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에 떠오른 D2C 모델, 앞으로도 유효할까?

by 커피팟

이커머스로의 거대한 전환이 진행된 리테일 업계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D2C(Direct-to-Consumer)였어요. 브랜드가 다른 플랫폼이나 기존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자사 웹사이트와 앱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거죠. 유통 과정 중에 소위 미들맨(middleman)에게 내어주는 수익이 없기에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채널의 소셜미디어 광고 등을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의 유입을 만들어낼 수 있기에 가능한 전략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D2C 브랜드들의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어요. 계속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각종 원자재 가격이 비싸졌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디지털 광고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도 예전보다 크게 높아졌어요. 물론 D2C 전략이 무용해진 것은 아니지만, 수익을 확대하고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D2C만을 고집하기에는 힘든 상황이 된 거죠.

판매처 다변화하는 브랜드들

가장 먼저 성공의 길을 연 대표적인 D2C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안경 브랜드 와비파커, 매트리스 판매자 캐스퍼, 화장품 브랜드 글로시에(Glossier), 신발 브랜드 올버즈 등의 근황을 살펴보면요. 

  • 와비파커: 지난 2분기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손실이 크게 확대됐어요. 지난해 같은 기간 1,880만 달러(약 250억 원)이던 손실은 3,220만 달러(약 435억 원)이 됐죠. 오프라인 D2C 모델 전략을 고수하면서 매장을 확장하고, 안경과 콘택트렌즈 외에 시력 검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어요. 
  • 캐스퍼: 매트리스에서 침구류 전반으로 확장하며 팬데믹 직전인 2020년 초에 기업공개(IPO)를 했지만 애초에 무리한 상장 추진이라고 평가됐는데요. 결국 부진한 실적으로 작년 11월에 다시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상장 폐지됐어요. 현재는 D2C 모델을 고수하기보다 여러 가구 판매점에 유통하면서 상품을 홍보하는 중이에요. 
  • 글로시에 내년부터 세포라를 통해 자사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어요.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던 글로시에의 D2C 전략을 업계 모두가 주목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수십 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을 2번이나 거쳤어요. 창업자이자 CEO인 에밀리 와이스(Emily Weiss)도 물러났고요. 판매 확대를 위해 기존 전략만을 고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 올버즈: 최근 노드스트롬 백화점에 입점하기로 했어요. 입점 매장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고, 앞으로 노드스트롬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판매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실리콘밸리의 신발이라고도 불렸고,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입지도 다졌던 올버즈 역시 최근 손실이 커졌는데요. 작년 2분기에 순손실이 760만 달러(약 100억 원)였다면 올해 2분기에는 2,940만 달러(약 395억 원)로 늘었어요. 올해 예상 매출은 최대 3억 4500만 달러(약 4,650억 원)에서 3억 1500만 달러(약 4,240억 원)로 하향 조정하면서 기존 예측치보다 많이 줄었어요.. 

이에 더해 최근에는 홈피트니스계의 테슬라를 지향한다던 펠로톤도 아마존을 통해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지난 분기에 무려 12억 달러(약 1조 62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준 다음에 내려진 결정이죠. 

수많은 독립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D2C 모델을 운영할 수 있게 해 준 쇼피파이 같은 서비스의 확장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에요. 펠로톤, 줌 등과 마찬가지로 팬데믹 동안에 가장 큰 성장을 이루어낸 기업 중 하나이기도 한 쇼피파이는 아마존에 대항할 모델을 만들었다고 평가받았지만, 바로 얼마 전인 7월 말에는 전체 직원 10%를 해고하는 상황에 이르렀어요. 지난 2분기에 순손실이 12억 달러(약 1조 6200억 원)에 달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무리한 확장을 했다는 점을 인정했어요. 

멋 대신 기본 정비할 때

원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D2C 붐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이제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어요. 이커머스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모델로 큰 성장을 이어왔지만, 이는 모두 상황이 좋았을 때의 이야기예요. 지금의 시장은 이들이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시장 상황이거든요.

새로운 이커머스 흐름을 이끌고 대변했던 D2C 브랜드들도 결국 전통적인 리테일 방식을 차용하면서 어떻게든 수익을 끌어올려야 해요.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루트에는 상품을 깔면서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하고요. 

와비파커는 현재로서는 자사 매장 확대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요. 글로시에와 올버즈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한 리테일 파트너십을 맺었고요. 어떤 방법이 당장 하반기에 기업의 실적을 개선할지를 지켜봐야 해요. 만약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경제 상황까지 더 악화되면 전략 변화를 더 크게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거예요. 

이런 상황에도 거인의 길을 만드는 룰루레몬

요가복을 넘어 스포츠웨어 전반에 있어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 ‘룰루레몬’은 팬데믹을 거쳐오면서 몬스터 성장을 이어왔어요. 어쩌면 이 기간 가장 성공적으로 성장한 회사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텐데요. 최근에 발표한 회계연도 2분기(5월 1일~7월 31일) 실적이 또 한 번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큰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에요. 

2분기 매출은 18억 7000만 달러(약 2조 564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성장했어요. 2022년 총 매출은 이제 78억 6500만 달러(약 10조 7830억 원)에서 79억 4000만 달러(약 10조 88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요. 동일 점포 매출(Same Store Sales) 역시 예측치였던 17.6%보다 훨씬 높은 23% 성장했고요. 

눈에 띄는 건 매출총이익률이 56.5%를 기록했다는 거예요.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소폭 하락했고, 지난해 전체 매출총이익률인 57.7%보다 낮아요. 하지만 50%를 기록한 아디다스와 46%를 기록한 나이키보다 높고, 발레시아가와 같은 브랜드를 소유한 럭셔리 패션 기업인 케링(Kering)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영업이익률은 21.5%로 10%대 중반의 나이키와 10%가 안 되는 아디다스보다 크게 높아요. 20% 후반 수준인 케링, LVMH 등의 럭셔리 브랜드 기업과 차이가 크지도 않고요. (럭셔리 브랜드는 이익률이 가장 높은 사업 중 하나예요.)

온오프라인 판매 지표도 모두 좋은 흐름을 보이는 중이에요. 오프라인 매장별 트래픽은 30%, 이커머스 트래픽은 40% 증가했다고 발표했어요. 특히, 오프라인 매장은 21개를 추가하면서 전 세계에 총 600개를 운영 중인데요. 이제 대중들에게도 (비싸도 제값을 하는, 품질이 뛰어난) 대표적인 하이엔드(High-end) 브랜드로 위상을 굳히며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죠. 

거인의 지표: 나이키와 비교하면

2020년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인한 락다운에 들어가면서 많은 리테일러가 손실을 봤는데요(나이키와 아디다스도 예외는 아니었죠). 룰루레몬의 매출은 오히려 크게 성장하면서 D2C 대표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오프라인 매장 판매가 줄어들었지만, 온라인 D2C(Direct-to-Consumer) 판매가 크게 증가하면서 매출 감소를 상쇄했죠. 덕분에 팬데믹 이전에는 특유의 요가복 등으로 새로운 스포츠웨어 트렌드를 이끌었다면, 이후에는 D2C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대표 기업으로 인정받았고요. 

2019년, 나이키가 요가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요가복 경쟁이 심화됐지만, 룰루레몬은 악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오히려 팬데믹으로 인해 전반적인 애슬레저룩의 흐름이 더 커졌고 나이키를 비롯한 경쟁 브랜드의 진입으로 시장이 더 커졌죠. 룰루레몬은 커진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꾸준히 유지했고요.

새로운 사업에 나선 것의 의미

룰루레몬은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6년까지 매출을 125억 달러(약 17조 1380억 원, 2021년 매출의 2배)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이를 위해 (전체 매출의 1/3을 차지하는) 남성복 사업을 확대하고, 신발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했죠. 이미 지난 3월, 여성 신발 라인업을 최초로 발표한 후 서서히 자리잡아가는 중이고요. 

신발 사업을 확대하면서 매출을 키워나간다면 지금과 같은 이익률을 기대하긴 어려울 거예요.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이미지와 포지셔닝도 계속 유지하기 힘들 수 있고요. 그럼에도 룰루레몬은 이제 럭셔리 브랜드를 넘어 대형 스포츠 브랜드로 점프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요. 

룰루레몬은 나이키와 같은 스포츠웨어 사업으로 성장하고 싶어 해요. 물론 규모 면에서 룰루레몬과 나이키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2분기 실적을 계기로 룰루레몬을 보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에요. 1분기 실적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앞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와중에 어떻게 실적을 낼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였는데요. 이제는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종합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다음 단계의 게임을 준비하고 있어요. 

*나이키는 지난 2분기 기준으로 122억 3000만 달러(약 16조 7670억 원)의 매출을 올렸어요. 2021년 총 매출은 445억 달러(약 61조 원)로, 아디다스보다 2배가량 크고, 룰루레몬보다는 7배가량 큰 규모예요. 


Edit 송수아 Graphic 이은호 함영범

– 해당 콘텐츠는 8월 30일(화)과 9월 6일(화)에 발행된 커피팟의 뉴스레터에 기반해 10월 12일(수) 기준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외부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 외부 기고는 토스팀의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피드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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