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 잘하는 사람은 공인중개사와 좋은 관계를 맺는다

by 김병권

소중한 정보원이 되어줄 공인중개사와 관계 맺기

부동산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부동산중개업소에 들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조차 부담을 느끼곤 한다. 아마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서 그럴 것이다. 손님인 동시에 좋은 매물에 관한 정보를 요청하는 입장인 나를 대하는 공인중개사의 태도도 각각 다르다.

그럼 공인중개사가 누구인지부터 생각해보자. 공인중개사는 임대인과 임차인, 혹은 매도인과 매수인의 중간 입장에서 치우침 없이 부동산을 중개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어느 한쪽에만 유리하게 계약을 유도하지 않아야 하지만, 사소한 것 하나하나 ‘사람간 협의'가 필요한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는 좋은 관계를 맺어두는 것도 필요하다. 누가 먼저 정보를 얻을지, 필수 확인사항을 놓친 것은 없는지 등이 중요하기에 그 핵심 역할을 해줄 공인중개사와 잘 소통하는 팁 2가지를 먼저 전해본다.

⓵ 약속 시간 지키기 등 기본 매너는 필수

부동산 앱에서 손품을 팔면서 관심 있는 집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해당 물건을 내놓은 부동산에 연락해 “집을 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공인중개사는 최소 한 명에서 많게는 서너 명과 통화해가며 집을 보여주기 위해 약속을 잡는다. 이후 빈번하게 약속 변경과 취소가 일어나는데, 그것은 일정을 조정하면 되는 일이지만 ‘노쇼(no-show)’를 겪으면 정말 난감해진다. 노쇼한다는 미안함에 전화조차 안 받는 경우가 많고, 약속시간이 지날 때까지 연락이 닿지 않으니 집을 보여주기로 한 공인중개사와 집주인 쪽은 무작정 기다리게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약속을 잡고 집을 보러가는 도중에 ‘골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건물 외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집 내부를 보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 집에 살고 있는 집주인 혹은 세입자가 바쁘거나 깐깐해서 방문하기가 힘든 경우 약속을 어길수록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약속조차 잡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상호 관계를 알고 나면 약속 시간과 사전 연락의 중요성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더불어 가격을 깎고 싶은 마음에 집주인 혹은 세입자 앞에서 집의 단점을 쏟아내는 것보다는 다 보고 나와서 공인중개사에게 솔직하게 말하며 조율해주기를 요청하는 쪽을 권한다.

⓶ 구체적인 조건을 준비하자

집을 보러 가기 전에는 나의 자금 계획과 선호도에 따라 ‘원하는 집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출발하자. “전세를 찾으세요, 월세를 찾으세요?”라는 물음에 “전세, 월세 다 괜찮아요"라는 답이, “방은 몇 칸 필요하세요?”라는 물음에 “두 칸도 좋고 세 칸도 좋아요"라는 답이, “금액은 얼마까지 생각하세요?”라는 물음에 “대출도 받을 거라서 금액은 딱 정하지 않았어요"라는 답이, “이사 언제까지 하셔야 돼요?”라는 물음에 “아무때나 괜찮아요"라는 답이 돌아오면 공인중개사도 어떤 집을 추천해야 할지 막막해진다. 해당 공인중개사가 보유하고 있는 매물 중에 원하는 조건과 맞는 집을 선별할 수 있도록 예산을 최대 얼마까지 쓸 수 있는지, 이사 일정의 마지노선은 언제인지 등 최대한 정보를 오픈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인중개사와 관계를 쌓으면 좋은 점 4가지

필요 이상의 친분을 쌓지는 않아도 되지만, 분명한 것은 부동산 거래에 능숙한 사람일수록 관심 지역의 공인중개사와 좋은 관계를 맺어두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실력 있는 공인중개사에게서 얻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보금자리를 구하는 일은 대부분 한 차례로 끝나지 않고 전세에서 매매로, 이번 집에서 더 나은 다음 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음의 얻을 것들을 염두에 두자.

① 정보 제공받기 공인중개사는 영업 지역의 개발 호재, 정보, 시장 분위기 등을 현장에서 체험하다 보니 일반인들보다 먼저 보고 듣는다. 또한, 최근에 거래된 금액과 시세는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선호하는 지역의 공인중개사 한두 명 정도를 꾸준히 찾아가면 한발 앞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② 좋은 매물 제보받기 앞서 말한 것처럼 원하는 집에 대한 조건을 정리해서 구체적으로 밝혀두고, 또 당장 원하는 것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관계를 쌓아두면 좋은 매물을 소개할 우선순위를 차지할 수 있다.

③ 없던 매물도 발굴하기 공인중개사는 때로 정성껏 없던 매물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집주인을 설득해서 전세 매물을 손님이 원하는 월세로 전환해 준다든지, 거래하기 적당한 시기라면 집주인이 내놓지 않은 부동산을 팔아보라고 귀띔하기도 한다. 의외로 숨어 있는 매물 찾기나 없던 매물 발굴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④ 나에게 유리한 가격 조정 간혹 중개보수를 깎아주지 않으면 다른 중개업소로 가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부동산 거래 경험이 많은 사람은 중개보수를 넉넉하게 줄 테니 집값을 잘 조절해 달라고 한다. 아무래도 공인중개사는 후자일 때 자신의 노하우를 동원해서 집값 깎기에 돌입할 확률이 높다.

경험상 10억 원 내외의 집이라면 300만~500만 원 정도는 어렵지 않게 깎을 수 있다. 중개수수료 몇십만 원을 깎으려고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공인중개사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마지막 팁: ‘공인중개사’와 ‘중개인’은 다르다

부동산중개업소의 간판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상호가 아래 사진처럼 ‘공인중개사사무소’라고 되어 있는 곳도 있고, ‘중개인사무소’라고 되어 있는 곳도 있다.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부동산중개업소의 간판에는 반드시 대표자 이름과 대표자의 공인중개사 자격증 유무를 표시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대표자가 공인중개사라면 ‘OO공인중개사사무소'라고 표기하고, 공인중개사가 아니면 ‘OO중개인사무소', ‘OO부동산'과 같이 표기한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려면 관할관청(시·군·구)에 개설 등록을 할 때 반드시 ‘공인중개사 자격증 사본'을 첨부해야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공인중개사 시험은 1985년에 처음 생겨났다. 그러므로 그 이전에는 공인중개사라는 자격증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부동산중개업’이라는 업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이때가 바로 복덕방 시절이다. 즉, 자격증 없이 동네 토박이들이 소일거리 삼아 주택 등을 소개해주던 것이  부동산중개업의 시초인 것이다. 그 토박이들이 차린 OO복덕방과 OO부동산은 구도심과 재개발 지역 주위에 여전히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고 정부 입장에서는 이렇게 자리 잡은 중개인들을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일제히 폐업시킬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업소들을 인정하되 한계를 정해뒀다. 첫 번째는 한 번 폐업을 하면 다시는 ‘중개인'으로 재개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언제든 재개업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자신의 사무소가 위치한 지역의 매물만 중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대문구에 위치한 사무소라면 아무리 인접해 있어도 은평구의 매물을 중개할 수 없다. 이제는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많은데 특정 지역 정보에 빠삭하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므로 장단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권한다.


Edit 주소은 Graphic 이은호, 함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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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권

2004년 부동산중개업에 입문해 전월세·매매, 재개발·재건축, 빌라 신축, 경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와 투자 경험을 쌓았다. '부동산아저씨'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부동산 지식을 나눈다. 저서로는 《부동산 대백과》,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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