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와 한국 금리의 상관 관계

한국 금리는 왜 항상 미국의 영향을 받을까?

by 김경곤

에디터 G (이하 G): 요즘 경제 뉴스를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금리’인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가지는 주제는 뭐니뭐니 해도 “한국은행이 과연 기준금리를 언제 내릴 것인가?” 일텐데요. 그래서 그런지, 경제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이슈인 것 같아요.

교수 K (이하 K): 맞아요. 금리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금리를 이야기할 때마다 늘 빠지지 않고 함께 등장하는 것이 있어요. 혹시 무엇인지 아시겠어요?

G: 미국 금리요!

K: 맞아요. 우리는 분명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데, 왜 한국의 금리 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리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하는 걸까요? 오늘은 미국의 금리가 한국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어떻게 결정될까?

K: 우리나라 기준금리(Base Rate)는 1년에 여덟 번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되는데요. 물가와 실물경제, 금융시장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기준금리는 금융기관이나 증권회사 등이 사용하는 콜금리(일시적인 자금의 과부족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1~2일짜리 초단기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쳐요. 장단기 시장금리와 은행의 예금 및 대출 금리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요.

아래 그래프는 2020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의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5월, 기준금리가 0.5%로 떨어졌어요. 한동안 이 수준을 유지하다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1월, 기준금리가 3.5%에 도달했고 지금까지 이 수준에 머물고 있어요.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G: 미국은 어떤가요?

K: 미국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콜금리처럼) 은행 간의 자금거래에 사용되는 초단기 금리인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에 대한 목표치가 기준금리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연방기금금리를 기준으로 한 정책금리(Policy Rate)는 1년에 여덟 번 열리는 미 연준(Fed: Federal Reserve)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에서 정해지는데요. 5.25%~5.5%처럼 상단과 하단이 있는 범위로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설정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은 2020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실효금리(Federal Funds Effective Rate)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2020년 초에 급격하게 떨어졌다가 2022년 상반기부터 빠른 속도로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자료: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US), Federal Funds Effective Rate [FEDFUNDS], retrieved from FRE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링크)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경로

G: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미국의 정책금리는 이렇게 결정되는군요. 최근 4년 간 추이도 같고요! 그렇다면 미 연준이 정하는 정책금리가 어떤 식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걸까요?

K: 크게 세 가지 경로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환율 경로 (Exchange Rate Channel)

미 연준의 금리 목표치가 올라가면 미국 채권이나 예금 같은 금리형 상품의 수익률도 오르거든요.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미국 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달러 가치도 오르게 됩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이 수출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는 반면, 미국이 수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낮아져요.

반대로 우리나라의 원화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달러가 오르면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겠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판매될 때 더 저렴한 가격이 매겨집니다.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니, 해외 소비자들은 한국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할 수 있을거고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 볼까요.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생산을 늘리게 됩니다. 그러려면 사람을 더 많이 고용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가계 소득도 증가합니다.

소득의 증가는 사람들의 소비를 늘리게 되는데요. 이는 국내 총수요를 자극하게 됩니다. GDP가 오르고 경제 성장 지표가 좋아지면서 또 총수요를 자극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의 압력도 올라갈 거예요.

이렇게 국내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리게 될 수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비싸지니, 돈을 덜 빌리게 됩니다. 이는 투자를 줄이고 경제 활동을 둔화시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함이지요)

2) 수요 경로(Demand Channel)

미국이 금리 목표치를 올려 긴축적인 통화정책(monetary tightening)을 시행하게 되면, 돈을 빌리는 비용이 비싸지는 것이니 투자가 감소하고 경기가 둔화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외국 상품에 대한 미국 내 수요가 감소한다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도 줄어들 수 있을 거고요.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첫 번째 환율 경로와 달리) 한국의 GDP와 물가상승률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수요 경로를 통해 한국의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진다면,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기는 힘들테고요.

3) 금융 경로 (Financial Channel)

초단기 금리인 연방기금금리에 대한 목표치가 올라가면, 장기 시장금리도 따라서 올라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연준의 금리 목표치 인상으로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아질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존에 투자했던 나라에서 자금을 빼고 미국의 장기 채권에 투자를 하게 될 것입니다. (미 국채 상품은 잘 망하지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수요가 많은데요. 금리까지 오른다면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겠죠)

우리나라를 예시로 들어본다면 이 과정에서 외국인 자본이 급격하게 유출되면서 금융 시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GDP와 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요.

이렇게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로 인한 부정적 충격이 걱정된다면,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리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을 거예요.

G: 미국 금리가 오른다 해서 우리나라 금리가 반드시 오르는건 아니군요. 어떤 경로로, 어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양상을 그릴 수 있겠네요.

K: 맞아요. 미국의 금리 목표치 인상은 각 경로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나라 GDP와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은데요. 각 경로 별로 발생할 수 있는 효과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우리나라 기준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료: Caldara, D., Ferrante, F., & Queralto, A. (2022). “International spillovers of tighter monetary policy,” FEDS Notes No. 2022-12-22.

한국과 미국의 금리, 늘 같은 추이를 보여왔을까?

G: 그런데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는 항상 같은 추이를 보여왔나요?

K: 아래 그래프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의 기준금리와 미국의 연방기금실효금리의 추이를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요. 2017년 이후로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오히려 양국의 금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어요.

이를 통해 미국의 연방기금금리의 목표치가 변화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의 정책금리 변화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조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딱 잘라서 말하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US), Federal Funds Effective Rate [FEDFUNDS], retrieved from FRED,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May 17, 2024. (링크)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금리의 종류

G: 그럼 뉴스에서 말하는 ‘금리'는 항상 기준금리라 이해하면 되는 걸까요?

K: 우리가 뭉뚱그려서 ‘금리’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종류의 금리들이 존재한답니다.

대표적으로는 뉴스에 가장 많이 나오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있고요. 시장의 수요와 공급 원리를 따라가는 시장금리가 있습니다.

시장금리는 금융상품에 따라 만기와 금리가 달라요. 만기 1년 이하인 단기금융시장(자금시장) 금리의 대표 사례로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있고요. 만기 1년 이상인 장기금융시장(자본시장) 금리의 대표 사례로는 국고채 금리, 회사채 금리가 있어요. 그리고 은행에 가면 볼 수 있는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G: 아하, 뉴스에 나오는 ‘금리'가 모두 같은 ‘금리’가 아니었을 수 있겠군요. 그럼 기준금리만 미국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금리도 영향을 받는지 궁금해지네요.

K: 기준금리 뿐 아니라 시장금리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국 금리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융 경로인데요.

만약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글로벌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게 됩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된다면 원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원화 채권의 수요도 감소하겠죠.

이러한 상황에서는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 제한이 생기는데요. 우리나라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를 다시 끌어올리려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도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G: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금리가 오르고 내리니, 시장금리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군요.

K: 그렇습니다. 아래 그림은 2020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한국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두 국가의 장기 국채 금리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GDP 대비 양국에 투자하고 있는 자금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금융연계성(Financial Linkage)이 올라간다고 말하는데요. 코로나19 이후 한국과 미국 간의 금융연계성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한국의 채권 금리가 미국의 채권 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도 강해졌습니다.

자료: Refinitive

오늘은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 금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는데요. 앞으로 미국이 정책금리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면, 우리나라 금리의 반응도 새로운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오늘 알게 된 여러가지 경로와 연관성을 바탕으로, 양국의 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 보도록 하시죠.

참고자료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이서영

해당 콘텐츠는 2024.5.28.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김경곤 에디터 이미지
김경곤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이며, 거시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돈, 경제, 세상의 흐름에 대한 책 ≪경제의 질문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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