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마트에서는 왜 시식 코너를 운영할까?

by 김경곤

에디터 G (이하 G): 박사님, 주로 어디에서 장을 보세요?

박사 K: (이하 K): 저는 가공 식품 같은 경우는 온라인 마트를 주로 이용하지만, 고기나 과일, 채소 같은 신선 식품은 오프라인 마트에 직접 방문해서 사는 편입니다. 다양한 상품들을 직접 눈으로 보며 꼼꼼하게 비교할 수 있는 재미가 있거든요.

G: 저도 그래요! 요새는 온라인 마트에서도 좋은 질의 신선 식품을 팔긴 하는데, 왠지… 신선 식품은 직접 보고 사고 싶더라고요. 주변에도 비슷한 장보기 패턴을 가진 분들이 많으신 것 같고요.

K: 그러게요. 오프라인 마트가 주는 재미가 여러가지라 생각하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시식 코너입니다. 새로 출시된 제품을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간편하게 맛볼 수 있어서, 너무 붐비지만 않으면 시식을 해보는 편이에요.

G: 저도요! 왜 마트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시식 코너를 운영하는 걸까요?

K: 오프라인 마트가 운영하는 시식 코너에도 재미있는 경제학 원리가 숨어있답니다. 오늘은 시식 코너 이면에 숨어있는 원리와 함께,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설명하는 행동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시식 코너를 운영하는 결정이 합리적 선택인 이유

먼저 이전 글에서 살펴본 이윤 구하는 공식부터 복습해 보시죠. 이윤은 수입과 비용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수입은 다시 가격과 수량의 곱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보면 시식 코너의 운영은 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이윤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시식 코너를 통해 판매량이 증가한다면 어떨까요?

G: 수입이 증가할테니, 이윤도 늘어날 수 있겠네요!

K: 맞습니다. 따라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식 코너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입이 더 크다면 사람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새로 출시된 초콜릿을 시식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죠. 이때 시식 비용은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초콜릿 개수가 됩니다. 초콜릿 한 개를 12조각으로 나누어 시식을 하게 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만약 시식을 한 12명 중 3명이 초콜릿을 구매한다면? 시식은 초콜릿 회사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겠죠.

G: 시식은 어떤 원리에 의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걸까요?

K: 시식해 보니 맛있어서 구입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맛과 상관없는 결정을 하기도 합니다. 그저 “시식했다”는 사실 자체가 제품의 구입으로 이어지기도 하는거죠.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받게 되면, 그에 합당한 무언가를 돌려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요.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상호성의 법칙(law of reciprocity)’이라고 부른답니다.

G: 헉! 맞아요. 얼마 전 만두 시식 코너를 생각해보니 엄청나게 맛있어서가 아니라, ‘더운데 뜨거운 불 앞에서 만두 구우시느라 고생하셨겠네…’ 생각하면서 꾸러미를 집어들었던 적이 있어요.

K: 그쵸? 상호성의 법칙에 따르면, 시식 코너에서 초콜릿을 공짜로 받게 될 경우 우리는 시식대에 있는 직원에게 무언가 빚을 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 결과, 초콜릿이 아주 맛있지 않더라도 (상호성의 법칙에 따라) 초콜릿을 구매해 줌으로써 마음의 빚을 갚으려 하는 것이죠.

G: 마음의 빚이라, 진짜 맞는 말이네요. 그동안 시식을 하면 대체적으로 구매로 이어졌던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경제학 속 ‘합리적 인간’과 일상 생활의 우리가 다른 이유

K: 그런데 전통적인 경제학의 시각에서 보면, 상호성의 법칙에 따른 시식 제품의 구매는 ‘비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인 인간’은 예산 제약 하에서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단지 “시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거든요.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의 우리는 경제학이 가정하는 것처럼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죠. 인간은 미리 짜 놓은 프로그램 코드에 따라 아무 감정없이 움직이는 컴퓨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종종 우리는 이성보다 감정에 지배를 받아 쉽게 자기통제력을 잃어버리고, 편향된 믿음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대박 할인’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입한 뒤, 훨씬 싸게 샀다는 사실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몇 번 사용하지 않고 집 한 구석에 고이 모셔 두게 되죠.

G: 그니까요. 사면 50% 할인, 안 사면 100% 할인인데… 50% 할인가로 산 것이 득템한 것 같고 기분도 좋더라고요.

K: 기존 경제학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러한 편향(bias)에 주목하는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효용 곡선을 다음과 같이 가정해요.*

* Daniel Kahneman and Amos Tversky,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47.2 (1979): 363-391.

S자 형태로 생긴 이 곡선 그래프에서 이익(오른쪽 위) 부분의 기울기와 손실(왼쪽 아래) 부분의 기울기를 비교해 보시죠. 이익 곡선보다 손실 곡선의 기울기가 더 가파른 것이 보이시나요?

G: 보여요. 이익보다 손실 구간에서 효용을 더 크게 느낀다는 의미일까요?

K: 비슷하게 맞췄어요. “우리는 이익이 커지는 것보다는 손실이 커지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10% 올랐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10% 떨어졌을 때 느끼는 고통이 더 큰 법이죠.

G: 아앗, 너무 적절한 예시를 들어주셨네요. 떨어진 내 주식…

K: 주식 하신다면 손절매라는 말도 들어보셨겠죠?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손실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것을 말하는데요. 적절한 시점에 손절매를 하지 못해, 결국 더 큰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손실 회피(loss aversion) 편향의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시식, 옷 입어보기, 자동차 시승, 무료 렌탈을 적극 권하는 이유

K: 한편, 우리는 자신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을 아직 소유하지 않은 것보다 더욱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행동경제학자들이 코넬대학교에서 44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 Daniel Kahneman, Jack L. Knetsch, and Richard H. Thaler. "Experimental tests of the endowment effect and the Coase theorem."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98.6 (1990): 1325-1348.

먼저 학생들에게 22개의 토큰을 무작위로 나눠줍니다. 토큰은 작은 쇠붙이 그 자체로서는 아무 의미도 없지만, 나중에 그것을 현금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이때, 토큰을 받은 학생들은 판매자가 되고, 받지 못한 학생들은 구매자가 됩니다. 실험 설계자는 토큰의 가치를 0.25달러부터 8.75달러까지 모두 다르게 책정하였고,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판매자 1인 학생에게는 이 토큰이 5.25달러 만큼, 구매자 1인 학생에게는 이 토큰이 5.75달러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죠.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 서로 토큰을 거래하게 하였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G: 최근에 중고 거래를 많이 해서 알 것 같은데…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릴 때 사진이나 글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결국 ‘가격'이더라고요. 맘 같아선 높은 가격을 부르고 싶지만, 결국 구매자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어야 거래가 성사돼요. 그러니까, 0.25달러라 안내받은 학생들의 토큰부터 빠르게 판매될 것 같네요! 8.75달러로 안내받은 학생들의 토큰은 잘 안 팔리고요.

K: 좋은 접근이에요! 토큰의 거래가 성사되려면, 기본적으로 판매자가 팔고자 하는 가격이 구매자가 사고자 하는 가격보다 낮아야 합니다. 중고거래와 비슷하죠.

우선 학생들은 서로가 생각하는 가격을 비교해보려 할 거예요. 판매자 22명을 줄 세워 봅니다. 토큰의 가치를 낮게 생각하는 사람부터 높게 생각하는 사람 순서로요. 가장 앞에 서 있는 판매자가 생각하는 토큰의 가치는 0.25달러일 것이고, 가장 뒤에 서 있는 판매자가 생각하는 토큰의 가치는 8.75달러겠죠.

그 다음에는 구매자 22명을 줄 세워 봅니다. 판매자 순서와 반대로, 토큰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사람부터 낮게 생각하는 사람 순서로요. 가장 앞에 서 있는 구매자가 생각하는 토큰 가치는 8.75달러일 것이고, 가장 뒤에 서 있는 구매자가 생각하는 토큰 가치는 0.25달러일 것입니다.

G: 판매자와 구매자를 줄 세우는 순서가 다르네요?

K: 네, 이유가 있답니다. 자, 이제 아래 그림과 같이 판매자와 구매자의 줄을 앞에서부터 비교해보죠. 가장 앞에 있는 판매자는 0.25달러에 토큰을 팔려 하고, 구매자는 8.75달러에 사려 하니 당연히 거래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두 번째 있는 판매자는 0.75달러에 토큰을 팔려고 하고, 구매자는 8.25달러에 사려고 하니 이 때도 거래는 이루어지겠죠.

G: 이 패턴으로 거래가 반복되다 보면, 결국 가운데에 있는 11번째 판매자와 구매자 즈음 거래가 끝나겠네요. 12번째 부터는 판매자가 팔려는 가격이 구매자가 사려는 가격보다 비싸지니까요.

K: 맞아요. 실제 실험 결과도 이와 유사하게 나왔습니다. 세 차례 반복한 실험에서 각각 12회, 11회, 10회의 거래가 이루어졌거든요. 다음 실험에서는 동일한 학생들 대상으로 대학 로고가 그려진 6달러 짜리 머그컵 22개를 무작위로 나누어 줍니다. 앞에서 살펴본 토큰과 머그컵의 차이는 뭘까요?

G: 토큰은 이 실험 외에 사용성이 없는 반면, 머그컵은 실험 환경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요! 토큰은 그 자체로서는 가치가 없었지만, 머그컵은 그 자체로도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물건이에요.

K: 정확해요. 머그컵을 받은 학생들은 컵을 집에 가져갈지, 아니면 다른 학생에게 판매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머그컵을 받지 못한 학생들도 컵을 다른 학생으로부터 구입할지, 아니면 빈 손으로 집에 갈지 결정할 수 있고요.

그리고 토큰 거래 실험과 다르게, 머그컵 실험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의향을 확인했어요. 머그컵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만약 판다면 얼마에 팔 것인지, 머그컵을 받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얼마에 살지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써낸 금액 바탕으로 머그컵 거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G: 토큰과는 확실히 달랐을 것 같아요. 일단 머그컵 판매자 입장에서는 꼭 컵을 팔지 않아도 집에 가져갈 수 있다는 선택지가 생긴 셈이고, 구매자 입장에서도 머그컵을 꼭 여기에 있는 판매자들로부터 살 필요는 없으니까요. 거래 횟수가 현저히 적어졌을 것 같은데요.

K: 네 차례 실험을 반복했고, 예상하신 것처럼 머그컵 거래 횟수는 각각 4회, 1회, 2회, 2회에 불과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토큰 사례의 거래 횟수가 11회였던 것과 아주 큰 차이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G: 판매자 학생들이 팔고자 하는 가격이 구매자 학생들이 사고자 하는 가격보다 높았기 때문에?

K: 맞아요. 판매자들이 머그컵을 팔고자 했던 가격의 중간값이 5.25달러였던 반면, 구매자가 생각하는 머그컵 가격의 중간값은 2.25~2.75달러였습니다. 즉, 머그컵을 받은 학생들은 컵을 자신의 소유물이라 생각하고 가치를 높게 평가한 반면, 머그컵을 받지 않은 학생들은 그 가치를 높게 보지 않았던 것이죠. 그 결과, 구매자가 사고자 하는 가격보다 판매자의 가격이 높아서 거래가 많이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이것을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라 하는데요.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고,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를 과대 평가해서 팔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소유효과의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G: 부동산 시장이 특히 그렇겠네요. 판매자가 생각하는 가격과 구매자가 생각하는 가격의 차이가 정말 큰 시장 같아요.

K: 재미있는 것은 머그컵 실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사람들은 잠깐의 접촉이나 경험만으로도 소유효과를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이러한 소유효과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이용해요.

마트에서의 시식, 옷가게에서 옷을 입어보는 것, 자동차를 시승해보는 것, 가전제품을 일정 기간 무료로 사용하게 해주는 것… 이런 활동들의 이면에는 고객들에게 소유효과를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의도가 어느 정도 깔려있답니다.

오늘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분석하는 행동경제학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여러분들의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비합리적인 선택은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생각나는 사례가 있다면 아래 [의견 보내기] 버튼을 활용해 보내주세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함영범

해당 콘텐츠는 2023.6.7.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김경곤 에디터 이미지
김경곤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이며, 거시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돈, 경제, 세상의 흐름에 대한 책 ≪경제의 질문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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