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CPI)가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
ㆍby 쟁글
일상에서 매일 지출하는 교통비나 밥값이 오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체감하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정부가 시장에 푸는 돈을 줄이며 긴축에 나서고 시중 금리가 오르죠. 그러면 예적금 상품 이자가 오르고, 주식 등 위험자산에 몰렸던 돈이 은행 저축(안전자산)으로 가게 됩니다. 대출 이자도 덩달아 오르는 건 슬픈 일이지만요.
이렇게 인플레이션은 우리 주머니 사정뿐 아니라 금융생활 전반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주식 투자자들은 대표적인 소비자물가지수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가 미국 증시에 영향을 주고, 미국 증시는 다른 나라들의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가상자산 시장도 그 영향을 받을까요? 현금과 금을 대체하는 투자처로 떠오르며 '디지털 금'이라고도 불렸던 가상자산의 대장주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지수와의 관계를 들여다봅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란?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이하 CPI)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해 추이를 나타내는 지표예요.
그중에서도 미국 CPI는 미국 노동통계국에서 매월 미국 소비자들의 ‘CPI 바스킷(CPI Basket)’의 가격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측정하여 발표합니다. CPI 바스킷은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을 반영하도록, 9만 4,000개가 넘는 상품 가격 데이터 및 4만 3,000개 이상의 임대 주택에서 수집되는 임대비 등을 포함해요.
즉, CPI가 올랐다는 것은 일상에서 소비하는 밥값이나 생필품 소비부터 서비스까지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월급 등 가계 소득은 동일한데 소비자 물가만 오르게 되어, 지출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사회보장연금, 공무원 연봉, 복지 지원 등의 조정 기준도 CPI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지표예요.
소비자물가지수가 오르면 주식은 떨어진다?
특히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에서 CPI 추이를 크게 주목합니다. CPI는 인플레이션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 CPI 상승률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에요. CPI 상승폭이 크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중앙은행은 시장에 풀어진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 및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요. 이는 유동성 축소로 이어지고, 주식 등 위험자산의 하락을 불러오게 되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CPI 등락은 미국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고, 곧 한국 주식시장 흐름에도 반영되는 것이에요.
만약 CPI가 시장의 예상치를 벗어나면, 증시는 이를 불안정한 시장 흐름올 인식하고 큰 폭으로 움직입니다. CPI 수치에 따라 울고 웃었던 2022년 미국 증시 사례를 살펴볼까요?
2022년 5월 발표된 당해 4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예상치인 8.1% 상승을 웃도는 8.3% 상승을 기록하면서, 그날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1.65%, 나스닥 지수는 3.18% 하락했어요. 시장은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반면, 2022년 11월 발표된 당해 10월 CPI는 전년 대비 7.7% 상승하면서 예상치인 8.0% 상승보다 크게 밑돌았고, 이에 따라 S&P 500 지수는 5.54%, 나스닥 지수는 7.35% 치솟았어요.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으로 유동성이 몰렸다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가상자산이 증시와 함께 움직인 이유
그렇다면 CPI가 가상자산 시장 흐름도 바꿀까요? 가상자산 대장주(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은 전통 금융시장과의 거리가 매우 멀었습니다. 이에 다양한 자산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이 매력적이었어요. 기존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헷징(리스크 완화)에 도움이 되는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2017년에 가상자산 시장이 폭락한 이후, 2018년에는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 디지털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이 내놓은 “Digital Asset Investment Report”에 따르면, 2018년 비트코인 자산 유입의 56%는 기관 투자였으며,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의 투자가 전체의 28%를 차지했습니다. 이렇게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어도 여전히 주식시장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는 높지 않았고요.
출처=예금보험공사, 2022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뀝니다. 전 세계가 앓는 동안 연준이 유동성을 대폭 확대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고, 시장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비트코인과 주식시장 간 동조화 현상이 발생해요. 예금보험공사가 2022년 내놓은 “가상자산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비트코인과 미국 주가지수 사이의 상관관계는 약 0.6이었던 반면, 팬데믹 이후 상관관계는 0.86~0.88로 증가했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을 주목했어요. 전문가들은 젊은 개인 투자자들은 기술에 친숙하고, 리스크 있는 투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기술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고, 그만큼 가상자산에도 투자했다고 해석했죠. 실제로 팬데믹 이후 나스닥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는 나스닥과 S&P 500의 상관관계보다 더 높았습니다.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과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을 위한 움직임, 기관 투자도 늘어났어요. 블랙록 등 기존 자산운용사들이 투자 상품에 비트코인을 포함시키고, 테슬라 등 굵직한 상장 기업들도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잇따랐고요. 그러면서 아래 차트가 보여주듯이, 코로나 이후 비트코인과 전통시장 간 상관관계가 높은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비트코인과 나스닥의 상관관계: 차트 하단 하늘색 부분을 주목해주세요. 2020년을 기준으로(빨간색 세로선) 상관관계 지수 0.5(빨간색 가로선)를 넘는 빈도수가 이전보다 많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관관계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높다는 의미입니다.) 출처=TradingView
이처럼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시장과의 추이를 같이하면서,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었던 CPI 발표에도 같은 방향으로 반응할 때가 있습니다.
앞서 사례로 들었던 2022년 5월 비트코인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4월 CPI가 예상치보다 높게 나와 미국 주요 증시가 하락했던 그 시기에, 비트코인 가격도 당시 지지선으로 여긴 3만 달러 선이 붕괴됐습니다. 당시 '테라 사태'라는 업계 악재가 있는 상황 속에서, 뉴욕증시가 무너지자 비트코인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 것이죠.
반대로 CPI가 시장 예상치보다 크게 하회해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올랐던 2022년 11월에는 어땠을까요? 당시 가상자산 시장은 FTX 사태(가상자산 스터디클럽 1화 참고)라는 악재를 만나, 비트코인 가격이 끊임없이 떨어지던 중이었어요.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CPI 발표 전날만 해도 2년 만에 최저치를 보이며 1만 6,000달러 밑으로 내려왔었습니다. 그러다 미국 물가가 둔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증시처럼 비트코인 가격도 1만 7,000달러로 회복했죠.
사례들을 보면 CPI 결과에 따라 주요 증시와 비트코인 가격 추이가 동조화되는 듯합니다. 다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일어난 악재의 영향이에요. 아직 가상자산 시장은 규제가 구체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악재에 따라 시장이 투자자들의 예상을 벗어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또한 전통시장과의 동조화 현상이 생긴 이후에도 CPI 상승이 반드시 가상자산 시장 하락으로 이어졌던 것만은 아닌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장이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리스크 완화 수단으로 해석했을 때였죠.
대표적으로 2021년 11월 CPI가 1990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시장이 놀랐을 당시, 미국 주요 증시가 하락하며 우울한 장세를 펼치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당시 기준 최고가(약 6만 8,700달러)를 경신했습니다. 이후 차익 매물이 나오며 비트코인은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으나, 시장은 인플레이션의 리스크 완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설명하며 '금'을 대체하는 모습이라고 봤습니다.
이는 아직까지 가상자산에 있어서는 대내외적인 여러 상황과 변수가 가상자산의 가격 방향성을 비롯, 어떤 자산으로 바라볼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덩치 커진 가상자산을 대하는 자세
이처럼 코로나 이후 전통시장과 가상자산 간 상관관계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비트코인은 월마트나 JP모건처럼 글로벌 주요 기업들과 시가총액을 견줄 만큼 덩치 큰 자산이 되어 개인과 기관에게 주목받고 있어요. CPI와 같은 주요 경제 지표와 무관하지 않을 만큼 시장이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시장이 바라보는 비트코인은 대내외적인 상황에 따라 때로는 위험자산, 때로는 안전 자산으로 해석되고 있어요. 특히 앞으로의 가상자산 시장에는 2022년에 있었던 대형 악재 해소와 규제 정립화로 인한 기관 추가 진출 등 증시 상황과 다소 무관해 보이는 재료들이 있어, 이를 복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미국 노동통계국, Researchgate ✱이 콘텐츠는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쟁글’과 카이스트 블록체인 학회 ‘오라클’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오라클은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를 완성시킨다’는 비전을 가지고 기술 리서치, 프로덕트 개발, 연사 초청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합니다.
Writer 송영준(오라클), 임민수(오라클), 황병훈(오라클) Edit 주소은, 문정은(쟁글) Graphic 조수희, 엄선희
– 해당 콘텐츠는 2023.3.21.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크로스앵글이 운영하는 Web3 데이터 플랫폼 ‘쟁글‘은 프로젝트 생태계 확장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전통 산업과 크립토 산업을 연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컨퍼런스인 ‘어돕션(Adoption)’을 매년 주최하며, 주요 상장사들과 협업을 통해 크립토 시장의 발전에 기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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