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에서 찍어주는 종목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by 황준호

<투자의 환상과 진실> – 1편

요즘 내가 받는 질문들은 크게 세 가지다. 간단히 답하자면,

Q1.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까요? 코스피 지수 ETF만 들고 있어도 행복한 시기입니다. 재미없다고요? 액수가 적어서 그런데 10억을 넣어보세요. 코스피 2000에 들어갔어도 7개월 만에 6억 이익입니다.

Q2. 지금 사놓고 팔지 않으면서 평생 가져갈 주식이 있을까요? 그렇게 쉽게 부자가 되면 너무 좋겠죠. 하지만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동안 눈 가리고 운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Q3. 월 200만 원을 내면 오르는 종목만 골라 준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얼마를 투자하세요? 투자금이 1억이라면, 최소 1년에 2,4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내야 본전입니다.

세 가지 질문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다. 질문자는 어떤 종목을 얼마에 사고팔아야 하는지 모른다. 해결책은 하나다. 오를 종목만 고르면 된다. 그게 리딩방*이 해주는 일이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한가? * ‘리더’로 불리는 자칭 주식투자 전문가가 고수익을 미끼로 메신저나 유튜브 등의 채널을 통해 특정 종목을 사거나 팔라고 추천(리딩)하는 유사 투자자문 서비스. – 편집자 주

월 수백%의 수익률을 내는 리딩방, 믿어도 될까?

하루 30%, 월 수백%의 수익률을 내준다는 리딩방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 리딩방에 비하면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 워렌 버핏이 1965년부터 2019년까지 거둔 연평균 수익률 20.3%는 하찮아 보인다. 하지만 버핏은 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 중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고, 리딩방을 운영하는 누구도 버핏의 부를 뛰어넘지 못했다. “버핏은 원래 돈이 많았잖아”, “내 주위에 리딩방에 200 내고 1억 번 사람이 있어”라며 반박하겠지만, 리딩방의 말이 맞다면 부자가 되는 데에는 100만원으로도 충분하다.

리딩방이 월 100%의 수익률을 1년만 낼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원금 100만 원이 1년 만에 40.96억 원(12개월 동안 매달 2배씩 불면 4,096배)이 된다. 2년 동안 같은 수익률을 낼 수 있으면 그 돈은 약 16.7조 원이 된다. 초기 자금 100만 원만 가지고도 2년 만에 한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부자*가 되는 것이다. 리딩방의 높은 수익률이 말해주는 것은, 어느 리딩방도 수백%의 수익률을 ‘계속해서’ 내지 못했다는 사실뿐이다. * 2020년 7월 기준(환율 1달러=1205.7원), 부자 1위는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으로 당시 자산은 약 20조 8,586억 원.

초보 투자자의 환상

처음 투자를 시작하면 높은 투자 수익률에 집착한다. 그래서 리딩방의 수백% 수익률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란 환상에 사로잡히기 쉽다. 마이너스 수익률이 돈을 벌어주진 않겠지만, 높은 수익률이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높은 수익률이 말하는 진실은 ‘변동성에 노출되었는데, 운이 좋아서 돈을 벌었다’에 가깝다.

부자가 되는 데에는 연평균 20%의 수익률로 충분하다. 이 숫자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버핏의 수익률이 증명한다. 버핏은 지난 55년 동안 연평균 20.3%의 수익률을 거뒀고, 누적 수익률은 2,744,062%에 이른다. 1억을 넣었다면, 2.7조 원이 되는 엄청난 수익률이다.

요즘 같은 상승장에는 자신의 자랑스러운 계좌를 캡처한 화면을 카톡으로 자주 받는다. 분명 수백%의 수익률이 찍혀 있지만, “거기엔 얼마 안 넣었어”라는 아쉬움 섞인 말이 따라붙는다. 수백%의 수익률을 얻고자 대출을 받고, 집을 팔아 전재산을 투자해서 성공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7배가 뛰었다는 테슬라 주식을 가지고 있는 지인조차 “더 살 걸 그랬네요”라며 아쉬움 섞인 말을 한다.

이들은 계좌에 찍힌 극적인 수익률을 원한다. 마치 낚시할 때 처음 잡은 물고기 사진을 찍듯, 그것을 캡처하여 마음 한 편에 저장해 둔다. 그런데 나는 수익률에 집착하지 않는다. 수익금을 높이는 데 집착한다. 수익률은 1%가 되어도 상관없다.

부자가 되는 데에는 높은 수익률이 필요하지 않다

올해 200%의 수익률을 ‘확실하게’ 낼 수 있는 종목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100만 원을 넣었다면 연말에 300만 원으로 불어날 것이다. 그런데 투자금이 200만 원이 되었을 100만 원을 더 넣었으면 연말 수익률은 어떻게 될까?

연말에 수익률은 150%로 떨어지지만 수익금은 3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수익률보다 수익금액이 더 중요한 이유다.

테슬라처럼 어떤 종목이 확실하게 7배가 될 줄 알았다면, 현명한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추가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다. 돈을 계속 넣으면 수익률은 낮아지겠지만 수익금은 더 커진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높은 수익률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수백%의 수익률을 내는 종목에 돈을 추가하는 대신, 지금 사서 수백%의 수익률을 새로 낼 다른 종목을 찾아 나선다.

결국 수백%의 수익률 종목에는 500만 원, -20%의 수익률 종목에는 5,000만 원이 들어가 있는 계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왜 내 계좌에서 수백% 수익률을 기록 중인 종목에는 돈이 이렇게 없을까? 주가가 오를 것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넣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오를 것이 100% 확실한, 떨어질 일이 전혀 없는 투자처가 있다면 어떨까?

무위험 투자처의 매력

손실을 볼 가능성이 없는, 5%의 확실한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무위험 투자처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의 부가 모인다. 조달 비용과 거래비용이 5% 아래라면 전 세계에서 끌어올 수 있는 모든 돈이 이 투자처로 몰리는 차익거래(arbitrage trading)*가 일어난다. 이 거래는 조달 비용과 거래비용이 5%가 될 때까지 일어난다. * 동일한 상품에 대해 두 시장에서 서로 가격이 다른 경우 가격이 저렴한 시장에서 그 상품을 매입하고 가격이 비싼 시장에서 그 상품을 매도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거래. – 편집자 주

2020년 5월, 하나은행이 5.01%의 적금을 출시했다. 132만 명이 3,600억 원을 넣었다. 한도가 30만 원이고 적금 형태라 1년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이자과세(15.4%)를 제외하면 8만 2,650원이었다. 주식투자자에게는 연 5%의 수익률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30만 원의 한도가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3% 이자로 1000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면, 이 상품은 세금과 이자를 빼고도 20억 원을 벌어줄 확실한 투자처가 된다. 1조를 넣을 수 있으면 200억, 10조는 2천억이다. 이처럼 확실한 투자처의 매력은 내가 조달할 수 있는 만큼 매력적이다.

발생 확률만이 중요하다

우리는 실제 수익률 안에 발생 확률이 들어있다는 점을 종종 간과한다. 실제 수익률은 이렇게 계산할 수 있다.

  • 실제 수익률 = 예상 수익률 × 발생 확률

실제 수익률은 예상 수익률에 발생 확률을 곱한 값인데, 수익금은 사실 예상수익률보다 발생 확률에 달려있다. 리딩방에서 말하는 수백%의 수익률 역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에만 유효하다. 만약 예상 수익률이 200%라고 해도 그것이 일어날 확률이 1%라면 실제 수익률은 2%로 돌아온다. 다시 수익금 수식을 보자.

  • 수익금 = 투자금 × 예상 수익률 × 발생 확률

투자로 부자가 되는 길은 간단하다. 발생 확률이 높은 투자처에 많은 투자금을 넣으면 된다. 하지만 리딩방을 포함해서 남이 알려주는 정보로는 많은 돈을 넣을 수 없다. 발생 확률을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는 데에 돈을 많이 넣는 건 더 문제다. 그 종목에 대해서 모르고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급등주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변동성이 높은 상품은 언제나 있다. 지금이라도 코스피 선물이나 옵션 거래를 하면 8배 이상의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변동성이 심하다는 말은 수익을 볼 가능성만큼이나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고, 높은 변동성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에게는 결과적으로 한때 돈을 벌었던 캡처 화면과 빚만 남을 확률이 크다.

리딩방에서 찍어주는 종목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개인 투자자가 투자로 큰돈을 벌기 힘든 이유는 발생 확률을 모르기 때문이다. 발생 확률을 모르기 때문에 많은 돈을 넣지도 못한다. 리딩방을 포함하여 누군가에게 들은 투자처 역시 그렇다. 잘못된 질문을 하면서 어떻게 좋은 결과물을 바랄까? UFC 격투선수와 싸우면서 “어디를 때려야 할까요?”는 좋은 질문이 아니다. 어디를 때려도 내가 질 텐데 급소를 알아봤자 승부는 정해져 있다. 투자 역시 “어떤 종목에 투자할까요?”는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지금 거기를 때려도 될까?”를 물어야 한다.

투자를 한다고 하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현실은 정 반대다. 매일 리포트를 읽으면서 ‘이 종목이 얼마나 오르고 내게 얼마를 벌어줄까’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투자한다면 내가 손실을 볼 가능성과 얼마까지 손실을 견딜 수 있는가’만 생각한다. 살아 돌아갈 길을 고민하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도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투자자는 낚시꾼이 아니라 원양어선 선장에 더 가깝다. 낚시꾼은 물고기를 잡으면 자랑하는 사진을 찍느라 바쁘겠지만, 원양어선 선장은 살아 돌아갈 길을 고민한다. 매일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할지, 최악의 상황에서 하방(下方)으로 얼마나 열려있는지 확인하고, 어떤 종목의 하방이 닫혀있다고 생각하면 투자를 집행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렇게 위험을 피해 다녀서 언제 돈을 버냐고 묻는다. 이는 투자 세계를 간과해서 묻는 질문이다. 투자는 전 세계 천재들과의 게임이다. UFC보다 더 치열한 격투 게임장이다. 심지어 나는 투자를 전쟁터라고 생각한다. 나는 첫 커리어를 증권사에서 시작해서 지점에서 수백 명이 돈을 잃는 것을 봤다. 전쟁터에서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나면, 여기서 한 명 더 죽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남는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전쟁터에서는 살아만 돌아가도 영웅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재미없는 투자를 왜 하냐고 다시 묻는다면, 역시 투자가 전쟁터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살아 남기만 해도 영웅이 되는 곳이 얼마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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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글 쓰는 전업 투자자이자 사이렌 파트너스 대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선물옵션과 현물, 제도권과 야생에서의 투자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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