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과 잔금 날짜만 잘 잡아도 돈 번다
ㆍby 김병권
사람들은 집을 계약하기 전까지는 나름의 계획과 전략을 세운다. 그런데 막상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지급하고 나면 ‘이제 다 끝났다!’라는 생각에 중도금과 잔금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실수하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택 매매의 경우 대개 계약일로부터 중도금은 1개월 이내에 치르고 나머지 잔금은 2~3개월 뒤에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내가 집을 사는 입장이라면, 중도금과 잔금일을 정할 때 공인중개사가 조율해 주는 날짜 혹은 매도인이 원하는 날짜로 정하기보다는 매수인 자신의 상황과 조건 등을 고려해서 유리한 날짜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주의! 중도금 지급 후 계약 해제는 어렵다
민법 제565조 1항을 살펴보면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매수인)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매도인)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행에 착수’란 바로 중도금 지급을 의미한다. 중도금 지급 전까지는 양측 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단, 매수인 의사로 계약을 해제할 때는 계약금을 포기해야 하고, 매도인 의사로 계약을 해제할 때는 계약금의 배액(두 배의 값)을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중도금이 지급되면 양 당사자는 상호 합의가 없는 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가 없게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으로 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중도금 날짜를 정할 때는 무작정 공인중개사가 조율해준 날짜를 따를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날짜가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2. 중도금 일정 어떻게 잡아야 유리할까?
부동산 시장의 경기에 따라 매수인과 매도인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다음의 경우를 참고하여 날짜를 정하는 것이 좋다.
① 매수인 우위시장(=가격 하락 시장, 부동산 비수기)
부동산 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아 가격이 정체해 있거나 떨어질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최대한 중도금 날짜를 길게 잡는 것이 좋다. 중도금을 지급하기 전인데 부동산 가격이 계약금 이상으로 떨어진다면, 이미 지불한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또한, 급한 마음에 일단 계약을 했는데 물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도 중도금 날짜를 최대한 길게 잡아야 한다. 이때 계약금은 최소로 조율해 5% 정도로 지급하는 것이 좋다.
② 매도인 우위시장(=가격 상승 시장, 부동산 성수기)
부동산 경기가 좋아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갈 때, 매수인 입장에서는 중도금 날짜를 최대한 짧게 잡는 것이 좋다. 부동산 상승기에는 1~2개월 사이 심한 경우 10~20% 이상 가격이 오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매매가 5억 원으로 계약금 5,000만 원을 지급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중도금 지급 전 주변에 개발계획 호재가 발표되면서 1억 원이 상승했을 때를 가정해 보자. 매도인 입장에서는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 주더라도 5,000만 원이 남기 때문에 계약의 해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부동산 상승기에는 최대한 중도금 날짜를 짧게 잡아야 한다. 또한 특약사항란에 “중도금 지급일 전이라도 매수인이 원할 경우 미리 중도금을 매도인에게 지급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잔금 일정 잡을 때는 6월 1일을 기억할 것
무언가를 사고팔 때에는 계약만 잘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무리까지 모두 잘 맞추어야 한다. 부동산 매매도 마찬가지다. 잔금 날짜만 잘 잡아도 절세할 수 있고, 매매 가격을 더 깎을 수도 있다.
매수인과 매도인에게 6월 1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부동산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의 납부 의무자를 등기사항증명서상 매년 6월 1일자 소유자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일은 ‘계약일’이 아니라 ‘잔금일(실제 등기를 넘겨받은 날)’을 의미하므로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일을 6월 1일 이후로 하는 것이 좋다. 만약 6월 1일 이전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면, 소유자가 된 지 단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해당 부동산과 관련된 보유세의 1년분 모두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므로 매수인은 6월 1일 이후로, 매도인은 6월 1일 이전으로 잔금일을 잡는 것이 1년치 세금을 절세하는 방법이다. 날짜가 애매할 때는 이를 고려해 거래 가격을 조정할 수도 있다.
4. 매도인의 희망 잔금 날짜가 있다면 협상카드로 활용하자
잔금일은 매도인과 매수인의 조율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간혹 매도인이 계약 조건으로 잔금일을 지정하길 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보통 세금 관련 문제가 있거나 이사 갈 집을 미리 계약해놓은 상태일 때가 많다.
첫 번째, 세금 관련 문제 걸려 있는지 확인하기
가장 부담이 큰 세금은 양도소득세다. 매도인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정해진 날짜까지 집을 팔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매도인은 정해진 날짜 안에 잔금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매가를 더 받는 것보다 날짜를 맞추는 것에 더 비중을 두고 계약을 진행하게 된다.
두 번째, 이사 갈 집이 정해졌는지 확인하기
매도인이 희망 잔금 날짜를 못 박는다면 자신의 집이 팔리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어 미리 계약해 놓았을 확률이 높다. 잔금 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을 때의 초조함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이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하면 매도인 입장에서는 정해진 날짜 안에 잔금이 진행되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매수인 입장에서는 그걸 무기로 금액 또는 조건 등을 조율해볼 수 있다. 집을 살 때 공인중개사나 매도인이 잔금 날짜가 정해져 있는 매물이라고 한다면 그냥 흘려듣지 말고 그 이유를 알아내서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것이 내게 유리한 거래를 만드는 방법이다.
마지막 팁: ‘계약금’에 대한 대표적 오해 3가지
첫 번째 오해, 계약금은 반드시 10%여야 한다?
계약금은 관행상 10%인 것이지,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계약 당사자 간 합의만 된다면 10% 미만으로 정해도 상관없다. 이와는 반대로 매도인이 마음이 바뀔까 걱정이 될 때(예를 들어 상승장일 때)는 계약금을 15~20% 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 매매 대금을 지급하는 비율은 계약금(계약 체결의 증거) 10%, 중도금(계약 이행의 착수) 40%, 잔금(계약 이행의 완료) 50% 정도로 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러나 이 비율 또한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 매도인과 매수인이 조율해서 정하기 나름이다. 또한, 해당 부동산에 대출이 실행되어 있거나 임대보증금이 있다면 그 금액을 고려해서 중도금의 비율을 줄이고 잔금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매수인에게 안전하다.
두 번째 오해, 24시간 안에 해약하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24시간 안에 계약을 해약하면, 하루가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계약금을 반환해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말이다. 부동산 계약이라는 것은 매도인과 매수인의 쌍방 의사에 의해 자유롭게 체결되는 것이다. 일단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었다면 계약한 내용에 따라 양 당사자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민법 제565조(해약금)에 따르면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만 지불된 상태이고 이행의 착수(중도금 지급) 전이라면 계약의 해제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계약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의 약정이 있었다면 그에 따르면 되고, 별도의 약정이 없었다면 매도인은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건넨 계약금을 포기해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대법원 공보관은 공식적인 입장에서도 “부동산을 팔기로 한 사람이 계약금을 받았더라도 24시간 안에 돌려주면 합법적으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말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낭설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정상적으로 체결되고 성립된 계약이라면 24시간 안에 계약을 해약한다 해도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세 번째 오해, 계약을 해제할 때는 실제 지급한 계약금만 포기하면 된다?
매매가 10억 원짜리 아파트의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계약금을 10%로 정했는데, 이체 한도 등 매수인의 사정에 의해 “계약금 1억 원 중 5,000만 원은 익일 오전 12시까지 매도인 계좌로 입금하기로 한다”라고 특약을 기재하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즉, 계약금을 나누어서 지급하기로 하는 경우다. 이때, 매수인의 변심으로 계약을 해제할 때 이미 지급한 돈만 포기하면 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계약을 해제하려면 계약서에 기재된 금액 전액을 지급해야 하므로 이때 포기할 돈은 5,000만 원이 아니라 1억 원이다. 매도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급받은 5,000만 원의 배액상환인 1억 원이 아닌, 계약서에 기재된 1억 원의 배액인 2억 원을 매수인에게 지급해야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Edit 주소은 Graphic 이은호
2004년 부동산중개업에 입문해 전월세·매매, 재개발·재건축, 빌라 신축, 경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와 투자 경험을 쌓았다. '부동산아저씨'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부동산 지식을 나눈다. 저서로는 《부동산 대백과》,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할까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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