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는 왜, 공공문서 서비스를 만들까?
ㆍby 송수아
일상 속 종이 문서의 온라인화를 꿈꾸는 페이퍼제로팀을 만나다.
‘토스’ 하면 어떤 기능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이 토스의 첫 기능이었던 송금을 떠올리실 것 같아요. 또는 금융과 관련된 기능 ─ 대출 받기, 신용점수 관리 등 ─ 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을 테고요.
그런데 토스에서 공공문서 알림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건강검진 안내부터 국가장학금 신청 안내, 운전면허 적성검사 갱신기간 안내, 교통과태료 납부 안내 등을 종이고지서가 아닌 전자문서로 받아볼 수 있는데요. 금융앱인 토스가 공공문서 알림을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공문서의 온라인화를 통해 금융의 온라인화를 꿈꾸는 페이퍼제로팀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박홍비: 페이퍼제로팀의 PO(Product Owner) 박홍비입니다. 토스가 공공 관련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는 단계에서, 어떤 사업을 개발할 것인지 검토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양은비: 페이퍼제로팀의 PD(Product Designer) 양은비입니다. 팀에서 만드는 공공 관련 제품들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장한솔: 안드로이드 개발을 맡은 장한솔입니다. 현재 ‘내 문서함’이라는 제품과 토스 앱 내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기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승현: 서버 개발자 최승현입니다. 한솔님과 마찬가지로 ‘내 문서함’ 제품에 들어갈 증명서 발급 기능을 준비하고 있어요.
Q. 팀 이름이 ‘페이퍼제로’예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박홍비: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종이 문서들이 많지만, 그것들을 처리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불편함이 커요. 예를 들어, 대출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모두 인쇄해 은행에 들고 가야 하는 것처럼요. 페이퍼제로는 이런 종이 문서의 불편함을 줄이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어요. 토스 앱을 통해 공공 문서를 받아보거나 필요한 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듣기만 해도 정말 편리해질 것 같은데요. 혹시 지금 바로 경험해볼 수 있는 제품이 있을까요?
박홍비: 토스에서 ‘내 문서함’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경험해볼 수 있어요. 내 문서함에서는 행정안전부와 연계해 개인의 상황에 맞는 행정정보를 토스 앱에서 바로 확인하는 ‘국민비서’ 서비스를 받아보실 수 있는데요. 백신알림과 교통과태료 납부 알림 등을 토스에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토스를 이용하는 분들께 국민비서 서비스를 가장 먼저 제공하게 된 건 ‘송금’이라는 맥락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에요. 과태료, 범칙금 등을 종이 고지서로 받았을 때 깜빡하고 미납하는 경우가 20%에 달한다고 해요. 내 문서함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토스 앱으로 알림을 받고 과태료까지 납부하는 과정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토스에서도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리고 싶었어요.
내 문서함에서는 백신알림도 받아볼 수 있는데요. 언제, 어디서, 어떤 백신을 맞을지 하루 전날 알림을 보내드리는 서비스예요. 백신을 맞은 후에 이상반응은 없는지 체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이상반응 신고 안내’ 알림도 보내드립니다. 백신알림을 제공하게 된 것도, 여러 공공알림을 제공하는 맥락처럼 일상 속에서 알아차려야 하는 여러 행정 알림들을 고객분들이 놓치지 않도록 토스가 챙겨드리고 싶었어요.
Q. 토스는 금융앱이잖아요. 그런데 공공문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최승현: 공공과 금융은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의 신용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A의 신원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공공과 협업하는 지점들이 발생해요. 그렇기 때문에 금융을 이용하는 과정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공공문서를 처리하는 과정에도 혁신이 필요한 거죠.
박홍비: 토스가 그간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줬던 건,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금융 영역이 남아 있는데요. 공공문서의 온라인화를 시작으로 금융의 온전한 온라인화를 이루고 싶어요. 금융생활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토스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Q. 내 문서함 외에도 또 준비 중인 제품이 있을까요?
박홍비: 토스는 6월 7일 ‘공인전자문서중계자’ 인증을 받았어요. 이를 토대로 전자문서지갑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인전자문서중계자 제도부터 설명해 드리자면 ‘이 회사가 전자문서를 유통할 만큼 안정성과 신뢰성을 갖춘 회사’라는 걸 인증받는 제도예요. 중계자 인증을 받으면 요청한 사람을 대신해 주민등록등본이나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 등의 문서를 발급받아줄 수 있어요. 물론 중계자가 발급한 문서는 종이 문서와 마찬가지로 법적 효력을 인정받고요. 이렇게 공적으로 발급받는 문서들을 모아놓는 서비스를 ‘전자문서지갑’이라고 해요.
현재 발급되는 전자증명서 중 40%가 금융 목적을 위해 발생한다고 해요. 계좌를 개설한다든가, 대출을 받을 때 필요한 서류들이 많은 거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수치로 환산해본 적이 있는데요. 연간 10억 건 정도의 불편함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토스가 전자문서지갑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사람들이 더 캐쥬얼하게 금융 생활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대출을 받는 데 필요한 서류들을 토스에서 확인하고 발급받고 제출할 수 있게 되니 시간이 많이 줄어들고 경로도 단축되는 거죠.
Q. 공인전자문서중계자 인증을 받는 건 굉장히 까다로운 일처럼 들려요. 기술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있을까요?
최승현: 전자문서를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중계설비, 전자문서유통의 날짜와 시각 및 운영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설비, 유통정보를 만들고 검증하는 설비, 전자문서유통에 필요한 시스템을 관리하고 복제 및 저장하는 설비, 그리고 이 설비들과 전자문서유통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보호 설비 등이 필요해요. 그리고 이 설비를 운영⋅관리할 수 있는 기술능력도 있어야 하고요.
이 모든 과정이 ‘미니 토스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할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데요. 다행히 토스에는 플랫폼팀이 잘 세팅되어 있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모두가 제 일처럼 발 벗고 나서주신 덕분에 심사위원들이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결과물을 낼 수 있었죠.
Q. 공공과 일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IT 회사에서 일해온 것과 다른 경험일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지, 또는 공공과 일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을지 궁금해요.
양은비: 그동안 토스 내에서 공공서비스를 다룬 제품이 없었잖아요. 새로운 영역에서도 좋은 UX를 보여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전자문서 서비스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하는 건 ‘사용자가 스스로 전자문를 발급하고 제출하기 위해 특별히 배워야 할 것이 없게 하는 것’인데요. 공공서비스에 사용하는 용어들이 어렵고,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는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사람들이 블로그나 유튜브를 보고 따라하면서 문서를 발급받는 경우가 많아요. 토스 앱에서는 별도의 공부 없이도 문서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쉬운 UX를 경험하게 할 계획이에요.
최승현: 공공의 IT화는 새로운 영역이다 보니 생소한 게 많아요. 금융 정보는 어떻게 IT화해서 이용할 것인지 이미 학습한 것들이 있는데요. 주민등록등본과 같은 공공문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아직 미지의 영역에 있는 거죠. 그런데 이 고민들이 진짜 나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과정이잖아요. 정말 생활 속에 필요한 것들이니까, 우리가 이 문서들을 어떻게 이용해 내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 생각하는 게 좋아요.
장한솔: ‘문서’라는 것의 범위가 엄청 넓은데요. 그런 만큼 많은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앱을 만드는 데 신경 쓰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전자증명서의 발급 형식이나 문서의 상세 화면에서 항목이 추가되거나 삭제되는 경우가 빈번한데요. 앱을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자잘한 변경사항들이 모두 반영되어 잘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은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용어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는 것도 다른 서비스와의 차이점인 것 같아요. 이미 사람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용어들도 있을 테니까, 이걸 그대로 보여주는 게 좋을지 좀 더 쉬운 용어로 순화해서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는 거죠.
Q. 재밌는 포인트네요.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은 찾으셨을까요?
양은비: 무 자르듯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고객마다 전자문서가 필요한 맥락이 모두 다르잖아요. 그런 순간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이해하기 쉬운 문서가 되도록 만들어가고 있어요. 제품을 출시한 후에 유저 보이스를 들으면서 더 개선해나갈 예정이고요.
박홍비: 저희 팀은 혁신이 더뎠던 분야에서 새로움을 만들어나가는 중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희만의 기준을 찾아야 할 때가 많은데요.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유저가 더 편하고 좋다고 느낄지 여러 실험을 통해 기준을 잡아나가려고 합니다.
Q. 공공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박홍비: 저희 팀이 페이퍼제로팀이잖아요. 그런데 하는 일은 ‘페이퍼 맥스(paper max)’ 팀이에요. ‘이 세상에 있는 종이를 내가 다 써서 페이퍼제로로 만드는 건 아닐까?’라고 말한 적도 있을 정도로요.
공공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라이센스가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그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거든요. 만들어야 하는 서류나 자료도 굉장히 많고요. 토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간편하고 우아하면서도 명쾌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 아랫단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면서 없는 것들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최승현: 공인전자문서중계자 제도를 처음 접했을 때 ‘안 보이는 별 같다’라고 생각했어요.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공인전자문서중계자를 전담하는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에 직접 찾아가 알려달라고 했어요. 네다섯 번에 걸쳐 컨설팅을 받으면서 다듬어나갔죠. 그 뒤에 기술심사와 사업계획서 심사를 받으면서 ‘토스는 정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도 될 것 같아요’라는 피드백을 심사위원들로부터 들었어요. 막막했던 분야지만 돌다리 두드리면서 건너듯 차근차근 해낸 거니까, 굉장히 뿌듯했어요.
Q. 페이퍼제로팀의 팀원 분들이 각자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박홍비: 저희 팀원 분들 프로필 사진을 보면 모두 ‘인피니티 건틀렛’을 끼고 있어요. 타노스의 핑거스냅을 통해 세상의 많은 부분이 변화하잖아요. 일상 속의 많은 것들이 저희 팀을 통해서 훨씬 더 간편해지면 좋겠다는 꿈을 꾸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플랫폼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공공 서비스를 간편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디지털 빈부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 깊게 신경 쓰고 있어요. 부모님 이후의 연령대 분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요. 저희가 만드는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의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줄인다면, 전국민으로 환산했을 때 천문학적인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장한솔: 공공서비스를 하다 보니 인증사업이 꼭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때가 많은데요. 다들 경험해보신 것처럼, 공동인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회원가입도 해야 하고 만료될 때마다 다시 갱신해야 하는 게 불편했어요. 현재 토스 자체 인증서비스인 ‘토스인증’을 통해 정부 24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토스에서 공공문서 발급받는 경험을 더욱 매끄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승현: 토스에서 곧 은행이 출범하잖아요. 이때 페이퍼제로팀의 서비스가 다른 은행과 차별되는 경험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증권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매끄러운 경험을 통해 유저들에게 큰 임팩트를 남기고 싶어요.
양은비: 사실 저 자체가 공동인증서라든가, 각종 문서와 친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1년 전만 해도 공공문서를 떼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곤 했죠. 하지만 당연히 바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괴로워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페이퍼제로팀에서 일하면서 ‘공공문서도 편해질 수 있는 영역이구나’라고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정부에서도 점점 종이문서를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근 5~10년 안에는 전국민이 페이퍼리스(Paperless)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최전방에 저희 팀이 있다는 사실에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