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서 100권 읽은 뒤 보이는 것들

by 김얀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장편 소설을 읽은 적이 언제인가요? 부끄럽게도 저는 작년 여름에 읽은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가 마지막이네요. 글을 쓰는 분야가 바뀌기도 했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장편 소설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도 일주일에 2~3권의 책을 보고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 경제경영서입니다. 어느 때고 두꺼운 장편 소설에 푹 빠질 수 있는 여유를 찾겠다고 퇴사를 했건만, 퇴사 후 9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런 여유는 갖지 못한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 가장 사치스러운 사람은 아무런 걱정 없이 두꺼운 소설에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저 뿐만은 아닌 것 같아요. 실제로 소설보다 경제 경영서를 보는 독서 인구가 많아졌다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2021년 종합 베스트셀러 결산’에 따르면 베스트 셀러 탑 100에 오른 책의 개수가 경제경영서가 20개, 소설이 17개를 기록했기도 하고요.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뒤 가장 먼저 한 일

코로나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돈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이 늘어나면서 경제경영서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는데 저 역시 그랬습니다. 돈 공부의 시작을 경제경영서와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연 소득 480만 원’이던 전업 작가 시절에도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에는 동선이 조금 달랐죠. 

예전에는 늘 문학/에세이/인문 코너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부자가 되기 위해서 경제/경영/재테크 코너로 발길을 돌린 거죠. 왜냐하면 거기에는 스티브 잡스부터 워런 버핏, 스타벅스부터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세계 최고 부자들과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성공 비결을 알려주고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이나 워런 버핏의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의 책을 읽은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 책들은 일단 두께만 보더라도 지금 당장 소화해 내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저의 큰 장점이 바로 ‘자기 객관화’ 즉 ‘주제 파악’을 잘하는 것이라 전형적인 ‘돈알못’에 맞는 책들을 골랐습니다. 일단 두껍지 않은 책들 중에 표지에 ‘돈’이나 ‘부자’가 들어가는 책들을 모조리 빼서 읽었죠. 일주일에 2~3번 정도 도서관에서 최대 대출 가능한 6권까지 풀대출을 받아서 읽고 또 읽었어요. 그렇게 1년 동안 100권이 넘는 경제경영서를 읽었습니다. 

수학 기초 공부 없이 ‘수학의 정석’부터 본다면 

소설과는 다르게 순서에 상관없이 목차별로 읽어도 되니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읽기가 가능해서 시간의 부담도 덜 하더라고요. 독서 후엔 이전까지 몰랐던 정보와 지식을 확실히 얻어갈 수 있다는 것도 경제경영서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제경영서를 이제 막 읽기 시작하시는 분들은 베스트셀러 코너로 직행하는 것은 추천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특히 경제경영분야의 베스트셀러는 초심자에게 높은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소설과 에세이 같은 문학 분야에 한정되긴 했지만, 학창 시절부터 다독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저도 경제경영 쪽은 일단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지금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코너의 책을 봐도 하나같이 400페이지가 넘는 벽돌처럼 두꺼운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초심자가 베스트셀러 책부터 공략하는 것은 마치 수학 기초 공부를 건너뛰고 ‘수학의 정석’부터 펼쳐드는 것과 마찬가지인 결과를 낼 수 있어요. 

제목부터 주식 투자나 부동산 같은 투자서와 경제 시장의 흐름 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많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만 본다면 에세이와 소설을 제법 읽어왔다는 다독가들도 책을 읽기가 힘들다고 느껴질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봐도 경제경영서는 재테크 분야의 책과 합치더라도 문학, 장르소설, 자기계발 다음이었습니다.

베스트셀러로 시작하지 않아서 가능했던 ‘돈 공부’

돈에 관해 일절 모르던 제가 경제경영서에 흥미를 붙이고 돈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베스트셀러로 시작하지 않아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에는 돈보다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도서관의 경제 경영 코너에서 책장에 꽂힌 책들을 하나하나 훑어볼 수 있었습니다. 서점이었다면 어떤 책을 고를 지 몰라 현재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현재의 베스트셀러 코너에 먼저 눈이 갔을 수도 있겠지만, 도서관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제 경영 코너 전체를 볼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도서관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에 서점에 한 번 가보세요.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기 전에 먼저 경제경영 코너로 가서 책장 전체를 훑어보며 흥미가 생기는 제목을 골라보세요. 현재 내 상황과 수준에 맞는 책부터 고르는 게 먼저입니다. 

가령, 나는 돈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면, 단순히 표지에 ‘돈’이나 ‘부자’라고 적힌 쉬워 보이는 책이 좋습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 보려 한다면 저는 오히려 종자돈을 모으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 투자의 입문서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단계별 베스트셀러 코너를 만드세요

그렇게 자신의 상황에 맞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책들로 본인만의 단계별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보길 추천 드립니다. 현재의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내 상황을 만드는 것이 시작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책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간을 써서 고르고 돈까지 썼는데도 실패하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1만~2만 원을 투자해서 책만큼의 레버리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투자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 경제경영서 초심자 분들이 흥미를 갖고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초심자 시절 제가 만들어 둔 ‘나만의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목록을 공유해 볼게요.  

📘 ‘나도 할 수 있다’ 동기부여를 해준 책 6개월에 천만 원 모으기 : EBS에서 했던 다큐멘터리가 책으로도 나와 있습니다. 대학생부터 사회 초년생들이 멘토와 함께 6개월에 1,000만 원 모으기에 도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몇 십 만원 과외 알바를 하는 대학생들과 월 200만 원 직장인들이 결국 6개월 만에 1,000만 원을 모아가는 모습을 보면 ‘아, 이게 영 불가능한 게 아니구나. 나도 해볼 수 있겠다’ 라는 동기부여를 불어넣어 줬던 책입니다.

📘 주식 시작할 때 도움 받은 책 잘 모이는 공식 : 앞의 책과 함께 종잣돈을 모을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책입니다. 게다가 이 책은 단순히 아끼고 모으는 것만 강조하지 않고 ‘잘 쓰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식을 시작할 때 어느 주식 책보다 이 책의 도움이 컸습니다. 일명 ‘잘모공’이라는 이름으로 나름 재테크계에서는 알짜배기 책으로 유명합니다.

📘 저와 같은 ‘돈알못’ 초심자들을 위해 직접 쓴 책 오늘부터 돈독하게 : 제가 돈 공부를 시작하며 100권이 넘는 경제경영서를 읽은 후 핵심만을 담아 쓴 책입니다. 무엇보다 연소득 480만 원이던 ‘돈알못’ 전업 작가가 돈 공부와 함께 1년 만에 월소득 480만 원을 만들 수 있었던 살아있는 체험기가 담겨 있습니다. 에세이 작가의 장점을 살려 쉽고 재미있게 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베스트셀러 코너는 무조건 지나치세요”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베스트셀러만의 역할이 있고,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이죠. 

백지선 작가가 쓰고, 유유출판사에서 만든 <경제경영책 만드는 법>이라는 책에서 “경제경영서는 정보력을 갖춘 현실주의자들이 읽는 책”이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저 역시 이제는 완전한 현실주의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정서가 메마른 어른이 되었다기 보다는 내가 눈 감고 있던 세계를 직시하게 된 느낌입니다. 그래서 요즘 서점에 가면 경제경영서 베스트셀러 코너에 들러 사람들의 관심사와 대략적인 시장의 흐름을 짐작하며 책을 고르기도 해요. 저는 이것이 우리가 베스트셀러에서 얻어갈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자, 그럼 2022년 6월 첫째 주 서점 경제경영 코너의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책과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과거의 베스트셀러를 꼽아 보겠습니다.

📗 다들 왜 “지금 세계경제 위기”라는 말을 하는지 느낌을 잡을 수 있는 책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 요즘 경제 신문에 자주 언급되고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인플레이션’과 ‘스테그플레이션’입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2022년 5월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5%에 가까운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가는 이렇게 오르는데 생산과 소비, 투자와 같은 활동지수는 떨어지고 있고요.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상황이라 코로나와 전쟁, 기후 변화 등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시는 분들의 많은 선택을 받고 있는 책입니다.  

📗 돈에 대한 가치관을 세울 때 도움 받은 책 보도 섀퍼의 ‘돈’ : 세계적인 머니 트레이너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로버트 기요사키가 있는데요, 그가  미국의 대표라면, 유럽에는 보도 섀퍼가 있습니다. ‘부빠가빠’와 더불어 돈 공부 관련해서 보도 섀퍼의 ‘돈’은 클래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 입니다. 저 역시 돈에 관한 가치관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 가끔 ‘돈’ 얘기보다 더 중요한 얘기를 듣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은 책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 빌 게이츠라면 단연 경제/경영서가 어울리는 사람이지만, 이 책을 굳이 분류하자면 정치/인문/사회 분야에 속합니다. MS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세계 부호 탑5를 지키고 있는 그가 본인의 자서전보다도 기후 변화에 관한 책을 먼저 쓴 것이 좀 신기한데요. 그만큼 환경 오염과 그로 인한 기후 변화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로 인한 피해는 당연히 경제/경영을 넘어 인류 전체로 이어질텐데요, 그래서 이미 경제/경영 쪽도 탄소 배출 제로 운동과 ESG 경영이 필수가 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결국 경제와 경영활동이라는 것도 건강한 지구가 있어야 가능하니까요. 

나만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갖고 있는 독자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뽑은 ‘단계별 베스트셀러 목록’ 중 나누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 시리즈를 통해 소개할게요.


Edit 이지현 Graphic 이은호 

– 해당 콘텐츠는 2022. 6. 15.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외부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토스팀의 블로그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피드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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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얀

작가이자 경기도 부천에서 3명의 여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김얀집'의 호스트. 쉽고 재미있는 재테크 입문서 《오늘부터 돈독하게》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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