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패배가 지긋지긋할 때

by 토스 컬처팀

Editor’s Note

토스팀이 일하는 방식을 담은 핵심 가치가 최근 3.0으로 업데이트됐어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의 운영체계(OS)도 아닌데 이렇게 버전을 붙이고 업데이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토스팀에서 일하는 방식에 대해 그 누구보다 오랜 고민을 한 토스팀 리더 이승건 님과 컬처팀(현 피플앤컬처팀 소속) 김형진 님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아티클로 재구성했습니다.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의외로 ‘실패’였습니다.

5년 동안 실패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토스팀(이하 토스)이 유난히 기업 문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의 토스가 있기까지 창업팀은 초반 5년 동안 무려 여덟 번이나 실패했거든요. 팀의 규모도 커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했어요.

“여러분이 어떤 일을 열심히 하려고 나섰는데 5년 동안 실패만 해보면 그때부터는 성공이 매우 중요해져요. 그래서 개인뿐 아니라 팀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깁니다.”
– 이승건 (토스팀 리더)

토스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점점 토스가 일하는 방식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었고, 간편송금 서비스를 시작할 2015년에는 이미 성공 방정식이라고 부를 만한 요소들이 대부분 완성되어 있었어요. 그 성공 방정식을 토스에서는 ‘문화’라고 불러요. 이는 다시 조직 차원의 문화 원칙과 개인 차원의 핵심 가치(core values)로 나뉘고요.

물론 그 방정식이 처음부터 명료하거나 아름답기만 한 내용은 아니었어요. 조직에게 유효한 원칙과 개인이 추구해야 할 가치도 혼재되어 있었고요. 하지만 토스는 실패와 패배가 너무 지긋지긋했기에, 결국 성공해내겠다는 독한 마음가짐으로 문화를 다듬어 나갔고, 다행히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높은 성과를 내는 팀원에게 비결을 묻다

토스의 성공 방정식인 ‘문화’, 그중 핵심 가치는 지금까지 두 번 업데이트됐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2017년 5월까지 적용되던 핵심 가치를 버전 1.0이라고 불러요. 팀의 규모가 25명에서 75명으로 3배가량 성장할 무렵이었죠. 당시 컬처팀은 높은 성과를 내며 문화적 지향성이 높은 팀원에게 그 비결을 물어 1.0을 토대로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했습니다. 크게 5가지 기준이 나왔고 세부적으로는 22개 원칙이 도출됐어요. 토스의 핵심 가치 2.0은 이렇게 탄생했어요.

핵심 가치 2.0은 그 후 2022년 2월까지 토스 곳곳에 적용됐어요. 한편 조직이 빠르게 커지고 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몇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재의 토스와 맞지 않는 면들이 보였거든요.

우선 개수가 너무 많고 내용도 길어, 제아무리 훌륭한 가치가 담겨 있어도 이를 완독한 팀원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팀원에게서 심플해지면 좋겠다는 요청이 꾸준히 들어왔죠. 특히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조직 규모가 85명에서 1,500명 수준으로 대략 17배 넘게 성장하면서 토스가 일하는 방식은 훨씬 더 명료해질 필요가 생겼습니다. 신규 입사자도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요.

앞서 조직 차원에서 지켜야 할 것과 개인 차원에서 지켜야 할 것이 뒤섞여 있었다고 했죠. 고객 가치에 대한 집착(customer centric), 프로 스포츠팀처럼 일하기(be professional), 최종 의사 결정권자(DRI, 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등의 원칙들은 조직 운영체계에 가깝기 때문에 핵심 가치를 업데이트하면서 이를 분리해야 했습니다.

핵심 가치 3.0의 탄생

토스의 핵심 가치는 ‘팀과 개인이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뜻해요. 변화한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탁월한 성과를 내려면, 그 방식도 업데이트가 필요하겠죠. 컬처팀은 위 문제들을 보완하며 현재 맥락에 맞도록 핵심 가치를 다듬고자 크게 세 가지 기준을 세웠어요.

  • 명쾌한가?
  • 현재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정수를 잘 담아내고 있는가?
  • 우리가 더 잘할 점도 들어 있는가?

현재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정수를 잘 담아내고자 팀원 인터뷰나 동료 추천 제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향식(bottom-up)으로, 토스팀 리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식을 하향식(top-down)으로 취합한 뒤 컬처팀이 초안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전사 모든 구성원에게 2주 동안 의견을 구한 뒤 다시 토스팀 리더가 최종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죠.

그렇게 탄생한 핵심 가치 3.0을 공개합니다.

토스 핵심 가치 3.0
이 가치를 지키며 일할 때, 토스의 훌륭한 팀원(high performer)들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고 동료의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가치를 통해 토스는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고 혁신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 Mission over Individual 개인의 목표보다 토스팀의 미션을 우선한다.
  • Go the Extra-mile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을 추구한다.
  • Focus on Impact 하면 좋을 10가지보다, 임팩트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 Question Every Assumption 모든 기본 가정에 근원적 물음을 제기한다.
  • Courage to Fail Fast 빨리 실패할 용기를 가진다.
  • Learn Proactively 주도적으로 학습한다.
  • Move with Urgency 신속한 속도로 움직인다.
  • Radical Candor 동료 간에는 완전한 솔직함을 추구한다.

핵심 가치 3.0은 2022년 2월에 확정됐고 4월부터 토스의 채용, 평가와 보상 방식에 정식으로 적용되고 있어요. 총 8개의 핵심 가치를 통해 토스가 뭔가를 결정할 때의 기준, 토스가 원하는 탁월함과 업무 태도를 알 수 있을 거예요.

참고로 핵심 가치를 정리하는 시도 역시 실패한 적이 있답니다. 이는 2019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가요. 문제의식은 비슷했어요. 목적이 너무 다양하고, 항목도 많고 복잡해 기존 팀원이나 새로 합류하는 팀원들이 체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었죠.

이때는 왜 실패했을까요? 돌이켜보면 컬처팀과 토스팀 리더 사이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고 DRI에도 혼선이 있었어요. 스무 팀 이상을 인터뷰하며 기존 항목을 잘 정리하려 했지만, 욕심이 과했는지 새로 정리한 항목들도 6개 대항목과 13개 소항목으로 정리되는 등 여전히 복잡했고요.

토스의 문화는 어떻게 작동할까

많은 기업들이 고유의 기업 문화를 강조하며 핵심 가치 정립과 실행을 중요시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문화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화와 조직, 핵심 가치와 개인이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훨씬 많죠.

그럼 어렵게 정리한 토스의 핵심 가치는 일하는 현장에서, 정말 제대로 잘 작동하고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핵심 가치, 그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실천이다. 애플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든 스티브 잡스는 핵심 가치를 회사 홈페이지에 내거는 것을 못마땅해했다고 한다. 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혼으로 살아 숨쉬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조직의 관리자 없애기, 홀라크라시를 실험하고 성공시킨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도 “핵심 가치 내용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중요한 것은 그 가치들을 전체 조직에 내재되도록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 조미나, 김미진, ‘어려울수록 구조조정? ‘No’ 핵심 가치 내재화에 집중하라’ (DBR, 2018.4)

다행히 토스에서는 기업 문화와 일하는 현장의 간격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채용 전형에서 핵심 가치를 중요하게 고려했기 때문에 토스가 일하는 방식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거나, 이미 전부터 토스처럼 일해온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죠. 또한 핵심 가치 3.0은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듯, 하향식으로만 만든 게 아니었어요. 이미 실무 부서에서 잘 작동하고 있던 항목을 골랐기 때문에 팀원들의 목소리도 담겨 있고요.

따라서 모든 토스팀원은 핵심 가치를 기준으로 채용하고 평가하고 피드백하고 있어요. 문화가 자연히 조직의 운영체계처럼 살아 숨 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신규 입사자에서는 핵심 가치들이 새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토스팀 리더에게 궁금한 걸 1:1로 묻는 시간에 나오는 단골 질문들이 있어요.

“제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나요?”
“제가 그렇게 선을 넘어도 되나요?”
“제가 모두를 대표해 그렇게 결정해도 되나요?”

자신의 역할 확장, 각자 맡은 업무의 리더십, 책임감에 관해 회의적이거나 두려운 시선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창업 초기 5년 동안 여덟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토스팀 리더는 늘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작은 승리부터 조금씩 얻어보라고요. 실패가 실은 별 게 아니라고요. 그렇게 용기를 북돋아주며 각자 위치에서 성취 경험을 쌓으면 결국 팀 차원에서 큰 승리를 경험할 수 있겠죠.

“역설적이게도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실패예요. 그런 과감한 시도를 위축되지 않고 할 수 있는 문화가 없으면 어떻게 성공하나요? 실패 자체를 줄이려고 한다면, 결국 도전하는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거든요. (…) 전 실패로부터 빨리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개개인은 매 순간 더 나은 판단력을 유지해야 할 테고요. 실패가 일어날 걸 알더라도 그 시도를 지지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안 돼요. 토스에서는 늘 그런 실패가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예요.”

– 이승건 (토스팀 리더)

회사는 왜 존재할까

흔히 기업의 목적을 이윤 추구라고 말합니다. 토스는 ‘기업의 최대 목표가 돈을 버는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요. 물론 이익 창출은 중요하죠. 다만 토스에서의 이익은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구성원들을 풍요롭게 하려는 수단 중 하나예요.

토스는 현재 금융 서비스를 만들고 있지만, 처음부터 금융 시장 혁신을 목표하지는 않았어요. ‘토스’라는 서비스도 여덟 번의 실패와 아홉 번째 시도 끝에 발견한 하나의 기회였으니까요. 토스의 본질은 열망 그 자체에 있습니다. 무엇이든 불편하고 복잡한 현상에 대해 이게 최선인지 묻고,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이죠.

이 열망은 결과적으로 현재 토스가 바라보는 두 가지 미션의 기초가 됩니다.

  1. 금융 시장의 고객 경험을 재정의한다.
  2. 기업 문화를 차별화하고, 유지하고, 전파한다.

둘 다 쉬운 미션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리 불가능한 미션도 아닐 겁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대신 그 두려움을 직면하고 과거의 우리를 부정하더라도 계속 진화할 수 있다면요.

그리고 비즈니스 종류나 시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토스의 핵심 가치도 함께 진화할 거예요. 미션을 달성할 때까지 가장 높은 성과를 내는 모습으로요.

문화의 출발점은 당신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그런 덕목을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덕목들이 모호해지거나 순전히 역효과만 불러온다면 미련을 갖지 말고 덕목들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 또한 결정적인 문화 요소들이 결여되어 있다면 그런 요소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구성원들의 행동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마땅하지만 당신의 행동에 더더욱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당신의 행동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당신은 당신이 되고 싶은 바로 그런 사람인가?

– 벤 호로위츠, 《최강의 조직》, p.364

함께 보면 좋을 콘텐츠

Edit 손현 Graphic 이은호, 권영찬

의견 남기기
토스 컬처팀

토스팀의 비즈니스 성공을 이끄는 문화를 구축하여, 토스의 문화가 새로운 기업 문화의 주류가 되도록 할게요.

필진 글 더보기

추천 컨텐츠

아티클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