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은행마다 이자율이 조금씩 다른 걸까?
ㆍby 김경곤
에디터 G (이하 G): 교수님, 얼마 전 대출을 알아보려고 토스앱을 켰는데요. 여러 은행의 대출 상품이 리스트로 쭉 뜨는데, 은행마다 이자율이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같은 금액의 대출금을 빌리더라도, A 은행에서는 3.5%의 이자율인 반면 B 은행에서는 4.2%의 이자율을 보여주는 거예요. 왜 같은 돈을 빌리더라도 은행마다 이렇게 이자율에 차이가 나는 걸까요?
교수 K (이하 K): 요즘은 은행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모바일로 간편하게 여러 대출을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마다 대출 금리가 다르다는 것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은행마다 이자율이 다른 이유에 대해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리스크(risk: 위험) 관점인데요. 각 은행들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금리, 환율, 주가 변동 등 금융 시장의 변화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리스크(market risk)가 있고요. 은행 내부의 프로세스, 시스템 오류, 직원의 실수 등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운영 리스크(operational risk)도 있습니다. 또한 자금을 적시에 조달하지 못해 지불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유동성 리스크(liquidity risk)도 있고요.
G: 엄청나게 다양한 리스크가 있군요. 은행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스크는 어떤 것이려나요?
K: 앞서 언급한 리스크 이외에 또다른 리스크가 있는데요. 은행이 가장 신경 쓰는 리스크는 바로, 신용 리스크(credit risk)입니다.
신용 리스크는 대출을 받아간 고객이 원리금(원금+이자)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을 의미하는데요. 이는 은행의 재무 건전성과 직결됩니다. 신용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은행은 대출 손실을 입게 되어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기 때문이죠.
G: 그렇겠네요. 그래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제가 대출을 잘 갚을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꽤 복잡한 이유가 있는 거고요. 하지만 빌려준 돈을 못 갚을 가능성은 언제나 있으니, 은행 입장에선 항상 신용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이러한 신용 리스크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K: 그럼요. 저희 시리즈의 취지에 맞게 경제학 관점에서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 드릴게요. 먼저 신용 리스크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ic information)’과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들 수 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거래 당사자 간의 정보가 균등하게 공유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투자 자금 1천만 원을 빌리러 온 김안정 씨와 이모험 씨가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김안정 씨는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5% 수익이 확실히 보장되는 사업에 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평소 조금씩 모아둔 비상금도 있어서 1천만 원을 빌려도 나중에 상환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어요.
반면, 이모험 씨는 모험적인 투자를 선호합니다. 성공 확률은 매우 낮지만, 만약 성공하게 되면 1,00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얼마 전에 지인으로부터 이미 많은 돈을 빌린 터라, 이번에 은행에서 1천만 원을 빌리면 나중에 상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만약, 은행이 김안정 씨와 이모험 씨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완전하게 알고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G: 음…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면서 모아둔 비상금도 있는 김안정 씨에게는 돈을 빌려줄 가능성이 높지만, 모험적인 투자를 선호하면서 지인에게 빌린 돈까지 있는 이모험 씨에게는 돈을 안 빌려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요.
K: 그렇죠. 상식적으로 그들의 상황을 모두 안다면 에디터 님이 말씀하신 결과가 나올 겁니다. 하지만 은행은 김안정 씨와 이모험 씨의 이런 투자 성향과 상환 능력의 차이에 대해 전혀 모를 수도 있어요. 즉, ‘정보의 비대칭성’은 이처럼 돈을 빌리는 사람이 가진 정보와 은행이 가진 정보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상황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죠. 김안정 씨는 보수적인 투자자이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 5%와 비교해서 대출 이자율이 더 높다면, 아마 대출 신청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한탕을 노리는 이모험 씨는 높은 이자를 지불하더라도 은행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돈을 빌리려 할 것이고요.
결과적으로, 은행은 이모험 씨처럼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만 대출을 해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역선택’이라 해요.
G: 오, 그렇군요. 당연히 김안정 씨에게 돈을 빌려줄 가능성이 높을 거라 생각했는데, 김안정 씨는 애초에 대출을 신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모험 씨는 대출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으니 예상과 반대되는 결과가 펼쳐지는 거네요. 아무래도 현실에서는 은행 입장에서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우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겠어요.
K: 맞습니다. 그래서 은행은 정보의 비대칭성과 역선택 문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신용 점수, 재정 상태, 소득 수준 등의 정보를 이용해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인데요. 이 때 은행마다 사용하는 신용 평가 모델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은행은 외부 신용 평가 기관의 점수를 주로 사용하는 반면, 다른 은행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델을 사용하여 신용 위험을 평가할 수 있죠.
또한 각 은행마다 신용 평가 시 고려하는 요소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 수준, 부채 비율, 직업 안정성, 금융 거래 내역 등을 평가할 때 각 요소의 비중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것이죠. 신용 평가에 사용하는 데이터도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대형 은행들은 고객의 기존 거래 내역, 예금 계좌 정보 등을 포함해 더 많은 내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 거고요.
또한 은행마다 리스크를 허용하는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신용도를 가진 고객이라도 평가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올 수 있답니다. 리스크를 더 잘 수용할 수 있는 은행은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보수적인 은행은 낮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이죠.
G: 아하, 은행마다 고객의 신용도를 측정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대출 금리와 이자율에도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군요.
K: 맞아요. 이제 시각을 좀더 넓혀서 더 다양한 종류의 금융기관들의 이자율이 서로 다른 이유도 한번 살펴볼까요?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금융기관의 종류를 겸사겸사 정리해볼 겸 말이죠.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는 유형에 따라 아래 표와 같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은행,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보험회사, 금융투자업자, 기타 금융기관, 그리고 공적금융기관 등으로 나눌 수 있어요.
- 은행
- 먼저, 은행은 일반은행과 특수은행으로 나뉩니다. 일반은행은 시중은행, 지방은행, 외국은행 국내지점 등으로 구성되는데요. 주로 예금, 대출, 지급결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의 시중은행에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iM뱅크(구 대구은행), KB국민은행, SC제일은행(가나다 순)과 토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포함된답니다.
- 한편, 특수은행은 특정 목적을 위해 설립된 은행이에요.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Sh수협은행 등이 있습니다.
-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 말 그대로 은행은 아니지만 예금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인데요.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기구, 우체국예금, 종합금융회사 등으로 구성됩니다.
- 상호저축은행은 특정한 지역의 서민 및 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제공하고 있어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신용협동기구에는 신협,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 등이 포함됩니다. 우체국예금은 전국에 분포된 우체국을 통해 민간금융이 취약한 지역을 지원하는 국영 금융을 말하고요.
- 보험회사
- 크게 생명보험회사, 손해보험회사, 우체국보험, 공제기관 등으로 나뉩니다.
- 생명보험회사는 사망, 질병, 노후 등에 대비한 보험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금융회사이고요. 손해보험회사는 화재, 자동차 및 해상사고 등과 같이 재산 및 사고 손실에 대비한 보험을 고유업무로 하는데요. 재보험회사와 보증보험회사도 손해보험회사에 포함됩니다. 우체국보험은 국가기관이 취급하는 국영보험이며, 공제기관의 경우 유사보험을 취급한답니다.
- 금융투자회사
- 투자매매·중개업자, 집합투자업자, 투자자문·일임업자, 신탁업자 등으로 분류됩니다.
- 이 가운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증권회사는 투자매매·중개업자에 속하는데요. 주로 증권 및 채권과 관련된 위탁매매, 발행 및 인수 업무를 수행합니다. 은행의 경우 예금을 받아 기업에게 대출을 해주는 반면, 증권회사는 증권을 매개로 기업과 투자자를 직접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답니다.
- 기타 금융기관
- 금융지주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벤처캐피탈회사, 증권금융회사, 대부업자 등이 있어요.
- 이 중 여신전문금융회사는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예치받는 수신(deposit) 기능 없이, 돈을 빌려주는 여신(lending) 업무만 취급하는 금융기관을 말합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예로는 신용카드회사, 리스회사, 할부금융회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등이 있습니다.
- 공적금융기관
- 특정한 정책적 목적을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투자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이 포함돼요.
G: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금융기관이 있군요! 서로 어떻게 다른지 잘 알아볼 수 있었어요. 글을 저장해 두고 다음에 다시 살펴봐야 겠어요.
K: 좋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금융기관들은 자금 조달 방식에 있어 서로 차이를 보이는데요. 이를 통해 각 금융기관들마다 다른 이자율을 제시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의 경우 주로 개인 및 기업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요. 또한, 채권 발행과 중앙은행에서의 차입, 다른 금융기관과의 대출 거래도 활용합니다. 이를 통해 은행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대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예금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고 대출 금리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금리를 높게 설정한 개인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또한 고위험 대출에 집중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보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답니다. 이는 저축은행이 은행보다 작은 규모로 운영되며, 고객 기반도 다르기 때문이에요.
보험사의 경우, 고객이 납부하는 보험료가 주요 자금 조달원입니다. 이 보험료를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처에 투자하여 수익을 창출해요.
생명보험회사는 장기적인 투자 수익을 목표로 하므로,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자산에 주로 투자합니다. 반면, 손해보험회사는 상대적으로 단기 계약이 많고 다양한 리스크를 보장하기 때문에, 주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보험사들은 보험계약자들이 가입한 보험 상품의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약관대출뿐만 아니라 신용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보험사의 대출 금리는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와 더불어 계약자의 신용도, 자산운용의 기대 수익률, 시장 금리, 담보 가액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는데요. 제2금융권에 속하는 보험사는 일반적으로 제1금융권의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제1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린 결과, 얼마 전 보험사의 금리가 시중은행의 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 출처: [단독] 초유의 주담대 ‘금리 역전’… 보험사, 은행보다 낮아졌다 (한국경제)
한편 증권사는 중개 기능을 주업무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 방식이 은행이나 타금융기관과 차이를 보입니다.
증권사의 자금조달원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투자자들의 증권 계좌에 들어있는 예수금(예수부채)이고요. 두 번째는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결합증권, 회사채, 기업어음(CP),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어음 등을 통해 자금을 차입하는 것(차입부채)입니다.
증권사에서도 돈을 빌려주는데요. 고객이 주식을 사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부족할 때, 증권 계좌에 있는 주식을 담보로 빌려줍니다. 이를 신용거래 대출(마진 론)이라고 불러요. 증권사는 시장 금리, 고객의 신용도, 담보로 제공된 주식의 가치 변동성 등을 고려하여 대출 금리를 설정하게 됩니다.
G: 은행, 저축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모두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군요. 자금 조달 비용이 서로 달라지기 때문에 각 금융기관들마다 이자율이 달라지는 거겠네요.
K: 정확히 이해하셨어요. 각 금융기관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드려서 조금 어려우셨을 수 있는데요. 결국 금융기관들마다 이자율이 달라지는 이유는 각자의 비즈니스 모델과 자금 조달 방법, 그리고 그 비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시면 금리가 차이 나는 이유도 금방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G: 각 금융기관의 이자율,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요인도 있을까요?
K: 이외에도 특정 지역이나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경쟁 상황이 이자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운영 비용이 높은 금융기관은 이를 보상하기 위해 이자율을 높게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규제와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의해서도 이자율은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요.
오늘은 은행들마다 왜 이자율에 차이가 나는지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금융기관들의 종류와 각 금융기관별로 이자율이 다른 이유까지 살펴 봤습니다. 혹시 앞으로 금융기관과 금리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된다면, 오늘 내용을 한번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네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이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