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를 사랑한 바리스타들, Bar를 뛰어넘다
ㆍby 이지현
바리스타(Barista)는 이탈리아어로 ‘바(Bar) 안에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토스에서 정의하는 ‘바리스타’는 조금 다를 것 같아요. 토스의 바리스타들은 “우리는 Bar 밖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토스팀원들은 커피사일로를 “사내카페 이상의 복지”라고 말하죠. 바리스타가 토스라는 ‘팀’을 사랑했을 때 어떤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요? 토스 커피사일로 바리스타들과 토스팀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커피사일로가 하는 일
Q. 토스팀원들이 입사 후 가장 인상깊었던 것으로 ‘커피사일로’를 많이 꼽아요. 음료를 주문했을 때 얼굴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부터 감동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커피사일로는 토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커피사일로는 토스 팀원들의 리프레시(Refresh)를 담당해요. 토스 팀원들이라면 누구나 커피사일로를 통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고, 위로가 되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커피라는 음료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아주 좋은 매개체고요. 저희가 대한민국에서 커피를 가장 맛있게 만드는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해요. 팀원들에게 가장 행복한 커피를 전달하는 사람들이죠.
그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고민해요.
보통 하루 평균 300~400명의 팀원이 커피사일로를 찾아주시는데요. 팀원들의 얼굴과 이름, 커피 취향을 최대한 기억하려고 하죠. 그럼 이런 대화가 가능해지거든요. “OO님, 평소에 산미 있는 커피를 주로 드시죠? 오늘 원두가 딱 OO님이 좋아할 스타일이라 추천해요.” 회사 안에서 나의 취향을 기억해주는 곳이 있다는 것은 토스의 커피사일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남해 오피스에서 워케이션을 하고 있는 팀원들을 위해 드립백을 챙겨보내는 것도 빼놓으면 안 되는 일이죠. 바다를 보며 일할 때, 커피는 필수니까요. 이때도 워케이션을 떠나는 팀원들의 커피나 차(tea) 취향을 파악해서 보내고 있어요.
이렇게 단순하게 음료를 주문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bar)를 사이에 두고, 혹은 저 멀리 남해까지 커피와 차를 매개체로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팀원들이 에너지를 얻고, 자리로 돌아가 업무에 몰입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팀원 취향에 맞는 커피를 추천하고 있는 바리스타 오유진님
Q. 요즘 사내 카페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정말 많죠. 하지만 커피사일로는 단순 ‘사내 카페’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부분이 가장 특별한가요?
저희는 맛있는 음료와 빵이 갖는 힘을 믿는 사람들이에요. 그 힘은 팀원 개인의 리프레시 뿐만 아니라 토스의 일과 문화를 알릴 때에도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회사 업무 곳곳에서 커피사일로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힘을 보태고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커피 드립백 굿즈’죠. 바리스타들이 엄선해서 고른 커피 원두로 드립백을 만들고, 친환경 컵을 함께 담았어요. 비즈니스 파트너 미팅을 가는 팀원들의 신청을 받아 제공해요. 토스와의 비즈니스 시작점이 한결 원활하고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또 생일을 맞이한 팀원들의 자리로 직접 굿즈 선물 배달을 가기도 하고요. 토스에 추천하고 싶은 지인을 오피스에 초대할 땐 콜드브루를 선물로 전달하고 있어요.
이처럼 팀원들의 업무 과정에서 커피가 필요한 순간을 찾고 고민하는 것은 토스의 커피사일로에서만 하는 일일 거라고 생각해요.
△ 토스 커피사일로 아크플레이스 4층
토스 바리스타의 아이디어는 현실이 된다
Q. 팀원들이 커피사일로를 사랑하는 이유 중에는 ‘맛’도 있습니다. 다른 일반 카페에 가면 커피사일로가 생각난다는 팀원들의 목소리도 많아요. 딸기케이크 등의 베이커리는 빨리 가지 않으면 금세 동이 날 정도로 인기있고요. 커피사일로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사랑받는 음료와 베이커리 메뉴 모두 ‘팀원들의 만족도’를 최우선 순위로 잡은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팀원들에게 필요한 음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메뉴를 개발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외부 업체에서 마카롱, 다쿠아즈 등을 공급받아 팀원들에게 제공했었어요. 이때 정말 많은 팀원들이 좋아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커피사일로에서 더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의견이 모였죠. 이후 오븐을 들여오면서 ‘빵 굽는 커피사일로’가 시작되었어요.
△ ‘티라미수’ 베이커리 테스트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바리스타 조혜민님
시즌마다 특별 음료를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올해 5월에는 가정의 달을 기념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음료’를 주제로 스페셜 메뉴를 선보였어요. 이 음료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바리스타들이 각자 어린 시절의 추억을 꺼내놓고 어떤 음료를 팀원들이 가장 좋아할지 고민했어요. 그중 ‘순이 식혜’는 바리스타 팀원 한 분의 할머니가 직접 전수해주신 레시피였어요. 처음에는 할머니의 존함을 따서 ‘찬순이 식혜’라고 메뉴명을 정했었는데, 빠르게 메뉴명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찬순이 다 만들어졌어?”라는 말이 오고가다 보니 할머니께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순이 식혜’로 메뉴명을 바꾼 에피소드도 있어요.
브루잉바(Brewing Bar)를 찾아오는 팀원들에게는 맞춤형으로 직접 커피를 내려드리고 있어요. 원두의 정보, 브루잉 방법과 자세 등 쉽게 익힐 수 있는 노하우도 함께 알려드리고요. 토스에는 커피에 진심인 팀원이 많아서 이 시간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은 편이에요.
이처럼 바리스타들은 ‘어떻게 하면 팀원들의 일상에 어제와는 다른 특별함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고 있습니다.
△ 토스 커피사일로 브루잉바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바리스타 김진모님
Q. 토스 커뮤니티 인원이 1600명이 넘으면서 커피사일로도 자연스럽게 규모가 확장되었어요. 커피사일로를 찾는 팀원들도 많아졌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 더 힘을 쏟고 계신가요?
최초 3명이었던 바리스타는 22명이 되었고, 커피사일로도 총 4개 지점으로 확대됐어요. 계열사가 있는 각 3개의 건물에 분포되어 있죠. 각 계열사마다 선호도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보니 4개의 커피사일로도 그에 맞춰 메뉴를 차별화하고 있어요. 사용하는 원두도 지점별 인기도에 따라 다르고요.
하지만 팀원들이 어느 커피사일로에 가든 동일한 최고의 커피 경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바리스타 모두가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때문에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TDS(Total Dissolved Solid) 수치를 기록하고 공유하고 있어요. TDS는 추출된 커피 안에 있는 고형물의 농도를 확인하는 것인데 이 수치를 참고해 커피 맛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또 공유할 수 있는 생산성 프로그램인 ‘노션’에 레시피를 자세하게 기록해요. 해당 레시피를 활용하는 바리스타라면 누구나 같은 퀄리티의 음료를 제공해드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소통도 더 중요해졌어요. 매일 아침 커피를 테스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원두를 선택하는 것까지도 바리스타들이 의견을 나누면서 최고의 제품을 찾고 있죠.
토스팀의 규모가 3000명, 5000명이 된다고 해도 커피사일로에서 제공되는 음료와 디저트의 퀄리티는 항상 ‘최고 수준’이었으면 해요. 오늘도 바리스타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커피 원두를 골라내는 이유죠.
토스를 사랑하는 바리스타들
Q. 토스의 바리스타로 일한다는 건 어떤 특별함이 있나요?
토스 커뮤니티는 customer-centric(고객 중심)이라는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어떤 행동이나 결정을 하기 전에 토스를 사용하는 고객을 먼저 생각한다는 뜻이에요. 커피사일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코어밸류 또한 customer-centric이에요. 이때 ‘customer’는 토스 팀원들이죠.
함께 일하는 팀원들을 위한 바리스타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에요. 일회성, 단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조직 내에서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고 유대감을 쌓는 것을 통해 얻는 보람과 성장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져요.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 공간을 찾아와주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은 바리스타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일이고,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가지는 본질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Q. 커피사일로의 목표와 비전이 궁금해집니다.
토스팀 최고의 복지는 커피사일로라는 말이 당연해지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요.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이 토스에서 현실이듯, ‘최고의 커피사일로는 출근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신뢰를 바탕으로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토스팀의 문화가 잘 녹아들어 세상에 없는 카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커피사일로의 비전이고요. 바리스타 직업적인 측면에서도 주체적으로 운영을 기획하고 팀원들의 리프레시까지 도움을 주는 직업군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Q. 커피사일로가 그리는 ‘세상에 없는 카페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사실 일반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업무를 하게 되면 하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매출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적화된 레시피와 업무 범위가 있죠. 하지만 커피사일로에서는 바리스타들이 주체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팀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즐거운 경험과 리프레시를 줄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로 진화하고자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커피사일로’ 공간 기획 참여일 것 같아요. 일반적인 외부 카페에서는 바 안의 공간이나 홀 공간의 조성이 바리스타의 영역에 해당하지 않아요. 하지만 토스 커피사일로는 새로운 공간이 생길 때마다 바 내부 공간의 기물 구성, 팀원들의 동선 기획에 바리스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 토스 커피사일로 지식재산센터 14층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오픈한 지점의 경우, 건물 내 팀원 수가 많기 때문에 일 평균 제공해야 하는 잔 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어요. 많은 팀원들이 한꺼번에 오는 러시 타임도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런 환경에서는 커피 추출의 일관성과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고, 일관성 있는 온도를 제공할 수 있는 머신을 골랐어요. 또 원두 그라인딩 속도가 빠르면서 뭉침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팀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픽업대의 위치도 조정했고요. 팀원들과 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적절한 눈높이는 어떤 것인지, 커피를 전달하면서 팀원들과 스몰토크를 할 수 있을 만큼 여유있게 느껴지는 픽업대의 사이즈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고민해서 커피사일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누가 시켜서 하는 일들이 아니에요. 팀원들에게 최고의 커피 경험을 제공해드리기 위해 무엇을 해결하면 좋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에 나서는 문화를 더 멋지게 완성시키고 싶어요.
△ 토스 커피사일로 한국타이어 7층
Q. 커피사일로에 어떤 분들이 합류하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까요?
현재 커피사일로에는 매니저, 점장, 창업 경험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진 바리스타들이 모여있어요. 커피 외에도 디자인, 음식을 공부한 분들도 있고요. 공통점은 커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주도적으로 일하면서 퍼포먼스를 낸 경험이 있다는 것이에요. 간단하게는 메뉴 개발에서부터 넓게는 매장 오픈에 필요한 바 설계나 카페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부분을 챙겨본 경험들이 모여 커피사일로가 더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합류하실 분들도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레시피를 만들어 팀원들에게 감동, 여유,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 분이라면 커피사일로의 멋진 팀원이 되어 함께 바리스타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Photo 엄선희 Graphic 박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