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콘서트 티켓은 왜 500만 원이 되었을까?
ㆍby 월간 토스픽
최근 뉴스를 돌아봅니다. 청룡의 해가 시작됐고, 새해가 되자마자 일본이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어요.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되어 많은 이들이 왈가왈부했고, 갓생을 방해하는 도파민 중독도 화제였죠. 다양한 뉴스 중 장범준의 공연 취소와 부활, 임영웅 공연 암표를 내세워 6억 챙긴 사기꾼 등으로 이슈가 된 ‘암표와의 전쟁'을 이 달의 토스픽으로 선정했어요. 팬도 울리고, 아티스트도 울리는 지긋지긋한 암표. 암표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의견까지 들어봤습니다.
롤드컵은 400만 원, 임영웅은 500만 원, 블랙핑크는 1,700만 원?
K컬처의 상승세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도 잠시, 공연 문화 생태계를 좀먹는 암표업자들이 제 배를 불리고 있어요. 뜨거운 예매 경쟁률로 화제를 일으킨 임영웅 콘서트의 암표는 500만 원에 팔리고, 인기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의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티켓은 400만 원에 팔렸죠. 클래식 음악부터 프로야구, 맛집 예약까지 손을 뻗지 않은 곳이 없을 지경입니다. 가수 장범준은 지난 1월 “암표가 너무 많다"며 공연을 전면 취소해 화제를 일으켰어요.
웃돈 없이는 최애도 못 보러 가는 세상
뿐만 아니라 ‘아옮(아이디 옮기기, 다른 아이디로 티켓을 예매하고 취소한 후에 구매자의 아이디로 재빨리 다시 예매하는 방식)'을 위해 지급한 착수금을 실패 시에도 환불해 주지 않거나 아예 돈만 떼먹는 등 사기 범죄까지 늘고 있습니다. 아이유와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판다며 약 6억 원을 가로챈 암표 사기꾼이 최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죠.
암표 근절을 성토하던 팬들은 급기야 공연값 두 배 주고 보는 일상에 익숙해졌다며 자포자기하고는 사기 없이 암표 사는 법을 찾아 헤매기에 이르렀어요.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이하 음레협)에서 2022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32.8%가 ‘암표를 구매해 본 적 있다’고 합니다. 2021년 785건이던 대중예술 분야 암표 신고 건수는 2022년에 4,224건으로 5배 이상 늘었어요.
누가 “잡았다 요놈"을 해낼 것인가
지금까지는 암표업자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단속이 어려웠어요. 다행히 2024년 3월 22일부터는 개정 공연법이 시행됩니다. 매크로로 선점한 티켓을 웃돈 받고 판매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요.
다만 처벌 수위가 낮고, 매크로 사용을 증명하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공연을 취소했던 가수 장범준과 현대카드가 합심해 NFT 티켓을 발매하는 등 매크로 차단을 넘어선 시도도 일어나고 있어요. 과연 법 개정과 기술의 발달, 어느 쪽이 건강한 공연 문화를 지키는 데 성공하게 될까요?
임영웅 콘서트 티켓은 왜 500만 원이 되었을까?
백전백패 피켓팅, ‘그들’은 그 많은 티켓을 어떻게 구하는 걸까?
일반인들은 피켓팅에서 늘 패배합니다. 그런데 암표상들은 어떻게 티켓을 대량으로 구하는 건가요?
암표상들은 ‘매크로(macro)’를 사용합니다. 매크로는 특정 명령을 반복 입력하는 자동 프로그램이에요. 공연 일시부터 좌석, 결제 방식까지 각 단계에 필요한 정보를 여러 인터넷주소(IP)로 한 번에 자동 처리해 입력해요.
예를 들어, 티켓 예매 사이트는 사용자가 사람인지 로봇인지 구분하기 위해 보안 도구 ‘캡차(CAPTCHA)’로 특정 문자나 이미지를 입력하게 하잖아요. 매크로를 이용할 경우, 특정 문자나 이미지가 보여지면 1초 만에 가장 유사한 정보를 찾아 매칭시켜 버리죠.
사람이 하나하나 입력하는 것보다 시간이 단축되고 동시다발적으로 예매를 할 수 있죠. 사람이 1분 이상 걸리는 일을 암표상들은 5초도 안 걸려서 끝내는 거예요.
매크로를 이용하는 암표상들의 패턴과 구조가 궁금합니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우,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해요. 예매/판매 자금을 관리하는 ‘자금관리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매크로 개발자’, 예매처 계정을 대여해오는 ‘계정모집책’, 대여한 계정을 통해 티켓을 예매하는 ‘예매책’, 여러 주소지로 배송된 티켓을 모아오는 ‘수령책’, 우편 발송이나 직거래로 암표를 판매하고 전달하는 ‘판매책’과 ‘전달책’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역할을 나누어 규제를 피해 갑니다. 계정모집책이 모은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티켓 배송 주소지도 여러 개 돌려가며 입력하죠. 구매자의 계정과 IP, 주소지, 연락처 등을 대조해 비정상 거래를 취소하거나 차단하는 것을 막으려는 거예요. 특정 주소지로 배달된 티켓을 수거하거나 현장 수령이 필요할 경우에는 알바를 동원하기도 하고요. 1인당 2매만 구입할 수 있는 제한 역시, 클라우스 서비스와 가상 사설 서버 등을 이용해 IP를 여러 개 만들어 사용하며 무력화 시킵니다.
실제로 2019년 적발된 ‘매크로 암표 조직단’은 2016년 5월부터 2018년 8월까지 IP 497개에서 도용한 타인 계정 2,000여 개로 예매 사이트에서 아이돌 그룹의 공연과 팬미팅 티켓 9,173장을 예매했습니다. 13만원 티켓을 150여만 원에 판매했죠.
이런 암표를 판매하면, 구매한 이들이 다시 웃돈을 더 얹어서 파는 ‘플미' 현상도 생겨요.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SNS로 개인적인 접근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리셀은 되고 암표는 안되는 이유
재판매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측면에서 암표를 ‘리셀 테크'로 보는 경우도 있어요.
실제로 국내 리셀 시장 규모는 2021년 7천억 원 규모에서 2022년 1조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2023년 추정치는 2.8조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죠. 이 가운데 상당한 비중이 암표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리셀과 암표는 웃돈을 얹는 것을 생각하면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어떻게 다르게 보아야 할까요?
희소성 있는 제품과 티켓은 상품의 성질부터 다릅니다. 희소성 있는 제품은 공산품이죠. 이런 상품들은 무형의 공연 작품이나 실연 퍼포먼스와 다릅니다. 즉, 티켓 자체가 상품은 아닌 겁니다. 티켓은 작품을 보기 위한 ‘기회'를 의미해요. 암표는 이러한 공정한 ‘기회'를 방해하며 이익을 부당하게 챙기는 행위입니다.
부당이득은 법률상의 원인 없이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얻는 이익을 말해요. 법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해당 행위가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공정거래저해성)’가 있는지를 보게 되는데요. 판단 기준에는 불공정성(unfairness)이 포함됩니다. 이는 경쟁수단 또는 거래내용이 정당하지 않는 걸 의미해요.
다른 사람들은 손수 구매하지만 매크로를 이용할 경우 부당한 수단이 되는 것이고, 실제로 공연을 보지 않고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 함으로써 이익을 부당하게 취하는 행위인 거죠.
공연 문화생태계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우선 팬들이 상처를 입죠. 암표로 치솟은 가격에 ‘이 돈을 주고 봐야 하나?’ 기분 좋게 공연을 봐야 하는데 불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게 되고요. 요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는 큰 이유 중 하나가 K-pop 콘서트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외국인 티켓 예매 건수는 2022년 대비 136% 늘었고 재예매율은 42%에 달합니다.* 티켓에 웃돈을 얹어 비싸게 구매해야 한다면, K-POP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오히려 재방문이 감소하고, 국가 브랜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죠. *출처=인터파크트리플
티켓 예매 플랫폼 역시 매크로 자동 생성 방지 기술을 도입하거나, 매크로로 트래픽이 몰릴 것을 방지해 서버를 확충하거나, 공연장 입장 시 본인 확인 절차 강화 등 추가 조치를 취합니다.
실제로 가수 임영웅 씨의 콘서트는 티켓 예매 시작 1분 만에 370만 건 이상의 트래픽이 몰렸어요. 이 정도면 대한민국 국민 13명당 1명꼴로 접속해야 나오는 트래픽 양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들을 대비한 조치들은 모두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결국 티켓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3월부터는 제값에 공연 볼 수 있을까
암표는 왜 단속과 처벌이 어려울까요?
최근 5년간 지역별 암표 매매 현황 및 단속 실적*에 따르면 암표 매매 단속 건수가 2017년 77회부터 2021년 61회까지 매년 60~70회 수준입니다. *출처= 이병훈 의원실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암표 매매를 처벌하려면 ‘흥행장·경기장·역·나루터·정류장 등에서 웃돈을 주고 티켓을 파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적발되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되어있죠.
결국 직접적으로 ‘대면 판매'를 하는 경우에만 한정됩니다. 인터넷에서 암표를 사고파는 건 처벌할 수 없어요. 법적으로 암표 행위에 포함되지 않으니까요.
다른 아이디로 티켓을 예매하고 취소한 후에 구매자의 아이디로 재빨리 다시 예매하는 ‘아옮(아이디 옮기기)’, 예매하기 버튼을 누르지 않고 좌석을 선택하는 화면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직링(직접링크)’ 판매, 수고비를 주고 대신 티켓을 사주는 ‘댈팅(대리 티켓팅)’ 등 변형해 등장한 이런 수법들도 단속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3월부터는 이런 법에 변화가 생긴다고요.
3월 22일부터 개정공연법이 시행됩니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예요. ①상습적으로 티켓을 구매해 판매하거나 영업하는 경우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②인터넷 통한 대량 매집과 판매 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선점하고 웃돈을 얹어 팔면 부정판매로 간주됩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이고요.
개정공연법이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길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징검다리라고 봅니다. 인터넷 암표 판매에 대해 불법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점, 처벌 근거 마련 등은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지만 개정공연법은 상습성이나 영업성을 중점에 두고 있어요.
리셀테크나 플미 관점에서 개인이 단발성으로 암표를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는 매크로 암표꾼을 전체의 20% 이하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하며, 개인이 ‘코인에 투자하듯 암표가 돈이 되니까 누구나 암표에 뛰어드는 것이 현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분업화, 점조직화에 대한 대응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3명이 역할을 분담해 한 명은 예매, 한 명은 판매, 한 명은 티켓을 전달한다고 했을 때 법안에 명시된 범죄행위를 피할 수 있어요. 매크로를 이용해 표를 구매하고 이를 되파는 행위를 일일이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합니다. 또한 범죄 수익에 비해서 처벌 정도가 낮아 일률적인 벌금보다는 범죄 수익에 비례해 벌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연법 개정안이기에 앞서 이야기한 스포츠, e-스포츠, 뮤지컬 등 다른 분야 온라인 암표 매매 행위를 적발하거나 처벌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비행기 티켓에 암표가 없는 이유
해외에선 암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일본은 콘서트, 스포츠 경기 등 입장권을 판매 가격보다 비싸게 재판매하는 것을 불법 전매로 규정합니다. 온라인, QR코드 등 전자티켓도 포함되고요. 또한 공연 현장에서 본인확인을 철저히 해요.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신청받고, 추첨을 통해 선발한 이들에게 티켓을 판매해 현장에서 본인 확인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대만은 액면가 또는 정가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티켓을 재판매할 할 때 모두 암표로 보고 처벌해요. 액면가나 정가의 10배~ 5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매깁니다. 특히 컴퓨터 조작 등 부당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하다가 적발되면 좀 더 강력한 처벌을 하는데, 3년 이하의 징역 및 300만 대만달러(약 1억 2,000만 원)이하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프랑스는 벌금 1만 5,000유로, 위반이 반복될 경우 3만유로(약 4,000만 원) 벌금을 매깁니다. 벨기에는 티켓 원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최대 6만유로(약 8,000만 원)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민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항공권처럼 성명을 기재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에서 암표가 적은 이유는 티켓에 본인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아이유의 10주년 콘서트 ‘이 지금' 티켓 판매에 실명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무대와 가까운 앞자리 좌석은 일부러 티켓을 배송하지 않고, 티켓 수령 시 구매자와 실제로 관람하는 사람이 일치해야 공연 관람이 가능했습니다.
장범준의 사례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 스마트폰 앱으로 티켓을 구매해야 하고, 본인 명의로 앱에 보관하고, 인증한 뒤에 공연에 입장할 수 있는 방식을 보편화 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본인 인증이 된 휴대폰의 앱을 활용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양도나 재판매가 어려운 구조이니까요. 하지만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에 누구나 접근이 원활하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판매하는 이들을 위한 조치도 필요합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공연에 갈 수 없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캐나다는 2차 판매에 대해 입장가의 50%를 초과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재판매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Edit 이지영 주소은 Graphic 조수희
– 해당 콘텐츠는 2024. 2. 8.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토스가 매월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이슈를 요약하고, 경제적 시선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매일,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흘려보내기 아까운 이야기를 모아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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