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돈을 벌고 싶다면 탐정은 하지 마세요
ㆍby My Money Story
탐정 김봉주의 머니 스토리
탐정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시죠.
안녕하세요, 전문 사업체를 운영중인 5년 차 탐정 김봉주입니다. 지금까지 탐정은 ‘민간조사사’라 불려왔어요. 2020년 8월에 법이 개정되어, ‘탐정’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정식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세요. ‘탐정은 어떤 일을 하는가?’ 사람을 찾아주는 일, 믿을 수 없는 동업자나 상간 남녀에 대해 알아봐주는 일, 산업스파이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일… 정말 다양한 의뢰가 들어옵니다. 이런 일들을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해결할 수 있냐고요? 네, 물론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법의 테두리 내에서만 해결해야 해요.
전 몇 개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도・감청 탐지 사업’인데요. 차량 위치 추적기나 불법 촬영 기기, 핸드폰 해킹을 탐지하는 일이에요. 탐지 사업에 필요한 장비를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탐정 도구 판매 사업 업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탐정을 할 운명이었나봐요.
아버지는 태권도 공인 5단에 탐정과 비슷한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그런가, 저를 사내아이처럼 강하게 키우고 싶어 하셨죠. 어렸을 때 치마를 입었던 기억이 없을 정도예요. 인형보다는 총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고, 여자아이들보다는 동네 오빠들과 개구쟁이처럼 노는 아이였어요. 언젠가 동네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었는데요. 겁도 없이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아 꼬마 수색대를 만들고는 범인 찾으러 다닐 정도였어요. 당연히 대장은 저였고요. 그때부터 탐정을 할 운명이었나봐요.
대학생 때부터 다양한 일을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이동식 동물원’ 사업인데요. 앵무새, 기니피그, 뱀 같은 동물 친구들을 유치원에 데리고 가서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고, 만져보게 하고, 함께 사진도 찍어주는 일이었어요. 제가 동물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수입도 아주 괜찮아서 즐겁게 일했습니다. 이후로 일식집, 고깃집에서 일을 했고 닭발집도 운영해봤어요.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해봐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모험심도 강하고요. 덕분에 다양한 일에 도전해 볼 수 있었습니다.
탐정이라는 직업은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어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직업이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보자마자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을 마침내 찾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다짜고짜 탐정 협회에 전화를 해서 어떻게 탐정이 될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시험을 통과해 탐정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알아보니 탐정 시험은 실무, 법 등 5과목으로 구성되어 있고, 1차, 2차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하더라고요. 시험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었는데,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붙었어요. 그렇게 탐정 일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요. 역시나 저에게 꼭 맞는 일이었습니다.
돈 한 푼 없이 다시 시작해도, 똑같이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다 생각해요.
사실 탐정 자격증을 따기만 하고 실제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요. 여성 중에서 탐정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고요. 그래서 처음 탐정 일을 시작했을 때도 주변에서는 “남자도 아닌데 제대로 할 수 있겠어?”라는 시선이 많았어요. 다들 제가 금방 포기할 거라 생각했던 거죠.
끈질기게 버텼어요. 비록 탐정 일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일을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몸으로 부딪혀 가면서 하나씩 터득한 거죠. 몇 달 지나니 다른 탐정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계속할 줄 몰랐는데 하네” 하면서요.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혼자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돈 한 푼 없이 다시 시작해도 똑같이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하나하나 몸으로 부딪혀가면서 저만의 방법으로 노하우를 쌓아 왔거든요. 제 안에 있는 뿌리가 굳건하기 때문에 그냥 다시 시작하면 돼요.
탐정 일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일이에요.
탐정 일은 정해진 업무 시간이 없어요. 현장에서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밤샘 작업을 해야 할 수도 있고, 사람을 찾기 위해 며칠을 차 안에서 잠복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추적해야 하는 상대가 밤에 일을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이 항상 불규칙해요. 보통 하루에 2~4시간, 정말 운 좋으면 7~8시간 자는 것 같아요. 어떤 탐정분들은 저녁 7시까지만 일을 한다는 식으로 업무시간을 정해 놓기도 한다던데… 저는 그런 식으로 하면 이 일을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든 의뢰인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요. 항상 5대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면서요. 잠을 자고 있을 때도 전화를 받는데, 제가 인터넷에 올린 광고 문구가 **<24시간 통화됩니다>**거든요. 밥 먹는 중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다가 식은 밥이나 불은 밥을 먹을 때도 부지기수죠. 주말에도 쉴 수가 없어요. 가끔은 아주 운 좋게 하루 쉬는 날이 생길 때도 있는데요. 하필 그럴 때 연락을 주시는 의뢰인이 계세요. 그럼 제가 불쌍하게 “내일 가면 안 될까요?” 이러거든요. 그럼 “불안해요. 오늘 제발 와주세요.” 이러세요. 그러면 저도 속으로는 ‘에이..’ 하면서도 “알겠어요, 곧 갈게요.” 하면서 가요. 이렇게 악바리처럼 일하다 보니까 빨리 성공했나 싶기도 해요. 어떤 이들은 여자가 이 업계에서 이만큼 버티고 있는 것만 해도 신기하다 하는데, 저는 일로는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요.
탐정 일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일이에요. 정말 신기할 정도로요. 그 말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얻는 것이 없다는 거죠. 잠깐 방심해도 안 되고요. 예를 들어 잠복할 때 보면 제가 뭘 먹고 있을 때나 화장실 갈 때 꼭 대상자가 움직이더라고요. 그래서 잠시도 정신을 딴 데 두지 못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힘들게 고생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결정적인 답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이게 참 희한한데… 이런 게 이 일의 묘미에요. 또 사건을 맡으면서 제가 추리했던 것이 맞아떨어질 때가 있잖아요. 분명 이 장소에 사람이나 물건이 있을거라 생각해서 갔는데 진짜 있을 때… 그럴 때 정말 기분이 좋죠. 이런 순간들 덕분에 힘든 생활을 버티는 것 같아요. 매일 잠을 못 자고, 피곤해 죽을 것 같고, 전화도 그만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막상 하루 이틀 일을 쉬면 불안해지더라고요. 저를 잘 아는 분들도 “너한테는 탐정이 딱 맞다.” 하시고요.
쉽게 돈을 벌고 싶다면 탐정은 하지 마세요.
누구나 탐정이 될 수는 있어요. 그러나 모두가 잘 할 수는 없죠. 탐정 협회에도 자격증 있는 사람은 4,500명이 넘는데 활동하는 분은 그리 많지 않아요. 주변에도 탐정은 자기 길이 아니라고 그만두신 분들이 많이 계시고요. 어떤 남자분은 “난 너처럼 용감하지 못해.”라고 하시면서 그만두시더라고요.
탐정을 하려면 체력도 좋아야 하고 용감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태도’라 생각해요.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쉽게 돈 벌고자 하는 유혹을 이겨내야 하죠. 하는 일 중에 ‘위치 추적기 탐지’가 있는데요. 반대로 위치 추적기를 달아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가 있어요. 이건 불법이거든요. 바로 거절해야죠. 또 탐정 일을 하다 보면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을 쓰면서 쉽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보여요. 신기하게도 불법은 돈 벌기가 쉬워요. 그래서 알게 되면 안 하는게 더 어려운건데요. 만약 제 생활이 궁핍해서 내일 당장 카드값 낼 돈이 없고, 집에 쌀도 없다면 유혹의 강도는 더 세지겠죠. 그런데 나쁜 일을 한번 하면 두 번은 쉬워진대요. 그러다 보면 나중엔 분명 독으로 돌아올 거고, 결국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모두 무너질 수 있어요. 그걸 알아야 해요. 천천히 가도 정도를 걷는 사람 만이 탐정일을 제대로 할 수 있어요. 돈만 좇는 사람은 절대 탐정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여성은 탐정으로 일하기에 그 자체로 장점이 있어요. 대상자들로부터 의심을 덜 받거든요. 한 번은 포항에서 여성 다방 종업원에게 2억 원을 사기 당한 할아버지로부터 그 여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포항에 있는 모든 다방에 전화를 돌렸어요. 다방마다 전화해서 “아가씨 구해요?”, “아가씨들 나이가 보통 어떻게 돼요?” 하고 다 물어본 거죠. 그리고 나선 다방을 직접 찾아가 일일이 확인을 했어요. 커피를 엄청나게 마셔 가면서요. 결국 그 여자가 어느 아파트에 숨어 지낸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 여자가 여동생, 남동생,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소녀 가장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아이가 둘 있는 유부녀더라고요. 그런데 그 집을 찾아가서 잠복을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여자가 집에서 한 발짝도 안 나오는 거예요. 저는 여자 얼굴을 확인하고 그 집에 있다는 증거만 수집하면 일이 마무리되는 건데요. 결국 통닭을 사들고 아파트 문 앞으로 갔죠. 딩동. “통닭 배달 왔습니다.” 하니까 “저희 안 시켰는데요.” 이래요. 그래서 “여기 몇 호 아니에요?”하니까 “몇 호인데요.”했고요. 제가 여자라 별 의심 없이 문을 열어주더라고요. 그때 얼굴을 확인했는데 그 여자가 맞더라고요. 얼굴 확인 후에 증거 수집하고서 나왔죠.
적성에만 맞는다면 탐정 일이 여자들에게 좋은 직업이라 생각해요. 시간 사용이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특히 요즘 경력 단절된 여성분들 많이 계시잖아요. 그 분들이 이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돈을 많이 벌면 미제 사건을 맡고 싶어요. 무보수로요.
탐정 일은 남을 도와주는데 돈까지 따라오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려면 굳이 지금처럼 잠 못 자면서 아등바등 돈 벌 필요가 없거든요. 결혼한 상태는 아니라 돈 들어가는 곳도 그렇게 많지 않고요. 그런데도 목숨을 걸면서 일하는 이유는 남을 도울 때 얻는 기쁨 때문이에요. 일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탐정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굉장한 희열을 느끼거든요.
만나는 고객들 중 내면에 깊은 아픔이 있거나 마음이 닫혀 있는 분들이 많아요. 두려움에 떨면서 제게 연락하시는 거고요. “집에 몰카가 있을까요?”, “도청기가 있을까요?”, “차에 위치 추적기가 있는 건 아닐까요?”, “스토커가 저를 따라다녀요.” 이런 질문을 하세요. 대부분 소송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이혼 소송이 제일 많아요. 이 일을 하다 보면 <사랑과 전쟁>,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건들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돼요. 주변을 둘러보면 겉으로 보기엔 모두 평범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아픔이 상존하는 거죠.
제 목표는 나누는 삶을 사는 거예요. 탐정 일 시작할 때도 돈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니었으니, 나중에 돈 많이 벌게 되면, 무보수로 남을 돕는 일에 매진하고 싶어요. 그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거예요. 피해자의 부모님과 가족들의 가슴이 다 문드러져 있는 일… 이런 사건은 한번 맡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발생하잖아요.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없고요. 그런 일을 꼭 도와드리고 싶어요. 저도 지금은 먹고살아야 하니 돈을 벌어야 하지만,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면 꼭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마음이 되게 급해요.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요.
기술이 사람을 앞서면 안 돼요.
금융생활이 정말 편해졌죠. 예전에는 은행에 가거나 폰뱅킹을 통해 했던 일을 요즘엔 앱으로 다 할 수 있잖아요. 보안을 위해 개발된 인증번호, OTP 같은 것도 무척 신기하고요. 저도 모든 금융생활을 다 앱을 통해서만 하고 있고, 금융에 대한 정보까지도 모두 앱에서 얻고 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금융 앱에 들어가서 둘러보기도 해요. 요즘에는 어떤 금융 상품이 새로 나왔고, 대출 한도는 어느 정도 되고, 카드 할인은 얼마나 되고…이런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습득하는 데는 앱이 최고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금융에서도 사람이 설 자리가 아예 없어지는건 아닌가 걱정될 때도 있어요. 본가가 창녕이거든요. 가끔 가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새로운 금융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계세요. 아무리 가르쳐 드려도 이해가 힘드신 거죠. 눈이 어두우셔서 스마트폰도 잘못 보시고… 최근엔 종이 통장 없어진다는 말도 들리던데, 그럼 이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금융생활이 편리해지고 기업들이 인건비를 아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술에 소외되는 분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사실 전 편리해진 금융생활이 두렵기도 해요. 얼마 전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어떤 여성이 남편의 핸드폰을 보기 위해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이 들게 한 후 남편의 손으로 지문인식을 해서 핸드폰을 열었다는 이야기였어요. 요즘은 이런 시대에요. 홍채인식, 지문인식 다 좋은데 범죄가 더 쉬워지는 것은 일종의 부작용이라 생각하거든요. 기술의 발전도 좋지만,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서 좀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아요. 마치 아파트를 지을 때 주변에 숲도 같이 조성하는 것처럼요. 특히 기술을 선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병행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