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암호화폐는 진짜 화폐일까?

by 김경곤

에디터 G(이하 G): 요즘 유튜브 영상이나 서점에 나와있는 재테크 서적들을 보면 ‘부자가 되는 방법’과 관련된 것들이 많던데, 부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큰 것 같아요.

박사 K (이하 K): 그러게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이다 보니 다양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는 것 같고요. 에디터 님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G: 부자라… 말 그대로 부유한 사람? 아무래도 돈이 많아야 부유하겠죠. 그럼 돈이 많은 사람이 부자겠네요!

K: KB경영연구소에서 발간한 <2022 한국 부자보고서>에서는 금융 자산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사람들을 ‘부자’로 정의했는데요.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부자의 구체적인 기준은 서로 다를 것 같지만, 일반적으로는 에디터 님이 말하신 것처럼 ‘부자 = 돈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죠. 돈이 많으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G: 돈이 있으면 제가 갖고 싶은 물건들을 가질 수 있잖아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장에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되는 셈이죠. 제가 갖고 싶은 물건을 많이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좋을 것 같아요!

K: 그래서 오늘은 물건,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는 역할을 가진 화폐에 대해 알아보려 해요. 화폐의 기능에 대해 먼저 살펴보려 하는데요. 화폐는 크게 세 가지의 기능을 갖고 있답니다.

방금 전 말씀드린 ‘교환의 수단(medium of exchange)’이 바로 화폐의 첫 번째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서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를 갖고 있으면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는 것이죠.

G: 오래 전에는 교환의 수단으로 화폐를 사용하지 않고, 물물교환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K: 맞아요. 화폐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물물교환을 해야 했습니다. 가령 내가 생선을 여러 마리 갖고 있는데, 이것을 쌀과 교환하고 싶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쌀을 가진 사람을 찾아가서 생선과 교환하자 해야겠죠? 그런데 쌀을 가진 사람은 정작 생선이 필요하지 않고, 쌀을 과일과 교환하고 싶대요. 이럴 땐 어떻게 될까요?

G: 아마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겠죠?

K: 맞습니다. 이처럼 물물교환은 내가 원하는 물건을 갖고 있는 상대방을 찾는 것도 어렵고, 그 상대방이 원하는 물건을 내가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면, 화폐는 교환의 수단이라는 기능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줍니다. 쌀이 필요할 경우, 쌀을 가진 사람에게 굳이 자신이 갖고 있는 생선과 교환하자고 말할 필요 없겠죠. 간편하게 화폐를 주고 대신에 쌀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거래를 통해 쌀을 화폐와 교환한 사람 또한 그 화폐를 이용해 시장에서 과일과 교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화폐는 시장에서의 거래를 더욱 촉진시켜요.

G: 그럼 화폐의 두 번째 기능은 무엇인가요?

K: 바로 ‘계산의 단위(unit of account)’입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게 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는 화폐 단위로 측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유는 2천 원, 미용실에서의 헤어컷은 2만 원, 노트북은 2백만 원, 자동차는 2천만 원처럼 화폐를 통해 우리는 무언가의 시장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것이죠. 만약 화폐가 없다면 어떻게 가치를 측정할 수 있을까요?

G: 그러게요…. 쉽지 않겠는데요. 상품 간 가격을 수시로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요?

K: 맞아요. 상품 간의 상대적인 가격을 통해 각각의 가치를 측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테면, 헤어컷은 우유 10개, 노트북은 우유 1,000개 또는 헤어컷 100회, 자동차는 우유 10,000개 또는 노트북 10개, 이런 식으로 말이죠. 반면, 화폐를 사용할 경우 사람들은 화폐로 표시된 숫자만 보고도 다양한 상품의 가치를 바로 인식하고 서로 비교도 할 수 있습니다.

G: 그러게요. 상품 간 상대 가격으로 매번 가치를 측정해야 하는 상황을 잠시 상상해보니… 화폐가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세 번째 기능은 뭘까요?

K: 화폐의 세 번째 기능은 ‘가치의 저장(store of value)’이에요. 예를 들어, 100만 원의 화폐를 갖고 있는 경우, 지금 당장 화폐를 상품 또는 서비스와 교환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어도 그 가치는 미래에도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어떤 사람이 사과 농장에서 일을 하고 하루치 일당인 10만 원 대신 방금 수확한 사과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죠. 이 사과를 지금 당장 시장에서 팔면 10만 원 만큼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G: 사과가 썩지 않을까요…?

K: 그렇죠. 사과의 신선도는 점점 떨어질 것이고, 그 가치도 같이 하락할 것입니다. 이 경우 사과는 가치를 제대로 저장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일당을 10만 원의 화폐로 받게 되면? 화폐의 가치 저장 기능을 통해 미래에도 10만 원이라는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죠.

G: 박사님, 궁금한 것이 있었어요. 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다 보니…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암호화폐도 화폐라 할 수 있을까요?

K: 요즘 암호화폐 (cryptocurrency)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큰 것 같은데요. 에디터 님이 질문하신 내용에 대해 지금까지 살펴본 화폐의 세 가지 기능 기준으로 판단해보도록 하죠.

먼저, ‘교환의 수단’ 측면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암호화폐를 얼마나 잘 이용할 수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경우, 실제로 상품이나 서비스와 교환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발행한 법정화폐(legal tender)와 비교해보면 비트코인을 이용한 거래를 허용하는 곳은 아주 소수에 불과해요. 비트코인을 받는 페이팔(PayPal)의 경우에도, 최종 거래는 비트코인을 다시 법정화폐로 바꾼 다음에 이루어지고 있고요.*

* Rick Miller (March 23, 2021), “Bitcoin Is a Cryptocurrency, But Is It Money?”, Forbes.

다음으로 암호화폐가 ‘계산의 단위’로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매길 때 암호화폐의 단위가 사용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노트북 1대의 가격 = 0.05 비트코인”처럼 말이죠.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식으로 가격을 표시한 곳을 찾기가 매우 어렵죠.

한편, 아래 표는 주요 암호화폐 시세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어떤가요?

주요 암호화폐 또한 달러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진다.

G: 가격을 보니 전부 달러를 기준으로 표시되어 있네요?

K: 그쵸. 암호화폐 시세와 가격은 전부 달러를 기준으로 측정되고 있어요. 암호화폐 가격 또한 기존 화폐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것을 보면, 적어도 아직까진 암호화폐가 계산의 단위로 사용된다고 주장하기엔 힘든 것처럼 보이네요.

G: 마지막은 ‘가치의 저장’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겠네요!

K: 좋아요. 자, 아래 <그림>은 최근 1년 동안 비트코인의 가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래프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가격 변동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대표 주자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은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가격 변동이 큰 상황에서 직장에서 암호화폐로 월급을 받는 걸 상상해 볼까요? 미래에 발생할 가치 변동에 대한 걱정 없이 그 암호화폐를 계속 보유할 수 있을까요?

G: 음, 저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까 예시로 들어주신 사과가 신선도가 떨어져서 제 값을 못 받게 되는 상황처럼, 암호화폐 가치가 떨어져서 제가 받았던 시점 대비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생기는 것은 싫으니까요.

K: 그렇죠. 종합해보면, 암호화폐는 아직까지 화폐의 기능들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한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하기도 했습니다.*

* Ethan Wolff-Mann (April 28, 2018). "'Only good for drug dealers': More Nobel prize winners snub bitcoin", Yahoo Finance.

G: 하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만 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K: 맞아요. 부정적인 시각에 맞서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예컨대, 기존의 화폐가 가진 ‘가치의 저장’ 기능 또한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화폐는 항상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에 따른 가치 하락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1만 원으로 5,000원짜리 햄버거를 2개 사 먹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런데 1년 후에 햄버거 가격이 6,000원으로 오를 경우 1만원으로는 더 이상 햄버거 2개를 사 먹을 수 없겠죠? 이렇게 물가가 오를 경우, 화폐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그 결과 기존 화폐 또한 ‘가치의 저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죠.

G: 그러게요. 지금까지 물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올랐고 그 때문에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자주 들리고 있으니 말이에요.

K: ‘가치의 저장’이라는 측면만 보면, 오히려 부동산이나 예술 작품이 화폐보다 더 나을 수도 있는데요. 물가 상승률이 급격하게 치솟는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나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탈중앙화된(decentralized)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에 비해 ‘가치의 저장’ 기능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암호화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래의 ‘의견 남기기’ 버튼을 이용해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김예솔

해당 콘텐츠는 2023.8.9.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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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곤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이며, 거시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돈, 경제, 세상의 흐름에 대한 책 ≪경제의 질문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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