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기름이? 탐사 시추 후에는 뭐가 달라질까

by 박지수

🔖 이번 주 경제 용어 탐사 시추

긴 탐사공을 바닷속 해저 깊숙이 뚫어, 석유와 천연가스가 실제로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말해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깃불 꺼야지?”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얘기입니다. 부모님 세대는 1970년대에 발생한 1·2차 오일쇼크‘석유 파동’이라고도 하는데요. 석유 수급에 문제가 생겨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정치/경제적 혼란과 어려움이 컸던 사건을 말해요. 1차 오일쇼크는 1973년, 2차 오일쇼크는 1979년에 일어났습니다. 를 경험하셨기 때문에 석유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십니다. 당시 오일쇼크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는데요. 공산품 가격 상승, 대중교통 요금 및 화물 운송비 인상으로 인해 물가가 급등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승용차 요일제와 에너지 절약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석유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것을 소망하며, 석유로 부를 축적한 중동 산유국 국민들을 부러워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도 산유국에 포함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일,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상당량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거든요.

이번에 조사된 유전의 예상 자원량은 최대 140억 배럴로, 기대 수익은 1조 4,000억 달러(약 1,9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약 461조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4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확한 매장량과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탐사 시추에 착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올해 말부터 시작되는 1차 시추를 포함하여, 최소 5회의 시추를 통해 매장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2035년부터 상업 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견이 실제 상업 생산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석유 탐사와 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성공 확률도 낮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너무 기뻐하기보다는 아직은 차분히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尹 “영일만에 140억 배럴 석유-가스, 연말 탐사시추” (동아일보 2024.6.4.)

안 장관은 “이번 세기 최대 규모라고 하는 가이아나 앞바다에서 나온 전체 매장량이 110억 배럴 정도인 것으로 확정됐다”며 “최대 매장 가능성으로 보면 140억 배럴 정도까지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잠재 가능성만 보면 막대한 분량”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의 액트지오사로부터 받은 탐사 자료 평가 결과를 국내외 전문가에게 별도로 자문하는 등 충분한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권역은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서 시추 작업을 위해 국제 협상을 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가스전의 깊이가 1km 이상으로 깊은 심해(深海)여서 발견되더라도 생산에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가스 개발은 크게 △지진파 등을 동원해 석유·가스의 부존 가능성을 파악하는 물리 탐사 △유망 구조(석유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 도출 △탐사 시추 △경제성 확인 △개발 및 생산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현재는 영일만 인근 해역에 석유·가스의 유망 구조가 있다는 것만 확인한 상태다.

정부는 올해 말에 이 지역에 탐사 시추공을 뚫고 석유·가스의 실제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첫 시추의 최종적인 작업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석유·가스의 존재가 확인되면 경제성 평가를 거치고, 채산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2027년이나 2028년 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을 개시할 예정이다. 석유·가스의 생산 기간은 약 30년이다.(중략)

심해에서 석유와 가스를 찾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라크 같은 중동 국가들, 입자 크기가 작은 모래나 진흙 등이 퇴적된 암석층인 셰일층을 가진 미국과 달리, 심해에서의 석유와 가스 탐사는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요구해요.

이러한 탐사는 중력 탐사, 탄성파 탐사, 시추 탐사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며, 각 단계는 지질 구조와 석유 부존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필요합니다.

  • 중력(자력)탐사: 분지, 퇴적층 분포 및 기반암 확인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 탄성파 탐사: 매질이 다른 지층 경계면의 반사파를 이용 층서, 지하지질 구조, 석유부존 가능성 및 유망 구조지하에 석유나 천연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지질 구조를 말해요. 를 확인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 시추 탐사: 탄성파 탐사 결과 확인된 유망 구조에 대해 석유 부존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작업으로 땅 속 깊이 구멍을 뚫어 지질 구조와 자원을 조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석유·가스 ‘탐사’를 끝내면 → 생산 및 가공 시설을 준비하는 ‘개발’ 과정을 거치고 → 원유로 가공해서 뽑아내는 '생산'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가치 있는 의미 있는 에너지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석유·가스 탐사 성공 확률이 20% 내외로 낮고, 그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은 시추 한 번에 1,000억원 수준인데요. 최소 5회의 탐사 시추를 시행한다면 5,000억 원 이상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이렇게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석유를 찾는 게 맞는 방향인지 의구심도 들고요.

하지만 만약 석유·가스가 실제로 발견된다면, 분명 국가 경제와 안보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돼요. 앞으로 OPEC+ 산유국들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앞두고 고유가를 유지할 전망이기 때문에,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동해에서 생산한 석유·가스로 벌어들이는 자금을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활용한다면, 국민연금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요.

  • 셰일 오일: 퇴적암의 일종인 셰일층에 함유되어 있는 원유. 원유에 비해 더 깊게 작업해야 하고 심부까지 시추하기 위해 많은 기술이 필요기에, 원유에 비해 개발 단가가 비싼 편이에요.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으며 특히 미국에 많이 매장되어 있습니다.
  • 노르웨이 국부펀드: 1990년 노르웨이 정부가 설립한 주권 투자 기관. 석유 수입으로 발생하는 잉여 자금을 투자하여 미래 세대를 위한 재정적 안정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대왕고래 프로젝트: 동해 포항 앞바다 수심 2km 심해에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탐사 프로젝트명이에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이동건

해당 콘텐츠는 2024.6.13.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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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누구나 경제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자 경제 교육 기업 래빗스쿨을 창업했다. 일상 재테커를 위한 안내서 '래빗노트'를 발행하고, 핵심과 맥락을 이어주는 '신문읽기특훈'을 진행하고 있다. 철학과 역사, 드라마를 좋아하며 성실과 노력은 ‘운’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삶을 믿는다. 『나의 꿈 부자 할머니』 『60일 완성 무조건 모이는 돈 버는 습관』 『어려웠던 경제기사가 술술 읽힙니다』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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