을 크게 늘려 고용과 같은 행동을 주저하게 만든다. 향후 미래를 전망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금리다.

△ 미국 10년 국채 금리(USGG10YR) 1990-2020 / 출처: 블룸버그, OECD

주가 반등에 대해서는 자산 양극화처럼 부정적인 효과를 말할 수 있다. 저금리의 편익을 누구나 누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로 빚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특별한 권능이다. 그런 권능이 낳는 자산의 양극화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숙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2020년 주가가 반등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체감하는 코로나19 위기가 주는 충격의 강도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어쨌든 경제 정책적 관점에서도 우리는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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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조

투자회사 벨로서티 인베스터 대표. 경제와 금융에 관한 독립적인 분석을 제공하는 유료 블로그 ‘김동조닷컴(kimdongjo.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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