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C, 오롤리데이, 바이닐성수는 왜 ‘스타필드 수원’으로 갔을까?

by 월간 토스픽

매월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이슈를 요약하고 경제적 시선으로 질문을 던져보는 <월간 토스픽>. 새해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춘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계절이 빠르게 변하는 사이, 다양한 뉴스들도 쏟아졌는데요.

이 달의 토스픽은 ‘스타필드 수원’ 소식을 전합니다. 오픈하자마자 인파가 몰려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화제였던 스타필드 수원. 스타필드가 수원을 선택한 이유와 ‘넥스트 핫플레이스’이자 새로운 ‘유통의 격전지'로 떠오르는 주목 받는 수원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서울까지 갈 필요 있나요? 새로운 핫 플레이스, 스타필드 수원 등장

올해 1월 말 문을 연 ‘스타필드 수원'과 함께 수원이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의 핵심 상권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개장한지 사흘 만에 33만 명이 스타필드 수원을 찾았습니다.

수원 인구가 120만 명이니 수원 시민 4명 중 1명은 스타필드에 방문한 셈입니다. 지금까지 누적 방문객은 185만 명(2024.2.21기준). 등장과 함께 엄청난 화제를 불러온 스타필드 수원 때문에, 수원의 터줏대감 쇼핑몰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예요.

LCDC, 오롤리데이, 바이닐성수도 스타필드 수원으로 왔다

스타필드 수원은 2016년 스타필드 하남 오픈 이후, 코엑스몰, 고양, 안성에 이어 다섯번째로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스타필드 수원은 다섯번째 스타필드가 아닌 첫번째 ‘2세대 스타필드'라고 하는데요.

가족 중심의 1세대 스타필드와 차별점을 두어 MZ세대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스타필드 수원은 서울 성수동의 핫플로 통하는 브랜드와 매장을 대거 입점시켰습니다.

성수 복합문화공간 ‘LCDC’는 카페 이페메라와 손을 잡고 스타필드 수원에 복합매장을 열었고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롤리데이의 편집샵 ‘해피어마트'도 첫 대형 매장을 선보일 무대로 스타필드 수원을 선택했습니다. 오픈런을 해야만 갈 수 있다는 성수 LP카페 ‘바이닐 성수'는 첫 번째 분점 ‘바이닐 스타필드 수원'을 냈습니다.

보고 즐길 거리 뿐만 아니라, 잠봉뵈르로 유명한 ‘소금집델리’, 베를린 3대 로스터리로 불리는 ‘보난자커피' 등 MZ세대가 주목하는 F&B브랜드 역시 수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스타필드 효과, 이번에도 기대해도 될까?

스타필드가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때문에 ‘스타필드 효과'라는 말까지 생겨났는데요. 2016년, 스타필드 하남이 오픈한 지 1년이 안되어 주변 집값이 약 46% 오르는가 하면, 스타필드 하남이 오픈하기 전, 분양가가 평당 1,271만 원이었던 한 아파트는 2018년 평당 가격이 1,000만 원 정도 상승했습니다. 하남 뿐만 아니라 스타필드 고양 오픈 후 2년 사이 삼송지구의 한 아파트 실거래가가 2억원 정도 오르기도 했습니다.

‘스타필드 효과’는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지역민 3,000명 채용과 더불어 스타필드 수원과 가까운 화서역 먹거리촌의 점포들 매출이 스타필드 오픈 후 최소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상승했다고 합니다. 오픈 3개월 만에 수원의 랜드마크로까지 급부상한 스타필드 수원. 기존의 ‘스타필드 효과'를 넘어, 새로운 ‘2세대 스타필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LCDC, 오롤리데이, 바이닐성수는 왜 스타필드 수원으로 갔을까?

주변 부동산값 상승 이끄는 스타필드, 오픈 결정하는 조건은?

스타필드가 들어선 지역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스타필드 브랜드에는 ‘스타필드'와 ‘스타필드 시티' 2가지 종류의 지점이 있습니다. 스타필드가 도시 외곽에 입지를 잡은 대형 쇼핑몰이라면, 스타필드 시티는 도심에 자리를 잡는 대신 면적을 줄여 스타필드를 축소해 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재밌는 것은 스타필드가 입점하면 근처 부동산 시세가 오르는 ‘스타필드 효과’와는 별개로 모든 지점의 매출이 좋은 건 아닙니다. 스타필드 전 지점 중 하남점과 고양점의 매출이 가장 높고, 코엑스점도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오고 있지만, 스타필드 시티를 포함한 나머지 점포는 매출이 부진한 상황이죠. 특히, 2020년에 개장한 스타필드 안성은 규모가 비슷한 고양, 하남에 대비 기대 이하의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하남, 고양, 안성이 모두 서울 외곽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매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남점과 고양점은 서울 인근에 위치한, 940만 서울 시민을 타깃으로 만든 복합쇼핑몰입니다. 하남시는 인구 약 30만 명으로 작은 도시지만, 국내 최고의 소비력을 가진 강남구 및 송파구와 가까이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고양시도 100만 인구를 가지고 있는 데다 서울의 강서북 소비자 170만 명을 타깃 할 수 있고요.

그에 반해 안성점은 경기도 내에 자리 잡고 있지만, 주변 도시의 소비력과 인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안성시의 인구는 20만 명, 인접한 평택시와 천안시의 인구는 각각 60만 명으로 방문 고객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안성IC 옆에 위치해 있어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며 들르는 쇼핑 관광 명소가 되기를 바랐지만, 이 전략은 실패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오픈한 수원점은 대형 복합쇼핑몰임에도 주거지역에 입지를 잡는 변화를 보였습니다.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곳에 자리 잡으면서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을 상당수 확보한 것입니다.

입지 전략의 변화는 성공적이었다고 보시나요?

스타필드 수원점은 오픈 40일 만에 누적 방문자 수 3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오픈 첫 주말에는 방문객 33만 명을 기록하면서 역대 스타필드 흥행 기록을 세웠는데요. 도심에 대형 점포를 오픈한 전략이 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유통기업이 도심에 대형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우선 도심에 대형 점포 자리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세계가 KT&G와 손을 잡고 KT&G가 가지고 있던 유통 부지에 쇼핑몰을 짓기로 하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점포를 열기 위해서는 막대한 부동산 및 건설 비용도 필요합니다. 이런 거대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고객 유입과 운영 노하우도 중요할 텐데요. 1층과 최상위 식당가 사이에 고객을 유입해야 한다는 모든 복합쇼핑몰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1층에 대형 팝업 매장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4층에서 7층까지 별마당도서관을 연결 배치해 고객의 발길을 잡았습니다.

1층 푸드 편집숍 ‘바이츠 플레이스’, 2층 ‘고메 스트리트’, 7층 ‘잇토피아’ 등에 MZ세대가 좋아하는 글로벌 및 전국의 맛집을 위치시키면서 쇼핑몰 전체적으로 기존 점포 대비 식음 업장 수를 크게 늘리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 도심에 대형점포를 오픈한 또 다른 사례도 있을까요?

도심에 대형점포를 여는 전략은 백화점에서 먼저 시작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 백화점 3사(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가 경쟁적으로 대형 백화점을 오픈하고 있죠. 지상 123층, 555m 높이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롯데월드타워나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등재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도심 대형 점포는 매출 면에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23년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1위 백화점 자리를 차지했는데요. 연 매출 3조 원이 넘는 백화점은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습니다.

현대백화점도 뒤질세라 여의도에 2만 7천 평 규모의 더현대 서울을 2021년 오픈했고, 백화점 공간의 절반을 정원 및 휴게공간으로 만드는 파격을 감행하면서 오픈 1년 만에 매출 8,005억 원을 기록, 국내 백화점 개점 첫 해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패션유통가가 주목하는 이곳, 수원

한편, 스타필드 수원점이 오픈하면서 수원이 ‘유통의 격전지’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수원은 서남쪽으로 화성, 북동쪽으로 용인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들 세 도시는 거리가 가까워 자동차로 이동해 쇼핑과 인프라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데요. 수원시 인구가 약 120만 명, 화성시 약 100만 명, 용인시 약 107만 명으로 세 도시의 인구를 더하면 320만 명이 넘는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미 수원에는 롯데몰과 갤러리아백화점, AK 플라자 등이 들어와 있습니다. 용인에도 신세계 경기점과 수지 롯데몰, 기흥 롯데아울렛, 동탄 롯데백화점이 있죠. 그런데 수원 정자동 도심에 대형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수원점이 들어서면서 수원과 용인, 그리고 인접한 화성 주민들의 주말 나들이 1순위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습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고객 이탈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중에서도 스타필드 수원점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롯데몰 수원점과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수원’일까요?

수원시 인구는 2023년 기준 약 123만 명으로 경기도에서 가장 많습니다. 2022년 연간 유동 인구도 1억 20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죠. 유통업계는 그중에서도 수원에 청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수원시 청소년과 청년(9~34세) 비중은 34%로, 경기도 전체와 비교해 4%p 높은 수준인데요*. 광교신도시, 동탄신도시 등이 생기고 삼성전자, 두산로보틱스 본사 등이 들어오면서 젊은 층이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스타필드 수원점은 이런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백화점에서 볼 수 있었던 가격이 높고 클래식한 브랜드 대신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LCDC, 오롤리데이의 편집숍 해피어마트 등 MZ 세대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와 서비스를 입점시킵니다.

400여 개 매장 중 기존 스타필드에서 볼 수 없었던, MZ세대를 겨냥해 최초로 입점한 매장 비율이 30%를 넘는 이유입니다. 4층에서 7층까지 수직으로 연결된 별마당도서관도 MZ세대의 인증샷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주변의 백화점과 쇼핑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스타필드 수원점과 직선거리로 2.5km 거리에 위치한 롯데몰 수원점입니다. 스타필드가 오픈하기 전인 작년 10월부터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갔죠. 쇼핑몰은 1020 세대를 겨냥한 ‘영 콘텐츠’ 강화에, 백화점은 2030 중심의 ‘영 패밀리’에 초점을 두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2월 말에 리뉴얼된 일부 공간을 공개했는데요. 상권 최대 레저⋅키즈 매장을 목표로 1020을 겨냥한 신규 브랜드가 다수 입점했고, 상권 최대의 나이키⋅뉴발란스 메가샵 등이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AK플라자와 갤러리아 광교도 지난해 MZ세대가 주목하는 영패션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서울, 강남 다음으로 큰 수원과 인근 지역의 500만 소비 시장을 잡기 위해, 패션 유통기업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유통경쟁이 치열해질, 넥스트 수원이라 생각하시는 지역을 한 곳 꼽아본다면요?

현재 국내 주요 지역에는 이미 많은 유통 쇼핑몰이 입점해 있습니다. 그런데 입지와 인구수 대비해 판교와 분당에는 현대백화점 이외 대형 쇼핑몰수가 적은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 기업이 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면 좋지 않을지 하는 의견입니다.


Edit 송수아 이지영 Graphic 조수희

– 해당 콘텐츠는 2024. 3. 11.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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