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LH 사태,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by 이영균

‘내 집 마련’이 가장 큰 소원이라는 요즘, 이런저런 부동산 뉴스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쉽게 읽는 부동산 정책> 시리즈는 지난 한달간 가장 뜨거웠던 부동산 뉴스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이 시리즈는 부동산 뉴스레터 ‘부딩’과 함께합니다.

3월 한 달, LH 직원들로부터 시작된 토지 투기 사태가 온 나라를 들쑤셨습니다. 최근 정부는 투기가 확인되는 공직자를 모두 구속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화가 나는 한편으로 궁금합니다. 이번 사건이 나에게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요. 먼저 그간의 타임라인부터 짚어보겠습니다.

LH 사태 진행 상황

투기 의혹 첫 제기

3월 2일, LH 일부 직원들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땅을 미리, 엄청나게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들은 대출금 58억 원을 포함, 약 100억 원을 이용해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의 땅 총 2만3028㎡(약 7000평) 규모를 사들였다고 알려졌습니다. 다만, 해당 지역은 이전부터 다양한 개발 이슈가 있었기에 LH 직원들이 땅을 샀다고 해서 모두 투기로 몰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 장관도 “정보를 알고 산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요.
*경기도 남양주시 왕숙, 하남시 교산 등에 아파트 30여만 가구를 짓는 현 정부의 대표적 주택공급 정책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내부 조사 결과 전⋅현직 직원 13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 전, 실제로 땅을 사들인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이들이 사들인 땅은 대부분 농지였고, 개발에 들어가면 대토보상(代土補償)*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일이 커지자 LH는 관련자 전원을 직무 배제하고 자체 전수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합동 조사단을 내세워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은 물론 전⋅현직 임원들과 그들의 가족까지 모조리 조사하겠다고 밝혔고요.
*공공사업에 수용되는 토지를 현금 대신 개발된 땅으로 보상하는 제도입니다. 땅으로 보상받으면 면적은 줄지만 그곳에 건물을 지을 수 있어 가격이 오른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 평가입니다.

국민청원과 ‘나무’의 등장

하지만 사람들의 화난 마음은 달랠 수가 없었습니다.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철회하자는 국민청원이 등장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땅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제보가 빗발치기 시작했고요. 사람들은 경기도 시흥시 일대뿐 아니라 세종시 등 전방위로 투기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매체는 3기 신도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2018년에도 정부의 공식 발표 전, LH 직원이 고양원흥지구(3기 신도시의 일부) 도면을 유출했지만 혐의가 확실했던 직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의’ 등의 가벼운 처분만 받았던 걸 꼬집으면서 말입니다.

이즈음 ‘나무’가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LH에선 원주민의 땅을 수용할 때 나무나 건물 등을 따로 감정평가해 보상하는데, LH 직원들이 토지보상금*을 높이기 위한 꼼수로 같은 면적에 상대적으로 많이 심을 수 있고, 물만 주면 별다른 관리가 필요 없는 나무를 골라 매입한 땅에 심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공익사업을 위해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민의 재산권을 가져오며 보상해주는 돈을 말합니다.

정부의 진퇴양난

정부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가 발표되었지만, 겨우 20여 명의 LH 직원과 공직자를 색출하는 데 끝나자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또한, 투기 의혹 20건 중 11건이 변창흠 국토부장관의 LH 재임시절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변 장관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후 LH 직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면서 상황은 더욱 나쁘게 흘러갔습니다.

3월 30일, 정부가 LH발 투기 의혹 사태와 관련해 500명 이상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LH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만의 일입니다. 검찰은 우선 최근 5년간 불기소 처분 등이 내려진 부동산 투기 사건을 재검토하고, 혐의를 발견할 때 직접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는데요. 이는 과거 사건에 대한 조치로 이번 LH 투기 사태와 크게 연관 짓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내게 미치는 영향은?

가장 큰 문제는 믿음의 고리가 끊겼다는 겁니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정부의 공급 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물론 정부는 7월에 있을 3기 신도시 사전 청약*과 공공개발에 대해 “무슨 말이냐, 원래대로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3기 신도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발 예정지에 살던 원주민들을 설득해 땅을 수용해야 하는데요. 이제 누가 LH와 정부의 말을 믿겠냐는 겁니다. 즉, 앞으로 LH 직원들과 공직자들의 투기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은 늘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본청약보다 1~2년 먼저 일부 물량의 당첨자를 선정하는 제도입니다. 당첨자는 본청약까지 자격을 유지하면 100% 입주가 가능합니다. 7월부터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9월 남양주 왕숙, 11월 부천 대장과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등에서 진행합니다.

LH발 투기 사태의 피해가 고스란히 청년층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이번처럼 나무를 이용해 대대적인 편법을 쓰면 보상가가 확 오를 테고, 결과적으로 분양가까지 높아져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체들은 부동산 가격 급등만으로도 심란한데 공기업 직원의 투기 의혹까지 드러나며, 청년이 성실히 노력하면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신의가 깨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전청약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당장 7월부터 3기 신도시의 사전 청약을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사람들은 지난 2009~2010년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현 사전청약제)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며 1만3398명의 사전예약을 받았지만 본청약 지연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입주를 포기하면서 실제 주택을 공급받은 사람은 5512(41.1%)명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2012년 사전예약제를 진행한 하남 감일지구 B1 블록의 경우, 7년이 지난 2019년 말에야 본청약에 들어가면서 입주까지 거의 10년간 사전 예약자 수백 명이 부동산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Edit 송수아 Graphic 이은호 이홍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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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균

    프리랜서 피처 에디터이자 뉴스레터 부딩 대표. Noblesse, artnow, GEEK 등을 거쳐 현재 부딩에서 밀레니얼을 위한 부동산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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