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버는 병재가 부럽고 배가 아파요

by My Money Story

유병재 매니저 유규선의 머니 스토리

실장님이 아닌, 매니저로 불러주세요.

안녕하세요, 유규선입니다. 그동안 자기소개할 때는 꼭 이름 앞에 ‘유병재 매니저’를 붙여서 소개해왔어요. “안녕하세요, 유병재 매니저 유규선입니다.”라고요. 그런데 최근 방송에 출연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연예인이 아닌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신기하게 유명세를 얻는 것이 매니저로 일하는 데에도 꽤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만약 매니저 업무와 연예인 업무가 겹친다면? 고민 없이 매니저 일을 택할 겁니다. 전 이 일이 너무 재밌거든요. 천직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우연한 계기로 매니저가 됐어요. 처음에는 방송작가로 일을 시작했고요. 혼자서 활동하던 병재의 매니저 일을 봐주다 보니, 매니저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매니저가 되어보니 이 일이 엄청나게 재밌더라고요. 

매니저가 일종의 ‘기획자’라고 생각하는데요. 작가와 마케터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하지만, 매니저는 ‘사람을 기획하는 일’을 해요. 연예인과 가장 가까운 실무자이자, 그 연예인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내가 맡은 연예인을 잘 파악해서 그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매니저로서 꼭 가져야 할 핵심 역량이에요. 제가 기획한 연예인의 캐릭터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고, 계획한대로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을 확인하는게 정말 재밌어요. 주변 친구들 몇 명을 웃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희열이었고요. 

팀원으로 들어온 후배들에게 일을 가르칠 때도 꼭 주문하는 것이 있어요. “네가 이제부터 어떤 연예인을 담당할 건데, 그 사람이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어떻게 활동하면 대중들이 좋아할지를 생각해 봐.”라고 해요. “운전을 이렇게 해야 해.”, “그 연예인은 어떤 음료를 좋아해.” 이런 게 아니라요.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야 본인이 담당하는 연예인이 대중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기획해보게 하는 거죠.

그런데, 연예계에서 매니저라는 직업이 하대받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에도 일하는 중 전화 통화를 하다 보면, “매니저라고 불러야 할까요? 실장님이라 불러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거든요. 저는 실장님보다 매니저라는 직함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기분 나쁘게 듣는 분들도 많다더라고요.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매니저라는 직업은 멋진 직업이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타이틀인데 왜 스스로 무시할까… 싶었죠. 조심스레 추측해보면, 옛날엔 아주 단순한 업무로 매니저 일을 시작해서 그런 것 아닐까 싶어요. 연예계에는 ‘운전만 할 수 있으면 매니저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더라고요. 

매니저 채용을 위해 면접을 볼 때, “어떤 매니저가 되고 싶어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지원자분들이 제대로 된 답을 못 하세요. 그 사람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정의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성공한 매니저들도 더러 있지만, 그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안 알려져 있으니까요.

‘매니저’로서의 업무와 성공방식을 정리하고 싶어요. “이게 정답”이라는 내용이 아니라, “매니저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고, 매니저로 일하면 이런 점이 좋다.”는 내용을 말하고 싶어요. 먼저 경험해본 사람으로써 충분히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매니저라는 타이틀의 가치를 더 올리고 싶기도 해요. 

전 가난한 집의 부유한 막내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가난했어요. 배를 곯진 않았지만, 늘 밥에 김치만 먹는 집이었죠. 외식 같은 건 생각도 못 했고요. 얼마 전까지 저희 가족은 부엌과 목욕탕의 구분이 없는 원룸에서 살았는데요. 다섯 식구가 한 집에 살았던 기억이 거의 없어요. 항상 누군가는 다른 곳에 가 있었죠. 누나는 할머니 집에 가 있는다든지… 

어머니 혼자 다섯 식구를 부양하셨어요. 식당 일 하면서 받은 월급 130~150만 원 정도로 우리를 먹여 살리셨고요. 돌이켜보면 참 신기해요. 그 돈으로 대체 어떻게 다섯 명이 썼지? 지금 제 수입보다 훨씬 적은데… 저는 이 돈을 혼자 써도 매번 모자란데 말이죠.

그런데, 막상 저는, 우리 집이 엄청 가난하다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전 가난한 집의 부유한 막내였거든요. 누나도 형도 모두 막내인 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려 했어요. 막내라는 특권으로 식구들 중 가장 빠른 기간 내 새 교복을 사 입었던 사건이 생각나네요. 중학교 입학식 날 보풀 일어난 헌 교복을 입고 갔어요.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교복이요. 비싸서 새로 살 수 없었거든요. 저 중학생 때는 친구들끼리 교복 브랜드를 자랑하는 문화가 있었어서 누가 물어보더라고요. “교복 어디꺼야?” 몰라서 대답을 못했죠. 근데 어린 나이에 그게 너무 부끄러운 거에요. 집에 가자마자 가족들한테 “나 새 교복 사줘!” 투정을 부렸어요. 2학기 땐 새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갈 수 있었죠. 크니까 알겠더라고요. 철없던 막내 때문에 우리 가족들이 정말 많이 희생했구나… 요즘엔 가족들한테 고맙다는 표현을 많이 하고 있어요. 

신기하게도 병재네 집도 저희 집과 상황이 비슷했어요. 병재는 누나만 둘인데요. 가난한 집에서 내리사랑을 받는 부유한 막내였죠. 가족들은 허리띠를 졸라 맸지만 병재는 원하는 거 하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자랐어요. 그래서 이 친구가 기부를 많이 해요. 그때 가족들의 도움 덕분에 자기가 가난을 잘 못 느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요. 병재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저도 기부를 시작했어요. 비록 적은 돈이긴 하지만, 누군가는 이 돈으로 조금이라도 힘든 일을 덜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돈 벌고 제일 기뻤던 순간이요? 어머니 결혼시켜 드렸을 때예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새아버지를 만나셨어요. 결혼생활을 하신 지는 10년이 넘었는데, 결혼식은 2년 전에 올리셨거든요. 그때 누나랑 돈을 모아서 어머니 결혼식을 치뤄 드렸어요. 내가 직접 번 돈으로 엄마의 행복을 만들어드린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제 인생 최고로 가치있는 소비였어요.

우리가 어떻게 이런 집에서 살고 있지?

주 수입원은 샌드박스 소속으로 받는 월급이에요. 샌드박스에서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할 땐 출연료 없이 광고 들어올 때만 돈을 받아요. 가끔 병재와 광고 촬영을 하면 모델료도 받고요. 제가 고양이를 5마리나 키우거든요. 얘네한테 좋은 것 사 먹이면서 병원도 데려갈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은 얻는 것 같아요. 반려동물 키우는 분들 아시겠지만 돈이 꽤 많이 들어가거든요. 

과거에 ‘난 평생 저 정도 돈은 못 벌 거야.’라고 생각했던 만큼, 지금 벌고 있어요. 가끔 병재랑 이런 이야길 해요. “우리가 어떻게 이런 집에 살고 있지..?” “집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네?” “뜨거운 물이 너무 잘 나오잖아?” 우리가 어렸을 때 살던 곳과 너무 다른 환경이니까 신기한 거죠. 

얼마 전엔 디터람스 턴테이블과 앰프를 샀어요. 집에서 LP를 듣는데 소름이 돋더라고요. 예전엔 이런 물건을 가지려면 몇 달간 돈 모으다가 ‘아… 사면 안 돼.’ 하면서 매번 포기했거든요.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 취미는 즐길 수 있게 됐어요. 놀라운 변화죠. 오디오로 음악 듣는걸 되게 좋아해서 스피커 모으는 걸 좋아해요. 방이 8평 정도 되는데 스피커를 6개 가져다 놨어요. 병재가 제 방을 지나갈 때마다 되게 한심하게 쳐다봐요. (웃음) 저 솔직히 막귀거든요.

수입이 늘어났지만, 저라는 사람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아직 사람이 변할 정도로 돈을 벌지도 못했고요. 평소 씀씀이도 과거와 별반 차이는 없어요. 예전에 병재와 저는 100만 원 벌면 100만 원 다 썼어요. 내일이 없는 것처럼요. 돈도 못 버는 애들이 맨날 먹고 싶은 거 다 사 먹고, 택시 타고 다니고… 순간의 행복이 먼저였던 것 같아요. 수입의 변화를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만약 예전에 우리가 1,000만 원을 모으려고 치킨을 안 사먹을 정도로 돈을 아껴왔다면, 참아왔던걸 맘껏 할 수 있게 된거니 엄청난 차이를 느낄텐데요. 지금도 그때도 쓰는 돈 액수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저희가 엄청 비싼 차를 타는 것도 아니고요.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병재도 저도 예전과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해요. 한 마디로 둘다 여전히 찌질해요. (웃음)

돈 잘 버는 병재가 부럽고 배가 아파요.

병재랑은 군대에서 만났어요. 병재가 개그맨 시험을 같이 보자 했는데 거절했어요. 병재는 결국 개그맨 시험에서 떨어졌고요. 돌이켜보면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생각해요. 이후 전 다른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병재는 독특한 경로로 개그맨이 됐으니 말이죠. 둘다 그때 다양한 경험을 해본게 큰 도움이 됐어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요.

병재가 돈을 많이 버는거 보면 어떻냐고요? 늘 부럽고 배 아파요. (웃음) 심지어 저는 아무 상관없는 연예인이 얼마 받고 광고 찍었다는 소리 들을 때도 배가 아프거든요. 그런데 그건 단순히 ‘나도 저렇게 벌어보고 싶다!’ 정도의 푸념이고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지금 이 정도의 돈을 벌어도 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벌고 있어요. 제 또래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느낄 정도로요. 

그리고 저보다 병재가 훨씬 많이 벌긴 하지만, 전 병재가 버는 수입이 타당하다 생각해요. 이 친구가 저보다 훨씬 더 커다란 재능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요. 병재는 저보다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한 대가로 그만큼의 수입을 얻고 있거든요.

연예인은 본인 것이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집을 나서는 순간 본인의 모습은 사라지죠. 예를 들어, 전 좋아하는 이성과 놀이공원에 가고 싶으면 그냥 가면 되잖아요. 그런데 연예인들은 못해요. 대중에게 공개하겠다는 큰 결심과 다짐을 하고 가야 하죠. 남들은 고민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일상인데, 연예인들은 다짐을 하거나, 포기하거나, 참아내야 하는 상황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만큼 희생해야 하는 것도 많은거죠. 그래서 전 병재를 포함한 모든 연예인들의 노고와 수입을 인정합니다.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냐고요? ‘유병재’라는 친구요. 병재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해준 사람이자,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도와준 친구예요. 저는 병재를 위해 제 모든 것을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난 왜 돈을 벌지?’ 이 질문은 앞으로 오래도록 곱씹어볼 것 같아요.

돈을 벌고 쓰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죠. 일단, 옛날처럼 버는 족족 돈을 다 써버리진 않으니까요. 제 행복을 지킬 수 있는 만큼의 돈은 쓰되, 나머지 돈은 가족들한테 쓰고 저축도 해요. 어머니도 은퇴하셨고, 이젠 제가 앞장서서 가족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돈이라는 게 막 쓸 땐 잘 몰랐는데… 수입이 일정해지고 나서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조급해지는 것 있죠. 어떻게 돈을 더 모아야 하지?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지? 내 수입이 끊겨버리면 가족들은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목표를 세우려고요. 앞으로 열심히 돈 모아서 우리 가족 사는 집 하나, 조용한 동네에 제 집 하나 가지고 싶어요. 저 혼자 살 집은 15~20평만 되면 딱 좋을 것 같네요. 제가 만든 카페도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있어요. 제 취향을 반영한 인테리어에, 오디오 잔뜩 채우고, 좋아하는 음악 맘껏 들으면서 여유롭게 살면 좋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게 여유롭게 살아가려면 지금 죽도록 일해야겠더라고요. 제 자신과 타협했어요. 길게 보자. 현재가 더 중요하다. 지금은 여유를 즐기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건 나중에 생각해보자. 걱정은 더 늙어서 하자. 

“당신은 왜 돈을 버나요?” 물어보셨잖아요. 15년 간 사회생활 하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더라고요. 이 답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스무살 때부터 ‘난 뭘 해야 하지?’ 고민을 하다가, 서른이 되어서야 찾은 답이 매니저였거든요. ‘난 왜 돈을 벌지?’ 이 질문은 앞으로 오래도록 곱씹어볼 것 같아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은퇴할 때까지 좋은 모티베이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오늘부터 찾아봐야겠어요. 나에게 돈이 왜 필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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