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한국은 정말 상속세를 많이 내는 걸까

by 박병률

Editor’s Note

85세 생일에 숨진 채 발견된 베스트셀러 작가의 막대한 유산을 둘러싼 추리 영화 ⟨나이브스 아웃⟩. 가족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않은 재산을 혼자 상속받게 된 마르타에 빙의해 상속세를 가늠해 봅니다. 상속세율이 높다는 한국, 정말로 세금 부담이 큰 걸까요?

“사랑하는 린다, 월터, 조니에게.
내 결심에 놀랄 녀석들도 있을 거다.
상속에서 제외하는 것은 힘든 결정이었다.
가족 간 미움을 키우려는 것이 아님을 이해해다오.
실은 그 반대란다. 품위 있게 받아들이고 서운해하지 말아라.
이게 최선이다. 아빠가.”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6000만 달러(약 771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산을 남기고. 삼 남매는 귀를 쫑긋 세운다. 아버지는 나에게는 얼마나, 무엇을 남겨 주셨을까. 그런데 가족에게는 단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단다. 아버지는 모든 재산을 자신의 간병인에게 남겼다. 가족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이언 존슨 감독의 영화 ⟨나이브스 아웃⟩는 막대한 유산을 남긴 유명 작가의 미스터리한 사망을 다룬 탐정 영화다.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은 ‘칼을 뽑다’라는 뜻이지만 숙어로는 ‘누군가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다’라는 뜻도 있다. 장례식에는 고인이 살해를 당했는지, 혹은 자살을 했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사람들이 모여 든다. 이 미스터리를 풀어줄 사람은 최후의 탐정이라 불리는 브누아 블랑.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잘 알려진 다니엘 크레이그가 배역을 맡았다.

저 여자가 아버지에게 무슨 술수를 썼길래

미스터리 장르의 베스트셀러 작가 할런 트롬비가 숨진 것은 자신의 85세 생일 파티 다음 날이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단정하지만, 익명의 의뢰인이 탐정 브누아 블랑에게 수사를 맡긴다. 경찰과 블랑은 전날 파티에 참석한 가족 전부를 대상으로 심문을 벌인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가족들과 할런 사이에는 제각기 다른 갈등이 존재했다. 사위 리처드는 장인 할런에게 불륜을 발각당했다. 며느리 조던은 그간 돈을 훔치던 것이 들통나 시아버지 할런으로부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아버지 소유의 출판사를 운영하던 막내아들 월터는 아버지 작품의 판권을 넷플릭스에 팔려다 아버지 할런로부터 해고를 당한다. 손자 랜섬은 할아버지 할런으로부터 유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모두들 사정이 있기는 해도 이 때문에 할런을 살해했다고는 보기 힘든 상황. 경찰과 블랑은 할런이 생전에 가장 아꼈다는 간병인 마르타를 부른다. 마르타는 가족들의 비밀을 더 알고 있을까.

자살로 끝나려던 사건은 유언장을 들고 온 변호사로 인해 반전된다. 할런은 죽기 일주일 전 유언장을 수정했다. 할런이 남긴 재산은 담보 채무가 없는 저택과 현금 6000만 달러. 그리고 출판사 ‘블러드 라이크와인’의 소유권과 작품 저작권이다. 변호사는 유언장을 천천히 또박또박 읽는다.

“나 할런 트롬비는 온전한 정신과 몸으로 현금을 비롯한 내 모든 재산을 마르타에게 상속한다. 블러드 라이크와인 출판사 소유권도 마르타에게 상속하며 모든 책의 저작권 또한 마르타에게 남긴다.”

가족들은 충격에 빠진다. 사랑하는 우리에게는 단 한 푼도 남기지 않다니. 모르핀을 너무 맞은 나머지 할런은 정신이 나갔던 것일까. 아니면, 여우 같은 간병인 마르타가 무슨 술수를 쓴 것일까.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집은 남았다. 변호사는 유언장을 마저 읽는다.

“디어본 드라이브 2번지 저택과 모든 살림도 마르타에게 남긴다.”

유언이 없었다면
어마어마한 재산의 원래 주인은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면 아버지 할런의 재산은 자동으로 가족들에게 분배된다. 한국의 경우 민법 제1000조에 상속의 순위가 지정돼 있다. 1순위는 배우자와 직계 비속이다. 직계 비속이란 나를 중심으로 아래 세대에 속하는 자녀를 뜻한다. 그러니까 아들과 딸이다. 만약 태아가 있다면 태아도 상속 대상자가 된다. 아들딸이 없으면 손자와 손녀가 상속을 받는다. 직계 비속이 없으면 2순위로 직계 존속과 배우자가 상속자가 된다. 직계 존속이란 나를 중심으로 위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이므로 아버지 어머니다. 자녀가 없으면 아버지 어머니와 배우자가 상속을 받는다는 뜻이다. 직계 비속과 직계 존속 없이 배우자만 있으면 배우자가 유일한 상속자가 된다. 다만 사실혼이거나 이혼한 경우는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만약 직계 비속과 직계 존속이 없고 배우자도 없으면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된다. 아버지가 다른 형제자매, 어머니가 다른 형제자매도 상속인이 된다. 큰 재산을 남긴 아버지 사후에 모르던 형제자매가 나타나 상속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진행되는 드라마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 조항 때문이다.

형제자매도 없다면 4촌 이내의 방계 혈족이 상속인이 된다. 방계 혈족이란 3촌과 4촌을 뜻한다. 먼저 3촌이 상속인이 될 수 있고, 3촌이 없거나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 4촌이 상속인이 된다.

방계 혈족마저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특별 연고자가 가정법원에 청구해 그 결정에 따라 상속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받을 수 있다. 특별 연고자란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 동거자, 부양이나 간호를 한 자 등이다. 특별 연고자의 재산 청구도 없다면 상속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하지만 이 모든 권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은 유언장이다. 피상속인이 특정인을 지정했다면 민법상의 권리는 사라진다. 할런의 간병인인 마르타는 특별 연고자에 해당한다. 남미에서 미국으로 불법으로 넘어온 이민자의 2세다. 마르타는 할런을 정성껏 간호하면서 좋은 말벗도 되어줬다. 할런은 사고뭉치 가족들에게 유산을 넘기느니 성실한 마르타에게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무리 간병인이 성실해도 그렇지, 피붙이를 모두 저버린 할런의 조치를 가족들이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당황한 할런의 삼 남매는 유언을 무효로 만들 방법을 찾는다. 여우 같은 마르타가 늙은 할런을 꾀었다고 하면 안 될까? 하지만 유언을 전달한 변호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강압에 의해 유언이 바뀌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판사님, 저 여자는 성실함과 상냥함으로 우리 아버지를 사로잡았습니다?’ 씨알도 안 먹히겠죠.”

할런의 가족들이 찾은 마지막 수단은 상속결격이다. 상속결격이란 상속을 받을 자격을 잃는 행위다. 민법 제1004조에 따르면 고의로 직계 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는 상속결격이다. 만약 마르타가 할런의 죽음에 관여했다면 유언은 무효가 되고, 민법에 따라 가족들은 재산을 나눠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할런의 사망은 자살이라고 믿던 가족들의 눈빛이 변한다. 만약 블랑이 할런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밝혀내고, 여기에 마르타가 연루돼 있다는 것만 증명해 낸다면 상황은 바뀔 것이다.

마르타가 할런의 재산을
한국에서 상속받으면 세금은 얼마?

상속은 돈이 걸린 문제라서 불화를 지피는 경우가 많다. 상속을 많이 받으면 많이 받는 대로, 적게 받으면 적게 받는 대로 탈이다. 상속세도 논란의 대상이다. 한국의 경우 상속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며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한국 사회 특성에 비추어 높다고 보기 어려우며 현행 상속세율을 유지하거나 더 높여야 한다는 반박도 있다.

만약 마르타가 할런의 재산을 한국에서 상속받는다면 얼마의 상속세를 내게 될까. 상속세율은 과세표준(공제되는 금액을 제외하고 세금을 부과할 때 적용되는 금액 기준)에 따라 10~50%다. 과세표준 기준으로 물려받는 재산액이 1억 원 이하면 10%, 30억 원을 초과하면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마르타는 인적공제 5억 원을 제외한 6000만 달러와 출판사 자산, 저작권 가치, 저택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의 50%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사실상 상속받은 재산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다른 가족이 상속받더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삼 남매가 아버지 할런의 재산을 3분할해 받는다면 상속세도 3분의 1씩 부담하면 된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주요국가와 비교해 볼 때 낮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의 ‘OECD 회원국들의 상속 관련 세제와 시사점(2021)’ 자료를 보면 일본이 55%로 한국보다 높다. 하지만 프랑스 45%, 미국과 영국 40%, 독일과 벨기에 30%, 네덜란드 20% 등은 한국보다 낮다. 호주, 캐나다, 멕시코, 뉴질랜드, 포르투갈, 노르웨이, 스웨덴, 룩셈부르크처럼 상속세가 없는 나라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정말로 다른 나라보다 상속세 부담이 큰 걸까? 최고세율만 봐서는 착시가 생긴다. 최고세율은 글자 그대로 상속을 아주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이다. 그러니까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멀다.

참여연대의 ‘상속세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2019)’을 보면 한국의 상속 결정 세액은 과세가액 대비 16.7%다. 그러니까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부과된 상속세를 세율로 환산해보면 16.7% 정도다. 실효세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각종 공제가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상속을 받는다면 인적 공제 5억 원, 배우자 공제 5억 원 등 총 10억 원에 대해 공제가 적용된다. 10억 원을 상속받더라도 세금은 0이라는 뜻이다. 자녀들의 경우도 5억 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만약 살던 집을 상속받는 경우는 최대 6억 원의 공제가 추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19년 상속세 납부대상자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상속인(34만 5290명) 중에서 실제 상속세를 낸 사람은 8357명으로 전체의 2.4%밖에 없다. 소수의 고액 상속자를 제외한 일반 국민들은 상속을 받더라도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설사 내더라도 부과되는 상속세액은 크지 않다.

상속세 없는 나라와 한국의 차이는 ‘소득세’

상속세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종종 국제 비교를 한다. 최고세율을 보기도 하고 전체 세금에서 차지하는 상속세 비중도 비교한다. 하지만 국제 비교를 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나라마다 세금 체계가 달라 착시 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경우는 상속세가 없지만 자본이득세를 높게 부과한다. 소득세와의 연관 관계도 잘 따져야 한다. 통상 소득세가 높은 나라는 상속세가 낮고, 소득세가 낮은 나라는 상속세가 높다. 상속이란 피상속자가 생전에 소득세를 떼고 모은 재산을 가족에게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생전 소득세를 많이 걷었다면 상속세는 저율로 부과하는 경향이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20%로 낮지만, 소득세 최고세율은 52%로 주요국 중 가장 높다. 벨기에도 상속세 최고세율은 30%지만 소득세 최고세율은 50%다.

상속세율 논쟁은 삼성의 이건희 회장 사후 삼성 일가가 12조 원의 세금을 내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거졌다. 기업 오너의 자녀들이 상속받기 위해 막대한 상속세를 내다 보면 지분을 사모을 돈이 부족해 지분율이 떨어지게 되고, 자칫하면 기업을 이어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또 상속재산의 50%나 떼어가면 자녀들에게 물려줄 몫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 오너들이 열심히 일할 유인을 잃어버린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부의 이전이 너무 쉬우면 사회적 변동성이 떨어져 오히려 자본주의 발달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부잣집 아들은 아버지 부를 이어받아 손쉽게 부를 일구고, 가난한 집 아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를 축적할 기회가 없으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재산은 모두 26조 원으로 12조 원의 세금을 내더라도 삼성 일가는 14조 원이라는 엄청난 자산을 상속받는다.

서구 사회는 자수성가를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부모의 돈으로 부를 일구기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부를 성취한 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영화 속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유언장이 공개되기 전부터 할런의 손자 랜섬이 상속에서 제외됐다는 얘기가 퍼진다. 랜섬의 부모는 아들 랜섬에게 “철들 기회야”, “차라리 네겐 인생 최고의 사건일지도 몰라”라며 위로한다. 다른 가족들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네겐 좋은 일이야. 입에 쓴 약이 몸에도 좋은 거지”라고 거든다. 상속을 통해 공돈을 받겠다는 심보가 그리 명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아는 거다.

막대한 유산을 받는다고 자녀들이 언제나 잘되는 것도 아니다. 내 손으로 이루지 않은 주체 못할 부는 자녀들의 성장을 멈추게 하고 헛된 유혹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할런이 가족 누구에게도 상속재산을 남기지 않은 것은 자신의 재산이 가족들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자신의 돈을 받아 생활하면서 불륜을 저지르고, 거짓으로 돈을 빼돌리고, 마약을 하며 타락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생신 파티에서 할아버지로부터 “한 푼의 재산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랜섬은 화가 나 차를 몰고 저택을 떠난다. 한참을 달리다 어느 나무 모퉁이 앞에 차를 세운 랜섬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마르타에게 고백한다. “그래, 철들 기회일지도 모르지. 인생 최고의 사건일지도 몰라.” 마약쟁이에 난봉꾼인 랜섬은 정말 생각을 고쳐 먹었던 것일까? 답은 영화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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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 주소은 Graphic 조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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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공학 전공 후 경제부 기자가 되었을 때의 좌충우돌이 쉬운 정보 전달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경제라는 쓴 커피에 영화라는 연유를 넣어 달콤한 연유라떼를 내어놓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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