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칸트’가 매일 아침 경제신문을 읽는 이유

by 김얀

Editor’s Note

<머니💙하우스>는 집과 돈과 사는 이야기에 관한 김얀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4화는 잠시 집 이야기를 떠나, 김얀 작가가 요즘 왜 매일 아침마다 트위터에서 경제신문의 주요 머리기사를 요약하는지 살펴볼게요. 아침의 건강한 습관과 자신만의 루틴은 결국 경제적 자립으로도 연결되니까요.

집을 사려고 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던 중 망신을 당했다. <오늘부터 돈독하게>의 프롤로그에도 썼듯이 ‘480만 원’이라는 연소득 증명서를 든 은행원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게… 사백… 팔십만 원… 인 거죠?” 덕분에 이렇게 돈에 관한 책까지 쓰게 됐지만.

이번 글은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는 습관과 루틴에 대해 쓰고자 한다. 참고로 <오늘부터 돈독하게>는 온전히 ‘아침에 물 한 잔’이라는 습관의 힘으로 썼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뭐야, 너무 쉽잖아? 이 정도면 모든 일에 작심삼일이던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당장 다음 날부터 ‘아침에 물 한 잔’을 시작했다. (중략)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일인데, 어쨌든 계획한 작전을 성공하고 나니 굉장히 뿌듯했다. 아, 이것이 심리학 책에서 말하는 작은 성취감이라는 거구나. 이렇게 작은 성취감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분 단위로 울리는 알람에 쫓겨 울상이 되어 시작하는 하루와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다.

– 김얀, <오늘부터 돈독하게>(미디어창비), p.52-53

좋은 습관을 가져 본 적 없던 내가 매일 아침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렇게 습관을 들인 이후로 실제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비 효과가 이런 것일까? 나를 따라 아침에 물 한 잔을 시작했다는 어느 독자는 그동안 과외를 하며 40~60만 원으로 살다가 공부방을 열어 월 1,000만 원의 수입을 만들게 되었다는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

덕분에 요즘은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본다. 아직도 ‘선’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삶이 괴로움에 빠져 있는 시간보다 기쁨과 감사를 느끼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의 물 한 잔으로 습관의 힘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는 루틴을 만드는 일에도 도전해 볼 때다. <트렌드 코리아 2022>가 정한 10가지 키워드에도 선택된 루틴은 대략 ‘규칙적으로 어떤 일을 할 때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이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유튜브에 ‘루틴’으로 검색해 보면 <새벽 기상 루틴>, <상위 0.1%의 아침 루틴>, <등 근육을 만들기 위한 5가지 루틴>처럼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순서를 말해주는 영상들이 주르륵 이어진다.

루틴은 1700년대부터 그 파워를 인정받았다. 대표적 인물이 1724년 독일에서 태어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같은 시각에 산책을 하는 철학자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그의 일상 루틴*을 살펴보면 이렇다.
* 칸트의 정확한 일과는 출처마다 조금씩 정보가 달라, 미국 구글에 나온 정보를 기준으로 종합해봤다. – 저자 주

오전 5시 기상, 홍차를 마시며 일과를 시작.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강의 후 오후 1시까지 집필. 오후 1시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느긋하게 점심 식사. 오후 3시 30분 매일 같은 코스로 산책 후, 개인 시간을 보내다가 정확히 오후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1700년대 독일 사람이 아니다 보니 그가 매일 오후 3시 30분마다 같은 코스로 산책을 했는지, 마을 사람들이 그를 보고 시계를 고쳤는지 알 수 없지만, 칸트가 루틴에 신경 썼다는 기록에는 배울 점이 크다. 어려서부터 허약체질이었던 그는 규칙적인 생활 즉, 잘 짜인 일상의 루틴을 통해 강의, 연구, 저술 활동을 이어가며 철학자로서의 큰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이렇게 기계처럼 반복적인 생활을 하던 그도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한 번, 프랑스혁명을 보도한 신문을 보다가 한 번, 이렇게 딱 두 번 산책을 빼먹은 적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가 ‘루틴이 있는 삶’을 제대로 살긴 한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이런 일화를 접하면서 ‘정말 재미없는 삶을 살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새해가 되고 40대가 된 지금 그를 다시 생각해보면 참 깨끗하고 부러운 삶이란 생각이 든다. 진짜 원하는 꿈이 있다면, 모든 초점을 그 꿈에 맞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른 길이란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런 삶은 지루하지 않다.

칸트의 일과를 자세히 살펴보자. 그 안에는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행복이 골고루 들어 있다. 칸트는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를 했고, 매일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좋은 대화를 나눴다. 또한 매일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걷고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칸트는 여든의 나이에 “좋군(Es ist gut)!”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고 한다.

같은 루틴을 반복하는 삶은 얼핏 스스로 틀에 가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확실한 목표가 있는 사람에게는 뇌를 가장 유용하게 쓰는 최고의 전략이다. 우리의 뇌는 신체의 2%도 안 되는 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25%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요즘처럼 매 순간 넘치는 정보와 마주할 때, 사사로운 선택과 판단을 줄여주는 해결책이 바로 루틴이다.

최근, 2년간 다니던 치과를 나와 전업작가가 된 나에겐 이런 이유로 루틴이 더욱 중요해졌다.

퇴사 후 한동안은 나만의 루틴 만들기에 몰두해 있었다. 치과에서 일할 때는 치과에 가는 날과 가지 않는 날이 정해져 있어 그에 맞는 루틴이 있었다. 출근일에는 치과 일과 집안일이 중심이었고, 치과에 가지 않는 날은 글쓰기 위주의 루틴이 있었다.

한편 치과를 그만두고 나면 당연히 글 쓰는 시간이 늘어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갑자기 늘어난 시간에 허둥지둥했다. 치과에 다닐 때가 더 시간을 잘게 쪼개서 밀도 있게 썼던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 혼란스러웠다. 내 상황에 맞는 루틴 만들기가 다시 절실해졌다.

자유로워 보이는 예술가와 프리랜서들이 루틴을 가장 맹신하고 있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이쪽 분야에서는 역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4~5시간 글을 쓰는 하루키 씨가 있겠다. 메이슨 커리의 <리추얼(Daily Rituals)>이라는 책을 보면 수많은 예술가의 일상에 루틴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처음 내가 강제한 장치는 1,200원짜리 아메리카노다. 제주에 살 때 집 근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오전 10시까지 아메리카노를 1,200원에 파는 상시 프로모션을 하고 있었다. (중략) 규칙을 만들 때 돈 주고 하는 운동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방법도 썼다. 운동은커녕 움직이는 것도 싫어하는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운동은 수영이다. 동네 수영장의 아침 수영을 등록했다. (중략) 수많은 시도 중 아침 기상시간이 자리 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동인은 ‘음식’과 ‘돈’이었다.

– 이다혜, <프리랜서로 일하는 법>(유유) 중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법>에도 본인만의 루틴 만들기에 몰두하는 이다혜 작가의 일화가 등장하는데, 덕분에 강력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작가는 성공적인 루틴을 위해서는 적절한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시 사람은 돈을 써야 아까운 것을 알고, 맛있는 음식과 같은 보상이 있어야 움직인다. 하지만 나는 보기보다 식욕이 없고, 입이 짧다. 무엇을 먹기 위해 몸을 일으키기보다 차라리 따뜻한 이불 아래서 하품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때 불현듯 생각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아침에 경제신문 읽기’였다.

경제신문을 보기 시작한 것은 주식 멘토의 조언 때문이다. ‘아침에 경제신문을 보고 (주식을) 사도 늦지 않다.’ 꼭 주식 때문이 아니라도 1년 이상 경제신문을 꾸준히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게 눈에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남녀노소 누구를 만나도 예전보다 확실히 폭넓은 대화도 가능해졌다.

치과에 다닐 때는 매일 아침 치과에서 신문을 공짜로 볼 수 있었지만, 퇴사하고 나자 신문 구독 역시 건강보험과 함께 돈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래도 성공적인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 돈을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직장에서 매일 보던 OO경제신문의 종이신문과 디지털 버전의 월 구독료가 매달 25,000원으로 기존 가격보다 할인 중이었다. 여행 등을 갈 때도 신문 보는 습관을 유지하고자 디지털 버전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떨어진 도서관에서 신문을 공짜로 볼 수도 있고, 포털사이트 뉴스 채널에만 가도 사실 대부분의 기사를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매달 25,000원을 쓰는 게 맞을까 고심했다. 하지만 도서관은 매주 월요일이 휴무이고, 포털 사이트의 뉴스 채널은 아무래도 한눈에 착 이어 보는 맛이 없어 집중도가 떨어졌다. ‘그래, 그냥 돈을 쓰자. 역시 스크랩을 위해서는 종이신문이지’ 하는 생각으로 결제했다.

무엇을 하나 살 때마다 이렇게 따지고 들게 된 건, 돈 공부를 하면서 생긴 또 다른 습관이다. 심지어 어떻게 하면 매달 내는 돈보다 더 큰 값어치를 할까 고민했고, 그 결과 내가 읽은 기사를 사람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게 2021년 10월부터 매일 아침 경제신문을 읽고 메인 기사 제목을 10개씩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유익하다고 좋아해 주셨고, 무엇보다 매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되니 책임감도 생겼다. 덕분에 아침에 경제신문을 읽고 공유하는 일은 내 아침 루틴의 핵심이 되고 있다.

오늘도 부천의 칸트, 김얀은 매일 아침 경제신문을 읽고, 10개의 중요 머릿 기사를 트윗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곧장 카페로 간다. 길을 걸으며 원격 주문으로 매일 먹는 토스트를 주문하고 카페에 들어간다. 최소 4시간은 카페에서 글을 쓰고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집안일을 한다.

오후에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본다. 사람을 만나는 약속은 일주일에 한두 번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 신문이 오지 않는 일요일에도 가능한 이 아침 루틴을 지키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이 내게는 노는 것만큼 재밌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렇게 틀에 박힌 듯 살아?” 간혹 이렇게 묻는 분들도 있지만,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았거나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잘한 재미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아침에 무엇을 먹을까, 무슨 옷을 입을까, 어떤 액세서리를 할까, 이런 것들이 내게는 별다른 기쁨을 주지 않는다. 그 시간에 오늘은 어떤 글을 쓰고 앞으로 무얼 더 쓸지,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일이 내게는 더 큰 가치를 준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기쁨과 행복이 있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 이런 나의 작은 기쁨과 행복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외의 일은 단순하게 두고 싶은 것이 올해 소망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복잡한 듯 보이지만 꽤나 단순하다. 단순한 것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Edit 손현 Graphic 이은호, 엄선희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외부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토스팀의 블로그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피드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의견 남기기
김얀

작가이자 경기도 부천에서 3명의 여자들과 함께 살고 있는 '김얀집'의 호스트. 쉽고 재미있는 재테크 입문서 《오늘부터 돈독하게》를 썼다

필진 글 더보기

머니 💙 하우스 다음 글

추천 컨텐츠

아티클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