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 시리즈 & 저자 소개
“삶 속 스며든 경제학, 이해하면 쉬워집니다.” <에브리데이 경제학>에서는 평소 궁금했던 일상 속 경제학 질문들을 찾아 속시원하게 해결해 드립니다. 이 글을 쓴 김경곤 작가는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이며, 거시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이번 화 소개
12화에서는 다이아몬드 가격이 떨어진 현상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경제학의 핵심이자 기본이 되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적용해 볼텐데요. 이번 글을 꼼꼼히 읽고 이해하면,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수시로 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에디터 G (이하 G): 교수님, 얼마 전 결혼한 친구를 만나 식사하는데 다이아몬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친구가 결혼 준비하면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샀는데, 지금 다이아몬드 시세가 엄청 떨어졌다는 거예요. 구입할 때 대비 3~40%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다이아몬드 가격이 왜 이렇게 많이 떨어진 걸까요?
교수 K (이하 K): 그렇군요. 다이아몬드 1캐럿의 1년간 시세를 살펴보니 18% 정도 떨어졌네요.

저도 다이아몬드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이용하면 가격이 변화한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을 통해 다이아몬드 가격이 떨어진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을 소개해 드릴게요.
STEP 1.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 
이해하기
K: 예전에 ‘왜 학생들은 항상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아티클에서 살펴봤던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 기억하시나요?
G: 네, 기억나요. 가격이 비싸면 사람들의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요. 반대로 가격이 싸면 수요가 늘어나고요.
K: 잘 기억하고 있군요. 수요의 법칙은 상품의 가격과 수요량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데요.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한 상태에서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 감소, 가격이 내리면 수요량이 증가하는 것이죠. 그래프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아요.

수요의 법칙에서 꼭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한 상태에서"라는 부분입니다. (라틴어로는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라고 해요) 수요의 법칙이 성립하는 밑바탕에는 가격을 제외한 모든 조건들은 일정하다는 가정이 깔려 있답니다.
G: 만약 가격이 아닌 다른 요인이 변하면 수요 곡선에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K: 예를 들어볼게요. 커피 가격은 4,000원으로 그대로인데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했다고 가정해보죠. 소득이 증가하면 구매력이 증가할 테니, 사람들은 더 많은 커피를 사 마실 수 있을 거예요. 즉, 커피의 수요가 늘어날 겁니다. 이렇게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을 아래 그래프처럼 표현할 수 있어요.
G: 수요가 증가하니 곡선 자체가 오른쪽으로 수평 이동했군요.

K: 이번에는 커피가 몸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가정해 볼게요. 커피 가격은 4,000원으로 그대로이지만, 사람들은 건강을 생각해 커피 소비를 줄이게 될 겁니다. 이 경우 아래 그래프와 같이 수요 곡선이 왼쪽으로 수평 이동하게 돼요. 앞선 상황과 반대로 움직이죠.
G: 가격을 제외한 다른 요인들이 변할 때는 아예 수요 곡선 자체가 이동한다 보면 되겠네요.

K: 그렇습니다. 이외에도, 커피와 경쟁 관계인 제품(대체재)의 가격 변화나 미래에 커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 등 다양한 요인들이 수요에 영향을 미쳐요.
이때 중요한 것은 가격을 제외한 요인이 수요가 늘어나는 데에 영향을 미치면 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반대로 수요가 줄어드는 데에 영향을 미치면 수요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잠시 후 이 원리를 써먹을 예정이니, 꼭 기억해 두세요.
G: 네! 수요 곡선은 완전히 이해했어요. 다음은 공급 곡선에 대해 알아보려나요?
K: 공급 곡선도 비슷해요. 공급의 법칙(law of supply)에 따르면, 다른 모든 조건이 일정할 때 가격이 오르면 공급량이 늘어나는데요.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줄어드는 수요의 법칙과 반대이죠)
이때 가격이 아닌 다른 요인이 변화한 경우를 생각해 볼게요. 수요 곡선에서는 고객 입장에서 살펴봤으니 공급 곡선에서는 카페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커피 가격은 그대로인데 원두 가격이 오르면? 커피 만드는 비용이 늘어나겠죠. 이는 같은 비용으로 예전보다 더 적은 양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공급량이 줄어들고 이윤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공급 곡선은 왼쪽으로 이동하게 되겠죠.
반대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커피를 만드는 데에 더 적은 비용이 든다면? 같은 비용으로 예전보다 더 많은 양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공급량이 늘어나고 이윤도 늘어나겠죠. 이때 공급 곡선은 오른쪽으로 이동해요.
G: 수요 곡선은 우하향, 공급 곡선은 우상향하는 모습이지만 움직이는 양상은 정말 비슷하네요! 

STEP 2. 
균형 가격 이해하기
K: 자, 이제 지금까지 살펴본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을 합쳐볼게요.
아래 그래프와 같이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을 같은 공간에 놓게 되면,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두 곡선이 만나는 지점을 균형(equilibrium)이라고 해요. 그리고 균형점에서의 가격을 균형 가격, 수량을 균형 수량이라 하고요.

G: 그런데 실제 시장에서는 균형점을 벗어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현재 가격과 균형 가격이 서로 다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K: 현재 가격이 균형 가격보다 높은 경우부터 살펴봅시다. 만약 커피 한 잔의 균형 가격이 4,000원인데 현재 가격이 5,000원이면 커피를 사 먹는 고객들이 늘어날까요?
G: 아뇨, 생각한 가격보다 비싸니까 잘 안 사 먹게 될 것 같아요.
K: 맞아요. 현재 가격이 균형 가격보다 높으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거든요. 그럼 재고가 점점 쌓이게 되고, 재고 처분을 위해 결국 커피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겠죠.
반대로 커피 한 잔의 균형 가격이 4,000원인데 현재 가격이 3,000원이라면 어떨까요?
G: 생각한 가격보다 싸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사 먹고 싶어 할 것 같은데요!
K: 네, 아마도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못 마시는 경우가 생기고, 웃돈을 얹어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이처럼 현재 가격이 균형 가격보다 낮을 때, 수요는 공급보다 많아집니다. 이때는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져요.
G: 결국 균형 가격을 찾아가게 되는 걸까요?
K: 맞습니다. 현재 가격이 균형에서 잠시 이탈할 수는 있지만,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 때문에 결국엔 균형 가격을 향해 움직이게 돼요.
균형 가격이 변하는 상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앞에서 살펴본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의 이동 원리를 이용해 보겠습니다.
커피의 균형 가격이 4,000원인 상황에서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했다고 가정해보죠. 앞에서 소득이 증가하면 커피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면서 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말씀드렸는데요.
아래 그래프처럼 수요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새로운 균형 가격은 기존의 균형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됩니다. 공급량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늘어난다면, 기존 가격보다 높은 비용을 내고서라도 커피를 마시겠다는 사람들의 의지치가 반영된 것이죠.

반대로 커피가 건강에 해롭다는 뉴스로 사람들이 커피 소비를 줄인다면, 수요 곡선은 왼쪽으로 이동한다고 했죠. 
아래 그래프처럼 수요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면, 새로운 균형 가격은 기존의 균형 가격보다 낮은 지점에 있을 것입니다. 공급량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줄어든다면, 카페 주인들은 기존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설정해 재고를 최대한 남기지 않으려는 현상이 일어날 거예요.

STEP 3. 
다이아몬드 가격 변화 현상에
수요와 공급 원리 
적용해 보기
K: 이제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떨어진 현상에 수요와 공급 곡선의 원리를 적용해 볼게요. 균형 상태에서 가격이 낮아지게 하려면,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G: 사람들의 다이아몬드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낮아질 테니, 수요 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해요!
K: 맞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요?
G: 시장에 풀린 다이아몬드 양이 많아지면 다이아몬드가 덜 희귀해 질테고 가격도 낮아질 거예요. 공급 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 될 것 같아요.
K: 정답이에요. 아래 그래프처럼 다이아몬드 수요가 줄어들거나 공급이 늘어날 때 가격이 낮아지게 됩니다. 만약, 이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효과가 합쳐져서 가격은 훨씬 더 크게 떨어질 거예요.

G: 오, 그렇다면 다이아몬드 가격이 많이 떨어진 지금, 다이아몬드의 수요가 줄어들거나 공급이 늘어나는 일이 실제로 발생했는지 확인해보면 되겠군요.
K: 맞아요. 검색해보니 가격을 떨어트릴 정도로 다이아몬드 공급이 갑자기 증가했다는 단서들은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수요 측면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두 개 발견할 수 있었어요. 하나는 랩 그로운(laboratory grown) 다이아몬드, 줄여서 랩 다이아몬드고요. 다른 하나는 코로나 팬데믹입니다.
랩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다이아몬드를 말하는데요.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적·화학적·광학적 특성이 동일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육안으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해요. 랩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강력한 대체재인 것이죠.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저렴한 랩 다이아몬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천연 다이아몬드의 수요가 감소하게 되는데요. 다이아몬드 가격 또한 떨어지겠죠.
한편,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 등으로 사람들은 외부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되었죠. 외식, 여행, 문화 생활, 스포츠 등에 쓰려고 했던 돈을 평소라면 구입하기 힘든 명품이나 보석 소비에 사용했습니다. 이때 다이아몬드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면서 다이아몬드 가격이 크게 증가했었거든요.
그런데 팬데믹이 종식되자 사람들은 보석을 사는 것보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가 활동을 하는 데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다이아몬드 수요가 감소했고 가격도 떨어졌어요.
물론 실제로는 이것들 외에도 다이아몬드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친 다른 요인들이 있었을 거예요. 저희는 수요와 공급 곡선을 이용해 다이아몬드 가격이 변화한 이유를 살펴보다 보니 (1) 대체재인 랩 다이아몬드에 대한 수요 증가, (2) 코로나 종식 후 보석에 대한 수요 감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G: 그렇다면… 다이아몬드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까요?
K: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수요와 공급 곡선 안에 있답니다. 다이아몬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들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겠죠. 가격이 떨어지면 이윤도 함께 떨어지니까요. (예전에 함께 공부했던 “이윤 = (가격 x 수량) – 비용” 식 기억하시죠? [참고 링크])
G: 다이아몬드 업체가 가격이 떨어지는걸 두 손 놓고 보고만 있진 않을 것 같아요.
K: 맞아요. 분명 다이아몬드의 가격 방어를 위해 손을 쓸 겁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G: 오늘 공부한 수요와 공급 곡선을 활용한다면… 낮아진 균형 가격을 다시 높이는 방법을 택할 것 같아요. 아래 그래프처럼 다이아몬드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를 높이거나(수요 곡선 오른쪽으로 이동), 다이아몬드 공급을 줄여 희귀성을 높이는(공급 곡선 왼쪽으로 이동) 방법이요.

K: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도 예상해 볼까요?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마케팅입니다. 예전에 다이아몬드 수요가 줄어들자 영국의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De Beers)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A Diamond is Forever)” 카피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광고했는데요. 

실제로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전 세계 다이아몬드 수요를 늘리는 데에 큰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광고를 보고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가격은 자연스레 높아지겠죠.
공급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산유국들이 가격 방어를 위해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처럼, 다이아몬드 생산량을 줄여버리는 것입니다. 다이아몬드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그대로인데 생산량이 줄어들면 다이아몬드가 희귀해지는 만큼 가격이 높아질 것이고요.

오늘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앞으로 일상 속 다양한 상품들의 가격 변화를 마주할 때마다 수요와 공급 원리를 적용해보면 현상 이해가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가격이 변한 이유를 예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함영범 윤여진
해당 콘텐츠는 2024.2.27.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ditor’s Note>
📗 시리즈 & 저자 소개
“삶 속 스며든 경제학, 이해하면 쉬워집니다.” <에브리데이 경제학>에서는 평소 궁금했던 일상 속 경제학 질문들을 찾아 속시원하게 해결해 드립니다. 이 글을 쓴 김경곤 작가는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이며, 거시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이번 

# 수요와 공급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비싼 가격도 영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