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

공동구매 하면 왜 가격이 떨어질까?

by 김경곤

에디터 G (이하 G): 박사님 안녕하세요, 지난 화에서 ‘학생할인’ 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셨잖아요. 가격차별, 가격결정 원리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것을 살피다 보니 다른 사례도 궁금해지더라고요.

박사 K (이하 K): 좋은 현상이네요. 어떤 사례가 알고 싶어졌나요?

G: 바로 공동구매! 다함께 사면 가격이 훨씬 싸지더라고요. 왜 그런걸까요?

공동구매 속 가격 원리

K: 공동구매 하면 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의 소비가 나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요. 생산자 입장에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공동구매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동일한 상품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자 입장에서는 상품을 개별적으로 하나씩 판매할 때보다 여러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G: 판매자 입장에서는 가지는 이점, 어떤 것들이 있나요?

K: 우선 다량의 상품들이 한꺼번에 출고됨으로써 재고 관리 비용이 줄어들고요.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게 되면서 불특정 잠재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소요되는 마케팅이나 광고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생산자로부터 직접 공동구매를 하게 된다면, 기존의 도매와 소매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단축시킴으로써 유통과 물류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G: 확실히 생산자 입장에서 장점이 많은 판매 방식이네요. 그런데 ‘공동구매’ 라는 판매 방식을 활용하더라도 가격을 꼭 낮출 필요는 없지 않나요?

K: 생산자 입장에선 그런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공동구매 방식을 이용할 이유가 필요하겠죠. 아무래도 ‘낮은 가격'이 소비자를 움직이기엔 가장 좋은 방법이고요.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이윤 구하는 공식을 이용해서 좀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공동구매를 하게 되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줄어들어 이윤이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공동구매를 통해 다량의 상품을 한꺼번에 판매하면, 수입을 계산하는 공식에서 수량(Q)이 증가하겠죠?

이와 같이 비용도 줄어들고 수량도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가격을 어느 정도 내리더라도 생산자는 여전히 이윤을 얻게 됩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가격 할인을 위한 협상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죠.

G: 공식으로 보니 훨씬 명쾌하네요.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량이 확 늘어나면서 이윤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을 좀 낮게 책정해도 이윤을 볼 수 있겠어요.

K: 그렇죠. 혹시 <네고왕>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보신 적이 있나요? 연예인 호스트가 회사를 방문해서 네고(협상)를 통해 가격을 엄청나게 ‘후려치는’ 것을 보면, 과연 저렇게까지 해도 회사 입장에서 남는 게 있을지 궁금했을 텐데요.

G: 맞아요. <네고왕> 프로그램 보면서 저렇게 해도 남겠지? 싶다가, 판매 가격이 평소보다 너무 낮아지면 저래도 괜찮아 싶기도 했었어요.

K: 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제품을 한꺼번에 판매함으로써 재고 비용, 유통 비용, 광고 비용 등 ‘비용'을 확 줄일 수 있을 것이구요. 수입 측면에서 보더라도 가격(P)을 낮춘 정도보다 판매량(Q)이 증가하는 증가폭이 더 클 때 오히려 회사에게 훨씬 이득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결과적으로 공동구매를 하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G: 다른 사람이 나와 함께 구매하는 행위가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거군요. 다른 사람의 소비가 내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사례가 있을까요?

명품 소비, 리셀 현상 속 가격 원리

K: 대표적으로 명품 소비, 리셀 현상이 있어요. 지난 시간에 소개해 드린 ‘수요의 법칙’ 기억나시나요? 가격과 수요량이 서로 반비례하는 관계를 말하죠. 어떤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그 상품에 대한 수요량은 감소하고, 반대로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량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수요의 법칙이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가령 아래의 그림을 한번 보시죠. 어떤가요?

G: 위에서 봤던 수요의 법칙 그래프와는 달리, 가격과 수요량이 서로 비례하고 있네요?

K: 맞아요.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량이 증가하는 그래프예요. 실생활에서 이러한 현상은 언제 발견할 수 있을까요?

G: 명품 소비?

K: 맞습니다. 보통 ‘명품’이라 불리는 상품들이 이런 특징을 보인답니다. 예를 들면, 에르메스의 핸드백, 파텍 필립의 시계, 페라리의 스포츠카 같은 것들이 있죠. 이런 브랜드들은 특히 가격이 비싸기로 유명한데요.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비싸서 구입하기 힘든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부나 지위를 과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격이 오를수록 오히려 수요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미국의 경제학자인 베블런의 이름을 따서 ‘베블런(Veblen)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베블런이 이 현상을 처음 지적한 것이 1899년이니*, 비싼 상품의 구입을 통해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 Veblen, T. B. (1899).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An Economic Study of Institutions. London: Macmillan Publishers.

G: 명품 시장에서는 일반적인 수요의 법칙 그래프는 나타나지 않는걸까요?

K: 베블런 효과를 보이는 상품들, 즉 베블런재(Veblen goods)는 가격이 비쌀수록 잘 팔리기 때문에,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량은 오히려 감소하게 돼요. 명품 브랜드들이 절대 가격 할인을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품들은 팔리지 않아서 재고가 쌓일 경우, 가격 할인을 통해 재고를 처분하는데요. 반면, 베블런재는 재고가 남더라도 가격을 떨어뜨리기보다 차라리 재고를 소각해 버리거나 혹은 처음부터 재고가 남지 않도록 ‘한정 수량’만 생산합니다. 사람들이 해당 제품을 소유하면서 누릴 수 있는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G: 그렇군요. 한정 수량만 생산하는 제품은 결국 리셀(resale)로 이어지던데요. 원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하고요.

K: 나이키가 대표 사례죠. 나이키의 한정판 운동화는 판매 수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을 소유한 사람들은 남들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졌다는 사실로부터 효용을 얻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희소성과 차별성에 가치를 부여하게 되고, 리셀 마켓에서 프리미엄을 주고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하게 되는 것이죠. 운동화의 희소성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그 제품을 더욱 갖고 싶어할 것이고, 이렇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리셀 마켓에서의 가격도 더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G: 만약 나이키가 기존에 한정판으로만 판매하던 운동화에서 ‘한정판’이라는 라벨을 떼고 생산량을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K: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늘어나니 더 많은 사람들이 해당 운동화를 구매할 수 있게 되겠죠. 한정판 라벨이 붙어있을 때 사람들이 신기하듯 쳐다보던 운동화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운동화가 되어버릴 거예요. 기존에 한정판 운동화가 갖고 있던 차별성이 점차 희석됨에 따라 수요도 자연스럽게 감소하게 될 것이고요.

G: 명품 소비와도 이어지는 현상이네요. 한정판 라벨로 희소성과 차별성이 생기고,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니 가격이 오르고, 비싸도 구매가 이뤄지니 판매량은 증가하고.

K: 그게 바로 스놉 효과(snob effect)예요. 스놉은 우리 말로 ‘속물'이란 뜻인데요. 특별하고 희귀한 제품을 소유한 사람들의 수가 적을수록 수요가 늘어나고,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소비량이 증가하면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스놉 효과의 특징이랍니다.

G: 우리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수요는 결국 다른 이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네요.

K: 이처럼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네트워크 외부효과(network externality)라 하는데요. 한정판 운동화의 스놉 효과와 같이, 다른 사람들의 구매량이 증가할수록 수요가 오히려 감소하는 것을 부정적인(negative) 네트워크 외부효과라고 합니다.

G: 부정적인 네트워크 외부효과가 있다면, 긍정적인 네트워크 외부효과도 있는걸까요?

K: 맞아요. 긍정적인(positive) 네트워크 외부효과는 다른 사람들의 구매량이 증가할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하자면 내 친구들이 많이 쓰니까, 나도 따라서 쓰게 되는 것이죠. 이런 현상은 영어로는 밴드왜건(bandwagon), 한자로는 부화뇌동이라 하죠.

G: 친구가 써서 나도 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K: 꼭 물건이 아니어도 많을거예요.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앱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많이 쓰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G: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마케팅을 똑똑하게 해야겠어요.

K: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의 경우 희소성과 차별성, 생산량과 소비량을 모두 고려해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어요. 다양한 채널을 통해 희소성과 차별성에 대한 광고(*롤렉스의 로저 페더러 광고)를 지속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자사 제품의 소비량이 늘지 않도록 처음부터 생산량을 엄격하게 유지함으로써 스놉 효과를 아주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죠.

이번 화에서는 공동구매를 통한 가격 인하의 원리, 그리고 일반적인 수요의 법칙과 반대되는 현상을 말하는 베블런 효과와 스놉 효과까지 살펴봤어요.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에 대해 잘 알아두면 내 소비 활동도 좀더 근본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Edit 금혜원 Graphic 조수희, 엄선희

– 해당 콘텐츠는 2023.4.4.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전문가 및 필진이 작성한 글로 토스피드 독자분들께 유용한 금융 팁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돕는 것을 주목적으로 합니다. 토스피드의 외부 기고는 토스팀 브랜드 미디어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되며, 토스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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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곤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이며, 거시경제와 국제금융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돈, 경제, 세상의 흐름에 대한 책 ≪경제의 질문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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