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영의 도박일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ㆍby 송수아
토스는 9월 17일 ‘도박중독추방의 날'을 맞아 경찰청과 함께한 청소년 도박 근절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어요.
영상의 주인공은 박도영(만 16세),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에요. 하교 후에 하는 축구가 재미있고, 잘하고 싶지만 어렵기만 한 공부 때문에 걱정이지만, 인생 첫 여자 친구를 사귀어 하루하루가 설레는 평범한 남고생이죠.
쉬는 시간, 친구가 갑자기 물어본 “홀? 짝?”에 대답했을 뿐인데, “덕분에 10만 원을 땄다"라는 친구의 답변에 호기심이 생겨 그냥, 재미로, 가볍게 도박의 세계에 발을 들여요. 처음 1만 원을 충전해 시작한 홀짝게임 첫판에서 10만 원을 따면서 점점 큰돈을 걸게 되고요.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미니게임, 토토, 바카라 등으로 확장된 도박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영이의 일상을 지배하게 됩니다.
손가락으로 누른 베팅 버튼 한두 번에 용돈을 허무하게 탕진하고, 한 번만 더 하면 딸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에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지만 결국 갚지 못하는 궁지에 몰리면서 중고 사기까지 저지르게 되는데요. 도박에 빠진 도영이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토스가 ‘청소년 도박 근절’을 이야기하는 이유
온라인 불법 도박을 경험하는 청소년의 수는 매해 늘고 있어요. 도박 문제로 경찰에 검거된 청소년의 수는 2023년 기준 171명으로 1년 전보다 2.3배 늘었고, 평균 연령도 16.1세로 낮아졌다고 해요. 지난 4월에는 9살 초등학생이 도박 총책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고요.
토스는 온라인 도박을 할 때 ‘돈이 오간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청소년이 가장 사랑하고,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로서 건전한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틴즈 사용자들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만큼, 금융 생활 중 만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청소년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토스가 해야 할 일이라는 데 모두 공감했어요.
어른들에게 말을 건 ‘청소년’ 도박 근절 프로젝트
토스와 경찰청의 청소년 온라인 도박 근절 캠페인, ‘박도영의 도박일기(Gambling Die-ary)’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청소년만을 향하지 않아요. 청소년 주변의 어른들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죠.
‘도박’하면 카지노에서 볼 수 있는 슬롯머신이나 파친코 등을 떠올리기 쉬워요. 하지만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는 불법 온라인 도박은 간단하고 쉬운 미니게임처럼 생겼어요. 직관적이고, 터치 한 번에 빠르게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청소년은 도박을 하면서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도박에 호기심이 생기거나, 이미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에게 “도박은 나쁜 것이니 그만둬야 한다”라고 말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대신 청소년 도박을 예방하거나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는데요.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주변 사람들의 주의와 관심’이라고 이야기해요. 주변 사람을 통해 정서적 지원이나 동기 부여, 환경 통제 등을 제공받을 수 있고, 도박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토스에서 인터뷰했던 도박 경험 청소년들이 ‘부모님이 알게 됐을 때나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 때’ 도박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대답했던 것처럼요.
결과적으로, 부모를 비롯한 청소년 주변의 어른들에게 청소년 도박 문제와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도박을 경험하는 청소년은 점점 늘어나고, 도박을 경험하는 평균 연령도 낮아지고 있는데 어른들은 여전히 잘 모른다는 게 문제상황이라고 본 거예요.
38일간의 인스타그램 운영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을 얘기하는 캠페인은 계속 있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도박이 ‘내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고 여기지 않았죠. 그래서 ‘박도영'이라는 평범한 개인을 페르소나로 내세울 필요가 있었어요. 사실은 당신의 자녀가, 조카가, 아는 동생이 도박에 빠져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 브랜드 마케터 이정효
‘박도영의 도박일기' 캠페인은 도영이의 인스타그램 계정(@dy_gamblingdieary)으로부터 시작해요. 평범한 08년생 고등학생의 인스타그램인 줄 알았던 계정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도박의 징후들이 올라오는데요. 토스가 운영하는 계정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에 “진짜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어요.
메시지는 어른들을 향하고 있지만, 10대의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38일간 매일 게시물을 올린 건 몰입감을 주기 위해서예요. 도박을 하는 청소년의 이야기가 ‘진짜'처럼 느껴질 때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경각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한 편의 소설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도박에 빠진 평범한 청소년' 페르소나를 만들고 서사를 입혔죠.
스토리의 자연스러움과 현실성을 더하기 위해 실제 도박을 경험했던 청소년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평소 어떤 일상을 보내고, 어떠한 경제 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SNS는 어떻게 이용하는지, 도박을 경험한 전후의 변화가 있는지 등을 심층적으로 인터뷰함으로써 박도영이 인스타그램에 올릴 법한 구체적인 에피소드나 멘트를 구성했어요.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두 가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첫 번째는, 저희 생각보다 청소년 사이에 도박이 훨씬 더 광범위하고 자연스럽게 퍼져 있다는 점이었어요. 자료를 찾아봐도, 실제 도박을 경험한 친구들이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청소년들은 친구와 함께 도박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였죠. 이 인사이트는 고스란히 인스타그램 게시물과 스토리에 녹여졌는데요. 인스타그램에서 도영이는 친구의 권유로 온라인 도박을 시작하고, 친구들과 함께 온라인 도박을 하거나 도박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요.
두 번째는, 도박에 빠져도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모른다는 점이에요. 박도영이라는 캐릭터는 부모님과 사이가 좋아요. 매주 주말마다 부모님과 함께 외식한 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죠. 하지만 부모님은 도영이가 불행한 결말을 맞이할 때까지 도박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해요. 실제로 많은 청소년의 부모님들은 도박으로 인한 2차 범죄(절도, 폭행, 사기 등)가 발생한 후에야 도박 사실을 아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도영이의 게시물이나 스토리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소 직접적으로 드러냈음에도, 이 문제를 쉽게 인지하는 사람들은 없었어요. 그만큼 청소년 도박은 주변 사람들의 주의 깊은 관심이 없다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인사이트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익 캠페인에 대한 무관심과의 싸움
어떻게 하면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해서 어른들(특히 학부모들)과 사회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대부분의 공익 캠페인이 평범한 스토리와 메시지로 구성되어 일방향으로 전달되다 보니, 기존의 캠페인 형태로는 사람들의 높은 관심이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AI를 통한 가상의 페르소나를 만들어내고, 실제 인스타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청소년 도박 문제의 현실성과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 브랜드 마케팅팀 리더 이성수
박도영의 얼굴은 실제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들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AI가 새롭게 만들어낸 가상의 얼굴이에요. 토스팀이 만난 도박 경험 청소년들은 주변에서 한 번쯤은 볼 법한 평범한 청소년들이었는데요. 이렇듯 일부 청소년만 도박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도박에 중독될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덕분에 박도영이라는 캐릭터의 배경 스토리를 더욱 진정성 있고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실제 아이들에게 어떤 피해나 영향이 가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이미지의 디테일까지도 검토의 검토를 거듭하며 법적⋅도의적 이슈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어요.
실질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토스와 경찰청의 청소년 도박 근절 프로젝트 ‘박도영의 도박일기'는 토스와 경찰청의 공식 SNS(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또한, 옥외 광고나 유명인들의 홍보 영상 업로드, 챌린지 등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 도박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고 있어요.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관계자분들을 만나면서, 기술력을 가진 토스가 내놓을 수 있는 솔루션이 분명히 있을 거란 확신이 들기 시작했죠. 관련 팀들과의 치열한 고민과 논의를 거듭한 결과 캠페인 공개와 함께 세 가지 기능을 추가할 수 있었어요.
1. 가족 보안 지킴이 가족 보안 지킴이란, 토스에서 ‘가족'으로 연결된 사람에게 보이스피싱, 명의도용 등 의심되는 거래가 일어나면 사고 유형과 발생 날짜를 알려드리는 서비스예요. 금융 사고뿐만 아니라 도박 의심 거래가 발생해도 가족들에게 알림이 갈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어요.
2. 도박 활용 의심 계좌 신고 불법 도박을 막기 위해서는 도박에 활용되는 계좌를 빠르게 정지시키는 게 중요해요. 이를 위해 토스뱅크에서는 도박에 활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나 도박 사이트 충전을 위해 이용되는 토스뱅크 계좌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어요. 신고된 계좌는 거래내역 분석과 모니터링 후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에요.
3. 도박 활용 의심 계좌 시 송금 알람 토스는 토스를 통한 송금이 안전한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험도를 알려드리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사기 의심 계좌로 송금하는 경우 알려주는 ‘사기 의심 사이렌'이 있는데요. 불법 도박 의심 계좌로 송금할 때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알림을 띄우고 있어요. 작은 시도이지만, 한 명이라도 이 알림을 보고 잘못된 행동을 그만두기를 바라면서요.
모든 선택이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토스의 첫 공익 광고를 제작하며, 함께한 길드원 모두 고민이 많았어요. 토스가 진행하는 캠페인은 사회 문제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강도 높은 리서치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도박 문제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에게 직간접적으로라도 피해를 주거나 그들의 상황을 왜곡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했기에 정말 작고 세밀한 부분까지도 디테일하게 살펴야 했죠.
이 캠페인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건 사회적 책임감이었어요. 도박에 중독되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하는 작업은 예능이나 다큐멘터리 제작과 달리, 제작자의 개입이 커서 큰 부담이 따라왔죠. 청소년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성인과 보호자들에게도 공감을 끌어내야 했기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 콘텐츠 프로듀서 김태성
캠페인 스터디부터 제작, 운영 등 모든 과정에서 토스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두고 선택을 이어갔어요. 저희가 해온 모든 과정의 선택이 쌓여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 브랜드 마케터 용석민
이런 진심이 통했는지, 캠페인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3,000명 넘게 청소년 도박 근절에 대한 의견과 요청을 남겨주시기도 했어요. 청소년 도박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는 의견부터, 시작을 안 하는 게 가장 좋지만 혹시나 시작했다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라는 당부, 그리고 도박 때문에 10대 시절의 반짝반짝한 빛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응원까지. 덕분에 토스팀의 진심은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가는 중입니다.
Guild 권영찬, 김태성, 송수아, 용석민, 윤기열, 이성수, 이정효, 최형빈 협업 기관 경찰청,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