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메타버스를 이해할 마지막 기회

by 박병률

Editor’s Note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두 가지 재미 요소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작비의 80%를 들여가며 사용한 레전드 캐릭터들을 찾아가는 재미, 두 번째는 그렇게 작품을 즐기다 보면 멀게만 느꼈던 메타버스의 메커니즘이 이해되는 재미입니다. 오늘은 영화가 개봉한 지 몇 년이 흐른 지금에야 더 소화가 잘 되는 가상현실 세계로 들어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숨겨놓은 메시지를 찾아볼게요.

그때 볼 때는 낯설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비로소 이해되는 영화가 있다. 영화적 설정이나 영화가 지닌 철학이 시대를 앞서갔을 때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레디 플레이어 원⟩은 둘 다 해당한다. 2011년 동명의 소설이 출간되고, 2018년 제작된 이 영화는 메타버스가 널리 알려진 2022년에야 비로소 이해가 잘 되는 영화다. 이제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가상통화로 피자를 결제하고, 드론이 배달하는 것도 직접 눈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1980년대가 더 그리워진다는 것이 ⟨레디 플레이어 원⟩에 갈수록 공감되는 이유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창조해낸 ⟨죠스⟩,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등을 보고 성장했던 ‘아재 세대’라면 스필버그가 보내는 198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찬사에 저도 몰래 빠져든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메타버스가 일상이 된 2045년의 이야기다. 미래는 시궁창 같은 삶이 기다리는 디스토피아다. 유일한 탈출구는 VR 게임인 ‘오아시스’. 오아시스 속 아바타는 코인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빈민촌에 사는 18세 소년 웨이드 와츠도 다르지 않다. 그가 아침에 집을 나서 가는 곳은 학교가 아니라 자신만의 게임룸이다. 헤드셋을 쓰고 게임 전용 장갑을 끼는 순간 그는 게임 속에서 아바타 ‘파시벌’이 된다. 파시벌은 가상현실 속 친구인 H와 함께 게임에서 코인을 모은다. 그곳에서 웨이드는 절대 강자다. 웨이드는 말한다. “오아시스 말고는 갈 데가 없어요. 내 삶의 의미를 찾는 유일한 장소예요.”

오아시스의 창시자는 할리데이. 신처럼 추앙받던 그가 2040년 사망한다. 그는 영상으로 유언을 남겼다. “죽기 전에 이스터에그를 만들어 숨겼다. 이 이스터에그를 찾는 사람에게 내 회사 지분 전부와 재산, 오아시스 소유권을 주겠다”. 이스터에그만 찾는다면 가상, 아니 현실의 인생이 바뀐다!

게임은 이렇다. 3개의 미션이 있다. 각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열쇠를 얻는다. 3개의 열쇠를 모아 3개의 문을 열면 이스터에그를 얻는다. 그러면 할리데이가 약속한 모든 것을 상속받을 수 있다. 할리데이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했다. 모든 오아시스의 유저들이 뛰어든다. 오아시스를 탐내는 사람들은 또 있다. 게임 대기업 ‘IOI’다. 오아시스를 만든 할리데이의 회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게임회사지만 오아시스를 확보해 1등 회사가 되고 싶어한다.

그런데 만만찮다. 웨이드의 아바타인 파시벌과 그의 친구들이 할리데이가 사랑했던 1980년대 대중문화 속에서 힌트를 얻어 하나씩 문제를 풀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파시벌을 능가할 수 없었던 IOI는 현실에서 파시벌과 그의 친구들을 제거하기로 한다.

메타버스,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은 메타버스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다. 메타버스(Metaverse)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Universe)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다. 단어 그대로 보자면 ‘초월적 세상’이라는 뜻이다.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1992년 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년 전에 등장한 개념이 이제야 알려진 것은 메타버스 세상을 구현할 기술 발전이 지금에서야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메타버스에 대해 합의된 정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사람마다, 기업마다 메타버스를 각각 다르게 본다. 메타버스는 그래서 어렵지만, 그래서 확장성이 크기도 하다. 메타버스에 진심인 기업으로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꾼 메타를 꼽을 수 있다. 메타는 “메타버스란 물리적 공간에 같이 있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창조하고 탐험할 수 있는 가상공간의 집합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놀고 일하고 배우고 쇼핑하고 창조할 수 있다”며 “이는 곧 온라인에서 더 의미있게 시간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인다.

오아시스는 메타의 메타버스 정의와 아주 잘 어울린다. 서로 다른 물리적 공간에 있는 파시벌과 H, 아르테미스, 다이토, 쇼는 오아시스에서 만나 함께 모험을 시작한다. 게임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창조적인 생각을 가져야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확실히 오아시스의 창시자 할리데이와 메타 CEO인 마크 주커버그의 메타버스 철학은 통하는 데가 있다.

모험의 끝은 할리데이가 숨겨놓은 이스터에그를 찾는 것이다. 영화 속 이스터에그는 3개의 키를 모으면 가질 수 있는 황금 달걀이다. 이스터에그(Easter egg)는 ‘부활절 계란’이라는 뜻으로, 부활절에는 색칠한 달걀을 집안 어딘가에 숨겨놓고 찾도록 하는 풍습이 있다. 이때 몇몇 사람들이 삶은 달걀이 아닌 날달걀을 섞어놔 이를 발견한 상대가 깜짝 놀라곤 하는데, 여기서 착안해 프로그램 개발자들도 게임안에 메시지를 몰래 숨겨놓는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게임, 영화, 소프트 웨어 등에 개발자가 숨겨놓은 장나스런 메시지나 기능을 이스터에그라 부른다.

이스터에그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79년 출시된 게임 ‘아타리 2600’의 ⟨어드벤처⟩다. 게임 제작자였던 워렌 로비넷은 게임 속 특정 픽셀 속에 자신의 이름을 숨겼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마지막 열쇠를 얻는 게임이 바로 ‘어드벤처’다. 스필버그의 ‘어드벤처’에 대한 오마주로 볼 수 있다.

이스터에그를 찾아라

이스터에그 장난을 가장 많이 치는 포털사이트는 ‘구글’이다. 구글 검색창에 ‘zerg rush’나 ‘30th anniversary of pacman’을 입력해보자. 숨어 있는 게임이 나타난다. 구글이 만든 웹브라우저 ‘크롬’의 공룡게임도 유명하다. 구글에서 ‘dino’를 검색해보자.

스필버그는 자신의 영화에 절친이자 ⟨스타워즈⟩의 감독인 조지 루카스를 위한 이스터에그를 자신의 영화 속 즐겨 숨겼다. 예를 들어 영화 ⟨E.T⟩에서는 ET와 삼남매가 할로윈을 맞아 스타워즈의 요다와 조우하는 장면이 나온다.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에도 이스터에그가 꼭 포함돼 있다. ⟨겨울왕국⟩ 엘사의 대관식에는 라푼젤이 참석하고, ⟨코코⟩에서 미구엘이 시장에서 파는 장난감 속에는 니모와 도리가 보인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1980~90년대 대중문화가 잔뜩 숨겨져 있어 반갑다. ⟨빽 투 더 퓨쳐⟩의 드로리안 자동차와 ⟨아키라⟩의 빨간 모터바이크가 눈에 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킹콩이나 승용차를 물고 흔드는 공룡 티렉스의 모습도 눈에 익다. 춘리, 류 등 스트리트 파이터의 멤버들과 건담, 아이언 자이언트 등 그 시절 로봇도 빼놓을 수 없다. 237호방, 피가 쏟아지는 복도, 쌍둥이 자매 등은 공포영화 ⟨샤이닝⟩에서 따왔다. 이스터에그를 널리 알린 ‘아타리 2600’ 게임도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게임 웹진 IGN은 영화 속에 최소 138개의 이스터에그가 있다고 밝혔다.

재밌는 것은 이스터에그로 이같은 캐릭터와 팝을 사용하기 위해 영화 제작비의 80%를 썼다는 점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 쓴 전체 제작비는 1억 7500만 달러니까 약 1억 40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판권 구입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트레이서(블리자드), 킹콩(유니버셜픽처스), 스타워즈(디즈니), 건담(반다이 남코) 등은 영화에 출연했고, Take on me(아하),Stayin‘ Alive(비지스). We‘re Not Gonna Take It(트위스티드 시스터), Jump(반 헤일런) 등 은 배경음악이 됐다.

두바이는 메타버스 세상으로 간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이 배경이지만, 웨이드가 쓰던 헤드셋, 수트의 기술 상당부분은 2022년에도 구현돼 있다. 메타버스 시장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블룸버그는 메타버스 시장은 연 13.1% 성장해 2024년에는 7833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도 VR과 AR 시장이 2019년 455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1조 5429억 달러로 30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확대되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최근 코로나19가 잦아들고 미국이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 모습이지만, 시장 후퇴라기보다 속도 조절로 보는 게 옳다는 시각이 더 많다. 5G, 6G로 이동통신이 발달하고 기술도 VR과 AR을 넘어서 XR(혼합현실)세계로 확장되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할 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물론이고 콘서트,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중계 등은 메타버스와 접목되고 있다. 앞으로는 면세품을 면세점에 가지 않고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살 수 있다고 정부는 최근 밝혔다.

두바이는 메타버스를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다. 두바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향후 5년 이내에 세계 최고의 ‘메타버스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셰이크 함단 황세자는 ‘두바이 메타버스 전략’을 통해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관련 기업 수를 향후 5년간 5배 이상 늘리고, 메타버스 관련 일자리를 4만 개 이상 만들어 40억 달러(약 5조 2000억 원) 달하는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팁소비, 메타버스를 키우는 힘

메타버스가 돈이 되는 것은 스팁(STEEP)소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스팁 소비란 공유형(Sharing) 소비, 웰빙형(Toward the health) 소비, 실속형(Cost-Effective) 소비, 경험형(Experience) 소비, 현재형(Present) 소비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소비 주체들이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데 우선 목표를 두는 소비 현상을 뜻한다. 특히 불황일수록 이같은 경향이 짙어지는데, 눈에 띄는 것이 경험형 소비다. 자신이 접해보고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물품에 소비를 하는 경향인데, 메타버스는 이를 적극 돕는다. 당장 메타버스 세상이 완성되지는 않더라도 현실 세계와 접목하면서 메타버스는 경제성을 창출해내고 있다. 영화 속 IOI사장 소렌토는 “오아시스는 세계에서 제일 중요한 경제 체제”라고 말한다. 오아시스 내에서는 광고를 늘리고 고가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수익을 직접 창출하는 가상 공간이면서 동시에 현실과 연결되어 또 다른 수익을 안겨준다. 웨이드가 자신의 아바타로 레이싱 게임에서 우승해 얻은 코인으로 VR수트를 사서 현실세계에서 배달받는 것처럼 말이다.

수많은 이스터에그가 있지만 스필버그가 전달하고 싶었던 ‘진짜 이스터에그’는 무엇일까. 오아시스의 창시자 할리데이는 말한다. 현실은 차갑고 무서운 곳이지만 동시에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아무리 힘들어도 도피할 수 있는 가상세계는 없다. 문제가 있다면 파시벌처럼 연대를 통해서 바꿔나가야 한다.

“현실만이 진짜(Reality is real).”
이 한 문장이 미래를 먼저 그렸던 스필버그가 숨겨놓은 마지막 이스터에그가 아니었을까.

함께 보면 재밌는 콘텐츠
  • 영화 ⟨빽 투 더 퓨쳐⟩: ⟨레디플레이어 원⟩에서 파시벌이 레이싱 경기에서 타던 드로리안이 여기서 나왔다. 주인공 마티는 브라운 박사가 만든 드로리안을 타고 1985년에서 30년 뒤 미래인 2015년으로 간다. 디지털카메라, 지문 결제 시스템, 화상전화, 벽걸이형 TV는 현실이 됐지만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아직… 참, 시카고컵스는 2015년이 아닌 2016년 108년 만에 우승했다.
  • 영화 ⟨인 타임⟩: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시계’에 1년의 유예시간을 제공받는다. 커피 1잔에 4분, 스포츠카 1대에 59년. 모든 비용은 시간으로 계산된다. 주어진 시간을 소진하면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부자들은 영생을 누리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 메타버스가 없는 미래지만 아이디어만큼은 더 ‘가상’ 같은 세계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10년 전 모습을 만나는 것도 반갑다.
  •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2054년 워싱턴.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죄를 예측해 범죄를 단죄하는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이 있다.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낸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톰 크루즈와 함께 그린 또 하나의 미래,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다.

Edit 주소은 Graphic 함영범

– 해당 콘텐츠는 2022. 9. 17.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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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공학 전공 후 경제부 기자가 되었을 때의 좌충우돌이 쉬운 정보 전달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경제라는 쓴 커피에 영화라는 연유를 넣어 달콤한 연유라떼를 내어놓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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