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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에서 시작해 지식으로 끝나는 ⟪미식경제학⟫ 출간

by 토스

“대기줄 대박… 여기 한 달에 얼마나 벌까?” “이 동네 언제 이렇게 좋아졌지?” “내추럴 와인과 오마카세는 왜 2030 사이에서 유행했을까?” “스페셜티 커피는 진짜 비싼 값을 할까?”

즐거운 미식 생활 뒤로 우리는 늘 ‘돈'을 떠올립니다. 내가 이 값을 지불하는 가치가 있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골목 안 맛집에 몰려들었는지, 다음 유행은 또 누가 이끌지를 궁금해하면서요.

먹고 마시는 경험은 다른 분야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고 지불한 비용에 대한 만족감도 즉각적이기 때문에, 미식 트렌드에는 소비활동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의 관심이 크게 작용해요. 시장경제와 현대인의 욕망이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분야이기도 하죠. 그래서 취향과 경제를 잇는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에서는 ‘미식'이라는 주제에 경제적 시선의 질문을 던지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본격 음식X경제 다큐멘터리 ⟨미식경제학⟩!

내추럴 와인, 스페셜티 커피, 채식, 핫플레이스 등 미식을 둘러싼 키워드를 살피자 취향과 소비, 그리고 경제 이야기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따라나왔어요. 유독 2030에게 인기가 많은 화제의 음식에는 어떤 시장 원리가 숨겨져 있는지, 요즘 식당을 차릴 때 바 테이블 구조를 많이 만드는 건 왜 그런지, 성수동은 언제부터 핫플레이스가 되었는지 등 한번쯤 궁금했을 질문들을 시장경제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냈습니다.

전 ‘사운즈한남’ 총괄 셰프이자 유튜브 채널 ‘공격수셰프’(구독자 25만 명)를 운영하고 있는 박민혁 셰프를 필두로, 각 업계의 전문가들과 함께한 ⟨미식경제학⟩을 이제 한 권의 책으로도 만나볼 수 있어요. 식문화, 핫플레이스, 인플레이션 등 미식에서 뻗어나가는 다양한 갈래의 주제를 아우르며 취향과 소비, 경제의 관계를 정리했고, 유튜브 콘텐츠의 경쾌하고 감각적인 매력은 그대로 살리되 방송에서는 다 다루지 못했던 취재기를 속속들이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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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내지 이미지 제공=위즈덤하우스

책 ⟪미식경제학⟫ 미리 보기 1. 미식 트렌드

“힙 플레이스를 알고 싶다면 내추럴 와인을 검색해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요즘 뜨는 동네를 알고 싶을 때 검색 키워드로 쓰일 정도로 힙의 대명사로 떠오른 내추럴 와인은 양조 과정에서도 첨가물을 최대한 넣지 않으며, 발효시킬 때도 자연 효모를 주로 사용한다고 해서 내추럴 와인이라고 이름 붙여졌어요. 지역명이나 품종에 기대지 않고 와인 메이커 각각의 스토리와 취향을 강조함으로써, 지역을 내세워 와인을 라벨링하는 기존의 와인 시장에 차별화된 포지션으로 안착했죠. 맛의 개성과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한 예쁜 라벨, 와인 메이커의 스토리 등 보다 직관적인 정보를 내보이고 있기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큰 규모의 산불이 발생했는데요. 2019년 호주, 2020년의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까지 모두 와인 생산지를 끼고 있었습니다. 와인이 멸종 위기 음식으로 꼽히기도 하는 가운데, 제초제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추럴 와인이 던지는 화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 생산은 자연 그대로 맛과 풍미를 즐기자는 취지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자는 목적도 있으니까요. – 36쪽, 「멸종 위기에 처한 와인」 중에서

와인의 인기와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치즈 시장에서 아직까지는 가공 치즈가 차지하는 비율이 90퍼센트로, 자연 치즈는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죠. 책에서는 치즈 전문가와 함께 그 이유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아르티장 치즈를 소개함으로써 미식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던집니다.

아직 한국 치즈 시장은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유럽은 당연하고 심지어 일본만 해도 유제품에서 요거트 시장은 굉장히 작은 반면 치즈 시장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해요. 그리고 그 치즈 시장에서 자연 치즈가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70퍼센트가 되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로 가공 치즈 비율이 약 90퍼센트로 치즈 생산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죠. 이런 상황을 아쉬워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시장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 87쪽, 「아르티장 치즈라는 새로운 도전」 중에서

한편 농장 한 곳에서 소량 생산한 원두로, 원두 본연의 맛과 개성을 최상으로 끌어낸 커피를 일컫는 스페셜티 커피의 인기는 커피 시장에 ‘제3의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카페라는 공간을 소비하기 위해 커피를 즐기는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보다 커피 한 잔의 퀄리티를 신경 쓰는 부류의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자, 결국 커피 비즈니스 모델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고, 전 세계 어느 매장을 가도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균일함을 고집하던 스타벅스마저 ‘리저브’를 시작하는 등 프랜차이즈 기업에서도 스페셜티 커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스타벅스가 국내에 들어온 때는 1999년입니다. 20년 동안 무섭게 성장하면서 커피 시장의 1인자가 되었지만 2010년대 들어서 영업 이익률이 정체돼요. 너무 큰 성공이 또 다른 고민을 낳은 겁니다. 전국에 이미 들어설 만한 곳들은 다 들어섰고, 스타벅스를 벤치마킹하는 브랜드도 많아져서 다음 단계를 고민할 때가 된 거죠. 그 해답을 찾은 게 바로 스타벅스 리저브였어요. 리저브Reserve는 ‘따로 남겨두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인데요. 보통 리저브 와인이라고 하면 와이너리에서 따로 판매하는 고급 와인을 지칭합니다. 스타벅스의 CEO였던 하워드 슐츠의 전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네이밍이죠. 한마디로 고급화 전략입니다. – 105쪽, 「리저브라는 네이밍에 담긴 의미」 중에서

책 ⟪미식경제학⟫ 미리 보기 2. 공간 비즈니스

지금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런이 필수인 식당과 카페 들이 모두 모여 있는 지역, 성수가 핫플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수동 일대는 대부분 준공업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준공업 지역 특성상 용적률 400퍼센트까지 개발할 수 있는 데다 개발의 여지가 큰 오래된 창고나 공장, 정비소 건물이 많아,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에게 무척 매력적인 지역입니다.

요즘에는 카페 등 F&B 공간 없이는 공간 비즈니스를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사실 또한 눈여겨볼 지점이에요. 어떤 공간을 아무리 애써서 잘 만들어둔다고 해도 사람들이 그곳을 적극적으로 체험해보려는 노력 없이 지나친다면 소용이 없는데, 공간 한편에 카페나 식당을 열어둔다면 사람들이 그곳에 보다 오랜 시간 머물면서 공간의 분위기나 특징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전히 부동산 가치 측면에서 건물의 1층이 높이 평가되곤 하지만, 어떤 곳을 우연히 방문하는 사람보다 일부러 그곳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진다면 상권 선호도나 상권 내에서 입지 선호도가 언젠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상권을 바꿔놓는 거죠. 대로변에 접해 노출이 많이 되는 입지보다 이면 도로 근처라도 식물로 둘러싸인 곳을 선호하게 될 수도 있고요. – 52쪽,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상권」 중에서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서 MZ세대 사이에 ‘스강신청’이라고 불리며 외식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오마카세도 엄밀히 말하면 공간 비즈니스와 관계가 있습니다. 오마카세 식당의 특징은 바로 카운터 석을 의미하는 ‘다찌’ 형태의 테이블 구조인데, 유동적인 인원수에 따라 매출 손실이 날 수 있는 일반적인 테이블 구조와 달리, 정해진 인원과 정해진 메뉴로 꾸려갈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셰프들에게 창업비가 적은 아이템으로 손꼽히고 있어요.

오마카세로 유명한 식당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사장님들이 다 젊다는 거예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요리사들이 요리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고 하면, 먼저 큰 식당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며 올라가는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시기에는 식당에 손님들이 없다 보니, 학교를 졸업하고 쏟아져 나오는 요리사들을 업계가 감당할 수 없게 된 거죠. 그렇게 젊은 요리사들이 취업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식당에 소속되어 일하기 싫은 마음에 창업에 도전했는데요. 아무래도 자본이 부족하다 보니 작은 공간을 얻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 보니 공간 효율성을 위해 다찌로 테이블 구조를 짜는 것이 유리했죠. 그런 구조라면 사장님 혼자서도 식당을 운영할 수 있으니까요. 오마카세 형태로 1부, 2부 예약제로 나눠서 식사를 진행하면, 정해진 인원과 정해진 메뉴로 꾸려갈 수 있기 때문에 매출과 비용 면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 148쪽, 「오마카세 테이블 구조의 비밀」 중에서

책 ⟪미식경제학⟫ 미리 보기 3. 앞으로의 미식

식량 위기 문제와 비건 문화 또한 미식 트렌드에서 간과할 수 없는 주제입니다. 특히 식량 위기와 관련해서는 유튜브 채널 ‘홍기빈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의 홍기빈 소장이 나서서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을 비롯해, MIT 과학자들의 연구서 『성장의 한계』의 내용을 소개하며 코앞까지 들이닥친 식량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대해 논합니다. 식량 위기는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이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정치 사회적인 위기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인해 곡물과 해바라기유의 생산이 불투명해지자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그 여파가 우리나라의 식용유 품절 사태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식량 위기가 공동의 문제임을 실감할 수 있어요.

이렇게 곡물 중 한두 가지의 가격이 뛰기 시작하면 다른 곡물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해바라기 식용유를 예로 들어볼까요. 해바라기 식용유의 품귀 현상이 벌어지게 되니 곧바로 팜 식용유의 가격도 급등합니다. 팜 식용유의 가장 큰 수출국은 인도네시아인데요. 인도네시아 자체에서도 식문화 때문에 팜유 소비량이 높은 편인데, 해외 수출 물량이 급증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가격 안정을 취하기 위해 한동안 식용유 수출을 막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일부 마트에서 식용유 구입 갯수를 2개 이하로 제한하기도 하고 제품 자체가 품절되기도 했어요. – 168쪽, 「식량 위기에서 이어진 정치 사회적 위기」 중에서

책은 앞으로의 미식을 위한 실천으로 ‘채소 친화적’ 요리를 추천하며 끝을 맺어요. 비건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건 안 된다’는 식의 비판이나 계몽적인 태도가 아닌, 채식의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도록 채소 중심의 식단을 꾸리며 선택지를 넓혀가는 것이 앞으로의 미식을 위한 방법일 것이라고 권합니다. 흔히 말하는 패션 비건, 비건에 관심 있다고 말부터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SNS나 미디어에 더 자주 노출될수록 그 흐름에 합류하는 사람도 많아질 테니까요.

제 기준에서 비건은 선택지를 줄이는 게 아니라, 넓히는 거예요. 영국의 젊은 셰프 루비 탄도는 말합니다. 음식을 먹는 단 하나의 옳은 방법은 없다고, 누군가에게 정크 푸드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소울 푸드가 될 수 있다고요. 그 말을 뒤집어보면, 요리를 하는 단 하나의 옳은 방법도 없는 거예요. 육식도, 채식도, 잡식도 모두 마찬가지겠죠. 〈미식경제학〉을 진행하면서 꼭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어요. ‘선택과 다양성’이요. 이것은 미식, 경제, 그리고 우리 삶 모두에 중요한 가치일 겁니다. – 203쪽, 「비건은 선택지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넓히는 것」 중에서


Edit 주소은 Graphic 홍가영

미식 트렌드 뒤에 숨겨진 경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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