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는 왜 단순함에 집착할까?
ㆍby 남영철
토스(Toss)가 지향하는 올바른 사용자 경험 ‘단순함’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남영철(이하 남): 안녕하세요, 토스에 6번째 멤버로 합류한 남영철입니다. 토스에서는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로 근무하고 있어요.
토스는 기존 금융 서비스가 가진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셨나요?
남: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필요한 인증이나 입력이 많다는 점인데요. 소액 송금이라도 은행 앱을 통해 송금하려면 꼭 두 번의 공인인증서 인증이 필요합니다. 공인인증서 인증으로 본인임을 증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꼭 한 번씩 같은 과정을 거쳐야만 하죠.
공인인증서 뿐만 아니라 입력 과정도 정말 많습니다. 어떤 서비스는 단 1원이라도 보내기 위해서는 수십 번의 클릭이 필요할 정도인데요. 여기에 액티브 X나 추가 앱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서 고객의 입장에서 돈을 보낼 때 정말 괴로웠습니다.
두 번째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나 단어가 많다는 점이에요. 간단한 조회 업무를 시작해 금융 상품을 알아보기 시작하면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약관을 만나게 되는데요. 많은 수의 고객은 자신이 가입하는 상품을 100% 이해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이나 직원의 설명만 믿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토스를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앱을 해결하고자 했나요?
남: 이것도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과정을 최대한 제거했는데요. 먼저 기존 금융 서비스에 있는 수많은 인증과 입력 단계를 하나씩 뜯어 보았고, 그 과정들이 정말 꼭 필요한 것인지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단 한 번의 인증에도, 단 한 번의 터치에도 끊임없이 ‘이건 꼭 필요한 과정인가? 이 과정을 없앨 수 없을까?’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안전한 거래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 아니면 과감하게 제거하였고 더 뺄 수 있는 게 없는지 끊임없이 검토했습니다. 사용자에게 인증을 요구하는 것은 마지막까지 미루고,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끈질기게 찾았어요.
두 번째는 소비자가 금융 상품을 이용할 때 생기는 ‘제약’을 없애는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토스가 송금 서비스에서 금융 서비스로 확장을 시작할 당시 금융 상품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데 집중했는데요. 이 과정의 첫 단추도 기존 금융 상품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계좌를 만들려면 지점에 꼭 가야 할까?’
‘주식, 펀드를 사고 팔 때 꼭 매수, 매도라는 표현을 써야 할까? 더 쉬운 말을 쓰면 안되나?’
‘투자를 하려면 꼭 큰 돈이 있어야 하나? 천 원만 투자해볼 수는 없을까?’
‘내 신용등급을 확인하는 것을 왜 일년에 3번만 무료로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입해 있는 보험이 적절한지 알려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비용, 최소/최대 금액, 사용 횟수 등 모든 종류의 ‘제약’을 없앨 수 있는지 또 다시 집착하기 시작했는데요.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등장하면 더 쉽게 표현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 두 가지 노력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토스가 지향하는 올바른 사용자 경험은 무엇인가요?
남: 단순함(simplicity)입니다. 토스가 생각하는 단순함은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알아야할 것이나 배워야할 것이 없고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태인데요. 별다른 설명 없이도 원하는 일을 끝낼 수 있는 매끄럽고 빠른 경험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사용자 경험의 목표입니다.
단순함을 토스 안에서 어떻게 구현했나요?
남: 토스가 지향하는 ‘단순함’은 토스의 가입 과정과 첫 화면에서 드러나는데요.
1) 고객이 해야 할 일을 단 하나로 제약하다
가입과정의 모든 화면에서 고객이 해야 할 일을 단 하나로 철저히 제약하고 있는데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눌러야 할 버튼은 꼭 하나씩만 있고, 화면에 진입하는 즉시 눈에 잘 띄도록 설계했습니다.
경고 문구를 화면에 채워 넣기 보다는 고객이 실수를 했을 때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려주고, 쉽게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요. 단 한번의 터치도 줄일 수 있게 세심하게 입력창을 구현했습니다.
가입이나 로그인을 위해 ID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기억할 필요도 없는데요. 화면에 나타나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면 토스가 고객을 알아서 식별하고 적절한 단계로 안내합니다.
2) 보안과 사용자 편의성은 상충되지 않는다
남: 토스 앱을 켜면 나타나는 첫 화면에는 단 하나의 명확한 입력창만 존재합니다. 바로 ‘송금할 금액 입력’ 창인데요.
누군가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토스를 켰을 때 입력창을 누르면 바로 송금이 시작됩니다. 금액을 정하면 ‘누구에게 보낼지’ 물어보고, 그것을 선택하고 나면 ‘보내기’ 버튼이 나타나는데요. 각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고객은 ‘송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지나는 중에는 ‘로딩’은 거의 없도록 구현했습니다.
사실 단순함을 구현하는 건 디자인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사용자의 경험이 단순하고 쉬울수록 보안 측면에서 대비해야 할 게 많죠. 토스는 2중, 3중의 보호장치를 세워 다양한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보안과 사용자 편의성이 상충한다는 고정관념을 깨 보려는 개발팀과 보안팀의 집착이 ‘단순함’이라는 제품 철학의 기반이 되고 있어요. 단순함에 대한 집착은 토스의 모든 서비스 설계, 운영이 토스팀의 최우선 핵심 가치인 ‘고객 중심’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관련 포스팅: 토스는 왜 쉽고 간편하면서 안전할 수 있을까?)
토스가 지향하는 단순함(Simplicity)은별다른 설명 없이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태예요.
단순함 구현과 관련해 공유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남: 토스가 송금 서비스에서 금융 서비스로 확장할 당시 새롭게 추가된 서비스를 고객이 인지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겼는데요. 이때 첫 화면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나열해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는 과감한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는데요. 더 많은 사람이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거라는 기대와 달리 사용자 수나 매출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화면에 무언가를 더 많이 넣어도 고객이 인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최종안은 처음 실험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는데요. 첫 화면에서 ‘보낼 금액’과 ‘받을 사람’을 정하는 것에서 ‘받을 사람’조차 한 단계 뒤로 숨기고 ‘보낼 금액’을 입력하는 창만 남기게 되었습니다.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만큼, 첫 화면은 오히려 더 단순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리고 고객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는데요. 첫 화면이 단순해진 덕에 다른 서비스를 발견하는 게 쉬워졌고, 추천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해본 고객이 그 경험을 전파함으로써 송금 외의 서비스가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함’이라는 제품의 철학이 더 확고해졌고, 이를 ‘토스 제품 원칙’이라는 문서로 정리하고 전파하기 시작했어요. 현재는 이 원칙에 따라 기존 서비스 개선과 신규 서비스 설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UX/UI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고 있나요?
남: 간편송금 서비스로 시작해 금융 서비스로 확장되면서 사용자 경험의 일관성을 지키는 게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플랫폼 조직과 브랜드 디자인 팀이 구성되었습니다. 디자인 플랫폼 조직은 플랫폼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긴밀하게 협업하여 공통 UI를 모듈화하여 관리하기 시작했는데요. 브랜드 디자인 팀은 제품 내외의 고객 접점을 간결하고 일관성 있게 만들기 위해 고객이 접하는 메시지나 이미지, 컬러를 잡아주고 있습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최고의 경험을 위한 개발자의 ‘집착’이라고 생각해요. 쾌적한 사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기기에 대한 테스트와 대응에 항상 신경 써야합니다. 어색한 앱 네비게이션은 꼭 개선하고, 앱 접근 권한, 통신 상태 관련 에러 등 잘 보이지 않는 디테일한 부분도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앞으로 토스가 이루고자 하는 것, 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일까요?
남: 금융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이 어려운 약관과 난무하는 금융 정보 속에서 헤매지 않고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고객이 소중한 시간을 더 가치 있는 곳에 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