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를 둘러싼 이야기

by 이영균

부동산 시장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한 번에 확 끌어오는 방법 중 한 가지는 세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이 방면의 화제는 오는 6월 25일 최종 확정·공시하는 ‘공시가격’입니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하면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이를 둘러싼 이야기와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봅니다.

공시가격이란 뭘까요?

정부가 매년 조사, 산정해 공시하는 부동산 가격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정부는 보유세*를 부과합니다. 한 마디로 공시가격이 얼마인지에 따라 내가 내야 하는 세금이 늘거나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매년 4월,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국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 예정안을 발표하고, 6월 말 최종 확정해 공시합니다.

 그런데 질문 하나. 실제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면 편할 텐데 왜 공시가격을 따로 발표하는 걸까요? 실거래가는 수시로 오르거나 내려 기준으로 삼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수시로 바뀌는 가격을 세금 같은 공적 업무에 반영할 수 없으니 따로 과세표준 가격을 만든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집 공시가격은 어떻게 정할까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라면 직전 1년간 수집한 거래 자료에 현장조사를 더해 정합니다. 현장조사는 한국부동산원 조사원이 직접 아파트의 입지와 교통, 소음, 전망(뷰) 등을 현장에서 확인해 조사합니다. 개별 주택 공시가격은 정부가 직전 해에 발표한 표준주택가격을 기준으로 관할 지자체가 해당 주택의 이용 상황과 특성을 반영한 가격 배율을 적용해 조사·산정합니다. 2021년 공시가격은 이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시가격이 화제인 이유는?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평균 19.08% 올랐습니다. 지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로 큰 오름세를 보인 것이죠.

그 결과 내야 하는 보유세도 높아졌습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올해 공시가격 5억 5000만 원인 노원구 ‘하계현대’ 전용면적 84㎡(약 32평)와 9억 4400만 원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59㎡(약 24평) 두 채를 가졌다고 해봅시다. 이 사람은 작년에는 보유세를 674만 원 냈지만, 올해는 3배 가까이 뛴 1835만 원을 내야 합니다.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고가 아파트(공시지가 9억 원 이상)를 한 채만 가졌어도 보유세는 크게 뜁니다. 집을 한 채 보유했지만 올해 종부세를 내야 하는 공동주택은 지난해보다 21만여 가구 늘어난 약 52만 가구입니다. 이에 새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된 1주택자들의 불만이 특히 거셉니다.

공시가격, 왜 올랐을까?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요인 중 하나는 ‘공시가격 현실화’입니다. 작년 정부는 시세 대비 평균 60%에 머물러 있는 공시가격을 9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세금을 공정하게’ 걷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했던 말은 이를 압축해 보여줍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밑돌아왔던 것을 ‘기본의 기본이 되는 것을 방치한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추는 작업을 ‘정상화를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고요.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를 부동산 보유 및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수단으로 보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부동산 세금을 기존보다 많이 부과해 주택 추가 매수를 부담스럽게 한다는 논리입니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사람들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투기 억제에 효과가 있다며 공시가격 현실화에 찬성하는 쪽과 집값 못 잡은 정부의 책임을 왜 국민에게 돌리냐며 반대하는 쪽입니다.

다만 그 비율은 공시가격 현실화를 반대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입니다. 가령 올해 공시가격이 70% 급등한 세종시는 73개 아파트 단지가 집단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세종시 전체 아파트 단지 수가 228개임을 감안하면, 세종시 아파트 단지 세 곳 중 한 곳이 집단 민원으로 불만을 제기한 셈입니다. 그런가 하면 서초구에선 올해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역전현상도 3700여 가구나 조사됐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지난 4월 초엔 서울과 부산, 대구, 경북, 제주의 야당 소속 시도지사 5명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에 불만을 손을 맞잡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올해 공시가격을 지난해 수준으로 복구하고, 공시가격 결정 권한을 지자체에 넘길 것을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참고로 올해 공시가격 이의신청은 2007년(5만6355건) 이후 최대치인 4만9600여 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는 의견(98%)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정부의 반응은?

전국 곳곳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등 급등한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자 정부도 반응했습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시가격을 발표하며 주택의 특성이나 참고자료 등 공시가격 산정에 기본이 되는 기초자료를 공개한 겁니다. 하지만 A4용지 1개면 분량에 불과한 국토교통부 기초자료는 되레 사람들의 화만 키웠습니다. 내용도 부실하고 너무 형식적이라는 겁니다. 이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앞으로 기초자료에 포함될 내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내게도 영향이 있을까? 

올해 크게 오른 공시가격은 청약 실수요자와도 연결됩니다. 그간 일반 청약에서 전용면적 60㎡(약 18평) 이하에 공시가격이 1억3000만 원(수도권)이나 8000만 원(비수도권) 이하인 주택을 가진 이는 무주택자로 간주되었습니다. 공시가격 1억 원 언저리의 주택을 비투기 대상으로 보는 정부 덕이었습니다. 다만 올해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1억3000만 원을 넘어서면, 그간 쌓은 청약 가점의 ‘무주택 기간’은 인정받지 못하게 됩니다. 참고로 청약가점제에서 무주택 기간 배점은 최대 32점(15년 이상)으로 84점 만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가 아파트 분양가를 올려놓는다고 주장합니다. 분양가는 땅값에 건축비와 가산비 등을 반영해 계산하는데, 땅값이 오르면 분양가도 오른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공시가격은 크게 올려잡은 상황에서, 분양가가 비싸다며 가격을 통제할 명분은 없어 보입니다.

Edit 송수아 Graphic 이홍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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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균

프리랜서 피처 에디터이자 뉴스레터 부딩 대표. Noblesse, artnow, GEEK 등을 거쳐 현재 부딩에서 밀레니얼을 위한 부동산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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